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광주·전남만 가결···TK·충청권은 야당 내부 반대로 ‘보류’ 권영진, 자당 법사위원 향해 “반대를 했네!” 격분 TK의원 22명 공동발의 무색···자당 법안에 ‘전 안건 필리버스터’ 예고한 촌극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가 무산된 배경을 두고 국민의힘이 책임 공방과 자중지란에 휩싸였다.
당초 TK 행정통합 특별법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지역 의원 22명과 함께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어 2월 2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도 별도 법안을 발의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과거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추진했다가 흐지부지됐던 논의가 광주·전남 통합 속도전에 자극받아 다시 동력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발의 단계부터 균열 조짐은 있었다. 경북 북부권 의원들은 “성급한 통합 추진”을 이유로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도청 이전 지역을 중심으로 통합 이후 주도권 약화를 우려하는 지역 여론이 컸고, 정부가 제시한 20조 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 실효성과 권한 이양 범위에 대한 의문도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전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경북도 경제부지사 출신인 이달희 의원의 찬성 호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의원들이 “통합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강한 우려를 쏟아냈다. 이 자리에서 TK의 한 중진 의원조차 ‘주민투표 절차 없이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갈등은 24일 본회의 대응 전략과 맞물리며 더욱 복잡해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3법’ 등을 저지하기 위해 강경 대응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같은 날 TK 행정통합 법안이 상정될 경우, 쟁점 법안 저지를 위해 본회의장을 퇴장하거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하면서 정작 지역 현안인 자당 발의 법안 표결을 거부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됐다.
실제로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은 이날 의원들에게 본회의에 상정될 모든 안건(TK 통합법안 포함)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 역시 기자들과 만나 ‘일부 지역은 여야 합의가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행안위 통과 과정에서도 여야 간 논의 끝에 합의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지금 (3개 지역 법안 모두를) 처리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결국 24일 오전 국회 법사위는 광주·전남 행정통합법만 의결하고 TK와 대전·충남 법안은 여론 수렴을 이유로 보류했다.
법안 처리가 무산되자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억눌렸던 책임론이 폭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위 소속이자 통합을 강력히 추진해 온 6선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국민의힘 지도부 회피’ 발언을 인용하며 “당 지도부 중 누가 반대했는지 밝혀달라. 사실이면 책임이 엄중할 것”이라며 송언석(김천) 원내대표를 비판했다.이에 송 원내대표는 “저를 지목한 것이라면 큰 오산이고 명예가 훼손됐다고 느낀다”며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요청했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여기에 대구시장 출신의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병)이 가세해 “지금 그 말이 반대하는 취지가 아니냐”고 몰아붙였고, 권 의원은 의총장을 나서면서 나경원 의원 등 자당 법사위원들을 향해 “나와서 얘기하는 걸 보니까 지가 반대를 했네. 저게 반대지!!”라며 격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