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대통령 안 부러운 시장·도지사 시대 열리나

등록일 2023-02-14 19:52 게재일 2023-02-15 19면
스크랩버튼
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주말(10일)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6개분야 57개의 ‘중앙권한 지방이양 과제’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이 작년 7월부터 TF를 꾸려 정부부처간, 광역단체간 협의를 통해 ‘지방이양이 가능한 규제’를 발굴한 내용이다. 정부는 대통령이 발표한 과제 이행을 위해 관계법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법령개정 없이 가능한 조치들은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후속조치는 대통령소속 지방시대위원회(위원장은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내정)가 출범하면 엄격하게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중앙권한 지방이양’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부터 약속한 ‘지방시대 개막’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조치여서 무엇보다 반갑다. 예산과 조직, 인력을 앞으로 지방정부에 어떻게 배분할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지난 10일 발표한 내용은 혁신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양과제들이 국회 문턱을 넘어 그대로 실천되면 광역단체장들은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 권한을 가지게 된다. 지난 1995년 민선 단체장시대가 열린 이후 비수도권 지방정부는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줄기차게 주문해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권한이양 내용을 보면, 앞으로 광역단체장은 100만㎡(약 30만평)까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할 수 있다. 수도권은 제외된다. 교육 분야의 경우, 지역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권한도 이양된다. 지금까지는 재정 지원 사업을 할 때 교육부가 직접 대학을 선정하고 지자체는 컨소시엄 등을 통해 간접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수도권 공립대학의 정원이나 학과 조정은 교육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총 입학 정원 범위에서 자율 조정 후 교육부에 사후 보고만 하도록 했다. 다른 골프장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대중형 골프장’ 지정 권한도 시·도로 이양된다.

다만, 이러한 권한이양이 ‘혁신적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전제돼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광역단체장에게 이양되는 각종 인·허가권이 실질적인 효력을 내려면, 재정과 조직, 인력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제주도를 예로 들면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수많은 정부 권한을 이양받았지만, 관련 예산과 인력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해 지방재정이 갈수록 쪼들린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권한만 이양하고 관련 예산·인력 지원에 인색할 경우, 윤석열 정부가 선언한 지방시대는 제주도처럼‘빛 좋은 개살구’가 된다. 특히 지역대학 재정지원 권한을 이양할 때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으면, 재정지원 규모가 지금보다 줄어들 소지도 있다. 그린벨트 해제나 대중골프장 인허가 같이 자칫 이권개입 논란이 일 수 있는 분야는 세심한 예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광역단체의 전문적인 역량도 고민이다. 정부부처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해왔던 업무들을 시·도의 공직시스템에서 다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이양이 지역균형발전과 실질적으로 연결되려면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되겠지만, 권한이양에 앞서 미비점이나 리스크, 타당성 등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심충택 시평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