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2001년 5월, 대구사회에 마약투약자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면서 빅뱅(Big Bang)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예인이나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마약이 농민, 회사원, 주부, 대학생 등 ‘보통사람’에게까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당시 대구경찰에 붙잡힌 마약사범 기사를 찾아보니, 한 30대 주부는 살을 뺀다는 단순한 생각에 중국산 마약을 상습투약했고, 대학에 갓 입학한 한 학생은 히로뽕을 팔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 당시 경찰에 적발된 마약사범은 한해 전국적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값싼 마약류 밀수입이 급증하고 경제난으로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마약에 빠져드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빅뱅의 원인은 지금처럼 밀매책을 잡기도 어려웠지만 신종마약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마약이 살 빼는 약, 술 깨는 약, 정력제로 둔갑해 투약자들이 자신도 모른 채 중독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유행한 마약은 중국산 펜플루라민과 ‘도리도리’라고 불린 엑스터시(MDMA), 히로뽕에 카페인을 섞은 야바(YABA) 등이다. 가격이 2천~3천원대이고 알약형태로 돼 있어 누구가 쉽게 복용할 수 있었다.대검찰청이 지난 주말(14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년 전에도 우려했던 마약빅뱅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은 서울과 인천, 광주, 부산지검에 마약류 범죄만 담당하는 특별수사팀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 수사팀엔 관세청·국정원·식약처 전문인력도 합류한다.검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검거된 마약 사범만 모두 1만575명이다. 지난해 검찰이 압수한 마약은 1천296kg 정도인데, 5년전인 2017년(154.6kg)과 비교하면 8배가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가 늘어난 수치지만, 실제 투약자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19세 이하 마약사범도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마약 유통경로가 온라인으로 음성화되면서 마약단속과 수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집 안에서 마약을 SNS로 피자 한 판 값에 ‘직구’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마약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선 검찰과 경찰 수사에 모든 국민이 협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번 손을 대면 영원한 파멸’이라는 말도 있듯이, 마약은 뇌를 망가뜨리고 투약자를 노예로 만든다.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거나 금단현상으로 온몸을 떨며 고통받는 결말만 기다리고 있다. 마약에 중독됐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전문진료소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치료가 어렵지 않고 치료비도 무료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사회도 마약사범을 중범죄로 취급해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조차 꺼리는 풍토를 없애야 한다. 가정과 유흥업소, 캠핑장, 차량 안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버섯처럼 퍼지는 마약을 잡지 못하면, 우리사회는 인기드라마였던 ‘수리남’과 같은 마약공화국이 된다.
202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