지난 주말 다녀온 고향마을에서도 주된 화제는 역시 대통령선거였다. 그중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될 수 있는지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었다. 아마 설 연휴가 지나면 이러한 유권자 관심은 여론조사에 반영돼 나타날 것이다.
과거 대선후보 단일화 사례를 보면 대체적으로 선거 30~40일 정도시기에 단일화에 합의했거나, 단일화 방식에 합의했다. 내일(27일) 한 시민단체 주관으로 처음 열리는 야권후보 단일화 토론회에서 어떤 말이 오갈지 주목이 된다.
국민의힘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과 국민의당 이태규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최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언급한 내용은 후보 단일화의 어려움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날 원 본부장은 “추울 땐 난로가 필요했는데 지금 봄이 왔다”며 윤 후보의 ‘자강론(自强論)’에 무게를 싣는 당내기류를 강조했고, 이 본부장은 “단일후보 조사를 했을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경쟁력에선 안 후보가 월등히 높다”며 안 후보의 독자출마론을 거론했다.
양당의 입장도 그렇지만, 현재로선 후보단일화로 가는 길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그러나 안 후보 지지율이 20%선까지 갈 경우 유권자들의 단일화 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강 1중 구도가 고착화 되면 야권의 후보 단일화 없이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일화 여론이 강해지면 양쪽 모두 단일화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15~16일 전국 18세이상 유권자 1천1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정권교체를 원하는 응답자 중에서 야권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65.2%에 이르렀다. 경쟁력에선 윤 후보(38.5%)가 안후보(35.9%)를 앞선 반면, 적합도에선 안 후보(41.3%)가 윤 후보(36.3%)를 앞섰다.
원희룡 본부장이 언급한 것처럼, 윤 후보측은 최근들어 지지율이 상승추세를 보이면서 단일화 없이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진 듯 있다. 후보 단일화 과정의 진통 등을 고려하면 4자 대결도 해볼만 하다는 게 윤 후보 측 내부 판단이다. 특히 안 후보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준석 대표가 후보 단일화 추진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내분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윤 후보 입장에선 부담이다.
그러나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후보 단일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 대선이슈의 중심이 후보 단일화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크다. 단일화 방식으로는 현재 ‘여론조사 경선 뒤 공동정부 구성’이 그럴듯하게 거론되고 있다. 서로 손해 보지 않고 명분이 있는 합의형 단일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윤 후보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안 후보 지지율이 가라앉을 경우 여론조사 경선은 생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면 지지율 흡수와 컨벤션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대선 판세가 급변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어쨌든 설 연휴이후의 민심이 야권후보 단일화의 최대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