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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박람회와 헬무트 콜 독일총리

등록일 2013-07-17 00:33 게재일 2013-07-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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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환 유럽경제문제연구소장

유럽의 농업이 대단할 것 같지만 1차 산업분야의 농업만큼은 우리나라의 농업과 흡사하다. 규모의 경제에 입각하면 우리나 유럽이나 소농(小農)일 수밖에 없다. 특히 농업대국으로 일컬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유럽국가들 역시 농·축산물에 대해 미국 등 농업대국으로부터 시장개방 압력을 받고 있는 나라들이다. 서유럽 선진국들은 한 때 미국산 육류를 정상적인 육류가 아니라며 버틴 적이 있었다. 자국의 농축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성장촉진제나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미국산 육류는 순수한 사료를 투여한 자기네들의 육류와는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미국의 무차별적 육류시장 개방 압력에 맞서기도 했으니 그 심정을 오죽하랴.

그러나 1차적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농산물의 2차적 가공분야나 식품분야에 들어가면 얘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농업은 소국이지만 가공이나 식품분야에서 관해선 세계적인 강국이요, 대국인 나라들이 유럽에는 수두룩하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프랑스의 와인들, 스위스의 치즈들, 독일의 소시지들, 이탈리아의 스파게티와 파스타들…. 각 품목마다 지명이 붙거나 세분된 종류로 분류하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브랜드들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적인 일류 식품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거기에는 선진의식과 신뢰, 서유럽 특유의 사회적 자본까지도 융합돼 있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얘기지만 1997년 당시 필자는 유럽에 있었다.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국제식품박람회에서 겪은 일인데 두 번이나 놀란 적이 있었다.

식품박람회 오픈 행사에 느닷없이 당시 기민당(CDU)의 헬무트 콜 총리가 모습을 드러내 깜짝 놀란 것이다. 얼마든지 식품관련부처의 고위공직자를 보낼 수도 있으련만, 최고의 권력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몬산토사의 유전자조작식품과 관련된 유럽소비자들의 반발을 무마시키려는 나름대로의 정치적 의도도 있었던 걸로 분석됐지만, 결국 자국 식품에 대한 세일즈가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놀란 것이다.

최고의 권력자가 식품박람회에서 자국의 식품을 앞에 놓고 당당하게 세일즈외교를 펼친다는 것은 그 식품에 대한 국가의 보증과 신뢰를 약속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미치자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 진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나 지자체들은 농업의 6차산업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1차적인 농업이 2차 및 3차산업으로 뻗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의 6차산업화는 새삼스럽게 오늘과 미래에 존재해야 하는 우리들만의 목표도 아니다. 과거에도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해 왔다는 것인데 시너지효과가 나라마다 시기마다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농업의 6차산업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규모와 신뢰 그리고 국제적인 교류 면에서 봐도 그렇다. 어쩌면 우리의 살길 일지도 모른다.

`맛도 점령 된다`는 얘기가 있다. 이미 맛에 대한 보이지 않은 영토의 싸움은 시작됐다. 관련분야의 종사자들은 최선을 다하고 온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물론 여기에 국가나 각 지자체의 전략적 접근과 지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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