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북대학교 캠퍼스에 산업단지가 들어선다는 놀라운 뉴스가 나왔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대학에 웬 산업단지’라는 느낌이 퍼뜩 들긴 했지만, 대구도심에 대학과 기업이 공존하는 공간이 처음으로 생긴다는 측면에서 발상의 전환이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광역시가 마찬가지지만 대구도심에는 현재 빈땅이 거의 없어 모든 산업단지를 외곽에 조성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접근성이 문제가 돼 구인난을 겪는 공단기업들이 많다. 대학 입장에서도 유휴지에 기업을 유치해 산학협력을 강화하면 예상하지 못한 성과들이 나올 것이다.
경북대는 지난해 4월 정부가 2년 전부터 추진해온 ‘캠퍼스 혁신파크’ 공모사업에 선정된 후, 그동안 혁신파크(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 왔으며 최근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은 대학을 지역혁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법률 제정을 거쳐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됐다.
경북대는 오는 2026년까지 학내 약 3만㎡ 부지에 전자부품 제조업, 정보서비스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첨단산업 업종을 유치해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창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비와 지방비를 보조해 기업이 입주할 산·학·연 공간을 조성하며, 중소기업도 저렴한 임대료로 업무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사업시행자는 대학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정부가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방소멸위기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국가 또는 일반산업단지 성장모델이 시대에 뒤떨어진 탓도 크다. 일부 선진국은 대학캠퍼스를 산업단지로 활용하는 정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캠퍼스안에 UEZ(University Enterprise Zone)라는 산학협력 공간을 마련해 두는 대학이 많다.
대학들은 이 공간에 첨단 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을 입주시켜 학내 연구진과 함께 R&D 사업을 추진하며, 지역발전의 구심체 역할을 한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에는 지난 2013년부터 대학 캠퍼스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세금 면제 특례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특히 비수도권에 있는 대학들은 앞으로 학생유치 경쟁 등에서 살아남으려면 경북대처럼 ‘산업캠퍼스’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 국가·일반 산업단지도 마찬가지다. 대학분교나 분원, 연구소, 도서관, 문화센터, 쇼핑센터 등을 유치해서 복합적인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산업단지는 일하러만 가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고 일하고 즐기는 콘셉트로 가야 청년과 기업을 유인할 수 있다.
경북대에 들어설 산업단지는 새로운 산·학협력 패러다임에 적합한 이상적인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고급인력 유치에 유리한 대구도심에 저렴한 입지공간을 마련할 수 있고, 경북대는 유수기업을 캠퍼스에 유치해 혁신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북대 혁신파크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창업기업의 확산 역할을 잘 수행해서 비수도권 지역발전의 성공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