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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의 ‘대구조롱’ 어디까지 갈 건가

등록일 2021-10-17 19:21 게재일 2021-10-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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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경기 광명시을)이 지난 13일 “코로나19 대확산의 근원지가 대구”라고 말했다는 뉴스를 듣고 ‘저 사람이 정말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날 국회 국감에 출석한 권영진 시장에게 “대구가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감염사태로 코로나19 대확산의 근원지가 됐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대구의 초기대응이 미흡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중국이 아니라 대구로 인해 코로나19가 한국에 확산됐다는 기가 막힌 주장이다.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됐다는 것은 정설로 굳혀져 있다. 당시 중국에서 매일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하자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중국인 여행객 입국 제한조치에 나섰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차단’ 필요성이 강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정부는 세계보건기구 권고에 따른다며 ‘고위험지역(우한) 차단과 출입국 검역 강화’라는 방역원칙을 발표한 후 국제공항 입국장을 열어놓았다. 그 사이 국내에선 중국을 다녀왔거나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전파됐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2월 18일 국내에선 31번째로 첫 환자가 나왔다.

국민의힘 대구출신 국회의원들은 지난주 발표한 ‘(권 의원의)망언규탄 입장문’에서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19 초기 감염자 입국을 막지 못해 대구시민들을 속수무책으로 위험에 노출시켰다. 코로나 대확산의 진짜 근원지는 문재인 정권 자신이다”고 밝혔는데, 공감이 간다.

대구·경북은 신천지교인인 31번 환자가 발생한 이후 8일 만에 누적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양 의원이 대구시의 초기대응이 미흡하다고 했는데, 당시 방역상황은 2월 25일부터 3월 9일까지 대구에 머물며 병상과 생활치료센터 확보를 진두지휘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잘 알고 있다. 대구시민과 방역당국, 의료진은 일심동체가 돼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벌이면서 52일만에 ‘확진자 제로’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대구시민은 스스로를 봉쇄했고, 대구시 코로나19 비상대응본부 구성원들은 모두 밤을 꼬박 새우며 대구의 의료시스템을 지켜냈다. 당시 생활치료센터와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 이동검체검사, 자가격리자 의료진관리 등 코로나19 방역의 핵심적인 노하우는 모두 대구가 만들어냈다. 초기대응이 미흡했다는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

대구시민들이 당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양 의원처럼 집권여당과 그 지지자들은 대구에 비수를 꽂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정부는 ‘우한폐렴’이라는 단어는 못쓰게 하면서 ‘대구발 코로나19’라는 지역비하 단어는 마구 썼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대구경북에 봉쇄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언급해 시민들은 대구가 감옥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껴야 했다. 민주당 한 청년위원은 “문 대통령 덕에 다른 지역은 안전하니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고 했다.

대구 국회의원들도 입장문에서 지적했지만, 집권여당은 대구시민들을 같은 국민으로 여기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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