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58년에 태어난 개띠다. ‘58년 개띠’가 마치 고유명사처럼 불리는 것은 베이비붐 시대의 콩나물교실, 옥수수 빵, 중학교 무시험, 고교평준화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100만명에 육박한다는 1958년생이 새해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이 돼 전국 도시철도를 모두 공짜로 탈 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오는 6월부터 만 70세가 돼야 도시철도를 무임승차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혀 공짜혜택을 5년이 지나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노인복지법에 무임승차 대상이 ‘65세부터’가 아닌 ‘65세이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70세로 조례를 제정하더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58년 개띠인 고교 동기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대부분 홍 시장의 조치가 다소 서운하기는 하지만, 조례제정에 공감은 간다고 했다.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 벌써 노인 소리를 들으며 지하철을 공짜로 타기가 영 거북하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조례제정안이 대구시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지하철 무료승차 때문에 적자에 시달려온 전국 6개 광역자치단체 모두 홍 시장의 생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도 지난주 노인연령 상향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여야 정치권도 도시철도의 노인 무임승차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여, 58년 개띠의 ‘지공대사(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세대)’혜택은 곧 사라질 것 같다.
사실 만 65세가 되면 기초연금과 의료비 할인, 공익형 일자리 제공 등의 노인 복지 혜택을 받지만, 사회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노인대접을 받기는 이른 나이다.
지난해 6월에 발표된 한 여론조사 내용을 보면, 노인연령 기준 상향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2%나 됐으며,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찬성’ 응답이 70% 정도를 기록했다.
생활환경과 의학 발전으로 60대 이상 건강조건이 경로우대제도가 도입됐던 1980년 당시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그리고 노인 인구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01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했다. 2년이 지나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그리고 10년 후면 25.0%, 20년 후면 33.9%로 올라간다고 하니 ‘65세 노인’ 규정을 이대로 두면 국민 10명 중 3~4명이 노인인 시대가 20년 안에 도래하는 것이다.
노인연령을 상향시키는 문제는 불가피하지만 쉽지는 않다. 직장 정년이 현행대로 60세로 유지되면 퇴직 후 노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받기까지는 지금도 5년의 간극이 있다.
만약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60세 정년 이후 10년간 노인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정년과 고령 일자리 문제도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초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잘 분석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