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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한해 200명이나 孤獨死한다니…

등록일 2023-01-10 19:17 게재일 2023-0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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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리현상 중 하나가 고독사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고독사에 대한 공식 통계가 처음으로 나왔다. ‘가족, 친척, 지인과 단절된 채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정부가 처음 집계한 것이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쓸쓸한 죽음인가.

보건복지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의하면, 2017∼2021년 5년간 국내 전체 고독사 수는 2천412명→3천48명→2천949명→3천279명→3천378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해 전체 사망자 30만∼32만 명의 1%가 넘는 수준이다. 50·60대 중장년 세대가 58.6%를 차지했다. 대구·경북지역도 고독사 연평균 증가율이 10%대에 이를 정도로 위험수준이다.

놀라운 것은 5년간의 전체 고독사 중 2030세대가 1천여 명이 넘는다는 점이다. 매년 200여 명의 청년이 어느 누구의 임종도 없이 홀로 세상을 떠났다는 비참한 통계다. 특히 청년 고독사는 극단적 선택 비율이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50% 가까이 됐다.

한국의 고독사 문제는 지난 연말 미국 CNN방송도 다뤘다. CNN은 “한국에 문제가 있다. 해마다 중년의 고독한 남성 수천 명이 홀로 사망하고 있다. 며칠, 몇 주씩 사망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고독사라는 단어를 ‘godoksa’로 표기하면서, 이 연구의 사례분석 대상자 대다수가 쪽방이나 반지하에 살았다고 했다. CNN은 쪽방을 ‘jjokbang’으로, 반지하를 ‘banjiha’로 표기하면서 한국사회만의 특유한 병리현상인 것처럼 설명했다.

고독사한 청년의 유품정리를 하는 업체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청년이 마지막까지 혼자 있었던 공간에는 공통적으로 복용하던 우울증 약들과 배달음식, 널브러진 옷가지, 술병이 나뒹굴고 있어 마치 도시 속 외딴섬과도 같았다”고 한다. 특히 휴대전화를 보면, 통화기록이나 메모장에서 사회로부터 단절된 채 겪었을 정서적 고립감이 너무나 가슴아프게 드러난다고 했다.

청년 고독사는 학업·취업 스트레스와 실직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이혼한 청년 남성의 경우 자살위험이 엄청 높다고 한다. 고독사는 결국 사회적 고립이 불러오는 병리현상이어서 분명히 사전징후가 있을 것이다. 자칫 하나하나의 죽음을 경제적 어려움, 우울증 등으로 일반화해버릴 경우 개별적인 원인들을 간과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청년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처방을 하려면 죽음에 이르게 된 배경과 징후를 다양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

고독사는 사회병리현상이니만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현실적인 예방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1인가구를 잘 파악해서 지역사회와 연결 고리를 다양하게 구축해야 한다. 안부확인이나 이웃에 우편물·배달물건이 계속 쌓이면 주민자치센터에 연락하는 사회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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