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말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했을 때 제1·2 생활치료센터(대구시 동구 중앙교육연수원, 경북대 기숙사) 개소와 운영을 주도한 경북대 의대 이재태 교수와 이택후 교수는 “코로나19 방역에서 생활치료센터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신의 한 수였다.
이 시설이 없었다면 예상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민들이 잘 기억하고 있겠지만, 세계 어디에도 없던 생활치료센터는 코로나19 확진을 받고도 병실이 없어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대구지역 의료계의 끈질긴 요청으로 개설됐다. 당시 정부에서는 “대구지역 확진자 80% 이상은 의료적 치료가 필요 없거나 진통·해열제만 필요한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경증환자에 대한 격리치료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3월 들어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생활치료센터 개설을 허가했다.
추석연휴를 전후해 방역당국이 10월말쯤 경증 코로나19 환자를 생활치료센터에 보내지 않고 재택치료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것을 들으면서 악몽과 같았던 지난해 2월의 대구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주 “다음 달 말쯤 접종 완료율 70%를 넘기면 ‘위드(with)코로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미 위드코로나 준비에 들어갔다. 위드코로나는 확진자 수를 감소시키는 데 중점을 둔 현 방역 체계 대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병세가 위중하지 않으면 집에서 통원치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방역 피로감과 의료자원의 한계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추석 연휴 기간 인구 대이동으로 전국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까지 위드코로나 운운하며 국민의 긴장감을 풀어지게 하는 것은 정말 신중하지 못한 모습이다.
확진자는 아무리 증상이 경미해도 약으로 치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집에 있으면 불안하다. 더 큰 문제는 집에 방치된 확진자로 인한 연쇄 집단감염이다. 부모가 확진이 되면 자녀가 감염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고, 자녀가 어린이집·유치원 원생이거나 초·중·고 학생이면 지역사회에 대규모 집단감염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이를 누가 감당할 것이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주변에 확진자가 널려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민들이 지금과 같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위드코로나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가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포기하면 상식적으로 환자와 사망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돼 있다.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인명 피해와 방역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놓고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합의에 앞서 전제돼야 할 것은 코로나19 치명률이 독감과 비슷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명백해야 하고, 환자가 집에 있어도 가족과 지역사회가 모두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드코로나는 정부가 전염병 방역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