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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년이 한해 200명이나 孤獨死한다니…

심충택 논설위원 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리현상 중 하나가 고독사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고독사에 대한 공식 통계가 처음으로 나왔다. ‘가족, 친척, 지인과 단절된 채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정부가 처음 집계한 것이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쓸쓸한 죽음인가.보건복지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의하면, 2017∼2021년 5년간 국내 전체 고독사 수는 2천412명→3천48명→2천949명→3천279명→3천378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해 전체 사망자 30만∼32만 명의 1%가 넘는 수준이다. 50·60대 중장년 세대가 58.6%를 차지했다. 대구·경북지역도 고독사 연평균 증가율이 10%대에 이를 정도로 위험수준이다.놀라운 것은 5년간의 전체 고독사 중 2030세대가 1천여 명이 넘는다는 점이다. 매년 200여 명의 청년이 어느 누구의 임종도 없이 홀로 세상을 떠났다는 비참한 통계다. 특히 청년 고독사는 극단적 선택 비율이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50% 가까이 됐다.한국의 고독사 문제는 지난 연말 미국 CNN방송도 다뤘다. CNN은 “한국에 문제가 있다. 해마다 중년의 고독한 남성 수천 명이 홀로 사망하고 있다. 며칠, 몇 주씩 사망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이 방송은 고독사라는 단어를 ‘godoksa’로 표기하면서, 이 연구의 사례분석 대상자 대다수가 쪽방이나 반지하에 살았다고 했다. CNN은 쪽방을 ‘jjokbang’으로, 반지하를 ‘banjiha’로 표기하면서 한국사회만의 특유한 병리현상인 것처럼 설명했다.고독사한 청년의 유품정리를 하는 업체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청년이 마지막까지 혼자 있었던 공간에는 공통적으로 복용하던 우울증 약들과 배달음식, 널브러진 옷가지, 술병이 나뒹굴고 있어 마치 도시 속 외딴섬과도 같았다”고 한다. 특히 휴대전화를 보면, 통화기록이나 메모장에서 사회로부터 단절된 채 겪었을 정서적 고립감이 너무나 가슴아프게 드러난다고 했다.청년 고독사는 학업·취업 스트레스와 실직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이혼한 청년 남성의 경우 자살위험이 엄청 높다고 한다. 고독사는 결국 사회적 고립이 불러오는 병리현상이어서 분명히 사전징후가 있을 것이다. 자칫 하나하나의 죽음을 경제적 어려움, 우울증 등으로 일반화해버릴 경우 개별적인 원인들을 간과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청년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처방을 하려면 죽음에 이르게 된 배경과 징후를 다양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고독사는 사회병리현상이니만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현실적인 예방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1인가구를 잘 파악해서 지역사회와 연결 고리를 다양하게 구축해야 한다. 안부확인이나 이웃에 우편물·배달물건이 계속 쌓이면 주민자치센터에 연락하는 사회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2023-01-10

여당의 총선 D데이 벌써 시작됐다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는 권성동·안철수·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 유력 당권주자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다음 달 초 당 대표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국민의힘 책임당원 40%가 밀집한 대구·경북의 ‘당심(黨心) 잡기’에 나선 것이다.새해에는 큰 선거가 없지만, 여당은 3·8 전당대회를 계기로 내년 총선공천이 연초부터 민감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집권여당으로선 총선승리가 무엇보다 절박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만약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패배할 경우, 그날부터 식물정부로 전락한다. 그런만큼 3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 지도부의 리더십과 역할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는 사실상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며 선거전반을 진두지휘한다.국민의힘 당권레이스는 현재까진 친윤(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지난달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공감’이 출범하면서 국민의힘은 친윤계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공감에는 여당의원 115명 가운데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당대회 룰 개정에 따라 당 대표는 100% 당원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돌발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국민공감이 미는 당권주자 중 한 명이 대표가 될 공산이 크다.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현재 거론되는 당권주자 중에서 민심을 광범위하게 얻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당 대표 출마선언을 했거나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권성동·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과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정도다.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최근 방송에 출연해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게 정말 의미가 있느냐를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해, 당권레이스가 친윤계만의 리그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여당의 전당대회가 특정 계파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총선과 결부시켜보면 부정적이다. 당권레이스가 현 판세대로 지속돼 친윤계가 당권을 잡는다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강성지지층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정당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과반을 획득하려면 2년 전 치러진 6·11 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역동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이런 측면에서 최근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이 ‘당 대표 후보 수도권 출마 공동선언’을 제안하고,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70석 이상, 총 170석 이상 하려면 수도권 지도부로 정면 승부해야 한다”며 공감을 표명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16석(13.2%)을 얻는 데 그쳐 수도권 의석 탈환이 최대숙제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연말 언급한 차기 당대표 3가지 조건론(수도권 민심을 장악할 수 있는 인물, 청년층 지지를 얻는 인물, 안정적인 공천을 할 수 있는 인물)을 항상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 한다.

2023-01-03

경북대에 산업단지… 신선한 발상이다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 경북대학교 캠퍼스에 산업단지가 들어선다는 놀라운 뉴스가 나왔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대학에 웬 산업단지’라는 느낌이 퍼뜩 들긴 했지만, 대구도심에 대학과 기업이 공존하는 공간이 처음으로 생긴다는 측면에서 발상의 전환이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광역시가 마찬가지지만 대구도심에는 현재 빈땅이 거의 없어 모든 산업단지를 외곽에 조성할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접근성이 문제가 돼 구인난을 겪는 공단기업들이 많다. 대학 입장에서도 유휴지에 기업을 유치해 산학협력을 강화하면 예상하지 못한 성과들이 나올 것이다.경북대는 지난해 4월 정부가 2년 전부터 추진해온 ‘캠퍼스 혁신파크’ 공모사업에 선정된 후, 그동안 혁신파크(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 왔으며 최근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은 대학을 지역혁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법률 제정을 거쳐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됐다.경북대는 오는 2026년까지 학내 약 3만㎡ 부지에 전자부품 제조업, 정보서비스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첨단산업 업종을 유치해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창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비와 지방비를 보조해 기업이 입주할 산·학·연 공간을 조성하며, 중소기업도 저렴한 임대료로 업무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사업시행자는 대학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정부가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방소멸위기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국가 또는 일반산업단지 성장모델이 시대에 뒤떨어진 탓도 크다. 일부 선진국은 대학캠퍼스를 산업단지로 활용하는 정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캠퍼스안에 UEZ(University Enterprise Zone)라는 산학협력 공간을 마련해 두는 대학이 많다.대학들은 이 공간에 첨단 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을 입주시켜 학내 연구진과 함께 RD 사업을 추진하며, 지역발전의 구심체 역할을 한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에는 지난 2013년부터 대학 캠퍼스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세금 면제 특례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우리나라 대학, 특히 비수도권에 있는 대학들은 앞으로 학생유치 경쟁 등에서 살아남으려면 경북대처럼 ‘산업캠퍼스’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 국가·일반 산업단지도 마찬가지다. 대학분교나 분원, 연구소, 도서관, 문화센터, 쇼핑센터 등을 유치해서 복합적인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산업단지는 일하러만 가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고 일하고 즐기는 콘셉트로 가야 청년과 기업을 유인할 수 있다.경북대에 들어설 산업단지는 새로운 산·학협력 패러다임에 적합한 이상적인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고급인력 유치에 유리한 대구도심에 저렴한 입지공간을 마련할 수 있고, 경북대는 유수기업을 캠퍼스에 유치해 혁신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북대 혁신파크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창업기업의 확산 역할을 잘 수행해서 비수도권 지역발전의 성공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

2022-12-27

소아환자 받는 응급실이 없어진다면…

심충택 논설위원 이대로 가다간 소아환자를 치료해줄 종합병원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쇼킹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밤늦은 시간에 갓난아이가 아파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본 부모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이다.최근 전국 수련병원(대학병원) 69곳에서 내년 전반기 소아과 전공의(레지던트)를 모집한 결과, 대구·경북을 포함해 영남권 병원에서는 한 명의 의사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련의가 지원한 병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11곳에 불과하며, 정원을 채운 곳은 서울아산병원과 강북삼성병원 2곳뿐이다. 정부가 지난해 소아과 전공의를 4년제에서 3년제로 단축하는 극약 처방을 단행했지만, ‘백약이 무효’임이 드러났다.지금 가장 큰 문제는 수련병원 중에서 당장 내년 2월 4년차 소아과 수련의들이 나가고 나면, 소아과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병원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상당수 대학병원에서는 소아과 전공의가 모자라 교수들이 당직을 나눠 하고 있는데 내년 2월에 4년차 전공의들이 빠져나가고 나면 대구·경북을 포함해 대부분 대학병원이 소아의료 공백 상태를 맞이하게 된다.대구·경북 수련병원(5곳)의 경우도 현재 1~3년차 전공의 충족률이 정원대비 8%밖에 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전국 대부분 대학병원의 야간 소아 응급진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최근 인천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과 입원을 중단한 것도 밤에 환자를 돌볼 레지던트가 없기 때문이다.전공의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의료보험 수가(酬價) 때문이다. 소아과는 특히 모든 진료가 보험에 적용돼 환자를 어지간히 많이 보지 않고선 병원으로선 적자운영을 벗어나기 어렵다. 소아들은 수술과정이 힘들지만 어른과 수가가 똑같고, 약물투여나 검사비도 적게 나와 수입이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선 적을 수밖에 없다.저출산도 소아과 기피 주요 원인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초혼 신혼부부(혼인신고 후 5년이내) 중 절반(45.8%) 정도가 자녀를 가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초혼 신혼부부 평균자녀수는 0.66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병원을 찾는 소아환자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귀한 아이’ 환자에 대한 의료사고 소송도 갈수록 늘어나 전공의들이 굳이 소아과를 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한 종합병원에서 아픈 아이를 오래 기다리게 했다는 이유로 전공의가 환자 보호자에게 뺨을 맞았다는 소문도 의사들 사이에선 화제가 되고 있다. 소아과에 오는 보호자들은 극도로 예민해져 의사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건강보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돼 만약 대학병원 응급실에 소아과 전공의가 없어진다면 한밤중 소아 응급환자는 누가 치료할 것인가. 소아과의사들은 우리사회의 필수적인 ‘의료안전망’인 만큼, 전문의 양성에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수가 현실화 외에는 소아과를 살릴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2022-12-20

테슬라 유치 장애물은 ‘강성노조와 법인세’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항만을 낀 국내 주요도시들이 아시아권 제2부지를 물색중인 테슬라 전기차 공장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중 영일만에 테슬라 전용공단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안한 포항시가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은 영일만항 물류 인프라와 원활한 교통망에다 안정적인 철판 공급망을 갖춘 포스코,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2차전지(배터리) 클러스터, 포스텍의 연구기반까지 구축되어 있어 누가봐도 테슬라 공장입지로는 최적지다.포항시가 북구 흥해읍 용한리(영일만3·4일반산단지 우측)에 추진하는 테슬라 전용공단은 자동차를 선적할 항만과 바로 접해 있어 물류비 절감 측면에서 타도시를 압도하고 있다. 포항에는 이미 세계 기업가치 1위인 애플도 소프트웨어산업 인재와 스타트업 양성을 위해 국내 처음으로 들어와 있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도 눈여겨볼 것이다.문제는 테슬라 유치를 위한 국가경쟁력이다. 국내기업들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기회만 되면 서둘러 한국탈출에 나섰다. 최악의 노사분규와 높은 조세부담 때문이다. 지금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실업자가 넘쳐나는 것도 기업의 해외이탈 탓이 크다. 민노총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노조는 지금 세계 최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최근 16일간 민노총과 화물연대가 벌인 끔찍한 파업·폭력사태가 이를 여실히 대변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자동차노조는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이고 있어 테슬라도 이를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언급했듯이, 테슬라가 화물연대 파업을 보고도 한국에 올 엄두를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테슬라는 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민감하기로 유명한 회사다.우리나라의 높은 법인세율도 기업의 조세경쟁률을 추락시킨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25%, 지방세를 합치면 27.5%)은 OECD 37개국의 평균(21.5%)을 훨씬 웃돈다. 최근 10년간 미국, 영국, 일본 등 20개국이 법인세를 내린 반면 문재인 정부만 거꾸로 세 부담을 늘린 결과다. 현재 여야가 법인세율 인하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민주당이 ‘초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어 타결되기가 어렵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국 법인세율이 대만과 무려 7.5%포인트나 차이가 나는데, 누가 대만에 가지 않고 우리나라로 오겠나”라고 한 말이 가슴에 박힌다.테슬라 공장의 한국유치는 국민이 모두 염원하는 일이다. 민주당과 민노총도 일반국민과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높은 법인세율과 산업현장에서의 불법행위는 국가나 지자체의 기업유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사현장에서 갈등과 분쟁을 피할 순 없지만, 노조활동도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해야 한다.그리고 법인세율 인하를 ‘재벌특혜’라는 시각으로 봐선 안 된다. 법인세는 법인을 구성하는 근로자와 주주, 자본가가 내는 세금이다. 한 개의 일자리라도 더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지자체에 정치권과 강성노조가 찬물을 끼얹어서야 되겠나.

2022-12-13

여당에서 ‘제2의 이준석 대표’ 나올까

심충택 논설위원 오늘(7일) 친윤(윤석열)계가 주축인 ‘국민공감’이 출범하면서 국민의힘 당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공감은 원래 친윤계의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만든 ‘이너서클’ 성격을 가지고 있다.전당대회를 석 달여 남긴 시점에 장 의원이 당내 최대 모임의 구심점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다. 국민공감에는 국민의힘 의원 115명 가운데 70여명이 참여하기 때문에, 리더인 장 의원이 직접 차기 당 대표에 욕심을 낸다면 당선될 확률이 높다.만약 장 의원이 당권을 잡는다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특정인 지지층에만 의존하는 폐쇄적인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여야 진영간의 강대강 대치는 결국 지지층 결집을 더욱 공고히 하고, 2024년 총선판세를 일찌감치 굳힐 가능성이 있다.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토론회’에서 차기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후보군을 일일이 언급하며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정치흐름을 우려한 것으로 읽혀진다.주 대표가 이날 토론회에서 대안으로 내놓은 당 대표 조건론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가 제시한 3가지 조건은 “국회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수도권인 만큼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 특히 청년층인 MZ세대에도 인기 있는 대표여야 하고 오는 총선 공천에서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 대표가 토론회에 참석하기 직전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한 점을 들며, 이 기준이 대통령의 의중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오지만, 아마 국민의힘 지지자들이면 누구든 수긍을 할 것이다.국민의힘 스케줄대로 내년 3월중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지금으로선 갑자기 혜성처럼 의외의 인물이 당권주자로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주 대표의 말대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 중에서 당 대표가 나온다면 국민의힘은 윤핵관이 주도하는 모양새로 차기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국민의힘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이길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이준석 전 당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젊은 당원들과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36세에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됐다. 당시 국민이 이준석을 국민의힘 사령탑으로 선택한 본질은 권위주의와 부패에 찌든 낡은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취임 후 국민의힘을 디지털정당으로 변신시켜 기업처럼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했다. 각 시·도당에서는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했고, 호남지역에서도 신규당권이 급증했다. 국민의힘 전성기는 그때였다.민주당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마 6·11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국민의힘의 역동적인 변화일 것이다. 김어준, 더탐사 같은 장외정치세력에 끌려다니는 민주당이 차기 총선에서도 과반이상 의석을 차지하면 한국에서 어떤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 짐작할 수 없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에 항상 뒤지고 있다. 집권여당이 차기총선에서 민주당에 이기려면 ‘제2의 이준석’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2022-12-06

여당 원내대표, ‘솔로몬’이 와도 힘들다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주변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 내부 비토세력이 있는 상태에서 법률제정이든 예산심사든 마음먹은 대로 밀어붙이는 민주당을 최일선에서 맞상대하는 모습이 고독해 보이기 때문이다.정치부 데스크를 맡고 있던 지난 2003년 주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당시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였던 그와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겸손하고 논리정연한 언행에 상당한 호감을 느낀 기억이 있다. 그 후에도 그를 이따금 만나면서 느낀 점은 전형적인 원칙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는 판사 시절 “죄인 10명을 놓치더라도 억울한 사람 1명을 만들지 말자”라는 소신을 가진 법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주 대표는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 수성을 선거구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이후, 수성구에서 내리 5선을 했지만 정치적 행로가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박근혜)계가 ‘공천학살’에 나섰을 때 그도 대상이 돼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21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수성갑으로 옮겨 현직 의원이었던 김부겸과 맞붙어야 했다.지난해 대선캠프에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것을 계기로 그는 ‘범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윤핵관’들과는 거리감을 두고 있다. 자연적 대통령실과도 사이가 좋지않다. 며칠 전 민주당과 국정조사에 합의했을 때, 장제원·윤한홍 의원이 떠들썩하게 비판한 것이 그의 당내 입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 사실 주 대표로선 야당과 예산협의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 국정조사 합의를 피할 수 없었다.현 상황에선 여당에서 누가 원내대표를 하더라도 욕을 먹게 돼 있다. 민주당은 지금 정상적인 정치를 하지 않고 있다. 김어준, 더탐사 같은 장외정치세력에 끌려다니는 황당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회 원내대표단끼리 만나 절충점을 찾거나 합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붕괴돼 있는 것이다. 요즘 민주당을 보면 마치 신흥종교집단 같다. 민주당 일부의원들은 심지어 취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도 참석하고 있다.최근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간의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주 대표를 ‘선배님’이라고 깍듯이 대하며 ‘원내대표를 디스한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일을 잘 하기위한 첫 번째 조건이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이다. 대통령의 신임이 있어야 원내대표가 야당을 상대해 합의와 승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원내대표가 야당과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대통령 측근이 꼬투리를 잡는 식의 현실 속에서는 누가 원내대표가 되든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주 대표는 지금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지만,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항상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 민주당이 ‘책임정치’를 하도록 설득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주 대표뿐이다.‘머리 깎지 않은 스님’이란 별명처럼 주 대표가 부처님같이 야당을 대하면 나라가 평온해질 날이 올 것이다.

2022-11-29

“대구가 삼성 비메모리 사업의 최적지”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주말 열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추도행사가 주목을 받으면서 삼성과 대구와의 운명적인 인연을 떠올리게 된다.이 회장이 대구를 첫 사업 장소로 선택한 것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때다. 1938년, 28세였던 그는 중국과 만주를 떠돌며 중계무역을 경험한 후, 서문시장(큰장) 맞은편에 전문 경영인 두 명과 함께 지금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별표국수’라는 브랜드를 가진 삼성상회는 창업초기부터 국수를 생산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6·25전쟁 중에는 별표국수가 피난민들의 주식(主食)이 되다시피 했다. 전쟁 중 삼성상회 앞에는 매일 피난민과 대구시민들이 몰려와 장사진을 쳤다고 전해진다. 그는 삼성상회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부산에 삼성물산을 재건했다.이 회장은 1954년에는 대구에 제일모직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대구는 당시에도 섬유산업이 발전한데다, 서문시장에는 전국적인 섬유류 도매상이 몰려 있었다. 여기에다 대구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신천이 공업용수를 공급해 주었기 때문에 공장입지로는 최적지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천인근에 있는 침산동 논밭 7만여 평을 공장부지로 확보했다.제일모직 건설 당시 이 회장은 가건물에 사장집무실과 숙소를 만들고, 공사현장을 직접 지휘했다. 그는 특히 제일모직 사원들의 기숙사를 지을 때 와세다대학 재학 시절에 읽은 ‘여공애사(女工哀史)’라는 소설에 영향을 받아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1956년 5월 2일 제일모직이 ‘골덴텍스’ 생산을 시작한 이후에도 이 회장은 자주 대구에 내려와 제일모직 숙소에서 기거했다. 대구시는 중구 ‘삼성상회’ 터와 제일모직이 있던 자리인 북구 대구삼성창조캠퍼스까지 4㎞ 구간을 ‘경제 신화 도보길’로 조성해, 이 회장의 발자취를 기념하고 있다.삼성그룹을 승계한 이재용 회장이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분야 투자적지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비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은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1위와의 격차가 매우 큰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달성하려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천명을 채용한다는 계획도 발표해 놓은 상태다.삼성그룹이 잘 파악하고 있겠지만, 대구에 있는 경북대와 디지스트(DGIST)의 비메모리분야 RD 인프라는 국내 어떤 대학보다 경쟁력이 있다. 대구·경북지역 대학에서 한 해 배출되는 반도체 전문인력도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대구에는 K-2군공항이 이전하면 정주여건이 최고 수준인 후적지가 생겨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취임 직후부터 비메모리 반도체 대기업 유치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이재용 회장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갖춘 투자처를 찾는다면, 삼성상회와 제일모직 설립 때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선택한 것처럼 대구가 최적지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2022-11-22

등유값 급등…군불 땔 때가 좋았던 시골집

심충택 논설위원 옛날에는 두메산골일수록 겨울을 따뜻한 방에서 지냈다. 어른들이 기거하는 사랑방일수록 군불을 많이 때 누구 집이든 아랫목 장판은 검붉게 탈색돼 있었다. 부모들은 새벽에 일어나 혹시 자식들이 추울까봐 아궁이에 다시 불을 지펴 방을 한 번 더 덥혀주었다.가을 추수가 끝나고 겨울철에 접어들면 대부분 남자들은 장작을 비축해 두기 위해 지게를 지고 소와 함께 먼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나무를 하러 간 아버지는 가끔 토끼와 꿩을 잡아오기도 하고, 팽이와 썰매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동설한에도 두메산골에 있는 내 고향집은 항상 따뜻했던 것 같다.요즘 시골집 대부분이 그렇지만 옛날 아궁이가 있던 초가집은 도시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로 바뀌었다. 아궁이도 기름만 넣으면 언제든 난방을 할 수 있는 편리한 보일러로 교체됐다. 문제는 보일러에 들어가는 기름 값이다. 어느 집 할 것 없이 자식은 도시로 내보내고 늙은 부모들만 사는 시골집은 겨울철만 되면 알래스카가 따로 없을 정도로 춥다. 기름 값이 걱정돼 어르신들이 거의 냉방에서 지내다시피 하기 때문이다.등유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올겨울은 특히 대부분 시골 어르신들이 맹추위에 노출된 것 같아 가슴 아프다. 기름값이 아까워서 거의 난방을 안한 채 추위를 견디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 시골 어르신들은 과거 호롱불에 들어가는 등유도 아까워 어둡게 지냈던 세대들이다.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6~12일) 실내등유 평균가격은 L당 1천603.8원으로 그 전주보다 2.0% 올랐다. 휘발유 가격 L당 1천659.6원을 거의 육박하고 있다. 1년전에 비해 50% 폭등했다. 최근 지역에 따라서는 등유값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가정용 200L 한 드럼은 지난주 기준 32만760원으로 작년보다 10만원이상 올랐다.아껴서 쓰더라도 통상 한달에 1.5드럼은 소요되는데, 겨울철 넉달(11~2월)간 난방비용이 적어도 200만원은 들어간다. 도시아파트 난방비와 비교해도 2~3배 정도 많은 금액이다. 생활비를 노인연금과 자식용돈에 의존하는 시골노인들이 힘겨운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등유값이 오르는 것은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등유는 경유와 생산라인이 겹치는데 경유생산량이 늘면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대체재인 경유수요가 급증하자 등유값이 치솟는 것이다.등유는 도시가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어촌이나 도심 변두리 노후주택에 살고 있는 취약계층의 겨울 필수품이다. 연료 중에서 가격이 가장 싸게 유지돼야 하는데, 비싼 휘발유와 가격 경쟁을 하듯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과거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본격적인 겨울추위가 닥치기 전에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등유생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등유가격에 포함되는 개별소비세를 당분간 유예하거나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대상을 늘리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2022-11-15

“핵전쟁 공포에서 의지할 곳은 정부뿐”

심충택 논설위원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면서 지난주(2일)에는 북한이 울릉도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울릉도에는 요격미사일도 없어 만약 북한이 실제 미사일을 쏘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이날은 북한이 동·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25발을 연달아 발사했다. 6·25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북한은 최근 우리 주요 도시를 목표로 정해 발사시간과 장소, 비행거리를 수시로 바꾸면서 미사일 성능시험을 하고 있다. 부산에 입항한 미 항공모함을 겨냥한듯한 거리만큼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백령도 부근 NLL을 북한 상선이 고의로 침범한 뒤 방사포를 쏘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 우발적인 전선(戰線)이 형성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국제정세도 심상찮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우리를 콕 집어 위협했다.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푸틴이 전술핵이나 생화학 무기를 언급할 때 그건 농담이 아니었다”며 ‘아마겟돈’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인류 멸망을 의미하는 아마겟돈이라는 단어가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은 놀랍고 두려운 일이다. 최근 한·미 양국이 북핵 공격에 대비해 매년 ‘핵우산 훈련’을 하고 미국의 전략자산(핵추진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상시배치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전쟁위험이 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북한은 최근 한국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5가지 조건을 열거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그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선언이다.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야당은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며 내각 총사퇴를 거론하고,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집회에서는 대통령 퇴진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국가가 마치 ‘바람 앞의 등불’ 같다. 이 와중에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한미 합동 공중 군사훈련을 당장 멈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으니, 야당 정치인의 사고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조선이 일제의 침략에서 버티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대적(對敵)할 무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1884년 겨울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은 ‘갑신일록’에서 “창덕궁 무기고를 열었을 때 총과 칼이란 죄다 녹슬어서 처음부터 탄환을 장전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고 기록했다.북한이 만약 핵전쟁을 유발할 경우, 여기에 맞서 대응할 무기가 없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앞으로 북한의 도발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 핵실험을 넘어 예상치 못하는 수위로 도발해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입맛대로 우리 국토를 미사일과 방사포로 유린하는 것은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도발해도 국제사회가 그들을 공격할 수 없다는 확신이 있는 것이다.지금 우리 국민이 핵전쟁 공포에서 의지할 곳은 오직 정부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쟁(政爭)에 휩쓸려 시간을 허비해선 절대 안 된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북한의 핵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수단을 갖춰야 한다.

2022-11-08

지금은 政爭·혐오 발언 자제할 때다

심충택 논설위원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여야가 지난달 31일 정쟁을 중단하자고 뜻을 같이했지만 그야말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고 직후 의원들에게 지역구 활동을 포함한 모든 정치·체육활동을 중단하라는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 당 지도부가 보낸 공문에는 언행 주의, 불필요한 공개 활동·사적 모임 자제, 음주 행위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 자제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더불어민주당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표는 “무엇보다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당 대표실 뒤에 걸린 ‘야당탄압 규탄! 보복수사 중단!’ 문구를 하얀색 천으로 가리기도 했으며, 주호영 대표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했다.그렇지만 정치인들의 자제는 여기까지였다.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듯한 조짐이 민주당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현 정부를 겨냥해 “일방통행 조치만 있었어도, 안전 요원을 배치만 했어도, 인파의 흐름을 모니터링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 정부와 서울시는 주최 측이 없는 행사였다고 말하지 말라”며 정부·지자체 책임론을 제기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시켰을 법도 한데 이것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방송인 김어준씨도 “이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데, 아니다. 이건 정치 문제가 맞다”며 끼어들었다.우리 국민 모두에겐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아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 당시 정치권이 앞장서 진행한 극단적인 진영싸움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앞으로 이태원 참사의 충격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청년들의 허망한 죽음을 슬퍼하는 국민들 앞에서 정치권이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듯한 언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민주당 민주연구원의 남영희 부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것은 사회혼란만 부추기지 사고수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비판이다. 남 부원장 발언 이후 약속이나 한 듯이 SNS나 각종 댓글에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등의 정치적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온라인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각종 유언비어와 가짜뉴스가 번지고 있다. 특히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내용의 게시물도 올라와 유가족들의 슬픔을 가중시키고 있다.지금 우리가 할 일은 희생자 명복을 빌고 그 가족의 슬픔을 나누는 것이다.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정부의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 지원책 마련을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 근본적으로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를 따져보고 또 대책을 마련해서 두 번 다시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국가애도기간을 일주일 간으로 정한 것이 아니겠는가.

2022-11-01

陣地戰이 사회적 상식을 무너뜨린다

심충택 논설위원 한국사회는 지금 전형적인 ‘진지전’이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진지전은 무솔리니 정권에 대항했던 좌파지식인 안토니오 그람시가 이탈리아 국민의 일상을 통제한 파쇼집단의 지배 메커니즘을 분석하면서 내놓은 헤게모니이론에서 나온 단어다. 그는 공산주의 혁명은 대중 영향력이 큰 유기적지식인(주로 언론·교육계 종사자)이 진지를 구축해 헤게모니를 장악하면 물리적 혁명 없이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그람시의 이 이론은 요즘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는 보수·진보 양대 진영이 대규모 집회를 했다. 자유통일당, 신자유연대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라는 타이틀로,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 규탄’이라는 이름으로 진지전을 전개했다. 이들은 서울 세종대로를 좌우 양쪽으로 갈라 “이재명·문재인을 구속하라”, “정치보복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곳곳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마치 나라를 양분(兩分)한 모습이었다.진보진영에는 민주당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황운하·민형배(무소속)·양이원영 의원과 안민석 의원 등도 참가했다. 학생단체인 전국학생수호연합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좌파집회에 학생들이 참가할 것을 종용했다며 그 교사를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그 교사는 학생과의 통화에서 “석열이 때려잡고 김건희는 감옥으로 보내자고 (집회)하는 거지”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교사가 직접 나서 진지전에 어린학생까지 동원하는 사태가 지금 우리사회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진보진영의 ‘진지’가 우리 사회 곳곳에 이미 견고한 요새를 만들고 있는 섬뜩한 느낌이 든다. 지난 2019년 고교생들이 교사의 정치편향 교육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정치 교사들이 학생들의 영혼과 정신을 지배하려 한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보수와 진보진영의 진지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더욱 격렬해지는 것 같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이 수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논두렁시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모두가 일치단결하고 함께 싸워서 이겨내야 될 때”라며 검찰수사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검찰진술에 의해 하나하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유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지은 죗값은 내가 받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명령으로 한 것은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유씨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측근으로, 대장동 특혜사건의 핵심인물이다.우려되는 것은 그동안 우리 국민이 공기처럼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자유민주주의 가치(법과 제도, 질서, 윤리, 관행)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람시는 이를두고 ‘권력이 상식적인 것을 비상식적인 것으로 만들고, 비상식인 것을 상식적인 것으로 만들어 국민을 통제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사회가 불행하게도 이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2022-10-25

마약드라마 ‘수리남’, 남의 일 아니다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2001년 5월, 대구사회에 마약투약자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면서 빅뱅(Big Bang)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예인이나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마약이 농민, 회사원, 주부, 대학생 등 ‘보통사람’에게까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당시 대구경찰에 붙잡힌 마약사범 기사를 찾아보니, 한 30대 주부는 살을 뺀다는 단순한 생각에 중국산 마약을 상습투약했고, 대학에 갓 입학한 한 학생은 히로뽕을 팔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 당시 경찰에 적발된 마약사범은 한해 전국적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값싼 마약류 밀수입이 급증하고 경제난으로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마약에 빠져드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빅뱅의 원인은 지금처럼 밀매책을 잡기도 어려웠지만 신종마약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마약이 살 빼는 약, 술 깨는 약, 정력제로 둔갑해 투약자들이 자신도 모른 채 중독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유행한 마약은 중국산 펜플루라민과 ‘도리도리’라고 불린 엑스터시(MDMA), 히로뽕에 카페인을 섞은 야바(YABA) 등이다. 가격이 2천~3천원대이고 알약형태로 돼 있어 누구가 쉽게 복용할 수 있었다.대검찰청이 지난 주말(14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년 전에도 우려했던 마약빅뱅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은 서울과 인천, 광주, 부산지검에 마약류 범죄만 담당하는 특별수사팀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 수사팀엔 관세청·국정원·식약처 전문인력도 합류한다.검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검거된 마약 사범만 모두 1만575명이다. 지난해 검찰이 압수한 마약은 1천296kg 정도인데, 5년전인 2017년(154.6kg)과 비교하면 8배가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가 늘어난 수치지만, 실제 투약자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19세 이하 마약사범도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마약 유통경로가 온라인으로 음성화되면서 마약단속과 수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집 안에서 마약을 SNS로 피자 한 판 값에 ‘직구’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마약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선 검찰과 경찰 수사에 모든 국민이 협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번 손을 대면 영원한 파멸’이라는 말도 있듯이, 마약은 뇌를 망가뜨리고 투약자를 노예로 만든다.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거나 금단현상으로 온몸을 떨며 고통받는 결말만 기다리고 있다. 마약에 중독됐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전문진료소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치료가 어렵지 않고 치료비도 무료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사회도 마약사범을 중범죄로 취급해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조차 꺼리는 풍토를 없애야 한다. 가정과 유흥업소, 캠핑장, 차량 안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버섯처럼 퍼지는 마약을 잡지 못하면, 우리사회는 인기드라마였던 ‘수리남’과 같은 마약공화국이 된다.

2022-10-18

실력으로 작동되는 TK사회 만들자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7일) 울산시청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면서 중요한 말을 했다.‘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경우 정부가 모든 역량을 결집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발언이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각 지방정부가 먼저 정책 아이디어를 내면 중앙정부가 평가해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이나 사업기획 역량을 쌓으라는 말과 다름없다.나는 윤 대통령의 이 발언에 백번 공감이 간다. 대부분 지방정부가 마찬가지지만, 과거 대구·경북(TK)은 공동체 전체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나 사업 아이디어(예를들어 대구경북통합신공항)를 공론화 한 적이 별로 없다. 대신 일부 기득권 그룹의 이익에 맞는 사업을 사회현안으로 포장해 연줄로 국비를 따내는데 익숙해 있었다. 자연적 공직사회의 정책발굴이나 사업기획과 관련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TK가 온갖 모욕과 설움을 당한 것도 자업자득인 측면이 강하다.윤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모여 국가균형 발전에 대한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여서, 앞으로 국정운영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회의에는 주요 국무위원들과 민선 8기 광역단체장,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이 정규멤버로 참석했다. 향후 분기별로 열리게 될 이 회의체는 지방정부간의 정책·사업 기획력을 둘러싼 경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TK는 특히 새로운 자세로 무장하지 않으면 지방정부끼리의 대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6일 시청출입기자들과 만나 “연말이나 신년이 되면 국비 몇 푼 더 받아왔다고 신문 1면 톱기사로 나오고 그런 것, 나는 ‘천수답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정부 스스로) 사업과 정책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TK의 자생력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짐작된다.역대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TK 주류그룹은 중앙정부 실세들과 전화 한 통화로 줄이 닿아 웬만한 인허가는 쉽게 해결했다. 아마 주요사업도 이런 식으로 해결했을 가능성이 있다. 역량은 기획력이 아니라 평소 연줄을 얼마나 잘 잡았느냐가 판가름했다. 공직자들이 외연을 넓히고 실력을 쌓거나 밤새워 사업과 정책을 연구할 필요가 없었다. TK라는 용어가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TK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지방정부간 평가에서 선두권에 랭크되려면 정치인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정책발굴이나 사업기획에 대한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타지역 공직자들이 전략적으로 지역 이익을 극대화하던 기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TK의 위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은 디지털 세상과도 맞지 않다. 사이버 세상에서도 TK는 타지역에 뒤떨어지는 퍼스낼리티를 가진 것이다. TK는 이제 실력으로 작동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022-10-11

洪시장이 화두로 던진 ‘대구의 폐쇄성’

심충택 논설위원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주말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대구사회의 폐쇄성과 기득권 카르텔을 언급해 주목받고 있다.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민선 대구시장이 대구사회의 주류집단과 시민의식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홍 시장은 취임 이후 대구의 GRDP가 전국에서 꼴찌고, 시민소득이 울산의 3분의 1에 그칠 정도로 쇠락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말은 더러 해 왔지만, 공식석상에서 그 원인이 대구시민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는 인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구에 와서 성공했다는 인재가 없고, 대구에 와서 성공했다는 사업가가 없다”고 했다. 아마 홍 시장의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구는 오래전부터 ‘굴러온 돌을 경계’하는 도시문화 때문에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인사에서 가장 기피하는 도시로까지 지목돼 왔다.사실 대구는 도시규모만 커졌지 사회문화는 여전히 전통사회다. 대구에서 처음 근무하는 공공기관 임원들을 만나보면, 대구시내 유명호텔에 조찬모임이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다른 대도시 호텔과는 달리 손님과 아침을 먹기 위해 예약을 해 보면 대부분 조찬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시민들도 그 흔한 조찬기도회나 조찬세미나를 경험하기가 힘들다. 반면 동창회다 향우회다 해서 끼리끼리 모이는 저녁모임은 많아 도심 곳곳이 불야성을 이룬다. 그만큼 대구사회가 외부세계와 단절돼 있다는 방증이다. 홍 시장은 “심지어 대구는 TK에서 자라나서 서울에 올라간 사람도 ‘서울 TK’라고 하며, ‘대구 TK’와 분리해서 대접을 한다”고 했다.대구시민들은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도 ‘코이의 법칙’을 가슴에 새기며 ‘열린 도시’를 추구해야 한다. 코이는 비단잉어다. 어항에서 키우면 10cm이상 크지 않고, 연못에서 키우면 30cm이상 크지 않는다. 그러나 강이나 호수에서 자라면 120cm까지 큰다. 같은 물고기지만 사는 곳에 따라 크기가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법칙이다. ‘한국의 시간’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김태유 박사는 “자라는 아이에게 새총을 주면 산에 가서 참새를 많이 잡는 꿈을 꿀 것이고, 엽총을 주면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를 사냥하는 꿈을 꾼다”고 했다.우리 자녀들이 살아가는 대구의 사회환경을 바꿔주는 역할은 사회지도층이 중심이 돼서 해야 한다. 그러나 홍 시장도 언급했듯이, 대구를 이끌어온 기득권 세력들은 학맥, 인맥으로 카르텔을 형성해 자기들끼리 먹고 사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사는 아이와 기득권세력이 카르텔을 형성한 폐쇄적 도시에서 사는 아이가 한평생 누리는 행복수준은 같을 수가 없다. 대구시장이 공개석상에서 대구의 폐쇄성과 기득권 카르텔을 비판한 것을 계기로 해서, 지금부터라도 대구는 열린도시를 지향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했으면 한다.

2022-10-04

TK, ‘지방시대위’ 출범에 대비하라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특별법 제정 문제로 주춤해졌지만, 특별법안을 들여다보면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 많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입법예고돼 있는 이 법안을 자세히 분석해서 다른 지자체들보다 한발 앞선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제주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법안에 담긴 내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정부는 지난 14일 ‘지방자치’와 ‘국가균형발전’을 총괄하는 ‘지방시대위원회’ 발족을 위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은 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법을 통합한 것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전 대구시교육감)이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법안에 명시된 국정과제를 총괄하게 된다. 정부는 당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방시대위원회를 이달 중 출범시킬 예정이었지만, 다른 법률과의 충돌 우려가 제기되면서 새로운 특별법 제정으로 방향을 틀었다.대구시와 경북도가 법안내용 중 눈여겨볼 것은 비수도권지역에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된다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가려면 20대 대기업 본사나 공장,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 특목고를 함께 내려 보내야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말은 바로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 지정을 놓고 한 말이다.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지자체와 기업이 협의한 후 정부가 지정하는데,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과 직원에겐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등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준다. 교육자유특구는 학생선발·교과과정 개편 분야에서의 규제 완화와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확대, 교육 공급자 간 경쟁을 통해 다양한 명문 학교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상민 장관의 말처럼, 지자체 역량에 따라 서울 명문대의 특구이전도 가능해진다.정부가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에 자치단체와 주민, 관계부처,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이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야당과 수도권 의원들이 다수인 국회의석을 고려해 보면 특별법안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기업과 서울 주요 대학의 지역 이전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은 아직 정부 차원의 세부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미숙성 상태다.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위원회 발족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비수도권 지자체로서는 둘도 없는 기회다. 만약 대구·경북이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곧바로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인구소멸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지금 모든 비수도권 지자체가 기업유치에 올인하고 있는 이유는 인구유출을 막아 지방자치단체 소멸을 막기 위해서다. 대구·경북이 ‘특별법안’에 명시된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로 반드시 지정될 수 있도록 이 지역 구성원 모두가 총력전을 펴야 한다.

2022-09-27

윤 대통령은 주제를 좀 파악하라

김진국 고문 얼마 전 인터넷에 “임영웅, 주제 파악해줘”라는 글이 올랐다. 임영웅 씨의 안티팬이 악성 댓글을 올렸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임 씨가 1만석 규모인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했는데, 입장권 구하느라 전쟁을 치른 팬들이 아우성친 것이다. 이제 무명 가수가 아니라 10만명을 수용하는 올림픽 주 경기장이 어울리는 인기 가수라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말이다.윤석열 대통령도 임영웅처럼 ‘주제 파악’을 좀 해야 한다. 그는 이제 검사가 아니다. 친구들과 막걸릿집에 잡담하고, 말실수가 소탈해 보이던 시절은 끝났다. 좋은 남편, 인정 많은 친구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다. 어제의 윤석열과 오늘의 윤석열은 달라야 한다.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서면서 뱉은 말로 시끄럽다. MBC가 22일 윤 대통령이 ‘이××’ ‘쪽팔려서’라고 비속어를 쓰는 영상을 공개했다. 같은 영상인데 들은 말은 조금씩 다르다. 1차 보도한 MBC와 민주당은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한국)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믄’(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는 것이다.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만났다. 에이즈·결핵·말라리아의 예방과 치료 재원을 조성하는 협력기구다. 미국은 전체 목표액의 3분의 1인 6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고, 한국은 1억 달러를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웃으며 대화한 직후 바이든을 조롱하는 말을 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더군다나 절대다수 야당이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의 중인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라는 말은 한 것 같다.바이든을 겨냥한 말이라면 이런 외교적 결례가 없다. 미국 정부는 한미동맹이 튼튼하다는 말로 비껴갔지만, 욕설을 들은 당사자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한국 대통령실이 아니라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부득부득 우기며 사서 욕을 먹으려 하지는 않을 거다. 우리도 외교 문제로 번지는 건 막아야 한다.사실 여부를 떠나 윤 대통령은 언행을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사석이라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손짓, 눈짓 하나까지 주목받는다. 국민의힘에서 문자 파문이 계속되는 걸 봐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기를 겨냥해 ‘이××, 저××’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런 표현을 남자답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건 건달문화다. 더군다나 대통령이라는 자리에는 너무 안 어울린다.윤 대통령은 ‘주제’를 파악해야 한다. ‘변변하지 못한 처지’를 말하는 ‘주제’가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그렇지만 임영웅 씨에게 재미있게 비틀어 쓴 표현대로 자신의 처지에 맞은 언행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국가의 대표로서 그 품격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말만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대통령에 앉고도 범부 시절 고치 안에 갇혀 있어선 곤란하다. 가정집 실내 공사하던 경험으로 국가사업에 아는 척 끼어들 일이 아니다. 가까운 친구들과 의기투합하던 시절처럼 의리에 기대 인사해서도 안 된다.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게 맡긴 것”을 이유로 들었다. 자신도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두고, 저는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국민과 소통하고 아젠다만 챙기겠다”라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머리는 빌리면 된다”라고 말했다. 바보라서 빌리는 게 아니라 국정은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설픈 지식은 독이 된다.윤 대통령은 보고받을 때 듣기보다 말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한다. 분수에 맞게 눈과 언행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주변 관리와 조직도 습관의 틀을 깨고 다시 볼 때가 됐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본사 고문

2022-09-25

정치권은 왜 포스코 재해를 주목할까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산자위 회의에서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 직원들이 추석 연휴, 주말 가리지 않고 피해복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산업부가 이를 돕기는커녕 이때다 싶어 오히려 책임을 가리겠다고 한다”며 이창양 산업부 장관을 질책했다. 산업부가 포스코를 상대로 태풍 대비 사전 대응이 적절했는지 과실여부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부적절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 장관이 이에 대해 “경영진 문책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산업부는 앞서 포항제철소 재해와 관련해 ‘민관 합동 철강 수급조사단’을 구성했다. 포스코측이 피해 상황과 정상화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축소 보고했는지부터 사전 대비와 사후 대책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이와 관련해 정부가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문책성 조사에 나섰다는 소문이 퍼져있다.지난 주말(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성일종 정책위 의장이 느닷없이 포스코 재해를 거론하면서 이 소문은 팩트가 되다시피 했다. 성 의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대한민국 대표 제철소가 미리 예고된 태풍에 철저히 대응하지 못하고 73년 창립 이래 50년만에 셧다운된 점은 분명히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정부에 이어 ‘경영진 책임론’을 다시 제기했다. 그저께 산자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대구수성을)도 “포스코 내부에서 재해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경영진이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포스코 재해의 인재(人災)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포스코 측이 누차 해명했듯이, 이번 포항제철소 재해는 태풍길목에 있는 제철소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손 쓸 새도 없이 갑자기 발생했다. 재해가 포스코 경영진의 예측 범위 밖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포스코측이 사전에 대비가 부족해 피해를 키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정부가 포스코 경영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정상 가동 시점에 대한 예상에서도 감지된다. 포스코는 올 연말까지는 철강 완제품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복구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전 계열사 임직원들이 모두 포항제철소 복구작업에 매달리고 있다.정부·여당과 포스코가 수해의 원인부터 복구 기간까지 이견을 보이면서, 사실상 포스코가 여권과 맞서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민주당이 포스코 경영진 편을 드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새 정부 들어 일부 여당의원이 특정 인물을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밀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까지 나서서 포스코 경영진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은 최정우 회장 체제를 흔들기 위한 속셈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마음은 재해복구보다 콩밭에 가 있는 것 같다.

2022-09-20

TK인구 ‘500만명’ 붕괴의 의미

심충택 논설위원 추석연휴 찾아간 고향마을 골목은 조용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해도 작은 산골동네지만 집집마다 귀성 가족들로 붐볐는데, 올해는 명절분위기가 거의 나지 않았다. 고향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정치·경제적 상징성이 강한 대구경북(TK)인구 ‘500만명’이 지난 3월(500만135명)을 마지막으로 무너졌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대구인구는 237만1천936명, 경북인구는 260만9천356명으로, TK인구는 모두 498만1천292명이다. 행안부 인구현황을 가끔 들여다보면 TK인구가 매달 3천500여명에서 많게는 6천여명씩 줄어들어 아찔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TK인구 500만명은 정치적 지분이라는 무게감과 함께 경제적 의미도 컸다. 기업이 공장입지 선택을 할 때 가장 먼저 보는 데이터가 청년층 유출입 통계인데, 대구·경북은 이제 이 부분에서 매력적인 곳이 되지 못한다. 부산시도 인구 감소 걱정을 하는 것은 대구와 마찬가지다. 8월말 기준 333만1천444명으로 매달 1천400여명씩 인구가 줄고 있다. 청년인구가 살길을 찾아 떠나가는 비수도권 도시의 공통적인 비극이다.반면, 8월말 기준 경기도는 1천359만56명, 인천시는 296만3천117명으로 매달 인구가 2천~4천5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 인천시가 대구시 인구를 추월한 것은 아주 오래됐다. 유정복 인천시장(국민의힘)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서인부대’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서인부대’는 서울, 인천, 부산, 대구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경제 규모에서 인천이 서울 다음가는 국내 2대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뜻이 담겼다.부산과 대구는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인천은 경제자유구역과 원도심 개발 활성화로 인구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국내 2대 경제도시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TK인구 감소는 곧 청년 인구 감소를 의미한다. 대구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순유출 인구 2만4천여명 가운데 20~29세 청년 인구만 9천여명이다. 청년 인구 감소와 노인 인구 증가는 결국 ‘지방소멸’의 문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지극히 부정적인 현상이다. 청년층 인구의 중요성에 대해 UC버클리대 엘니코 모레티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청년층 창조계급을 유인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모든 권력과 사회적 자원이 지금처럼 수도권으로 몰리는 한 국민은 좋은 직장과 교육 환경을 찾아 서울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토 전체를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인구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지역균형발전이 제대로 되려면 수도권에 집중되는 국가자산(일자리·교육·의료·교통·문화)을 규제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수도권규제를 완화하면서 비수도권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다시 강조하지만 사회 모든 분야에서 균형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2-09-13

국가균형발전, 대통령생각이 중요

심충택 논설위원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지난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지난 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으며, 임기는 2024년 7월 14일까지다. 우 위원장은 조만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합친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다. 지방시대위원장은 비상근으로 겸직이 가능하지만, 우 총장은 위원장직에 충실하기 위해 조만간 대구가톨릭대 총장직을 사퇴할 예정이다.우 총장의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취임으로 대구·경북으로선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핵심적인 창구를 얻어 경사를 맞게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수도권 초집중화’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 자문기구로 보면 된다. 이 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때 수도권 비대화를 막기 위해 긴급하게 설치됐다. 장관급인 우 위원장의 결재라인은 대통령밖에 없다. 대통령의 지역 공약 실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혁신도시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관리하는 게 이 위원회다. 앞으로 국가균형발전사업을 평가하고 비수도권 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직접 내놓게 된다.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지역균형 뉴딜정책을 ‘대통령 어젠다’로 채택해 다양한 과제를 발굴했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직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역시 이 지역 출신인 김사열 경북대 교수가 맡았지만, 위원회 성격이 자문기구라 실질적인 권한행사와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우동기 위원장은 이와관련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만큼, 대통령이 지방시대를 구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철저하게 하겠다”고 말했다.지금은 권력과 재화를 비롯한 모든 자원의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면서 온갖 분야에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의석수가 국회를 압도하면서 과거에는 그래도 비수도권 눈치를 보면서 시행됐던 수도권 규제완화가 속수무책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여야 의원들의 막강하고 조직적인 파워는 이제 누구도 막아설 수 없는 상황이 된 듯하다. 그들의 의사결정은 블랙홀처럼 모든 자원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이고 있다.지방시대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인식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방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대구·경북을 비롯해 비수도권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역대정부와는 달리 지역균형발전특위를 별도로 설치해 지방정부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표방하면서 수도권 규제를 거침없이 풀기 시작했다.지역균형발전은 반드시 수도권 정치인들의 반발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권 초기 대통령이 직접 밀어붙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법률이나 경제성 논리에 막혀 추진할 수 없는 현안은 국가균형발전 논리로만 풀 수 있다. 우 위원장이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