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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호통의 정치학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TV에 등장하는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모습 중 보기에 가장 민망한 것은 대정부 질의시간에 장관을 향해 호통을 치는 장면이다. 지난 6월에 있었던 일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업무 보고에서 질의자로 나선 어느 의원이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 관련 미국 랜드연구소의 보고서를 읽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못 봤다고 하자 이 의원은 “국내 언론에도 났는데 신문도 안 보느냐”며 쏘아붙였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장관이 빙긋 웃으며 “죄송하다. 챙겨서 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또 “어디서 싱글싱글 웃느냐. 내 질의 시간 끝날 때까지 그대로 반성하고 있으라”며 묵언을 요구했다.미국 어느 연구소의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문도 안 보느냐”며 힐난하고, 웃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이 장관을 벌세우는 일이 민주사회에서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다. 장관이 무능하다 싶으면 동료 의원들을 규합,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켜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보내든지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하든지 해야지 일국의 장관을 부하 직원 나무라듯이 하는 행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장관을 상대로 호통치고, 장관이 쩔쩔 매는 광경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참 대단한 권력기관이구나, 정치인들은 `저 맛`에 기를 쓰고 국회의원 되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국회의 대정부 질문은 국회의원이 국정 전반 또는 특정 분야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며 소견을 묻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정부의 정책 집행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하고, 정책 방향을 설정하며, 행정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독재정부 시절 언로가 막히고 집권당이 제 역할을 못할 때 야당이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뜻을 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대정부 질문은 역기능이 증가했다. 특히 총선이나 대선 등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는 더욱 그렇다. 국회의원들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경쟁상대가 되는 정당이나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시키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장관은 업무와 무관한 답변까지 해야 하고, 여야 간 정쟁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있다.국회의원은 선거구민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다. 국민의 대표라는 것이 국민이 자신에게 부여한 특별한 권력이라고 오해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은 조직 내에서의 권력 관계를 `갑과 을`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에는 선거구민들 앞에서 낮은 자세로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을`이 될 것을 다짐하지만, 당선되는 그 순간부터 `슈퍼 갑`으로 군림하는 그들이다. 그런 태도로 의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TV 카메라 앞에서 장관을 호되게 꾸중해야 일 잘하는 의원으로 평가받는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권위가 실종된 이 시대에도 유독 권위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곳이 지금의 대한민국 국회다. 장관을 자기 부하 다루듯 하는 것은 특권의식에 바탕을 둔 권위주의이다. 큰소리로 상대의 기를 꺾은 다음에 무엇을 얻겠다는 인식은 이 나라의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위험한 생각이다. 장관에 대한 호통이나 인격모독 발언이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보다는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이런 모습을 요즘은 지방의회 의원들도 닮아가고 있다. 도의회나 기초의회에서 회의를 열어 국·과장을 상대로 질의할 때도 호통을 치거나 인격모독 발언을 서슴지 않는 지방의원들이 늘어가고 있다니 걱정이다.이제 호통의 정치는 청산할 때가 됐다. 대정부 질문은 논리와 설득으로 해야지 호통을 앞세울 일이 아니다.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대원칙 이전에 상호존중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정기국회가 다가오고 있다. 올 정기국회에서는 호통의 정치가 아닌 논리와 설득의 정치를 기대해 본다.

2013-08-20

인연

최선 동화작가며칠째 낯선 곳에 지어놓은 작업실에서 우두커니 앉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 나에게는 휴대폰도 전화기도 TV도 없다. 라디오도 며칠째 켜지지 않았다. 지독한 외로움이 나의 등을 떠민다.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송 위에 새끼를 품고 있는 학들의 지저귐이 크게 들려온다. 싱그러운 풀 냄새가 나의 복잡한 머릿속으로 쏴 하고 스며든다.옛날 양반가의 아낙들은 막무가내 밀려오는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었을까? 그래서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 봉당(封堂)을 놓고 작은 뜨락을 만들었을까?지금 나의 남새밭에는 갖가지 채소들이 방글거리고 있다. 그리고 작업실 위에는 어미 학이 새끼를 품고 사랑을 나누고 있다. 아빠 학이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다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 눈물겹다.인연(因緣)이란 대체 무엇일까? 200년째 학이 날아드는 학 서식지란 이유 하나만으로 낯선 곳에서 새롭게 인연이란 것을 맺었다.나를 잠깐 스쳐갔던 인연들도 있다.우연히 오르게 된 버스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 보고 아무 말 없이 내렸던 사람이 그것이다.대중목욕탕에서 잠깐씩 서로의 등을 밀어 주던 사람, 전통시장에서 사소한 일로 언쟁을 부렸던 인연도 있다. 때로는 스승이 되기도 하고 제자가 되기도 한 인연도 있다.동네 시장에서 만나 나에게 서예를 배웠던 주부학생들과의 인연, 내가 배웠던 스승과의 인연.얼마 전에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과 통화한 적이 있다.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스승과 제자사이의 대화들이 오갔다.아이를 사이에 두고 만난 학모(學母)와 스승으로써의 인연….스님과 신도로서의 인연, 그리고 잠깐씩 옆자리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서로의 기도만 하고 헤어진 도반,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심하게 다투고 원수처럼 헤어진 악연(惡緣)들….나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학창시절 한 남자와 펜팔을 했던 인연도 있었다.여학교 때 위문편지를 썼는데 그중 답장이 온 한 군인 아저씨가 바로 그였다. 그는 군의관이었고, 나는 졸업을 해버렸다. 그리고 호랑이 같은 오빠들의 눈을 피해 사촌 동생 집 주소로 편지를 주고받았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깐 스쳐지나갔던 어긋난 그와의 인연을 생각해 보았다.이것이 흔히 말하는 나의 첫 사랑의 인연이었다.어느 날 길을 걷다가 처음 본 얼굴이 아닌 듯 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어디서 보았을까? 그도 나를 힐끔거리며 지나간다. 그러나 둘은 아는 채를 하지 않았다. 도무지 기억나지 않지만 낯설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전생과 윤회설을 믿는다. 그는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이렇듯 스치는 인연 속에 특별한 인연이 나타나기를 소망하며 매일같이 서성인다.인간은 누구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나는 타인에게 어떤 인연일까? 타인이 기억해 주는 나는, 친절하고 좋은 인연 이었으면 한다.전생이 있다면 후생도 있을 것이다. 불교에서 굳이 윤회설(輪廻說)을 따지지 않더라도 나는 전생과 후생(後生)을 믿고 싶다.그래서 그들이 다음 세대에 나와 다시 만나는 인연이 되더라도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논쟁을 벌이는 그런 인연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나는 무수한 인연 중에서 아직 절반 밖에 만나지 않았다. 아직도 만나게 될 혹은 스치게 될 인연들에게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를 위해 나를 내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그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좋은 인연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무색투명한 하늘을 자신 있게 팔 벌려 세상을 품는 학같은 인생을 살려면 말이다.

2013-08-14

세계보건기구와 고혈압

▲ 김승대위덕대 교수·보건학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세계 보건의 날에서 강조 했듯이 인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한 건강증진 방안을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헌장에 서명한 모든 국가들은 유엔헌장에 의거해 인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조화로운 인간관계와 안전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건강을 강조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핵심적인 보건 문제를 선정해 이를 위한 한 해 동안의 국제적·지역적·지방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류의 건강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테마는 공중보건에 문제의 우선순위를 지니고 있는 고혈압이다.고혈압은 사망률에 대한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 중 인구의 증가로 인한 생활패턴의 급격한 변화, 과도한 소금섭취, 신체활동이 적은 반면 담배 및 알코올 섭취 증가, 정신적 스트레스 등 수 많은 요인들이 작용함으로 건강에 위협을 주고 있는 것이 당면한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혈압은 연령·인종·민족·소득수준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소득 국가인 아프리카에서는 국가의 성인의 약 40% 이상이 고혈압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0년 한국의료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0세 이상 인구 3천17만명 중 1천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혈압은 `침묵의 병`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당장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이 없어 치료에 소홀하기 쉬우며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은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콩팥부전, 시력손상, 혈관질환 등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의 위험까지 가지고 가는 침묵 속의 무법자이다.고혈압은 상당히 진행 진행되기 전까지는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고혈압을 앓고 있는지 조차 잘 모른다. 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나 생활요법, 약물요법으로 조절이 가능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고혈압은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일부 선진국에서 심장질환과 사망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 내용 여섯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첫째, 소금섭취를 줄이자둘째, 균형 잡힌 식단을 사용하자셋째, 유해한 알코올의 사용을 피하자넷째, 정기적으로 신체활동을 하자다섯째,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자여섯째, 담배사용을 피하자이러한 여섯 가지를 통해 향상된 인식을 통해 건강한 행동이 나올 수 있으며, 나아가 환경이 활성화된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고 있다.고혈압 및 관련 합병증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고혈압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식을 바로하며, 자기관리를 해 줄 것을 또한 장려하고 있다.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치료와 비약물 치료로 나뉘는데 비약물치료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으로 약물치료와 함께 계속적으로 병행해야한다.비약물치료는 체중을 조절하고, 염분섭취를 제한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금주 및 절주, 금연, 스트레스 조절, 콜레스트롤 조절 등으로 혈압을 관리해야만 한다.세계보건기구는 올해 고혈압을 가장 중요한 주제로 정한 만큼 건강증진에 예방이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보건교육이 절실 하며 가능한 염분 섭취를 줄이고 제철에 맞는 채소와 신선한 과일섭취를 늘이고 금주 및 절주, 금연과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고혈압을 예방하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자기관리가 필요하다.온 인류가 건강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건강을 통해 완전히 안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영혼의 건강도 책임질 수 있는 인류의 건강행복이 왔으면 한다.

2013-08-07

여름방학, 어린이들과 함께 즐기는 `에듀컬처`

▲ 김태곤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여름철이 되면 늘 이런 생각이 들지만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덥다는 생각이 또 다시 들게 한다. 올해는 아마 남부지방에서 계속된 마른장마가 주된 원인인 것 같다. 예전에는 필자가 시원한 백화점에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여름철은 그저 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이젠 그것도 옛말이 돼 버렸다. 유통업체 여름철 실내 냉방온도 준수라는 정책으로 인해 무더위만 피할 정도가 돼 버렸다. 이처럼 푹푹찌는 무더위와 여름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친구들도 있다. 이제 막 여름방학을 시작한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은 산과 바다로 떠나는 바캉스 여행을 준비하느라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여름이 모두에게 싫지만은 않은 계절인 것 같다.백화점에서도 여름방학이 되면 어린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해 멀리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와 다채로운 체험행사를 마련해 주고 있다. 35도를 넘나드는 한낮의 고온으로 인해 무료해지기 쉬운 여름철에 특히 어린이들은 무작정 무더위를 피하기보다는 더위를 이겨내며 창의력과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에게 문화행사 활동을 경험케 해 주는 것이 보다 알찬 방학을 즐기는 방법일는지도 모른다.요즘 어린이들이 체험하는 미술프로그램들은 기존의 지식 주입식에서 추상적 개념의 미술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그리는 기술방식으로 연마해 가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해가고 있다. 미술에 대한 고정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감성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창의력, 호기심, 문제해결 능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내용들로 학습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놀이에 가까운 운영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고, 한번 본 것도 모르는 감각으로 느껴봐야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몸소 느끼는 생생한 경험이 그 어떤 체험보다 뛰어난 학습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에게 감각을 열어주고 키워주는 게 예술을 통한 체험학습의 주된 목적인 셈이다. 이러한 어린이 체험프로그램은 잠재되어 있는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찾아내어 발달시켜 줌으로써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폭넓고 풍부한 사고력을 갖게 해 주며 궁극적으로는 E.Q개발과 같은 새로운 감각의 변화를 가져오게 해준다. 그리고 독창적인 창의성 뿐만 아니라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키워주는 이러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은 학부모들은 물론이며 어린이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요소들을 갖고 있다고 본다.최근 신조어 중 놀이와 탐구, 예술이 결합된 `에듀컬처(Educulture)`란 단어가 만들어져 어린자녀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들과 어린이 교육기관에서는 새롭게 사용되고 있다. 공연관람이나 신체놀이 위주의 체험 등 흥미위주의 놀이가 주축이 되는 엔터테인먼트와(Entertainment)와 지식을 단순한 주입식으로 전달 받기보다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놀이와 함께 학습하는 교육방식인 에튜테인먼트(Edutainment)가 결합된 교육적 놀이와 다양한 예술 활동이 밀착된 새로운 체험학습 프로그램인 셈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만들어지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은 스토리가 있는 입체 공간 속에서 어린이들이 이야기들을 직접 체험 해 보기도 하며, 때로는 주어진 과제들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수동적인 지식 습득이 아닌 능동적인 학습을 직접 경험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져 새로운 체험학습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이제 무더위를 피해 무작정 산과 바다로 달려가기 보다는 놀이와 학습이 결합된 다양한 에듀컬처를 즐기면서 건강한 여름을 즐기는 것도 생활의 지혜일 것 같다.

2013-08-06

축구를 생각한다

▲ 장정윤 상주시 환경지도계장현대는 여가와 스포츠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득과 삶의 질이 향상되면 될수록 축구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특히 축구는 전 국민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누구나 한번쯤은 감독이 되고 때로는 직접 선수가 되어 고난도 액션을 해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축구는 흡사 인생 여정과도 같다.경기를 펼치는 과정이 시종일관 아무리 빼어나도 결정적으로 골이 터지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하기 때문이다.수십만 관중을 한 몸으로 엮어내는 것도 축구다. 골이 터지면 그의 반사적으로 함성과 박수가 동시에 울려 퍼지는 경이로운 매력이 있다. 이러한 축구는 고대로부터 비슷한 놀이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신라의 축국, 중국의 츄슈, 일본의 게마리 등이 그것이지만 오늘날의 현대 축구는 영국에서 시작됐다.지금과 같은 형식을 갖추게 된 것은 1800년대라 할 수 있다. 이때의 풋볼은 무질서한 가운데 행해졌기 때문에 통일된 경기규칙이 필요하게 됐다. 1863년 런던에서 영국의 축구협회(FA.Football Associaton)가 창립됐는데 이것이 공식기구 1호이자 효시다.우리나라에서 열린 최초의 공식경기는 1906년 3월 지금의 삼선교 부근인 삼선평에서 열린 대한 체육구락부와 황성 기독쳥년회의 경기였다고 알려져 있고 한국프로리그는 1984년에 출범했다.상주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최초로 상무프로축구팀을 유치해 프로경기에 참여한지 3년째를 맞고 있다.상주상무프로축구단의 유치는 상주를 전국에 알리는 확실한 홍보수단이 되고 있음은 두말 할 여지도 없다.상주상무프로축구단이 군(軍) 소속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올해에는 K리그 챌린지 경기에 뛰고 있지만 상주시민들의 축구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는 K리그 챌린지 8개팀 중 관중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도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현재 상주에는 일반 성인으로 구성된 12개팀 600여명의 축구동호인이 상주시축구협회에 등록이 되어 있다. 등록되지 않은 인원까지 포함하면 1천여명의 축구동호인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 지방의 작은 중소도시에서 프로축구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11만 시민들에게는 큰 자긍심이자 축복이다.231개의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프로축구팀을 운영하고 있으니 말이다.일반적으로 프로축구팀을 유지해 나가는 데는 거액의 운영비용이 소요되지만 상주상무는 아마추어팀 보다 적은 연간 5억원의 예산으로 굴러가고 있다.요즘 스포츠산업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스포츠산업은 스포츠와 관계되는 부분을 선별하여 취급하는 것으로써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또 한 분야의 산업으로 다뤄지고 있다.경주시가 초등학교 전국축구대회를 개최해 300개 이상의 출전팀과 학부모, 응원단 등 약 3만명이 찾아오면서 해마다 200억원이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는 스포츠 산업의 좋은 본보기다.특히 프로축구단을 보유하고 있는 상주시도 이제 이미지 메이킹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만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뜻있는 시민과 스포츠인 등이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한다.축구장·야구장·국궁장 등 참여인원이 많은 스포츠 기반시설부터 확충을 해 전지훈련장으로 활용하거나 연중 대회가 열리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상주는 이미 장착된 프로축구라는 성장동력을 십분 활용해 지역경제도 살리면서 이를 미래지향적 발전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무더위가 기승인 요즘 같은 때에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함성과 열기로 축구경기를 관람하면서 시원한 여름밤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13-08-05

문명과 행복

▲ 홍인자 시인언젠가 공연장에서 오랜 지인을 만났다. 20년 만이었다. 독신주의를 고집하던 그녀는 시골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집에 딸린 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한적한 시골 생활을 한 지 오래 되었단다. 농사가 끝나고 여유 있는 때는 인도나 외국 등지로 훌쩍 여행을 떠난다고도 했다. 약간 거무튀튀하게 변한 얼굴은 나이보다 젊고 건강해 보였고 소박한 외양과는 달리 눈빛은 빛나 보였다. 20년 전 그녀는 도시에서 음악다방을 운영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었다. 편한 도시를 떠나 혼자 시골 생활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도시의 문명을 버리니 자연을 따르게 되고 그러다보니 단순해지고 편안해지더라고. 평온하게 웃는 모습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를 버리고 홀연히 시골로 들어간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동차나 전철도 없는 황량한 사하라 사막. 그곳에 지도나 표지판이 아니라 별과 은하수를 보고 새로운 목초지를 따라 끊임없이 유랑하며 사는 유목민 부족이 있다. 인디고 빛 두건과 푸른색 베일을 둘러쓴 투아레그족이다. 어느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유랑하는 그들은 한없이 자유롭다. 그러던 어느 날 그곳을 취재 하러 온 한 여기자의 가방에서 책 한 권이 떨어졌다. 한 투아레그 소년이 그 책을 집어 주자 여기자는 그 소년에게 책을 선물로 준다. 책을 받은 소년은 책 속의 그림들에 매혹되었고 그날 이후 오직 학교에 가서 글을 배워 책 속 그림에 나오는 그 꼬마 주인공의 이야기를 알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다.우여곡절 끝에 소년은 아버지를 졸라 매일 3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 학교에 다닌다. 마침내 글을 배워서 읽게 된 그 책은 생텍쥐베리의`어린 왕자`였다. 소년은`어린 왕자`가 태어나고 사라진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풍경이 바로 사막에 사는 자신들의 모습과 같다는 것을 발견한다. 소년은 자신과 같은 어린 왕자들의 형제들이 아직도 사막에 살고 있음을 말해 주기 위해 이미 고인이 된 생텍쥐베리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가려고 마음먹는다.그리하여 사막에서 근처 작은 도시로, 거기서 좀 더 먼 도시로, 또다시 더 크고 먼 도시로 향하다가 그 소년은 스무 살 청년이 된다. 그 무렵에 극적으로 프랑스에 도착한 사막의 투아레그족 청년 앞에 펼쳐진 문명 세계는 충격이었다. 사막의 그 청년은 도시에 풍요로운 문명 생활에 감탄한다. 점차 문명 생활을 배워가던 그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문명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욕심이 많고 조급하며, 고독하다는 것이다. 또 불공평한 것도 많고, 문명 세계 사람들은 그처럼 많은 것을 가졌지만 행복하지 못함을 발견한다. 소중한 삶의 순간들을 음미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 문명인. 서로를 고립시키며 욕망만을 쫓아 고독하게 달려가는 그들은 정작 중요한 매순간의 행복을 느낄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욕망과 허구로 가득한 문명 세계를 본 청년은 말한다. 자연에 순종하며 사는 투아레그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만 있는 그대로의 삶에 만족하며 스스로 행복을 느낄 줄 안다고. 그들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순간순간을 성실히 살아가며 감사할 줄 안다고. 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실화다. 이 청년의 이야기는 책으로도 엮어져 많은 울림을 주었다.우리는 지금 바쁜 도시에서 매순간 시간과 돈을 쪼개어 분주하게 살고 있다. 너무 바빠서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을 정도인 사람이 많다. 불필요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우울한 날들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또한 우리는 스마트폰 없이는 소통이 불가능하고 에어컨 없이는 여름나기가 힘들 만큼 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한 우리가 어느 날 신비하고 낯선 부족, 투아레그족을 만났다고 해서 그들의 세계에 매혹될지는 미지수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너무 문명의 이기에 빠져서 생활하고 있고, 투아레그의 청년처럼 순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과연 문명이 행복만을 가져다주었는지를.

2013-08-01

행복 경쟁에 유감

▲ 이광동경북새일지원본부장 협업과 조율이 잘 되지 않음에 대한 대통령의 꾸짖음은 언론에만 울리는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민생을 위해 정부가 내놓는 여러 정책들을 바라보며 성과에 집착한 과도한 경쟁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무관심만 커져서, 하지 않음 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6월21일자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박영선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 고용노동부장관이 여성의 고용 촉진과 안정을 위한 사업 관련 기관이나 단체 또는 사업을 위한 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나 단체를 `여성고용안정지원센터`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우선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발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연계된 `갑(甲)`의 횡포라는 생각으로 실망감이 크다.먼저 여성가족부의 입장도 듣고 협의를 거친 개정안이라 믿고 싶다. 혹여 그렇지 않았다면 국민의 행복을 표방하는 일반 여성보다 관련기관의 요구에 반응하는 감동 없는 행복 경쟁에 의원님과 정부부처가 함께 한 것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따름이다. 일자리 분야는 고용노동부가 일차 중심이 되어 관련부처를 통합하는 로드맵을 그려나가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까움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위해 2008년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촉진법`을 제정한 이후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현재 전국에 120개소의 새일센터와 2010년 이후 광역단위로 여성새로일하기본부(새일본부) 10개소를 지정하여 운영하며 워크넷과 e-새일시스템을 통해 구직여성 발굴과 취업지원, 구인기업 발굴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새일사업에도 각 지역의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데 왠 `여성고용안정지원센터` 지정운영?이제는 오히려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시대를 새일센터 시대로 변화시켜 기존 단일 센터중심의 취업교육훈련에서 지역내 유관기관을 연계하여 여성의 생애과정에 따른 직업교육 확대 등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를 지원하고, 일·가정 양립지원을 강화하는 기업문화 확산 등 새로운 여성정책 아젠더를 이끌어가는 것이 일반 여성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잘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 또 다른 새로운 현판을 내걸어야만 하는지? 그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새일센터는 광역본부와 공단형 새일본부를 겸하는 등 1기관 3역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도 달려있는 현판은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조정이 필요하면 과거의 것을 정리한 이후 새롭게 추진하자. 지금껏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와 협의 그리고 조정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과잉경쟁, 혈세의 과소비일 뿐이다. 행복한 경쟁에 정작 행복은 없다.새로운 현판보다 든든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지원과 관심이 더 절실하다. 일자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크고 높은지를 잘 알기에 좀 현실적인 목표 점검과 사업안정화를 위한 지켜줌이 더욱 필요하다. 자주 바뀌는 식당에 큰 관심 가지 않는 이유와 같이 때에 맞추어 현판을 달리하는 사업에 국민은 무기력한 소외감만 느낄 따름이다.심각하게 불원복(不遠復)의 진리를 되새겨 현장을 한번 더 찬찬히 살펴볼 일이다. 부디 성과에 앞선 진정성이 드러난 결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2013-07-31

득(得)과 실(失)

▲ 김유복 포항항도초등학교 총동창회 명예회장며칠째 폭염경보가 내리는 우리지역에 비해 중부지역은 폭우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요즈음의 기상이변이 달라진 세상 인심 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다. 국내외로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올해는 유독 `갑(甲)`과 `을(乙)`의 상관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로 들끓고 있는 민심 또한 어지럽다. 최근 우리지역에서 일어난 몇 가지 사건들이 뜨거운 한여름의 무더위를 부추기는듯하여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지난 3월초에 일어난 도심산불로 아직도 피해복구가 안되어 속을 섞이고 있는데다 며칠 전 내린 폭우에 산불로 민둥산이 된 수도산 흙더미가 밀려 내려와 아파트단지의 주차장 일대를 흙탕물 범벅으로 만들어 주민들이 한동안 큰 소동을 벌인 적이 있다. 필자가 사는 동네라 해서가 아니라 복구 당초부터 피해 당사자들인 동네주민들에게 복구공사의 개요나 구체적인 시공 계획 등을 설명하지도 않은 채 나무를 자르고 산을 깎고 석축을 쌓는 일방적인 시공을 하는 것 같더니만 장마철이 가까워짐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여 급기야 흙더미가 무너지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주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매일 창밖으로 보는 공사현장이 안타깝기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단 1시간의 폭우에 흙바다를 만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누구를 위한 공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누구의`득(得)`과 `실(失)`을 위함인가? 과연`갑`은 누구며 `을`은 누구인가?얼마 전 초등학생들의 등교거부까지 하며 반대집회를 벌이던 양덕 승마장건립문제도 일방 통행식 추진이 불러온 참사라고 보도된 대로 시민을`갑(甲)`으로 생각지 않는 `슈퍼 갑(甲)`의 횡포가 아닌지 모르겠다.그러나 이 모든 것이 생각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복구공사를 서두르는 지방자치단체는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고, 지역의 종합체육시설 확충 방안으로 국·도비가 지원되는 사업이라 시민건강증진과 체육시설 확보 차원에서 밀어붙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지역민을 위한, 지역민에게 `득(得)`이 되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 후에 올 수 있는 지역민의`실(失)`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지나간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아야할 대목들이다.또한 45년을 지역과 함께한 포스코가 요즈음 들어서 힘이 빠진듯해 더욱 안타깝다. 연이어 일어난 사고로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 지역민들의 불안해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할 부분이다.지난 3월에 새로 부임한 향토출신 제철소장이 오자마자 악재가 겹쳐 면목이 없다는 대(對)시민 사과의 인사대로 진정어린 고뇌를 지역민들 또한 겸허히 받아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껏 포스코가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한 이상으로 더욱 진정성 있는 공생(共生)의 의지와 포스코와 함께 한다는 지역민들의 공감(共感)이 어우러질 때 공동의`득(得)`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포스코가 허덕이면 우리지역은 쓰러지고 만다. 어떡하든 안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지역이 살아가는 것이다. 포스코 역시 더욱 분발해 지역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그것이 바로 `상생(相生)`의 참뜻이 아니겠는가.최근 보도에 이런 게 있었다. 포스코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도(2011년)에 비해 15.8% 감소(2012년) 했지만 사회공헌을 위한 기부금 증가율이 19.7%이나 늘었다니 꼭 실망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순이익이 줄었지만 사회공헌활동은 지속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 그리 기분 나쁘진 않다. 오는 26일부터 시작하는 시민을 `갑(甲)`으로 생각하는 자치단체와 대기업이`슈퍼 갑(甲)`이 아님을 알리고 행동할 때 진정한 `득(得)과 실(失)`의 정답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더욱 위대한 포항을 만드는데 다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게 가장 슬기로운 해법임을 인식하고 서로를 조금만 더 배려하고 이해하는 너른 가슴을 갖자.

2013-07-29

사회적기업, 함께 가치를 나눈다

▲ 서일주포항시사회적기업협의회 상임부회장포항녹색희망자전거사업단 대표최근 개최된 `제2회 포항시 사회적기업 한마당`행사가 성황리에 성료를 했고 이에 따라서 `함께하는 가치나눔`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회적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협력체제 구축과 업무협약에 따른 실질적인 이행이 될 수 있도록 유기적인 상호네트워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이번 행사를 계기로 사회적기업이 무엇인지 우리 지역에서의 사회적기업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사회적기업의 역할로는 교육·보건·사회·환경·문화분야의 서비스,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서비스의 실현으로 보건·예술·관광 및 산림보조·운동 및 관리·간병과 가사지원, 그 밖에 사회적기업 육성위원회 심의를 거쳐 인정하는 서비스를 주된사업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포항지역은 사회적기업이 설립된 지 6년의 시간이 경과됐고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기업 7개소가 활발한 사업영역을 구축하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주된 사업분야는 환경 복지 문화 예술분야로 일반시장진출이 어려운 사업영역에서 확장해 나가며 지속적인 사업을 추구하고 있다.먼저 환경분야에는 포스코가 설립한 국내 첫 자립형 사회적기업인 포스코휴먼스가 스틸하우스 및 철골조건축과 건축용자재 강건류단품류를 생산하고 있으며 저탄소녹색성장에 부응하기 위해 전기자전거와 삼륜화물자전거를 생산하고 있는 포항녹색희망자전거사업단은 자전거관련 특허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각종연구개발을 통해 특수자전거를 제작 하는 전국최초의 유일한 자전거전문제작 사회적기업으로 지역자전거타기활성화에 일조를 하고 있다. 복지분야에는 포항 YWCA육아전문지원센터가 1대1 베이비시티와 원어민영어지도사를 파견해 공동육아의 기반을 마련하고 여성들의 육아경험을 살려 여성의 사회참여와 경제적자립을 유도해 여성들의 육아부담에 대한 경감과 사회적 고용안정을 도모하고 있다.문화예술분야에는 포항녹색소비자연대 에코뮤직패밀리가 오페라뮤지컬교실과 방과후 문화교육등을 통해 공연과 교육이 조화를 이룬 문화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역의 다양한문화공연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의 문화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포항아트챔버오케스트라는 어린이뮤지컬 등 문화예술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하며 기획 공연 연구 및 출판등 전 반적인 문화예술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그리고 장애우표준사업장으로 중증장애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화장지를 제작하고 있는 카리타스보호작업장은 일반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우들의 사회적 직업적능력을 강화해 사회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청초롬유통지원센터는 친환경농산물 산지유통사업단에서 선별작업과 농가에 인력지원을 통하여 자연생태보존과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발전에 기여하고 있다.이처럼 포항지역 사회적기업들은 지역취약계층을 고용해 일자리가 최고의복지라는 정책에 부응하며 일반시장에서는 사업성이 없어 외면하는 분야에서 사회적기업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실천하며 사회양극화 해소와 사회적경제의 대안으로서의 역할과 사회적가치나눔에 끊임없이 노력하며 앞장서고 있다.흔히 사회적기업을 빵을 만들기위해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드는 착한기업이라는 말을 다시한번 되새겨본다.

2013-07-24

선(善)을 품으면 만사 형통

▲ 주영화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총동창회장나는 `정의는 살아남는다`라는 신조로 앞만 보고 가는 외골수적인 느긋함에 더러는 손해와 상처를 입을 때도 있다. 좀처럼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내가 아니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넘어 가지만 얼마 전의 일이다. 어느 정치 아카데미에서 `소크라테스의 세개의 채`라는 프린트물을 보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보니까 불미스런 일이라도 생길까봐 염려에서 나온 사전 방지책이라 짐작했다.소크라테스의 `남이 험담을 하기에 앞서 그 얘기가 진실인지, 선의적인지, 유익한지를 가려서 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명언이다.아닌게 아니라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남의 말을 아무런 책임없이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것도 당사자도 모르는 사실과 거짓을 섞어가면서 안그런척 꼼수에 이간질에 인격을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험담으로 날개를 달고 커져가는 수도 있다. 그래서 피해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는 상처받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일수 없는 일들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일들은 자기보다 우월하면 부러움의 질투와 시기에 대상을 해치고자 악한 의도까지 품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험담은 소통행위가 아니라 가해 행위이며, 언어를 사용한 악의 유통”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증명되지 않은 왜곡에 의해 밤마다 잠을 못이루고 가슴아파했다는 사람도 보았다.또한 요근래에 실례를 들면 사회에서 좋은 일을 많이하는 한 시민단체에서 회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마음먹고 참여를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 오해로 이상하고 황당한 일이 생겨 버렸다.모니터를 마치고 약속이 있어 점심을 일행들과 못하고 갔는데 거기서 발단이 된 것 같다. 시민단체 사무를 총괄하시는 분이 아뿔싸, 내가 당직자들과 점심을 하러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리송한 말씀도 있다. 나에 대한 전화를 몇통 받았다고 얘기하면서, 듣기가 조금 거북한 “그런 사람을 거기에 넣었냐”고 했다는 말을 몇번이나 되씹었는데 무슨말이냐고 하니까 이상한 웃음을 흘리면서 “아마도 여성단체 쪽에서 흘러나온 얘기 같다”고 했다.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얘긴지 의아해 하면서 되물었는데 뒤끝이 못내 찜찜하다.이른바 한 운동체의 헌장과 목적과 이념에 의한 사랑과 정의, 에큐메니칼 운동을 실천하는 시민운동을 하시는 분이 한 시민에 대한 인격비하의 말들이 가슴에 대못을 박고 진실과 어긋나는 음해로 없는 사실을 부풀리고 자신의 잣대로 함부로 재어서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는 언행임에도 자신들은 대수롭지 않게 행한 것이지만 상대에겐 막대한 정신적 피해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불러일으킴을 왜 모르시는가. 하물며 단장님과 의논해 보고 연락을 준다기에 한량없이 기다렸고 오해임을 알았으면 사과의 말이라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언반구 연락이 없다는 것에, 조금은 섭함이 있다.요즘 정치권 또한 `귀태` 발언으로 무척 시끄러웠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하고 잔인한 말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구업(口業)을 지어 공연히 스스로 자처하여 칼날을 불러들이고 자기몸에 상처를 내는 꼴이 되어서야 되겠는가.탈무드에 경고하듯이 남을 험담하면 비수가 되고 그 비수가 돌고 돌아서 부메랑처럼 반드시 자기에게 되돌아와 꽂힌다 했거늘 한번쯤은 모두가 각성하고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각박해지기 쉬운 오늘날, 사회 일각에서는 `남의 말을 좋게하자`라는 문구가 종종 회자되고 있는데 아무리 강조해도 옳은 일이며 이는 곧, 더불어 사는 사회에 인간성 회복의 지름길 임에 박수를 보낸다.

2013-07-23

식품박람회와 헬무트 콜 독일총리

▲ 김부환 유럽경제문제연구소장유럽의 농업이 대단할 것 같지만 1차 산업분야의 농업만큼은 우리나라의 농업과 흡사하다. 규모의 경제에 입각하면 우리나 유럽이나 소농(小農)일 수밖에 없다. 특히 농업대국으로 일컬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유럽국가들 역시 농·축산물에 대해 미국 등 농업대국으로부터 시장개방 압력을 받고 있는 나라들이다. 서유럽 선진국들은 한 때 미국산 육류를 정상적인 육류가 아니라며 버틴 적이 있었다. 자국의 농축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성장촉진제나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미국산 육류는 순수한 사료를 투여한 자기네들의 육류와는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미국의 무차별적 육류시장 개방 압력에 맞서기도 했으니 그 심정을 오죽하랴. 그러나 1차적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농산물의 2차적 가공분야나 식품분야에 들어가면 얘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농업은 소국이지만 가공이나 식품분야에서 관해선 세계적인 강국이요, 대국인 나라들이 유럽에는 수두룩하다.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프랑스의 와인들, 스위스의 치즈들, 독일의 소시지들, 이탈리아의 스파게티와 파스타들…. 각 품목마다 지명이 붙거나 세분된 종류로 분류하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브랜드들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적인 일류 식품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거기에는 선진의식과 신뢰, 서유럽 특유의 사회적 자본까지도 융합돼 있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오래된 얘기지만 1997년 당시 필자는 유럽에 있었다.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국제식품박람회에서 겪은 일인데 두 번이나 놀란 적이 있었다.식품박람회 오픈 행사에 느닷없이 당시 기민당(CDU)의 헬무트 콜 총리가 모습을 드러내 깜짝 놀란 것이다. 얼마든지 식품관련부처의 고위공직자를 보낼 수도 있으련만, 최고의 권력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몬산토사의 유전자조작식품과 관련된 유럽소비자들의 반발을 무마시키려는 나름대로의 정치적 의도도 있었던 걸로 분석됐지만, 결국 자국 식품에 대한 세일즈가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놀란 것이다.최고의 권력자가 식품박람회에서 자국의 식품을 앞에 놓고 당당하게 세일즈외교를 펼친다는 것은 그 식품에 대한 국가의 보증과 신뢰를 약속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미치자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 진 것이다.지금 우리 정부나 지자체들은 농업의 6차산업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1차적인 농업이 2차 및 3차산업으로 뻗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의 6차산업화는 새삼스럽게 오늘과 미래에 존재해야 하는 우리들만의 목표도 아니다. 과거에도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해 왔다는 것인데 시너지효과가 나라마다 시기마다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농업의 6차산업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규모와 신뢰 그리고 국제적인 교류 면에서 봐도 그렇다. 어쩌면 우리의 살길 일지도 모른다.`맛도 점령 된다`는 얘기가 있다. 이미 맛에 대한 보이지 않은 영토의 싸움은 시작됐다. 관련분야의 종사자들은 최선을 다하고 온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물론 여기에 국가나 각 지자체의 전략적 접근과 지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013-07-17

아이들에게 진정 옳고 좋은 것

▲ 류영재미술교사·화가 중등학교 미술교사로 30여년 세월을 교단에서 보낸 필자가 공교육을 통한 예술교육의 획기적인 변화를 목표로 교육부에서 선정한 미술중점학교 주무의 직책을 맡은 지 2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역할이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예술적 창의성 신장을 화두로 한 각종 연수회나 세미나에 참가하게 됐고 최첨단 이론으로 무장한 강연을 들을때면 `아, 그렇구나…`하는 깨달음과 동시에 왠지 모를 공허함을 함께 느끼게 되는 건 무슨 까닭일까? 아마도 교직에서 보낸 30년이란 세월의 무상함에서 오는 자연스런 감정이기도 할 것이며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들의 용기있는 실험에 절반의 박수와 절반의 염려가 교차하는 복잡한 심경에서 오는 반응일 것이다. 그 많은 연수들은 현대사회가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교육 또한 그러한 시대적인 요소를 반영하여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일러준다. 현대 교육의 패러다임은 고전적인 진리 추구의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지성을 바탕으로 한 융합교육으로 전환되고 있다. 철밥통이라던 교직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수많은 새로운 연구들이 행해지고 있는데 그것을 교육 현장에 적용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그 성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다시 새로운 것들이 밀려와 교사도 학생도 혼란을 겪곤 한다. 학교의 주인공은 아직 성장하고 있는, 교육을 통하여 더욱 성장해야 할 학생들이며 학교는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한 사회화 과정을 익히는 곳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시대가 요구하는 개념을 확실하게 정립하여 현실적으로 하나의 행동 양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쏟아지는 정보 속에 교사도 학생도 혼란스러운 것이 학교의 현주소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한 과잉 정보시대가 될수록 우리는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서 삶의 본질과 교육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정보의 홍수에 밀려 방향도 알 수 없는 망망대해로 흘러 인생을 방황하는 위기에 처하고 만다. 오늘날의 교육이론은 수많은 정보의 양만큼이나 다양하다. 물론 다양성은 현대의 시대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오늘날 학교 교육도 다양성을 존중해 교육과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모두가 지향하는 바는 거의 한 곳을 향해 있고, 학생들도 그곳을 향해 별다른 의심을 해 볼 여유도 없이 질주하고 있다. 모든 교육은 결국 입시 위주의 지식중심 교육이며 사교육은 더욱 그러하고 학부모들의 교육철학은 더더욱 그러하여 공부하라고 자식의 방청소를 대신해 주며 키운 아이가 공부에 소질이 없으면 결국은 청소도 못하는 아이가 되어 버리고 만다.아이들은 기성세대의 교육을 통해 가치를 키우고 성장한다. 신세대는 기성세대의 산물이다. 요즘 아이들이 이상하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그렇게 가르쳐 만들어낸 학교와 가정 그리고 이 사회가 주범인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쏟아지는 정보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생각의 유연성과 뜻하지 않는 상황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르쳐야 함이 마땅하다.어른들은 그 좋고 옳다는 곳으로 아이들을 떠밀고 아이들은 모두 그 옳고 좋다는 곳을 향해 질주하고 그곳은 마치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그것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른 것은 배우지 못한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과연 그것이 진정 옳고 좋은 것이었을까?좋은 교육 환경은 가치와 형식, 내용면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심신과 감각을 만들어야 한다. 속도를 조절하고 가치를 여러 방향으로 이끌어 쏠림을 예방하고 균형을 잡는 일, 옳고 좋은 가치의 인식틀을 더욱 넓혀가야 한다.

2013-07-16

여름방학이다

▲ 권정찬 경북도립대 교수·화가그 옛날 방학이 되면 아주 시원찮은 성적표를 받아 들고 집으로 가는 마음은 즐거움과 걱정이 반반이다. 그리고 신나는 방학이 시작된다. 곤충채집도 하고 그림일기도 매일 쓰고 외갓집에도 모처럼 동생의 손을 잡고 간다. 흐르는 개울에 발가벗고 멱도 감고 산에 가서 칡도 캐먹는다. 매미가 맴맴 우는 가운데 원두막에서 참외나 수박을 먹거나 소나기가 내리니 발가벗고 마당 가운데서 춤을 추던 기억들이 새삼 생각이 난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동심의 세계를 천진무구하게 추구하던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 우리는 방학책 한 권의 숙제도 다하지 못한채 놀기에 바빴다. 그늘나무 아래서 할머니의 부채 바람을 쐬며 낮잠에 취하고 우물 속에 넣어 둔 시원한 수박을 가족끼리 오순도순 나눠 먹던 그 시절이 참 그리워진다. 저녁마다 들리는 청년들의 노래 소리, 도시로 유학 간 동네 형의 연예 담, 자기 자랑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듣던 그 시절이 불과 30년 전의 일이다.지금도 기억하는 방학은 나에게는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하고 골목대장 하는 일이 전부가 아닌가 싶다. 그 중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일은 신나는 일이었다. 커다란 도화지에 크레용이나 수채 물감으로 그리고 싶은 그 모든 것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그렸다고 생각 될 정도이다. 산도 그리고 들판도 그리고 초가집도 기와집도 커다란 미루나무도 어림없이 그림 속에 등장했다. 곤충채집하는 장면, 목욕하는 장면, 수박 참외도 그렀다. 뿐만 아니라 잘 그린 선배의 그림이나 공작도 반드시 따라 해놓아야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부모님 몰래 형이 빌려 놓은 만화책의 표지, 그것도 주인공 검객의 모습을 그대로 베꼈다. 그리고는 벽에다 액자 높이에 다닥다닥 붙여 놓았다. 또한 잔치 날 사용하는 병풍을 묘사해 보기도 하고 그 때부터 호랑이 토끼는 수 없이 그려 이집 저집 선물하고 붙여 주었다. 부끄러움도 모르는 시절이었다. 무른 흙을 개울가에서 가져와 잘 이겨 손수 만든 공작, 그리고 그늘에 말려서 아궁이에서 구워 냈던 기억도 얼마나 좋은 것인가. 사람도 만들고 동물도 만들고 탑도 만들었다. 물론 다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의 배려가 필수였다.그런 방학이 지금도 존재를 한다. 다만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남을 만한 방학이 될지는 모르지만 방학은 방학이다. 어린 초등학교시절의 추억은 대단히 중요하다. 경험하고 체험하고 여행을 하며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 놓고 해보는 그런 방학을 아이들은 기대 할 것이다.하지만 우리세대에 경험한 그런 추억은 다시는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 모르긴 해도 방학이 되면 영어학원이나 미술학원이다 수학 학원, 피아노 학원, 바둑학원, 개인교습 등 많은 스케줄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철저한 스케줄에 의한 일과 꽉 짜여 진 교과목…. 수영장이나 여행가는 것도 부모의 아이디어와 취향을 못 벗어날까봐 걱정이다.아이들에 의한 방학이 아니라 부모에 의한 방학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 아이들에게 틈이라고는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컴퓨터에 매달리는 일이 전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더한 것은 스마트 폰과의 개임전쟁이다. 방치하면 온 종일 개임에 매달릴 수도 있다. 이래 저래 방학은 아이들의 추억꺼리를 단조롭게 하거나 소멸시킨다.부모로서 아이와 의논해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존중해주면 안될까? 산에도 가보고 들에도 가보고 농촌 시골마을의 친인척 집을 이용하거나 없다면 여행이라도 권해보고 싶다. 아니면 바다나 강가에서 며칠을 보내거나 산사주변의 아름다운 자연림에 취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음악을 하던 미술을 하던 무용을 하던 운동을 하던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면 방학 때 과감히 밀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어른이 되어서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이전에 아이의 성장과 사고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영양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2013-07-15

동심이 세상을 바꾼다

▲ 홍인자 시인명문가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15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인형과 자기 옷을 만들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다. 세밀하게 관찰한 자연을 그리고 미니어처 어린이 책도 만들었다. 23세에 첫 그림책 을 출간하고 결혼했다. 시골에 집을 마련하고 싶었던 소망대로 뉴햄프셔 주에 있는 허름한 농가를 구입해서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자연을 좋아했던 그녀와 달리 그녀의 남편은 시골 생활이 맞지 않았고, 결국 이혼한 그녀는 홀로 시골에서 네 아이를 키우며 생활했다. 자급자족하는 시골 생활을 하며 삽화들과 남들의 초상화를 그리거나 인형극 공연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출간한 책들이 약간의 성공을 거두자 그녀는 버몬트 주의 버려진 농장 부지를 구입했다. 작은 집을 짓고 정원 곳곳에는 나무와 꽃을 심고, 동물들이 와서 살게 했다. 농장에는 예쁜 꽃들과 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한적했던 농장은 아담한 집과 예쁜 정원,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훌륭한 공간으로 변해갔다. 그녀가 예쁜 꽃들과 동물들을 보면서 그린 그림책들은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감동을 선사했다. 문명의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고 적막한 산속이었던 그곳에서 새로운 문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30만 평이나 되는 농장에는 튤립, 수선화, 장미, 작약 등 사시사철 꽃들이 피어나고 동물들의 천국으로 변모해가자 전 세계 곳곳에서는 그곳을 찾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그녀의 자연주의적 삶을 배우고자 하는 마니아들이 늘어갔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행복을 전달하는 전도사가 되었고, 그곳은 지상낙원이 되어갔다. 자연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던 그녀는 사람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고 2008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그녀를 추억하며 버몬트 주에 있는 그녀의 농장을 찾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삽화가이자 동화작가인 타샤 튜더(Tasha Tudor)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일관되게 자연주의적 삶을 살았던 그녀. 그녀가 죽을 때까지 보여주었던 것은 바로 동심이었다.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은 천진함이 그녀의 삶과 업적, 곳곳에 남아 있다. 지난 70여 년간 그녀가 남긴 100권이 넘는 그림책에는 맑은 동심이 그대로 녹아 있다.요즘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아이들이 아이답지 않다`고. 아이들이 동심을 잃었다는 뜻이다. 자연과는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아이들은 기계와 경쟁의 세계 속에서만 맴돌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해질까. 이를 염려하는 일부 사람들은 시골에 있는 전원학교를 찾아 도시를 떠나고 있다.나는 도서관을 찾을 때마다 동화책을 꼭 곁들여 빌려온다. 어른인 내가 동화책을 보는 이유는 마음이 순수해지고 평화로워지기 때문이다.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너무 맑고 아름답다. 재치와 유머도 넘쳐나고, 때론 지혜도 엿보인다. 그래서 마음이 순수해지고 즐거워진다.어른도 어린아이였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마음을 가끔 떠올려보자. 순수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기도, 때론 그리워지기도 할 것이다. 잃어버렸던 동심은 메마른 마음속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 줄 것이다. 지나치게 속물화되어 갈 때 시야는 흐려지고, 세상은 혼탁해진다.

2013-07-10

우리가 몰랐던 원자력의 비밀

▲ 허재열월성교육훈련센터 교수 벌써 한 여름 더위를 무색케하는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봄,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라는 주제가 아주 빠르게 우리생활에 적용되는 분위기다. 온실효과란 온실가스의 대기농도가 증가하여 지구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온실가스 구성물질에는 수증기, 메탄, 이산화탄소 등이 있다. 이 중 최근 그 양이 급증하면서 지구 온난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받는 것이 이산화탄소이다.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를 연소시킬 때 대량으로 발생한다. 특별한 대책이 없을 경우 이들 온실가스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을 최대 3.5℃ 높이고, 해수면을 50cm 상승시켜 생태계변화, 기상이변 등의 심각한 재앙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무심기는 평균기온이 6.5℃일 때라고 분석되었다. 요즘은 3월 중순에 해당하는 기온이다. 4월5일인 식목일을 3월 중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하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만 상승해도 생태계는 위협을 받으며, 2℃ 상승하면 일부 생물종은 멸종하게 된다. 만약 3℃ 상승할 경우 지구에 사는 생명체 대부분은 심각한 생존 위기에 처하게 된다.2006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표에 따르면, 발전원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 991g/kwh, 석유 782, 천연가스 549, 바이오매스 70, 태양광 57, 풍력 14, 원자력 10, 수력 8 순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00만kw급 발전소를 1년간 운전하는데 필요한 연료를 비교하면, 석탄 220만t(10만t급 선박 22척), 석유 150만t(10만t급 선박 15척), 천연가스로는 선박 11척, 원자력은 20t이다. 즉, 원자력의 경우는 10t 트럭 2대 정도의 분량이면 충분하다. 자원빈국이며 에너지 고립국인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와 지속성장을 위해 원자력발전이 현실적인 대안임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2011년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더없이 높아졌다. 2009년 207건, 2010년 289건이던 일간지 및 방송사 기사 건수가 2011년 5567건, 2012년 2432건 등으로 급증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원전의 사고나 고장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언론의 관심과 보도가 집중되고 반원전 논란이 확대됐을 뿐이다. 이로 인해 원전 안전성에 대한 규제와 설비보강이 강화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정부와 사업자는 국민의 관심을 부담으로만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보다 안전하고 신뢰받는 원자력이 되기 위한 촉매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증거가 속속 들어나고 있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살기 좋은 자연환경만 준 것이 아니다. 슬기롭게 활용할 지혜도 함께 줬다. 보다 안전하고 완벽한 원자력의 이용은 피할 수 없는 결정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반경 30km 까지 피해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온실가스에 대한 대책이 없을 경우, 전 지구상의 인류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북극곰을 책에서만 볼 날이 올 수도 있다. 보다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2013-07-04

후배 개인전을 다녀와서

▲ 권정찬 경북도립대 교수·화가왜 그림만 그리지 학교에 가셨나요? 이런 소리를 선배들이나 후배들이 종종 하곤 한다. 직접 듣기도 하고 지인들이 중계를 하기도 한다. 소위 미술시장이 호황 때의 말씀인데 계속 그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대구에 계속 계셨더라면 더 유명해 졌을 것 아닙니까? 다른 사람 누구는 유명해져 난리인데 권선생은 뭐합니까? 등의 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 내가 떠난 16여년 사이 옥션도 화랑도 모두 인기 작가들을 많이 배출하였다. 돈을 많이 벌었다고들 한다. 자 그렇다면 인기작가의 기준은 무엇인가? 사과나 대추, 심지어 꽃, 소나무 등을 사진처럼 잘 그리는 기술보유자들이 인기작가인가요? 인기작가의 작품을 베끼는 작가가 인기작가인가요? 참 어려운 질문이다. 소위 잘 팔리는 그림이 인기 작가이고 유명작가라면 할 말이 없는 세상이다.그래도 국민화가 박수근은 쌀 한가마니를 가지고 그림을 사가져 간 고객이 환불을 할까 봐 그날 밤에 이사를 갔다고 하고 추상화 거두 하인두는 우리나라 대표화랑에서 초대전을 하였지만 작품이 전혀 팔리지 않았다. 또한 80년대 대구전시회의 이우환 조각은 전시 후 둘 때가 없어서 K대학 잔디밭에 사정을 해 갔다 두었다. 이중섭은 피난시절 대구에서 담배은박지에 수없는 묘침 드로잉을 하여 신문사의 삽화를 희망했지만 편집장은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이분들은 국민적 화가로 대접을 받고 있지 않은가?한편 소위 국전과 미술대전에서 구상을 추구하는 수상작가들은 당대에서 수입이 짭짤해 명예와 부를 함께 누렸다. 하지만 그들의 공모전 양식은 그야 말로 수묵의 전통을 고수하거나 자연과 인물을 베끼는 기술로 입상을 했다. 그래서 고객들에게도 인기가 만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분들의 설자리가 어디 있는가. 이러한 모습과 상황은 지금과 유사하다. 한 작가가 탄생하여 자리를 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옥션이나 화랑, 심지어 아트페어 같은 곳에서 잘나가는 일시적 현상이 과연 오래 지속 되었는지 곰곰이 살펴 볼 일이다. 작가가 추구할 최선의 목표는 자신의 독립된 철학이 담긴 작품을 탄생시키는 일이다. 사진같이 잘 그리는 기술도 필요하고 기초를 다지기 위해 유명작가의 작품을 요리조리 베끼는 것도 필요한 판단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상품으로 버젓이 내어 놓는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러한 이면에는 작가의 심리적 의도도 있겠지만 화상들의 부추김이나 묵인도 큰 몫을 한다. 어느 분의 작품을 모방했는지를 뻔히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오히려 권장하는 화상의 태도야 말로 심각한 저해 요인이다.최근에 대구 모 화랑에 후배 전시회에 모처럼 다녀왔다. 그 전시회를 간 이유는 홀로 열심히 작품과 투쟁하는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여러 작가들의 개인전 카다로그가 연구실 한쪽에 수북이 자리하고 있지만 정말 가보고 싶은 전시회는 아주 귀하다. 왜 이런 작업을 할까? 왜 이런 작가를 초대할까? 아니 기초도 안돼 있잖아! 등 나름의 실망이 많다.지금은 21세기이다. 사실을 추구하는 고전주의는 우리로 치면 조선중기 쯤 다 끝난 양식이 아닌가? 전통산수화 이것 역시 18세기에 마감한 우리의 그림 아닌가?나 나름의 기준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또 사실이던 모방이던 그 가치에 따라 예술의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런 것 외는 없었다. 그들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대 선배로서 확인의 조언을 들려주고 싶을 따름이다. 조선시대 신사임당은 자식이 10년을 절에 가서 학문을 터득하기를 원했고 60중반의 가왕 조용필은 10년의 세월동안 칼을 갈고 나타났다. 그것도 더 철저한 연구와 자기만의 색깔을 담아 당당히 나타났다. 한번 모두 자신과 비교 해보라고 전하고 싶다.

2013-07-03

지금은 `힐링`이 필요한 때

▲ 홍인자시인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탁 트인 초록 자연을 배경으로 각계의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서 진행하는 토크쇼다. `벗으면 기쁘지 아니한가, 마음을 알면 기쁘지 아니한가, 먹으면 기쁘지 아니한가, 만나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네 가지 테마를 가지고 `힐링`하는 프로그램이다. 초대된 사람은 살아온 이야기나 숨겨진 아픔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 놓는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웰빙 열풍`에 이어 `힐링 열풍`이 불어오고 있다. `힐링(healing)`은 `몸과 마음의 치유`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힐링 열풍을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이 많긴 하나보다. 치열한 경쟁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그 속도에 맞춰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은 아픈 데가 참으로 많을 법도 하다. 힐링이 진짜 필요한 세상이다.`힐링`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겠지만, 나는 누군가를 만나서 마음을 나누는 것이 좋은 치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내가 아는 어떤 분은 젊은 나이의 아들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의 심정은 참혹했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어찌 그 고통을 알겠는가. 어머니는 물론 남겨진 모든 가족은 그때부터 방황했다. 평범했던 모든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그녀는 우연히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식을 잃은 사람들끼리 만든 인터넷 카페에서였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상처를 지니고 있었다. 서로를 위로하는 댓글들을 올리면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인연이 된 그들은 직접 만나 여행을 통해 대화를 나누면서 상처를 치유해 나갔다. 세상에 대해 마음의 빗장을 걸었던 그녀는 그제야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그녀에게 치유의 힘을 준 건 만남이었고, 그들끼리 나눈 마음이었다.내가 `힐링`하는 방법은 글쓰기를 통한 만남들이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서 많은 사물과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며 큰 위안을 얻는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음으로 잘 들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길을 걷다가 만난 허름한 폐가에서는 발길을 멈추고 오래된 빈집의 이야기를 듣는다. 거미줄로 뒤덮인 늙은 집이지만 한때 그 집도 사람들로 북적이며 반짝거리고 행복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주인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오랜 세월 홀로 허전한 공간을 지켰을 빈집이 내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척 외롭고 쓸쓸했노라고. 혹은 젊은 나이에 바다에 남편을 잃고 한평생 물질을 하며 살아온 바다 아낙네의 이야기를 듣는다. 끝내 파도를 건너오지 못한 남편을 그리며 거친 삶을 살았던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난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고 아픈 마음을 나눈다. 그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 꼭꼭 품었다가 글로 엮어낸다. 그들의 아픈 이야기를 통해 나의 상처도 들여다본다. 그러면 어느새 마음이 정화되고, 내겐 어떠한 불행도 견뎌낼 힘이 생긴다. 슬픔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진다.누구에게나 예기치 않은 불행은 찾아온다. 마음이 병들면 몸도 병든다. 그들에게는 치유가 필요하다. 치유의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와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닐까.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하지 않은가.신록으로 아름다운 이 계절에도 누군가는 상처로 아파하고 있을 것이다. 오직 자신들의 이기와 조급함에 빠져 살면서 정작 가까운 사람이 아파하고 있지나 않은지 그들의 마음을 찬찬히 살펴보시라. 누군가의 상처를 알고 진심으로 위로해 준다면 언젠가 당신도 그들로부터 치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13-07-02

안동을 세계적 사랑의 도시로

▲ 김부환 유럽경제문제연구소장동유럽 가운데 체코 프라하는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해질 무렵 연인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가장 좋은 위치에서 프라하 성을 보기 위해서다. 흔히 세계적인 `연인의 도시`로 체코 프라하를 꼽기도 한다.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체코 프라하는 사랑, 자유, 방황, 애환 등 집시와 보헤미안의 낭만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게다가 `동유럽의 파리`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아름답고 황홀한 중세건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연인과 작은 돌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돌길을 걷다보면 오랜 보헤미안의 역사가 들려주는 신비한 얘기들을 접할 기회도 있다. 그래서 이곳을 연인의 도시라 불리는 모양이다. 최근 프라하 시당국은 지하철에 싱글전용 칸을 만들어 독신남녀의 사랑이 이뤄지도록 배려할 계획이라니, 과연 연인의 도시다운 발상이다.이탈리아 피렌체도 마찬가지로 연인의 도시로 불린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우리들은 피렌체의 두오모 광장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로맨스를 경험하곤 한다. 그래서 누구나 피렌체의 두오모 광장을 서성일 때면 무슨 멋진 낭만이나 로맨스가 다가 올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연인의 도시답다.이제 안동 얘기를 해야겠다. 안동에는 가슴 저미는 원이엄마의 실존적 사랑이야기가 있다. 퇴계선생과 두향의 지고지순한 정신적 사랑,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끝없는 사랑 등 실체적인 사랑이야기도 존재하는 도시가 안동이다. 이 같은 사랑이야기엔 무엇인가 유교적이면서도 동양적인 가치가 스며있어 언제 들어도 우리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특히 `원이 엄마`의 편지는 1998년 5월 고성 이씨 이응태(1556~1586)의 묘를 이장하던 중 관 속에서 발견됐다. 이씨 부인(원이 엄마)이 남편의 쾌유를 빌며 남편이 어린 아들(원이)을 남겨두고 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숨지자 안타까운 마음과 사모하는 정을 적어 관 속에 넣은 것이다. 지금까지 `원이 엄마`를 소재로 한 소설과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이 만들어질 정도로 고귀한 사랑이야기로 재평가되고 있다.세계적인 경제포럼인 스위스의 다보스포럼은 해마다 연초가 되면 세계적인 쟁쟁한 지도자나 경제인들이 모이는 곳이다. 최근 들어 다보스포럼에서 다뤄지는 테마들의 내용에 변화의 조짐들이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본주의의 성과가 뜨거운 이슈가 됐지만, 이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의 대안에 관한 것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 대안 중의 하나로 바로 동양적인 유교가치가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런 상황에서 함께 지혜를 모으고 아이디어를 낸다면 안동의 사랑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의지가 있는냐에 따라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장차 안동이 세계적인 `사랑의 도시`, `사랑의 메카`로 자리 잡는 날, 안동의 문화와 향토자원이 알려지고, 특산품과 음식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질 때 상상을 초월할 경제적 효과도 분명하다. 공교롭게도 최근 신춘문예 `원이엄마`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이 안동에서 열렸다. 앞에서 열거한 안동의 사랑이야기는 우리의 노력에 따라 한국을 넘어 언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사랑의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원이엄마`시나리오 공모전을 계기로`사랑의 도시 안동`이 세계적인 사랑의 메카로 발 돋음 하는데 한 톨의 밀알이 되기를, 나아가 주춧돌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2013-06-24

팔방미인

▲ 권정찬 화가·경북도립대 교수오늘의 사회는 다양한 능력의 소유자를 원하고 있다. 하나의 전문인 보다는 여러 가지의 전문성이나 자격증을 소지하는 시대이다. 이것저것이 잘 조화가 되어 자신의 전공이 더욱 심화되고 돋보이는 결과를 나타 낼 수도 있다. 미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림 하나도 제대로 적응 못하고 방황하고 어려운 인생을 산 작가들도 허다하다. 하지만 모나리자로 유명한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드로 다빈치는 유화를 발명하고 대기원근법 등 회화의 구도와 기법을 창시한 화가로서의 명성뿐만 아니라 조각, 건축, 철학, 시, 작곡, 육상, 물리학, 수학, 해부학, 악기, 연출, 토목 등 많은 분야에 대가였으며 특히 인류 최초로 비행기와 잠수함을 만들려는 시도를 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참 많은 재주꾼이었고 고기를 멀리한 채식주의자로서 철저한 자기 관리자이도 하였다. 이러한 다방면의 출중한 능력은 그의 그림 하나하나에 구도나 재료, 구조, 해부 등에 이르기 까지 완벽함을 보여 주었다. 사물의 사진 한 장에 달랑 매달려 작품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의 작가들은 한번쯤 눈여겨 볼 부분임이 틀림없다.그리고 대구에도 근대 서화단을 주름잡던 석재 서병오 선생도 팔능거사로 불리우며 놀라운 재능을 보여 주었다. 시와 서예는 물론 매난국죽 등 사군자를 비롯한 그림에도 빼어난 솜씨를 보여 주었으며 문장과 거문고에도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고 한다. 또한 장기, 바둑과 의약에도 조예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칭송을 했다. 기초적인 수련과 화법의 전개는 전래돼 내려온 화본과 스승의 역할도 무시 못하였으리라 생각되지만 그의 시와 문장력은 글씨와 그림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 근대 서화단에 독보적인 문인화가로서의 위치를 굳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장기, 바둑, 의학은 회화의 조형성과 식물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된다.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사물을 직접 접하거나 간접적으로 참고하여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 넣기에는 너무나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주변은 그렇지 많은 아닐듯 싶다. 중국화집이나 스승의 화본에 매달려 모양 흉내 내기에만 급급한 작가들을 보면 느낄 수가 있다.앞에서 언급해 보았듯이 인간이 보여주는 다양한 재능은 서로 연관이 있다. 요즘 대학에서도 사회에서도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따느라고 바쁜 사람들이 많다. 어떤 이는 자격증이 수십 여종에 이르기도 한다.물론 한 우물을 파는 경우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뭐든지 끝까지 추구하고 파고들어 하나를 크게 성취한 사람이 존경을 받고 사회적 명성을 얻고 있는 분들이 많다.여기서는 그러한 것과 같이 논하는 것이 아니라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추거나 전문적인 자격증을 두루 갖고 자신만의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동양화니 서양화니 학교 때부터 구분하고 서로의 벽을 지키며 배움에 몰두한 기억이 난다. 채색을 하면 일본화로, 사실을 그리면 상상화로, 산수화를 그리면 장내기 그림으로 치부하던 시절이다. 그리고 서양화를 하는 사람이 동양화를 그리면 우습고 동양화를 하다가 서양화를 하면 그것 역시 하찮게 본다. 스승 따라 선배 따라 모두 자신 것은 잊고 추종하니 개성이 없든 시절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동양화도 아니고 서양화도 아니고 자유분방하게 작업에 임하는 것을 보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스스로들 하나 둘 연구하고 터득을 하는 것일까하는 데는 의문이 많이 든다. 어디서 본 듯하고 어디 누구 것을 많이 닮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왜들 서두를까? 멀리 보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견문을 익히며 색다르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아주 독특한, 그러면서도 완벽한 작품을 만들지는 못하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면 결국 부족함이 많은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데 답을 얻는다.

2013-06-18

무조건 취업시키라고?

▲ 권정찬 경북도립대 교수·화가교육인적자원부가 실업률해소와 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을 들고 나왔다. 좋은 정책이다. 졸업생 전원이 취업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요즘 대학마다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는 데 골몰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의 방침이기도 하고 대학이 각종 혜택을 받으려면 직장건강보험을 넣어주는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입시 때 마다 뻥 튀기던 광고용 취업률은 쑥 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정부가 너무 이를 강조하다보니 일부 학과는 높은 취업률에 쾌재를 부르고 특정학과는 아주 형편없는 결과 눈치 밥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음악, 미술, 체육, 연예 등의 학과는 아예 죽을 지경이다. 정부 시책대로라면 학과를 없애야 한다. 취업처가 영세하고 일인 취업자가 많고 예술 한답시고 홀로 뛰니 누가 직장으로 알아주지들 않는다. 체육 역시 각종시합에서 상을 받으면 무엇 하는가? 사대보험 들어 주는 곳이 없는데 말이다. 요즘 한류로 잘나가는 실용음악과는 입시 비율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취업률은 0에 가깝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왜? 예체능마저 그런 잣대로 취업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내년부터 공연이나 전시경력도 취업으로 인정한다고 한다. 그것 또한 말도 아니다. 공연이나 전시회를 자본금 없이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실력 있는 프로들도 돈이 없어 공연이나 전시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갓 졸업한 졸업생들이 무슨 재주로 할까? 기획실이나 전시행정가가 스카웃해서 당장 기회를 줄까?굳이 다른 것을 떠나서 미술만 보자. 화가의 본질은 창작을 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자금이 많이 든다. 다른 일 꺼리를 해서 번 돈으로 물감사고 회비내서 그룹전을 한다. 그런데 그것도 하자고 하지 않으면 개인전을 해야 하는데 돈은 누가 보태나?각종 통계를 떠나서 그림으로 먹고살거나 자신의 능력으로 작품을 전시하는 경우는 과연 몇 프로나 될까? 요즘 같은 현실로는 한두 명을 빼곤 전국에서 작품전을 해서 플러스 수익을 올리는 프로작가도 없다. 관을 짜 놓고 기다린다고 할 정도이다.어떤 배우가 지방대학의 강의를 위해 다닌다고 해서 물어 보았다. 선생님은 연세나 경륜이나 인기도 있잖습니까? 하니 그 정도로는 힘 든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팔도를 뛴단다. 그러면서 배우, 탈랜트의 80%가 무소득자라고 하면서 국세청의 조사 결과라고 한다.프랑스의 경우 미대를 졸업하면 1년 동안 국가가 예술 활동비를 지원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 평가를 하여 가능성 있는 신인 작가는 계속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는가? 예술을 전공한 사람은 실적을 보여줘도 예술품이고 머릿속에 들어 있는 혼도 예술의 설계도면이다. 그리고 대학까지 나오면서 하기 싫어서 예술 활동을 안 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여러 가지 여건이 따라오지 않을 따름이다. 늘 머릿속에서는 예술에 대한 원대한 설계와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이러다가 국가적 장려분야인 체육이나 나라의 문화첨병인 예술이 교과서나 전공에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무조건 공장에 가라. 직장에 들어가라, 사대보험 되는데 가라. 그기에 다 전시회를 하라 공연을 하라 실적을 보여라 한다.그것도 좋다. 그렇지만 정작 방송국이나 개인 사업소, 체육관, 학원, 가계, 프리랜스 등 직장 의료보험을 들어주지도 않고 필요도 없이 취업해야 허는 곳도 너무나 많다. 우선은 뭐라 뭐라 해도 이런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하든 정부차원에서 사업 처는 무조건 직장보험을 필수로 의무화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취업하라고만 하면 무엇 하나? 정작 의료보험을 들어주지 않는 분야의 직장이 수두룩하다. 밭을 만들어 놓고 씨를 뿌려야 하지 않는가? 앞뒤 없는 숫자놀음의 결과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2013-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