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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원내대표, ‘솔로몬’이 와도 힘들다

등록일 2022-11-29 18:20 게재일 2022-1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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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주변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 내부 비토세력이 있는 상태에서 법률제정이든 예산심사든 마음먹은 대로 밀어붙이는 민주당을 최일선에서 맞상대하는 모습이 고독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부 데스크를 맡고 있던 지난 2003년 주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당시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였던 그와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겸손하고 논리정연한 언행에 상당한 호감을 느낀 기억이 있다. 그 후에도 그를 이따금 만나면서 느낀 점은 전형적인 원칙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는 판사 시절 “죄인 10명을 놓치더라도 억울한 사람 1명을 만들지 말자”라는 소신을 가진 법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 대표는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 수성을 선거구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이후, 수성구에서 내리 5선을 했지만 정치적 행로가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박근혜)계가 ‘공천학살’에 나섰을 때 그도 대상이 돼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21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수성갑으로 옮겨 현직 의원이었던 김부겸과 맞붙어야 했다.

지난해 대선캠프에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것을 계기로 그는 ‘범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윤핵관’들과는 거리감을 두고 있다. 자연적 대통령실과도 사이가 좋지않다. 며칠 전 민주당과 국정조사에 합의했을 때, 장제원·윤한홍 의원이 떠들썩하게 비판한 것이 그의 당내 입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 사실 주 대표로선 야당과 예산협의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 국정조사 합의를 피할 수 없었다.

현 상황에선 여당에서 누가 원내대표를 하더라도 욕을 먹게 돼 있다. 민주당은 지금 정상적인 정치를 하지 않고 있다. 김어준, 더탐사 같은 장외정치세력에 끌려다니는 황당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회 원내대표단끼리 만나 절충점을 찾거나 합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붕괴돼 있는 것이다. 요즘 민주당을 보면 마치 신흥종교집단 같다. 민주당 일부의원들은 심지어 취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도 참석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간의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주 대표를 ‘선배님’이라고 깍듯이 대하며 ‘원내대표를 디스한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일을 잘 하기위한 첫 번째 조건이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이다. 대통령의 신임이 있어야 원내대표가 야당을 상대해 합의와 승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원내대표가 야당과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대통령 측근이 꼬투리를 잡는 식의 현실 속에서는 누가 원내대표가 되든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주 대표는 지금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지만,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항상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 민주당이 ‘책임정치’를 하도록 설득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주 대표뿐이다.

‘머리 깎지 않은 스님’이란 별명처럼 주 대표가 부처님같이 야당을 대하면 나라가 평온해질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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