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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得)과 실(失)

등록일 2013-07-29 00:58 게재일 2013-07-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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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복 포항항도초등학교 총동창회 명예회장

며칠째 폭염경보가 내리는 우리지역에 비해 중부지역은 폭우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요즈음의 기상이변이 달라진 세상 인심 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다. 국내외로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올해는 유독 `갑(甲)`과 `을(乙)`의 상관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로 들끓고 있는 민심 또한 어지럽다.

최근 우리지역에서 일어난 몇 가지 사건들이 뜨거운 한여름의 무더위를 부추기는듯하여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지난 3월초에 일어난 도심산불로 아직도 피해복구가 안되어 속을 섞이고 있는데다 며칠 전 내린 폭우에 산불로 민둥산이 된 수도산 흙더미가 밀려 내려와 아파트단지의 주차장 일대를 흙탕물 범벅으로 만들어 주민들이 한동안 큰 소동을 벌인 적이 있다. 필자가 사는 동네라 해서가 아니라 복구 당초부터 피해 당사자들인 동네주민들에게 복구공사의 개요나 구체적인 시공 계획 등을 설명하지도 않은 채 나무를 자르고 산을 깎고 석축을 쌓는 일방적인 시공을 하는 것 같더니만 장마철이 가까워짐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여 급기야 흙더미가 무너지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매일 창밖으로 보는 공사현장이 안타깝기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단 1시간의 폭우에 흙바다를 만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누구를 위한 공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누구의`득(得)`과 `실(失)`을 위함인가? 과연`갑`은 누구며 `을`은 누구인가?

얼마 전 초등학생들의 등교거부까지 하며 반대집회를 벌이던 양덕 승마장건립문제도 일방 통행식 추진이 불러온 참사라고 보도된 대로 시민을`갑(甲)`으로 생각지 않는 `슈퍼 갑(甲)`의 횡포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생각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복구공사를 서두르는 지방자치단체는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고, 지역의 종합체육시설 확충 방안으로 국·도비가 지원되는 사업이라 시민건강증진과 체육시설 확보 차원에서 밀어붙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지역민을 위한, 지역민에게 `득(得)`이 되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 후에 올 수 있는 지역민의`실(失)`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지나간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아야할 대목들이다.

또한 45년을 지역과 함께한 포스코가 요즈음 들어서 힘이 빠진듯해 더욱 안타깝다. 연이어 일어난 사고로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 지역민들의 불안해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3월에 새로 부임한 향토출신 제철소장이 오자마자 악재가 겹쳐 면목이 없다는 대(對)시민 사과의 인사대로 진정어린 고뇌를 지역민들 또한 겸허히 받아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껏 포스코가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한 이상으로 더욱 진정성 있는 공생(共生)의 의지와 포스코와 함께 한다는 지역민들의 공감(共感)이 어우러질 때 공동의`득(得)`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포스코가 허덕이면 우리지역은 쓰러지고 만다. 어떡하든 안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지역이 살아가는 것이다. 포스코 역시 더욱 분발해 지역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상생(相生)`의 참뜻이 아니겠는가.

최근 보도에 이런 게 있었다. 포스코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도(2011년)에 비해 15.8% 감소(2012년) 했지만 사회공헌을 위한 기부금 증가율이 19.7%이나 늘었다니 꼭 실망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순이익이 줄었지만 사회공헌활동은 지속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 그리 기분 나쁘진 않다. 오는 26일부터 시작하는 시민을 `갑(甲)`으로 생각하는 자치단체와 대기업이`슈퍼 갑(甲)`이 아님을 알리고 행동할 때 진정한 `득(得)과 실(失)`의 정답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

더욱 위대한 포항을 만드는데 다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게 가장 슬기로운 해법임을 인식하고 서로를 조금만 더 배려하고 이해하는 너른 가슴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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