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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선후보 ‘본인검증’에 집중하자

등록일 2021-12-19 16:42 게재일 2021-1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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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20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유력후보들의 가족 과거사를 파헤치는 지겨운 네거티브전으로 변질됐다. 지난 주말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동시에 가족의 불법행위와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에게 사과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 후보는 장남의 불법도박 의혹사건에 대해, 윤 후보는 아내 김건희씨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가족문제가 선거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된 느낌이다. 후보들이 가끔 내놓는 국정비전과 정책공약은 이 블랙홀에 금방 묻혀 버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후보 가족과 관련된 네거티브전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상대후보 가족이나 주변인물에 대한 네거티브와 정치공작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게 선거판 관행이다. 상대후보에 대한 혐오감을 조성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은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최고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진영에 관계없이 언론사들도 가족검증이라는 미명하에 이 싸움에 적극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감이 없지 않다. 이번 대선이 역대 최악의 비호감으로 진행되는 것이 종편방송을 중심으로 한 언론탓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선거판이 점점 더 저질로 흐르는 것에 대해 여야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다행이다. 여권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지난주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사생활 관련 의혹제기에 대해 “어디 유흥업소 종업원 운운하는데 어머니가 그렇게 돈이 많은 집 딸이 그런데 나오는 경우를 봤느냐. 그런 걸 가지고 하면 오히려 역풍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야권에서도 이 후보 가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공격을 자제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금태섭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실장은 이 후보 장남의 불법도박의혹과 관련해 “당사자가 관여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의 개인문제를 소재로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두 사람의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내외적으로 전에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위중증환자와 사망자 급증으로 온 국민이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국가경제가 위태위태하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여야 선대위가 상대후보 가족의 약점이나 파고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대선후보들은 국가 현안해결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대안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국회의원과 전직 장관까지 지낸 사람들이 번갈아 등장해 상대후보 가족의 개인사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정치권의 천박한 수준을 국내외에 드러내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각 정당 선대위는 미래세대를 위한 비전 제시와 정책공약이 선거승부를 좌우할 중도층 공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언론은 대선전이 ‘가족배틀’로 흐르는 것을 부추겨선 안 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 속에서는 국민을 대신해 언론이 각 후보들을 심층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특정후보 가족에 대한 차별적이고 편파적인 보도에 집중하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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