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진영대결과 정치양극화가 우리나라 국격과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은 역대급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방외교가에서도 성공적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민주당만은 윤 대통령이 미국으로 출국하는 순간부터 혐오스런 단어들을 동원해가며 꼬투리를 잡고 있다. 출국 당일 “불안과 공포의 한 주가 시작됐다”고 했다가, 대통령이 귀국하자 “텅 빈 쇼핑백만 들고왔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글로벌 호갱외교’라는 신조어를 써 가며 대통령을 조롱했다. 외교성과가 상당히 불쾌한 모양이다. 국가 명운이 걸린 대통령의 외교·안보행위를 민주당은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하는 못난 인간”이라고 비난한 말과 뉘앙스가 비슷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다수결을 이용한 입법폭주도 멈추지 않았다. 간호법과 방송법을 단독 처리하며 연일 사회적 갈등을 조장했다. 간호법의 경우 의사·간호사 간 직역 갈등이 첨예한 만큼 견해차를 좁힐 공론화작업이 긴요(緊要)한데도 불구하고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자칫 국가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위기가 예고돼 있는데도 ‘내 알 바 아니다’는 무책임한 태도다.
우리나라는 지금 북한의 핵 폭주로 실질적인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 언제 어디서 교전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미·일 동맹관계가 확고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전쟁이 나도 우리를 지원해줄 국가가 별로 없다. 이런 위기속에서도 정국 헤게모니를 장악한 민주당은 오로지 진영논리로 모든 것을 재단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많아지는 것은 국민적 피로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위기를 해소할 마지막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방미외교 성과를 국민통합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야당과의 대립을 피하지만 말고, 본인이 적극적으로 대화창구를 찾아야 한다.‘편 가르기 리더십’으로 나라를 망친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사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는 것은 썩 내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광온 의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친(親)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는 당선 후 이 대표를 지지하는‘개딸(개혁의 딸)’들로부터 비토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함께 민주당 원내 지도부를 만나 국정운영 협조를 당부하는 것은 자연스런 통치행위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랫동안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곧 총선공천 시즌이 온다. 지지율을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여당 내에서도 정적(政敵)들이 생긴다. 그전에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외교성과를 거둔 지금이 야당과 만나고 국정난맥을 풀 절호의 찬스다. 민주당도 더이상 국민을 양극단으로 분열시켜 국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민심이 용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