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하던 중 당 대변인으로 선발된 국민의힘 임승호 대변인이 지난주 당의 선대위 인사와 관련 “정말 지금 저희 당의 상황이 안녕한 것인가. 매일 선대위 명단에 오르내리는 분들의 이름이 어떤 신선함과 감동을 주고 있나”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솔직히 요즘 당 상황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활력이 넘쳐나던 신선한 엔진이 꺼져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는 임 대변인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준석이라는 젊은 정치인이 당 대표로 당선되면서 활기찼던 국민의힘의 신선한 엔진동력이 꺼져가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준석 대표의 등장으로 새롭고 건강한 바람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과거 ‘낡은 정당’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오는 12월 6일 출범을 앞두고 이상기류에 휩싸인 윤석열 대선후보 선대위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선대위 총괄위원장으로 내정됐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펴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윤 후보의 끈질긴 구애에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당과 선대위를 흔들고 있다. 당내에서는 “빼고 가자”는 견해도 있는 모양인데, 충분히 나올 만한 소리다.
지난주에는 더불어민주당 핵심인사들이 김 전 위원장을 만나 국민의힘 선대위 참여를 만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민주당 인사들이 야당의 선거사령탑으로 거론되는 인물을 만나 ‘거기 가면 안된다’는 식의 무례한 태도를 보인 것은 순전히 김 전 위원장의 처신 때문이다. 노련한 정객인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의 최근 행태가 야당과 윤 후보 리더십에 얼마나 큰 상처를 줄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혼란한 시국에 우리 국민이 정치 신인 윤석열을 야당 대선 후보로 뽑은 것은 새롭고 건강한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국가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실천해 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집권 후의 국가운영 로드맵을 고려해 구성하고 있을 선대위 진용을 보면 이러한 국민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지금 윤 후보 주변에 여의도 정치인들만 들끓고 있는 현상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윤 후보가 더 잘 알겠지만, 국민의힘이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은 전적으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 덕이다. 선대위 구성을 놓고 이번 주에도 혼란한 상황이 계속되면 민심은 돌아설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선거의 중심은 후보다.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더 이상 보여선 안된다. 대선은 아직 3개월 이상 남았다. 윤 후보가 그동안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여당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앞서왔지만, 선거 판세는 여러 번 요동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선대위를 정상적으로 가동해서 집권 후 시행할 분야별 주요 정책제시를 통해 민심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