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노골적인 ‘언론 손보기’ 시작됐다

등록일 2021-07-18 19:49 게재일 2021-07-19 19면
스크랩버튼
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신문사 편집국에 찬물을 끼얹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민주당은 지난 주말(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를 열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언론중재법 개정안)’를 단독 의결하려다 한 주 보류했다. 법안소위에 포함된 국민의힘 간사를 비롯한 의원 2명이 코로나19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번 주 중 법안소위를 다시 열어 이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현재 문체위 전체 위원 16명 중 민주당 의원이 8명이고 비교섭단체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까지 합치면 9명으로 과반이 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이 법안은 일사천리로 국회에서 통과된다.

야당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언론재갈법’으로 부른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기능을 틀어막겠다는 의도를 가진 법률이라는 의미다. 당초에는 SNS, 유튜브, 1인 미디어 등도 이 법률 적용 대상에 포함됐지만 최근 민주당 미디어특위 회의에서 제외됐다. 친여권 유튜버를 비롯한 지지층 반발과 SNS를 이용하는 여권 정치인들의 계산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지난해부터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에서 쏟아진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들을 묶어 이달 초 민주당 미디어특위가 만든 통합안이다. 언론사가 허위·조작 보도를 했을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주 이 법안과 관련 “저는 (언론이)가짜뉴스에 가깝게 왜곡할 때 징벌 배상을 거의 회사가 망할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까지 언급했다.

말문을 닫히게 하는 독재적인 생각이라서 놀랍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취재기자나 편집국 간부들은 한층 더 ‘셀프검열’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폭로·비판기사나 의혹기사를 쓰거나 편집할 때 회사의 입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비민주적 발상이라고 보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개념이 모호해서 기사가 마음에 안 들면 사법권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자들이 어떻게든 법 적용 대상으로 몰아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판단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여권 권력자들이 언론중재위를 거치지 않고 언론사와 기자를 형사범으로 고발하는 사례는 줄을 잇고 있다. 권력자들이 검찰을 비롯한 공권력을 이용해서 언론을 손아귀에 쥘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적용될 경우 권력비판 뉴스와 관련한 고소·고발은 남발될 것이 뻔하다. ‘취재원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홍창우 부장판사는 “언론의 자유는 우리사회의 최후의 보루인 만큼 취재행위를 형사처벌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결원칙을 만능열쇠로 착각해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옥죄려 하는 권력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판결문이다.

심충택 시평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