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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고등학교에서 인문학 중흥을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대부분의 학교에서 기말고사가 끝나는 시점이다. 우리 학생들 지난 1년 동안 참 많이 고생했다. 고생한 만큼의 좋은 결과가 꼭 있기를 바란다. 혹 기대한 만큼의,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런 일이 절대 없었으면 좋겠지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험생이 있기에 존재하는 시험나부랭이에 절대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생이 있고 시험이 있지, 시험이 있고 학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금 사회에서는 이 말이 오류가 된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모든 수험생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절대 주객이 전도 되지 않기를.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반성이다. 인류문화가 지금처럼 발전한 것도 다 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철저한 반성, 그것만이 발전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곧 날아 올 성적표를 두고 철저히 분석하고, 더 냉철히 반성한 다음 그것을 실천에 옮긴다면 분명 내년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겨울방학 동안 인문학으로 지금까지 고통 받고 상처받은 상상력을 치유하라고 당부하고 싶다.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리이냐고, 또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미 학문의 요람이라고 하는 대학교들도 내다버린 인문학을 왜 갑자기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들이대느냐고 질책하는 소리도 곳곳에 들리는 듯하다.하지만 최근 들어 자연과학의 발전으로 발생한 많은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인문학에서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문학이란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自然科學)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반하여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인간의 가치 탐구이다. 비록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이지만, 그래도 인간이 비주류로 내몰린 이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를 말하는 인문학에 대해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경제계에서도 인문학이 블루오션의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미래 산업에 대한 상상력 고갈로 힘들어 하고 있다. 그 힘듦은 오롯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부정적인 경제지표들은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그래서 국가는 신 성장 동력 산업 찾기에 국운을 걸고 있고, CEO들은 미래 융합 상상력을 찾기 위해 수 천만 원 넘는 비싼 수강료를 내고 인문학 강좌를 듣는다. 인문학이 문(文)사(史)철(哲), 즉 문학, 역사, 철학, 종교 등 이 사회를 공시적 통시적으로 아우르는 학문이기 때문이다.이제 곧 겨울 방학이다. 아이들은 겉으로는 신이 나 있지만 속으로는 하나도 즐겁지 않다. 왜냐하면 돈 좀 있는 아이들은 해외에서, 돈 없는 아이들은 국내에서 저마다 또 무의미한 책 속에 갇혀 이 겨울을 보내야 하기에.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더 늘어나는 시기가 바로 방학이니까. 학교 보충 수업을 해야 하고, 부족한 과목은 학원을 몇 개씩이나 더 다녀야 하고. 걱정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뭔가를 더 해 주고 싶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에, 또 놀아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에 학교와 학원이라도 충실히 다녀라 한다. 그게 부모의 도리이니까 알바를 해서라도 학원은 보내준다고. 참 서글픈 현실이다.여기서 제안 하나. 기왕 해야 할 방학 보충 수업이라면 국영수를 버리고 문(文)사(史)철(哲)을 수업 하자고. 한 주는 문화·문학·예술을, 또 한 주는 역사·역사토론·역사문화탐방을, 그리고 또 한 주는 철학을. 이렇게 하면 우리 아이들의 막혔던 상상력의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혹 그 속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엄청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2013-12-17

왕따에 대한 진실과 오해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며칠 전 어느 일간지에서 보도한 “학교 왕따 피해자 58% 직장서도 따돌림”이란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직장인 1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57.9%가 직장에서도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스스로 학창시절 따돌림 가해자였다고 응답한 이의 36.4%는 직장에서도 누군가를 따돌린 적이 있다고 답했고, 학교 따돌림 목격자는 직장에서도 따돌림을 목격할 확률(33.3%)이 높았다고 한다. 특히 학교 따돌림 피해자가 사회에 진출해 가해자가 되는 비율이 낮은 것과는 달리 학교 따돌림 가해자가 나중에 직장 따돌림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27.3%로 비교적 높았다. 이 보고서는 “학교에서 따돌림에 대한 적절한 치유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많은 학생이 생활하는 학교에서는 따돌림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는 공간이고 보니 학생들의 따돌림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피해자가 당하는 고통을 생각해 보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따돌림의 피해 학생은 `안 놀아 줘요, 저 보고 욕해요, 자기들끼리 수군거려요. 제가 가면 피해요`라는 이야기를 한다. 상대방 학생들을 불러 조사해 보면 그 친구가 `짜증을 잘 내요, 성격이 이기적이에요, 욕을 잘 해요, 잘난 척해요`라는 이유로 함께 어울리기 어렵다고 항변한다.양쪽 얘기를 들어 보면 피해자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가해자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이 경우 학교에서는 대체로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여 사건을 처리한다. 피해자에게 맞는 상담 치료를 하고, 가해자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이러다 보면 가해측 학부모는 학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때가 있다. 고의로 왕따를 시킨 것도 아니고 피해 학생이 원인 제공을 했으며, 자신의 자녀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한다. 이로 인해 학교가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다.어떤 조직에서나 따돌림은 소통의 부족에서 생긴다. 대개 성격상 소극적이고 소심하며,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은 따돌림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친구가 있다 해도 한두 명 자기와 맞는 학생하고만 어울린다. 학교라는 공동생활 공간에서 소통할 친구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반대로 지나치게 적극적이나 거친 성격의 소유자,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아이는 따돌림의 가해자가 되기 쉽다. 이런 아이들은 소심한 친구들의 심정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 기준에서 다가가려 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되기 쉽다. 이렇게 보면 따돌림 현상은 가해자든 피해자든 대체로 타고난 성격이나 행동 특성에 기인함을 알 수 있다.그런데도 학교 왕따 피해자의 58%가 직장서도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원인이 학교에서 따돌림에 대한 적절한 치유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돌림 현상이 개인의 타고난 성격이나 행동 특성에 말미암은 경우가 많기에 학교에서 몇 시간 치료 상담을 한다고 해서 치유가 어렵기 때문이다. 원인 치료가 어렵기에 학교 왕따 피해자나 가해자는 직장에서 가서도 따돌림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같은 문제는 평생을 따라 다닐 수도 있다.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릴 때 가정에서 자기 자녀의 성격 유형을 객관적으로 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친구를 잘 사귀게 한다든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른다든지 하는 사회성 향상 교육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에 취학해서도 왕따 문제로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

2013-12-16

지자체 예산으로 죽고 사는 미술축제의 단면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지자체 운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는 가히 `축제의 나라`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 됐다. 넓지도 않은 나라에 비슷한 문화행사들이 꽤나 많이 생겨났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을 알리고 이를 통해 적극적인 관광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로 마련되는 이벤트성 행사에서부터 단체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문화행사와 나아가 국제적인 문화행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행사까지 정말 다양하다. 미술부분에 있어서도 전국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행사들이 개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많아질 예정이란다. 이들 행사 중 우리들의 귀에 익은 행사들이나 한번 쯤 관람했던 행사들이 있는가 하면, 생소한 행사들인데도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개최된 경우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신설된 행사들은 새로운 문화축제로 자리 잡기 위해 활발한 홍보활동을 펼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국내의 수많은 미술축제 중 대표적인 미술행사를 뽑으라고 하면 아마도 부산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부산비엔날레`와 20여년에 가까운 역사와 함께 꾸준한 성장으로 세계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광주비엔날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주문화엑스포`는 미술 분야를 포함해 문화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행사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 끝난 `대구아트스퀘어`는 비엔날레가 가지는 전시성 행사를 극복하고 예술이 생활 속에서 좀더 자유롭게 스며들어 일반 관객들과 친숙해 지는 전시회로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행사이다. 미술관의 박제된 작품들을 관람만 하는 한계점에서 벗어나 새롭게 창조된 미술품을 관람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소유하고 즐길 수 있는 기쁨을 주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이다. 관객과 새로운 미술 인구를 증대시키자는 취지로 마련된 대구아트스퀘어는 이제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타 지방의 축제와 비교 해 보면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내재된 행사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이러한 대규모 미술행사를 논할 때 예산은 그 행사의 생명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예산의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그 예산의 확대와 필요성 역시 대규모 행사에 참여하거나 진행해 본 관계자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1995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는 `광주비엔날레`는 총 예산 135억원(2년간)의 지원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오고 있으며, `부산 국제영화제`와 함께 부산을 알리는 국제문화행사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는 `부산비엔날레`역시 40억원에 달하는 국고와 지방예산의 도움으로 행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대구의 대구아트스퀘어는 국비와 지자체 예산 4억원으로 진행되는 행사이다. 참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며칠전 다급하게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시의회에서 내년 예산안 심의를 하는데 대구아트스퀘어 예산이 일부 삭감되었다는 것이다. 급한 마음에 조직위원들과 의논해 예산 증액에 대한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 하고, 예산 삭감은 막을 수 있었다. 증액 돼도 시원찮은 형편에 삭감되는 위기는 겨우 모면한 셈이다.광주시는 140만명의 인구에 예산 규모가 3조6천여억원이다. 그리고 대구시의 경우 250만명이 넘는 인구에 예산 규모가 6조원에 이르고 있다. 아무리 섬유산업 발전과 육성,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일컫는 메디컬산업 등에 투자가 이어진다 하지만 최소한 타 지역의 문화지원과 걸 맞는 투자는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구시는 대구를 소개할 때면 항상 `영남의 중심이며 문화·예술의 중심도시`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정작 대구를 알리는 미술문화 축제를 만드는 데는 지나치게 인색한 면을 보이고 있다. 대구를 대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2013-12-12

모, 이어도 가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이어도여, 너는 속았다! 여의도에게 너는 철저한 남이었다. 아니 우리 모두는 남이다, 이어도가 여의도에게 배신당하던 날 우리는 뭘 하고 있었던가. 비록 우리도 여의도에게 배신당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는데, 우리는 지키지 못했다. 무감각할 대로 무감각해진 우리는 모든 것이 농지거리다. 누군가는 웃으면서 말한다. 유신이 부활했다고, 이런 말조차 종북이라고, 또 누군가는 이제 곧 왕정이 부활할 거라고. 아니 어느 곳에서는 절대 왕정이 부활했다고들 한다. 거역도 부정도, 심지어 항변도 못하는 말씀을 내리시는 절대 군주가 왕림하셨다고 한다.누가 타임머신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놨는지, 이제 곧 우리에겐 삼국 시대를 지나 철기, 청동기, 신석기, 구석기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 어찌 반갑지 않은가.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우리는 곧 태초로 돌아가겠지. 차라리 어쩌면 그 시기가 빨리 왔으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그곳까지 들어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던, 위선과 가식이라는 말조차 아니 순수라는 말조차 없던 석가 전 시대, 아담과 이브 전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과연 그 때처럼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까? 답은 또 뻔하다. NEVER, NO WAY!지금 우리 사회 창조의 키워드는 남이다. 이어도가 저렇게 수난을 받고 있는 것도 모두 남 탓이다. 이 나라에는 모두 남만 살고 있다. 교육 정책과 교육 현실이 남이고, (학생이 학교 밖에서 인간이 돼 오길 바라는) 교사와 학생이 남이고, 교사와 교사가 남이고, 학생과 학생이 남이고, 학부모와 교사가 남이고, 친구와 친구가 남이고, 가족이 남만 못하고, 여(與)와 야(野)는 남을 떠나 아예 원수이고, 남(南)과 북(北)이 남이고, 노()와 사(社)가 남이고, 자연과 인간은 더 남이고, 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과 신이 남이고, 신과 성직자가 남이고, 성직자와 성직자가 남이고, 신과 신도가 남이고, 성직자와 신도가 남이고…., 이어도여 너와 관련된 모두가 남이다. 미안하다.이어도여, 관계는 남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 너에게 처음으로 고백한다. 너와 관련된 모든 것이 남이다. 네 살 길은 최대한 빨리 너와 관계된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네 스스로 끊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여의도를 믿지 말고 홀로 네 홀라 살아가거라. 너를 찾아 떠난 이들의 그 마음으로 그들을 품에 안고 지금처럼 거대한 파도와 맞서 싸워라. 차라리 그게 너를 지킴에 있어, 너의 의미를 지킴에 있어, 너를 찾아 떠난 그 많은 사람과 그 사람들을 떠나보낸 이들의 마음을 지킴에 있어, 너를 아는 이 나라 모든 사람을 지킴에 있어 더 나을 것이다.다시 말하지만 이 사회에서 관계는 남의 다른 말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남이다. 그 옛날 그 숭고한 “내 탓이오!”는 다 어디로 갔는지. 지역과 지역이 남이고, 계층과 계층이 남이고, 세대와 세대가 남인 세상에 이어도 너를 지킬 주체는 어디에도 없다.여의도에게 한 번 묻고 싶다, 이어도가 어디에 있는지, 이어도가 누구의 땅인지, 또 이어도가 어떤 곳인지? 이어도의 국내 해양학계의 공식 명칭은 무엇인지? 여의도여 답을 하려무나! 혹 문충성 시인의 말이 들리기나 하는가!“한라산을 등에 지고 제주 / 바다와 마주 서 보라 (…) / 수평선 넘어 꿈길을 열라, 썰물 나건 돛단배 한 척 / 이어 사나 이어도 사나 / 별빛 밝혀 노 저어 가자 / 별빛 속으로 배 저어 가자 (문충성 `이어도`중)이러다 동경 132, 북위37은 괜찮은지 모르겠다. 일곱 살 나경이의 노래 소리를 여의도는 듣는가?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우리 땅!” 들리는가 여의도여.이제 우리 다시 시작하자. 모든 것은 내 탓이다 운동을. 내 탓이오! 내 탓이오!

2013-12-10

졸업식과 의원님의 상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2013년이 저물면서 각급 학교의 졸업식이 다가오고 있다. 많은 내빈과 학부모가 참석하는 졸업식은 학교의 가장 큰 행사에 속한다. 으레 지역의 각 기관·단체장들이 참석하여 축하를 해 주고, 졸업생들은 학교장으로부터 개근상과 우등상을, 지역의 기관·단체장으로부터 다양한 표창장을 받는다. 표창을 하는 기관장 중에는 국회의원도 들어 있다. 행사에 일일이 참석은 못하더라도 상은 꼭 보내오는 게 관례이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도의원과 기초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들이 너도 나도 상을 주겠다며 학교에 수상자 추천을 의뢰한다. 자기 학교 졸업생에게 상을 주겠다는데 마다할 학교가 어디 있으며, 자기 자녀가 상을 받는데 사양할 학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졸업식 때 상의 수가 급증했고, 시장·군수상, 국회의원상, 도의원상, 시의원상 시상도 관례가 됐다.그런데 몇 년 전부터 문제가 생겼다. 정부가 공직자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선출직 공직자들은 상장은 줄 수 있어도 상품은 일절 줄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상품을 주는 것은 사전 선거 운동에 해당된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이들 공직자가 주는 상은 상품 없이 상장만 배달되어 온다. 국회의원상, 시장·군수상, 도의원상, 시의원상 등이 상품 없이 상장만 수여되는 사태가 생겼다.졸업식 때 수여되는 상은 푸짐한 상품이 곁들여지는 게 상식이요, 그게 졸업식의 풍경이기도 했다. 전에는 이 상들이 시가 5만원쯤 하는 사전류가 부상으로 나갔는데, 상품이 없어져 버렸으니 상을 전해 주는 학교나 상을 받는 학생이 떨떠름해한다. 시상자의 사회적 지위로 보면 최고의 상이지만 상품 없이 전달하다 보니 초라한 상이 되고 말았다. 이 상들보다 격이 좀 낮다 할 수 있는 상들도 화려하게 포장된 상품을 붙여 주는데, 이 상들은 달랑 `종이 한 장`만 전해 주려니 학교로서도 난감한 상황이 생겼다.국회의원이나 시장·군수, 도의원이 졸업식에 참석하는 일은 거의 없다. 누군가가 대신 전달해야 한다. 시장·군수상은 보통 면장이 대신 전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도의원은 대리로 수여할 만한 마땅한 인사가 없다. 그때 그때 형편을 보아 누구에게 부탁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교장이 전하기도 한다.상을 부상의 가치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거나 모범적인 학교생활의 대가로 국회의원상을 받는 어린 학생은 자기보다 못한 친구가 받는 기관·단체상 상품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의원님의 상은 선거법상 상품을 수여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부득이 상장만 전달하니 양해해 달라는 진행자의 말이 궁색해 보인다. 상장만 주기가 곤란해 학교에서 상품을 구입하여 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외부 기관·단체장 시상에 학교 예산을 쓰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 뿐더러 자칫 시상자가 주는 걸로 오해할 수도 있기에 권장할 게 못 된다.다행히 최근 지역의 일부 도의원, 시의원들이 상품 없는 시상의 문제점을 인식하고서는 시상을 포기하게 됐다. 잘한 일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지 여전히 상장만 보내오고 있다. 포항시 북구 지역의 경우엔 2012학년도까지만 해도 북구 출신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인근 남구 지역 국회의원까지 상장을 보내왔다. 자기 선거구가 아닌 남의 선거구에 속한 학교 졸업생에게 상을 주는 이유에 대해 의아해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정치인이 선거구 내 학교 학생들에게 시상을 하는 건 다분히 표를 의식한 정치 행위로 봐야 한다. 그러나 영광스런 졸업식에서 상품도 하나 없고, 대신 전달할 사람도 마땅치 않아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부탁하여 상장을 전하는 행위가 이치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2013-12-09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명백한 국제법적 위반행위

▲ 김호춘포항대 교수·군사과 지난 2010년 11월23일 오후 2시30분경 북한은 우리의 영토 연평도에 해안포와 방사포를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무력공격을 자행했다.이로 인해 우리의 해병대원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도 2명이 사망 했으며 19명의 부상자와 각종 시설 및 가옥파괴 등의 상당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포격은 1953년 7월 27일 한국정전협정 이후 최초로 민간주거지역을 향해 직접 포격한 사례로써 우리에게는 물론 국제사회를 경악시켰다.그러나 북한은 사과와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 보장 등의 약속보다는 우리의 영해에서 우리 군의 통상적인 군사훈련을 자신들의 영해에 무모한 군사적 도발에 대한 자위권 조치라고 억지 주장을 했다. UN헌장 제 51조에 규정된 자위권은 국가의 고유한 권리(Inherent Right)로서 인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권리의 행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무력공격 (Armed Attack)이 발생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서해북방한계선(NLL)이남의 우리영토에서 통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군사훈련이 자위권 행사의 무력공격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지역은 우리의 영토로써 우리의 관할지역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에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북한의 비인도적 만행은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 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1953년의 한국정전협정의 기본목적과 한국에 있어서 일체 적대행위를 완전히 정지할 것을 규정하는 동 협정 제 2조12항을 위반했다.또한 북한은 UN헌장 제2조4항의 무력행사 및 그 위협의 금지의무 규정을 위반했다. 동 규정에 의하면 유엔은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저해하거나 또는 UN의 목적과 양립 하지 아니하는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1천3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우리의 영토 연평도에 약 1시간가량 이어진 북한의 포탄 공격에 의한 무차별적 도발행위는 국제법상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불법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이런 행위는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모든 국가가 존중해야 할 민간인 보호원칙이라는 국제인도법의 제반원칙에도 위반된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1949년 제네바협약 및 1977년 제1추가의정서에 있어 남북한은 공히 조약당사국이다. 따라서 우리와 국제사회는 북한에게 국제법 위반행위에 대해 그 법적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아마도 북한의 속셈은 이것을 빌미로 삼아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시키려는 전략인 것 같다. 북한은 군사적 협상과 군사적 도발을 통하여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해북방한계선(NLL)은 1953년 한국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써 설정됐고 남북한 간의 실질적이고 합법적인 해상경계선이다.국가는 국제관계에 있어 전쟁은 물론 평시에 있어서도 무력을 행사하거나 무력으로 위협하는 것을 금지하는 일반국제법상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비인도적 행위는 1953년 한국정전협정, 유엔헌장 제2조4항 및 제51조 자위권,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상의 제반규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고 응징하기 위해서는 군사대비태세를 완벽히 확립해야 할 것이다.

2013-12-05

현대인도 모르는 현대미술의 불편한 진실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현대사회가 복잡하게 다변화되고 발전해가면서 일반인들도 점차 미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미술은 이제 특정인들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로 새로운 조형문화를 만들어지는 시대로 변모해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어렵고 난해한 현대미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마냥 어려워만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이게 뭐야? 이것도 미술이야? 도대체 이걸 보고 누구 아름답다고 해? 요즘 화가라는 사람들은 말이야 예술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최소한 그림 그리는 시늉이라도 해야 될 거 아냐!”전시장에서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정직한 관객들이다. 어렵고 난해한 현대미술 앞에서 모든 걸 이해하고 아는 것처럼 서 있는 일반관객들보다 적어도 질문을 던져주며 현대미술을 알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일반들은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깊은 지식이 없다보니 작가가 그림 속에 숨겨놓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찾지도 못하고 전시장을 빠져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경우는 미술인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현대미술의 난해함 만큼이나 화가들 역시 동료작가들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의 현대미술 즉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rt)`은 점점 수수께끼처럼 현대인들 주변을 맴돌게 된다.이처럼 현대미술의 난해함을 극단적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가가 데미언 허스트이다. 그는 죽음을 냉정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표현해 내며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생명의 본질을 표현해 내는 작품을 통해 난해함을 넘어서서 혐오감 까지 주고 있다. 거대한 상어를 포름알데히드가 가득찬 유리 진열장 속에 매달고 모터를 연결해 움직이게 한 작품`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속의 있는 육체적 죽음의 불가능성`은 소변기를 자신의 작품이라고 하며 `샘`이라는 명제를 붙여 갤러리에 갖다 놓았던 마르셀 뒤샹이후 미술계의 최대 충격이었다.마르셀 뒤샹은 소변기, 유리, 나무 상자와 같은 `레디메이드` 즉 기성품들을 새로운 차원의 미술로 옮겨 놓음으로써 화가의 손을 자유롭게 해방 시켜 줬다. 그가 생각하는 미술은 산업화 시대로 도래한 물질주의의 시대와 대량 생산시대의 새로운 예술개념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데미언 허스트는 `죽음`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악마의 자식`, `엽기의 예술가`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은 무관심과 냉소로 끔찍한 살육을 보여주는 작품 이면에 어떤 숭고함과 비장함이 어려 있어 죽음에 대한 경고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이처럼 현대미술은 작가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조형세계들이다. 과거 미술은 아름다운의 표현방식이며, 결과물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현대인들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충격을 어떻게 전해 주느냐에 있다고 본다. 심지어는 혐오스럽고 역겹기도 하며, 성적 욕구를 자극시키는 극단적 요소까지도 미술의 영역에 포함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미술은 무엇을 추구하는 학문인지 의문이 갈 정도로 급속한 변화를 이루고 있다.그래서 요즘 미술에 대해 시각은 “현대인도 모르는 미술이 과연 현대미술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는 말들이 적잖게 나오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맞는 말이며, 올바른 지적이다. 하지만 19세기 고흐와 고갱, 모네를 비롯해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을 때 당대에서는 그 누구도 그들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1백년도 채 지나자 않아 인상주의 작품들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의 난해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미술이 얼마 지나지 않으면 우리들에게 가장 친숙한 조형언어로 새롭게 사랑을 받을지 모른다.

2013-12-04

청출어람은 있다? 없다?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수능이 끝나고 시험이 좀 잠잠 하려나 했는데 또 시험 시즌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하고 또 이들의 선생님이 될 예비 교사들은 임용고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취업을 위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모든 시험의 공통점은 바로 점수로만 승부를 하는 경쟁시험이라는 것과 점수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것과 과정은 없고 결과만 있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사회는 이미 지식경제사회로 넘어간 지 오래인데 시험은 아직 농산업사회의 역군을 뽑고 있으니 걱정은 걱정이다. 우리나라에는 학생들이 없으면 안 되는 업체들이 꽤 많다. 학원, 출판사, 의류, 여행, 휴게소, 그리고 독서실 등…. 이 중에 요맘때 시험 특수를 톡톡히 보는 곳이 바로 독서실이다. 수능 수험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기말고사 수험생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물론 임용고사 등 각종 취업 준비생들은 1년 전부터, 아니 어떤 이는 몇 년 전부터 둥지를 틀었다. 등대처럼 환히 불 밝힌 독서실과 도서실을 보면 이 나라 미래도 참 환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아쉽다.벼락치기, 아마 다들 경험 해봤을 것이다. 효과가 있다는 사람도 있지만 글쎄다. 잠시 외웠다가 마킹만 끝나면 벼락처럼 휘발성 강하게 흔적도 없이 날아 가버리는 지식들. 그런 지식들의 흔적을 숫자화한 성적을 과연 학생들의 실력이라 할 수 있을까. 12년 간 국어를 공부했지만 `밤`은 `일제강점기`라는 것밖에 남아 있지 않는 아이들에게 과연 창의성, 문화 감수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 한 건 중고등학생 옆 자리에서 열심히 임용고사 공부를 하는 예비 교사들도 암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초·중·고 학생들이든, 예비 교사든, 아니면 고시든, 입사 시험이든 이 나라 시험은 모두 암기력 테스트에 혈안이 되어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한 번이면 나오는 지식들을 굳이 외워야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아, 아니다. 이유를 알 것 같다. 이유는 다들 예전부터 그렇게 공부해 왔고, 또 그것만이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창의성, 종합적 사고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평가 방법 개발을 위해 모두들 노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론과 현실의 갭은 너무도 크다. 책과 제도, 규칙과 숫자 놀음에 빠져 있는 이 나라 시험 정서와 창의성 문제는 낯설어도 너무 낯설다.독서실 못지않게 기말고사 특수를 누리는 곳이 또 한 곳 있다. 바로 독서실 앞 편의점. 편의점의 컵라면과 삼각 김밥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온수기는 채워지는 순간 비워진다. 학생들은 미지근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늦은 시간 편의점에서 삼삼오오 모여 컵라면을 먹으며 즐거워한다. 밤참을 먹은 아이들은 또 하루살이처럼 독서실 불빛을 향해 날아간다. 학생들에게 자주 꿈에 대해서 묻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얼버무리거나 입을 닫아버린다. 그래도 몇몇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바리스타, 파티쉐, 뮤지컬 연출가 등. 그 꿈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짐작한다. 그리고 일부 학생들은 감사하게도 교사가 꿈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들은 어른 말을 아주 충실히 잘 듣는 모범생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교사가 되고 싶은 이유를 알면 감사의 마음이 싹 가신다. 편하니까, 또는 어머니께서라고 말을 흐리는 그들에게 나는 꼭 말한다. 너희는 절대 교사가 되지 말라고. 점수와 벼락치기에 길들여진 모범생들이 교사가 되면, 그들은 또 배운 대로 착실히 암기 위주의 시험 문제로 우리 아이들의 창의성을 죽일 것이고, 또 그들에게 배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또 똑같이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여기서 문제 하나. “공(空)교육에서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있다? 없다?” 답은? 답을 알면 창조 경제? 창조 한국? 문화강대국? 이라는 말이 얼마나 낯선지 알 것이다. 그래도 벼락치기라도 하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꼭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인생의 양식은 책이 아니라 모험이라는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2013-12-03

악플, IT 강국에 드리운 우울한 그늘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다. IT 강국답게 요즘은 뉴스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같은 온라인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온라인 뉴스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실시간으로 정보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또 뉴스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고,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알릴 수 있는 쌍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방송이나 신문이 갖지 못한 장점이다. 며칠 전 온라인을 달군 톱뉴스는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3.3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단연 많았고, OECD 평균(12.4명)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수치여서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인터넷으로 이 기사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누리꾼들의 반응에도 눈이 갔다. 참으로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올려놓은 댓글들을 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까지 할까 싶다. 그러면서 자살률 1위라는 소식보다 악성 댓글에 더 우울해진다.“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데, 남겨진 이에게 슬픔 주지 말고 힘들어도 삽시다” 이런 긍정의 언어를 댓글로 다는 이는 1%도 안 된다. “1등이라니! 자랑스럽다”며 반어법으로 풍자하고 있는 이는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해석하고선, 정치성 댓글로 사회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러다 보면 경쟁하듯 저질스런 수사로 도배되고 만다. “역시 닭이 잘하고 있군. 좋은 일자리를 못 늘리니, 사람 수를 줄여 좋은 일자리가 필요 없게 만드는군. 대단해” 하면서 현 대통령을 비난하니까 그 반대편 사람이 “국민에게 모범이 돼야 할 ×이 쪽팔려 뒈지고부터 자살이 급증했다. 자고로 지도자는 잘 뽑아야 된다” 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직 대통령을 비꼰다. 또 “쪽 팔리니까 OECD인지 뭔지 탈퇴해라. ×누리가 6년간 치른 성적표다”하며 새누리당을 공격하니까 또 어떤 이는 “보자. 민주당 정권 10년 동안은 1위 안 했냐? 좌음들”하면서 민주당을 나무란다.우리 사회는 2000년대부터 보수와 진보로 나뉜 가운데 첨예한 이념 대립을 보이고 있는데, 그 중심에 인터넷이 있다. 인터넷은 가장 넓으면서도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기도 하거니와 거기서 누가 무슨 소릴 해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공간에서는 어떤 불만을 가진 사람이 그 상대를 향해 독화살을 쏘아대도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인터넷 뉴스를 읽다 보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 투의 댓글만 다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의 글일수록 문제에 대한 진정성이란 손톱만큼도 없다.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임에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원색적인 비방을 퍼붓고 선동을 일삼는다. 아마도 그럼으로써 무슨 의인이라도 된 양 착각하고,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얻는 모양이다.개인이 올리는 이런 식의 `악플`도 문제지만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특정 세력이 댓글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하거나 왜곡하려 든다는 점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도 우리 사회에서 특정 세력이 정치적 문제를 자기편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의 일례에 해당한다.문제는 악플을 규제할 마땅한 방도가 없다는 데 있다. 몇 년 전 정부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위헌 판정을 받는 바람에 추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누리꾼의 의식 수준을 끌어올려 스스로 악플을 달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방송에서 비뚤어진 댓글 문화를 바로 세우기 위한 공익광고도 내보내고 있고, `선플` 달기 운동을 벌이는 단체도 있으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정보통신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IT 강국에 드리운 우울한 그늘을 걷어내기엔 역부족이다.

2013-12-02

명품과메기를 위해 스토리텔링을 입히자

▲ 김제간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겨울철 별미인 포항 구룡포 과메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통 향토 특산물로 자리매김 해오고 있다. 수 년전부터 포항에는 과메기 시식, 겨울바다, 죽도시장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단위 관광객이 발길을 잇고 있다. TV홈쇼핑, 인터넷쇼핑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불포화지방산, 아스파라긴산, 핵산, 칼슘, 필수 아미노산 등 몸에 좋은 영양소를 함유해 성인병 예방과 고혈압, 동맥경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과메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특히 피부미용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과메기를 찾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포항시는 과메기와 함께 먹는 미역, 김, 택배 물류비 그리고 음식점 부가창출 등을 더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수천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필자는 과메기가 전국적으로 판매량이 꾸준하게 증가 추세에 있는 것에 비해 생산과 유통의 체계적인 관리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과메기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사 상품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지역 특산물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먼저 품질관리 및 신선도를 위해 생산자명, 유효기간을 표기하고, 비위생적인 종이 포장지, 신문지 대신 위생적인 용기를 개발해야 한다.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전국 과메기 소비시장에서 과메기의 위생과 품질 기준의 강화가 이뤄진다면 과메기가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수출되는 하나의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또한 소비자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스토리텔링을 개발해야 한다.수백년 전 한양에서 과거를 보고 낙방한 선비가 허탈한 심정으로 포항 구룡포 지역을 지나가던 중 소나무에 걸려 있는 청어를 먹고서 다시 용기를 내 과거에 재도전해 장원급제했다는 설화가 있다.해안 방풍림인 소나무에 걸려 해풍에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며 말려진 청어가 후대에 이르러 과메기로 불려진 것이다.이는 포항의 대표적인 특산품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입맛을 평정한 `포항 구룡포 과메기`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다.최근 사실에 기초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설해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새로운 마케팅인 스토리텔링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과메기 먹고 급제한 선비`에 얽힌 설화는 스토리텔링 효과를 낼만한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각 지자체마다 돈 되는 이야기를 창조하기 위해서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전설을 찾아내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와의 연관성을 추적해 관광 자원으로 삼기도 한다.자원이 빈약한 지자체일수록 흥미진진한 이야기 스토리 발굴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우리 지역에 있는 건물, 음식 하나 하나에도 재미있는 이야기의 옷을 입히면 색다른 고부가가치의 자원이 될 수 있다.바로 이것이 스토리텔링이라 불리는 이야기의 힘이다. 지역 특산물을 테마로 한 지역축제 활성화를 위해 1차 생산에서 스토리가 있는 상품으로 전환, 관광 상품으로 판매하고 이미지 개선과 홍보를 병행하여 축제와 지역특산물을 결합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올해에도`2013 포항 구룡포 과메기와 겨울 바다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올해에는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전국적인 과메기 스토리텔링과 과메기 용기 디자인 경진대회라도 열어서 소비자들에게 명품 과메기로 대대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올려보면 어떨까?

2013-11-28

월북화가 이쾌대 탄생 100주년의 의미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월북화가 이쾌대에 대한 평가는 한결같다.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가며 그가 일궈낸 독창적인 작품세계는 서양미술 도입기라는 시대에 걸맞지 않은 확고한 작가관으로 완성도 높은 화면구성과 시대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담아내는 진지함이 함께 어우러져 독창적 화풍을 이뤘다는 점이다. 올해는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화가이며 20세기 한반도 이데올로기의 최대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이쾌대가 탄생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13년 경북 칠곡의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정치적 혼돈 속에서 당시 지식인이 가져야 했던 진정한 삶을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또 다른 우리시대의 아픔을 만들어 내었다.1988년 10월 월·납북 예술인들에 대한 정부의 해금조치가 이뤄지고 3년이 지난 1991년 10월 국내 미술계에는 커다란 사건이 벌어졌다. 정전 35년 동안 우리화단에서 잊고 있던 화가 이쾌대의 작품전이 유족들에 의해 개최됐기 때문이다.`월북화가 이쾌대전`이라는 타이틀로 마련된 그의 유작전에는 그동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해방공간 미술의 실체를 볼 수 있는 그의 주옥같은 작품 50여점이 소개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렸던 한국현대미술의 한 부분을 고스란히 확인해 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월북화가 이쾌대의 작품은 진한 울림을 전해 주는 한편의 장편소설과도 같았다. 그 울림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나 그 자신을 둘러싼 신화적 세계 속의 위대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가 겪어온 삶과 그려낸 세계가 우리들에게 까맣게 잊고 지내온 혼돈의 역사 속 한부분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해방공간이라는 짧은 기간, 그렇지만 가장 뜨겁게 타올랐던 격동적인 삶의 현장들을 그의 작품들을 통해 일부나마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스케일과 구도는 오히려 낯설 정도로 생소한 충격을 우리에게 전해 줬다. 마치 유럽 고전주의 역사화를 보는듯한 서사적 이미지와 관객에게 전해주는 강한 조형성은 그동안 목가적 향토주의와 아카데믹한 시각에 젖어있던 관점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에 충분했다.이쾌대는 1921년 칠곡 신동소학교에 입학했다 2년 뒤 대구 수창보통학교로 전학해 대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당시 천재소년화가 이인성과 함께 같은 학교를 다녔으니 이들 둘은 결국 수창보통학교 동기동창 인 셈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이인성과의 이렇다 할 교우관계는 확인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928년 서울 휘문고보로 진학하면서 미술과 본격적으로 친숙해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영향은 1학년 때 담임이자 미술선생이던 화가 장발의 적극적인 권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1933년 동경제국미술학교 유학시절 한국인 유학생 화가들로 구성된 백우회와 재동경미술협회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1945년 해방이 되면서 결성했던 좌익단체들의 참여와 함께 제작되어진 다양한 작품들은 그 시대의 모습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한국전쟁에서 비롯된 북한으로 선택은 우리 미술사의 또 다른 아픔의 시작이었다.1912년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이어 이쾌대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대한 기대는 비단 필자만의 바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유작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는 유족의 사정으로 인해 서울전시는 물론 고향인 대구에서 그의 작품을 재조명해 보는 기회는 모두 사라져 버려 아쉬움을 더 해 줬다.지난여름 대구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학술대회가 열려 그나마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비록 그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예술가가 가져야 했던 철학과 삶을 천천히 돌이켜 보는 공간과 시간은 분명 다시 이루어져야 할 우리들의 과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그의 작품 속에는 풀지 못한 시대의 아픔과 수수께끼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13-11-27

촛불별곡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촛불아, 이제 더 이상 욕되게 살지 마라. 미선이와 효순이가 아직도 어둠 속에서 울고 있는데 너는 여기저기 잘도 붙어사는구나. 네가 물들인 사람이 얼마인데 너를 등대삼아 이 척박한 땅,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그래도 너를 보며 살았던, 살고 있는, 살고자 하는 사람이 얼마인데, 그 사람들의 희망을 너는 저버렸단 말이냐. 촛불아, 제발 더 이상 욕되지 않게 하루 빨리 그 더러운 불을 끄려무나. 촛불아, 네가 밝히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 아니 너를 든 저 사람들이 밝히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 어둠 속에 지나온 시간들이냐, 아니면 어둠을 견뎌내고 다가올 시간이냐. 정말 저들이 집요하게 밝히려는 게 뭐란 말이냐, 그래서 얻고자 하는 게 도대체 뭐란 말이냐, 자리에 대한 욕심이라면 그 오욕(汚辱)의 자리 줘버리면 될 터. 왜 지나온 것에 대해 집착 하는, 형식과 가식에 갇혀 눈치만 보고 사는 무리들에 너는 영합하느냐. 지조도, 줏대도 없이 아무 손에 들려 환히 웃으며 춤을 추는 너를 미선이, 효순이가 본다면 아마 자신들을 욕되게 한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피해 의식으로 가득 찬 불쌍한 이들을 농락하는 게냐, 아니면 인정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정말 불쌍해서 네 몸을 죽여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 싶은 게냐. 너의 마음도 모르고 저들은 분명 또 제 멋대로 생각해서 너를 이용 할 것이니, 촛불아, 더 이상 더럽게 타지마라. 그들은 분명 칠흑 같은 어둠에 갇혀 더 아파봐야 한다. 감사를 모르고, 인정할 줄을 모르고, 모두가 자기만 잘 난 줄 알고(웃긴다), 자기만 맞다고 떠들어 대는(더 웃긴다) 저 피해 의식 가득 한 이들을 더 이상 불쌍히 여기지 마라.미래를 못 보고, 과거에 집착하는 군상들이 너의 측은지심(測隱之心)이 곧 자신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착각하고 있으니, 촛불아, 제발 네 몸을 태워 어둠을 내 쫒지 마라. 오히려 더 짙은 암흑이 저들을 더 밝은 길로 인도하는 정도(征途)가 될 수도 있으니, 제발 촛불아, 아까운 눈물 더 이상 흘리지 마라. “역사는 거울이다”는 논리에 빠져 저렇게 갈길 못 가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제발 촛불아 네 몸을 함부로 태우지 마라. 과연 역사의 거울은 자신들을 어떻게 평가 할지도 모르는 그들이 너의 힘을 빌려 애꿎은 사람들을 더 이상 현혹시키지 않도록, 촛불아, 제발, 제발, 제발 몸을 함부로 내놓지 마라. 이제 온 나라 사람들이 정말 크게 일어나야 할 일이 있으니, 촛불아, 아까운 눈물 함부로 흘리지 마라.촛불아, 너는 역사의 거울에서 우리가 과연 지금 봐야할 것이 무어라 생각하느냐. 우리를 억누른 더 큰 부정적인 힘이 뭐라 생각하느냐. 정말 이 나라 역사의 큰 흐름을 막고 있는 게 뭐라 생각하느냐. 정말 지금 우리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게 뭐라 생각하느냐. 할머니들의 원성이 들리지도 않느냐, 미안하다는 말만 들으면 모든 것을 용서해주겠다는 저 피어린 말들이 들리지도 않느냐, 부모 형제 가족 얼굴을 죽기 전에 꼭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피의 절규가 들리지도 않는단 말이더냐. 휘청 휘청하는 거대국들이 보이지도 않는단 말이더냐. 형식에 빠진 가르침에 시들어가는 불쌍한 아이들이 정말 보이지 않느냐 말이다. 도대체 지금 네가 불을 밝혀야 할 곳이 어디냐. 도대체 너까지 왜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것이냐.눈치만 보고 사는 인간들이 언제 어둠 속에 영원히 묻힐지 촛불아, 그 전에 그들에게 너의 희생, 배려라는 유전자를 이식하여 구원 받을 마지막 기회를 주렴. 영혼 없는 인간들의 영혼 없는 소리들이 이 세상을 더 이상 오염시키지 않게. 미선이와 효순이를, 이옥선 할머니들을, 영혼 없는 가르침에 마지막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수 많은 아이들을 너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울음소리도 죄라며 소리 없이 뜨겁게 울던 너는 도대체 어디 갔느냐. 촛불아, 나도 절대 용서하지 마라.

2013-11-26

업데이트 없이는 업그레이드 인생도 없다

▲ 이정숙포항시 평생교육관 교육담당 여자 나이 40대가 되면 지식이 평준화되고 50대가 되면 미모가 평준화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모든 면에서 비슷해진다는 말이다. 흘러가는 시간 또한 40대는 40km지만 50대는 50km, 60대는 60km로 빨리 간다. 그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地天命)이 어제 인 것 같았는데 어느 새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바로 이치를 깨닫는다는 이순(耳順)이 눈앞이다.`예순이 찾아오기 전에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워야지…` 나이가 한 살 두 살 채워지면서 마음먹은 계획이었다. 그러나 무엇을 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그 해답을 발견한 일이 생겼다.며칠 전 20년 만에 여고동창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다들 한껏 멋을 부려서 나왔다. 얼굴 액면가는 불혹의 나이 정도로 보인 듯 했지만 몸 전체 에서 풍겨오는 모습은 어쩔 수 없는 50대 그 자체였다. 서로의 안부가 끝나고 생활 이야기로 옮겨갔다. 필자는 여기서 재밌는 광경을 목격했다.50세를 지나서 무엇인가 배운 친구들과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너무나 대비됐다. 다들 바빴겠지만 그 틈 속에서도 자신의 영역을 개척한 친구들은 지금 주변을 잘 살피면 재능에 맞춰 큰 비용들이지 않고도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며 되레 시간이 부족한 것이 더 아쉽다며 열변을 토했다. 특히 한문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어린이집 시니어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와 복지회관에서 서예를 배워 동료들과 작품전을 한 친구,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친구는 사회에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활력이 넘치는 듯 했다. 수명 100세 시대다. 흔히들 우리가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운 기본 학식은 40대쯤이면 대게 소진된다고 한다. 따라서 100세 시대에 인생의 활력소를 찾기 위한 내 인생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업그레이드한 노후 인생을 살 수 있다. 그 점에서 평생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지난 9월 포항 뱃머리마을 일원에 사업비 299억원이 투입된 포항시 평생교육관이 개관식을 가졌다. 5만4천여㎡의 부지에 지상 5층 규모로, 어르신관과 여성관, 청소년관, 문화관, 도서관 등 다양한 계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꾸며 놨다. 니즈(needs)에 따른 맞춤형 교육 강좌가 운영 방침이다.어르신관은 라인댄스와 요가, 서예 등 22개의 정규강좌를 비롯해 노인당구장과 탁구장, 노래연습장, 장기·바둑실, 물리치료실 등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고, 저렴한 가격의 구내식당도 갖춰져 있다. 교육관내에서 하루를 보내도 손색이 없다. 여성관 또한 평일에는 기술자격증 교육과 문화·예술·생활공예·어학·정보화교육 등 13강좌가 개설돼 있다. 30~50대 여성들의 재취업과 질 높은 여가선용을 목적으로 45개 강좌를 운영하고 있고 청소년관의 예능, 취미, 건강 스포츠 강좌참여를 위하여 주말에 온 가족이 나들이하는 평생교육관 매니아 수강생가족들도 종종 눈에 띈다.그 외 20~30대를 위한 미혼여성 웨딩스쿨, 부부가 함께 교육을 받는 가족행복교실, 직장인들을 위한 주말 홈베이킹과 바리스타, 요리창업반 등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복합 교육시설도 만들어져 있다.`포항시 평생교육관`에서는 시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분야에서 다양한 교육과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노후가 행복해지려면 삼(三)테크가 있다고 한다. 재(財)테크, 우(友)테크, 노()테크다.돈 뿐만 아니라, 함께 할 친구,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을 미리 잘 준비한 것 이 3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늦는다고 생각할 때가 늦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이제라도 행복한 노후를 위해 포항시 평생교육관에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열정을 가지고 내일을 찾는 이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2013-11-25

문화예술에 있어 전문경영의 중요성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우리는 지난 20세기를 `창작과 생산의 시대`로 정의 한다면, 21세기는 이렇게 생산된 문화예술을 어떻게 수용 전개해 나가며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새로운 수용자 문화를 형성해 나가느냐에 더욱 많은 고민을 담는 `문화예술의 경영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지난 1백여년은 그 어느 시대에서도 이루어낼 수 없었던 찬란한 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었고 이러한 예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변화 시키는 단초가 되었다. 올해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국정방향의 키워드를 `창조경영`으로 삼은 것은 진정한 예술이 추구하는 많은 의미를 경제에 접목시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비중도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적 변화에 발맞추어 제도적 장치의 보완과 새로운 시설 투자를 통한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은 이제 더 이상 사치나 낭비로만 인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과거 문화예술의 생산자와 수용자의 양적·질적 팽창, 수준향상에 비해 행정부서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정책실행이 낙후되어 있다는 지적은 결국 창조경영에 역행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오늘날 예술정책의 특징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예술에 대한 가치를 보다 비중 있게 두고 있으며 예술의 산업화를 통한 고용창출과 관광 진흥, 도심재생 등으로 발전돼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예술의 산업화가 가져오고 부의 양에 따른 예술자원의 재분배가 새로운 시장원리의 구조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전문화된 문화예술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정확한 현장의 목소리와 생산자, 소비자 경향이 문화예술경영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면 이러한 정책은 제도를 위한 형식적인 정책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이나 문예회관의 경우 지나치게 상업적 예술 활동으로 편중되거나 일부 계층만을 위한 고급 예술만이 수용된다면 그 역할과 기능에 있어서 시설물의 본질적 의미에서 벗어나는 우려를 범할 수가 있기 때문에 더욱 전문적인 예술경영이 요구된다.최근 대구에서 이루어진 몇 차례의 문화행사를 통해 전문예술경영의 중요성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 왔던 공연과 미술분야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과거 전문공연기획사에 의해 공연장 대관에만 의존하던 수동적 자세에서 탈피해 각 구청과 대구시 산하 미술관과 공연장, 문예회관에서 유명 아티스트나 대형행사를 섭외하고 제작하는가 하면 마케팅까지 직접 담당하는 사례는 기획과 마케팅 전문인력 확보를 통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성공사례 일 것이다. 이러한 능동적 예술기획은 과거 전문기획사가 얻었던 수익을 관람료를 인하시키는 재원으로 사용해 문화예술 수용자 즉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양질의 문화예술을 제공해 주는 결과를 낳게 하였다. 이처럼 전문화되고 세밀하게 기획되는 문화시설들의 자생력은 지역 공연문화의 질적인 향상과 풍부한 인프라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리고 시립미술관과 함께 각 문예회관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예술가들의 회고전을 심도 있게 기획해 상업전시가 가지지 못하는 미술적 가치를 되짚어 보게 하고, 교육적 가치를 극대화 시켜 전문 전시공간으로의 새로운 기능으로 자리매김 해 오고 있다. 이처럼 미술전시회의 기획을 맡은 각 문화예술회관과 전시장 담당인력 또한 분명 예술경영을 전문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소양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성공사례들이다. 이러한 공연과 전시의 성공사례들은 지역민들에게는 양질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제공해 주고 직접적인 가시효과도 있지만 나아가 미래지향적인 문화예술 정책의 전개와 비전을 제시해 주고 전문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포괄적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고 하겠다.

2013-11-20

꿈통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지역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지역작가초청 강연회에 나를 강연자로 초대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만 보다가 초등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정말 감사히 가겠다고 했다. 더구나 고향 학생들을 볼 수 있다는 설렘에 기대는 배가 되었다. 늘 머리엔 아이들과 이야기 할 주제로 가득했다. 전교생이 21명뿐인 소규모 학교. 분명 한 때는 규모가 꽤 컸을 것이다. 21이라는 숫자는 우리나라의 많은 사회·교육 문제를 함의하고 있다. 그래도 내겐 그 문제보다 기대가 더 컸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6학년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는 뭐가 있을지? 내 수업보단 이 아이들과의 수업에 내 생각의 초점이 더 맞춰졌다.고향이 지척이라 명절 때도 특별히 고향 간다는 느낌 없이 주말 부모님 댁에 다녀오듯 편히 다녀왔는데 이번엔 달랐다. 고향에 간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명절 때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두 손 가득 선물 꾸러미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야기 주제를 정리 하면서 동시에 선물을 생각했다, 고향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기에. 그런데 쉽지 않았다. 키다리 아저씨는 아니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첫 번째, 학용품. 당연히 ×였다. 하기야 학용품이 넘치는 시대이니, 아니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시대이니. 두 번째, 책. 더 큰 동작으로 ×를 외쳤다. 아이들은 햄버거, 피자, 게임프로그램, 심지어 스마트 폰 등을 이야기 했다. 정말 쉽지 않았다.1시간의 강연을 위해 나는 달 포 이상을 준비했다. 초등학교 전교생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라 공통된 주제를 뽑아내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미로에 갇힌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더군다나 한창 꿈 많을 시기의 학생들에게 그냥 스쳐가는 무의미한 시간이 되게 할 수는 없었다. 주제도 잡히지 않고, 선물도 떠오르지 않고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집중이 될 리 만무했다. 매일 매일 학생들 앞에 서고 있지만 정말 어려웠다. 주제의 범위를 넓혀 보기도 하고 좁혀 보기도 했지만,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은 넓어도 너무 넓었다.“만약 미래에서 어른이 된 내가 온다면 지금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생님은 다시 초등학생인 나를 볼 수만 있다면, 세 가지를 꼭 말하고 싶어요. 책을 많이 읽어라, 더 열심히 놀아라, 그리고 더 큰 꿈을 가져라.” 각각의 주제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했다. 앞 두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끝내고 자신의 꿈을 이야기해 보게 했다. 아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경찰, 군인, 소방관, 축구선수 등. 배려와 희생이 가득한 꿈. 순수한 꿈이란 저런 것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그 분들이 고마웠다. “얘들아 선생님이 선물을 준비했다.”한 달 이상을 고민 고민해서 준비한 선물은 바로 저금통. “이게 뭘까?”, “저금통요!”, “아니야?”, “이건 바로 너희들의 꿈통이야! 이제부터 이 꿈통을 잘 키워서 너희들의 꿈을 꼭 이루자!”, “예”“저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모인 곳이었다. 모든 시선이 소리 나는 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맑은 눈을 가진 가녀린 여학생이 있었다. 그 여학생을 위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에겐 눈과 귀가 몇 개 있을까요?”, “두 개요!”, “아니에요?”, “…”, “세 개에요. 우리 마음에도 눈과 귀가 있어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리가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이에요. 밖에 나무가 있어요.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잎이 떨어지고 있어요!” “그럼 떨어지는 나뭇잎에게 나무가 무슨 말을 했을까요?” 모두들 침묵인 가운데 어린 시인이 말했다. “`잘 가!`라고 말해요!”, “그럼 나뭇잎은 뭐라고 말했을까요?”, “`고마워!`라고 말했어요.” 모두를 놀랐다. 그리고 대시인 탄생에 박수를 보냈다. “혹, 여러분도 들리시는지?”

2013-11-19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선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올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국정기조를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구축에 두고 있다. 이 중 `국민행복`은 참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이라는 것은 외형으로 나타내 보이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제가 부흥할수록 대체로 국민의 행복지수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유엔이 지난 9월에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56개 국가를 상대로 국민의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10점 만점에 총 6.267점으로 전체 41위를 기록했다. 가장 행복한 국가는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덴마크(7.693점)였고, 노르웨이,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권 국가들이 차례로 상위 5개국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지구연구소가 유엔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와 유엔 인권지수 등을 토대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산출했다고 하는데, 41위라는 한국의 순위는 보통 국민들 예상보다는 높다.이와는 좀 다른 조사결과가 있다. 최근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에 따르면 세계 151개국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와 기대수명, 환경오염 지표 등을 평가해 국가별 행복지수(HPI)를 산출한 결과 코스타리카가 총 64점으로 1위에 올랐다. 베트남이 60.4점으로 2위에 랭크됐으며, 콜롬비아(59.8) 3위, 벨리즈(59.3) 4위, 엘살바도르(58.9) 5위 순으로 파악됐다.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 미국은 105위에 그쳤고, 영국 40위(47.9), 프랑스 50위(46.5), 독일 46위(47.2) 등 주요 국가 HPI도 대부분 40위권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아시아권에서는 방글라데시 11위(56.3), 인도네시아 14위(55.5), 태국 20위(53.5), 필리핀 24위(52.4), 인도 32위(50.9), 일본 45위(47.5) 등의 순이었으며, 한국은 43.8점으로 63위에 머물렀다. 또 20여 년 간의 고도성장을 바탕으로 최근 G2로 발돋움한 중국은 종전 20위에서 무려 40계단이나 추락한 60위로 밀려났다.이 통계는 국민의 소득수준과 행복지수는 별 상관이 없거나 오히려 반비례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4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고, 세계 최강국 미국은 105위에 머물러 있다. 또 매년 10% 가까운 경제성장을 하고 있고, 국민소득이 쑥쑥 올라가고 있는 중국 국민의 행복지수는 거꾸로 가고 있지 않은가.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러니 경제적 부를 추구하는 정책만으로는 결코 행복지수를 끌어올릴 수 없다.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를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첫째는 다수 국민들이 불행의 원인이라고 인식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당장 어찌할 수 없다 해도 학벌중심의 사회구조, 입시위주의 교육, 고학력 청년실업, 불공정한 사회풍토 등 국민의 불만 요인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행복지수라는 게 결국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인 만큼 불만족 요인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국민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꼭 필요한 것은 학생들의 진로교육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만족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때 행복감은 상승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서 진로와 직업 교육을 대폭 강화하여 어릴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진로를 자기 스스로 개척해 나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흥미나 적성을 도외시한 지식 위주의 입시교육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 최근 교육부에서 중·고교에 진로상담교사를 배치하고 진로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매우 잘 하는 일이다.또 한 가지는 문화가 꽃피는 사회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야말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선 국민들이 음악이나 미술, 문학, 연극 같은 예술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이 이렇게 말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2013-11-18

영화 `서칭 포 슈가맨`, 꿈을 잊지 않는 이들에게

▲ 김명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자동차 산업으로 유명했던 디트로이트, 한 때 미국 최대의 도시로 불렸으나 지금은 지방 파산을 신청하며 버려진 도시가 돼버린 그 도시의 삭막한 거리를 누군가가 걷고 있다. 노동으로 일관된 그의 삶을 대변하는 듯 등은 굽었고, 걸음도 빠르지 않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무심한 듯 남자는 오직 앞을 보고 걷고 또 걸을 뿐이다. 서칭 포 슈가맨이란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장면이다.`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man)`, 말 그대로 슈가맨을 찾아가는 다큐 영화다. 어깨에 기타를 매고 눈 덮인 디트로이트를 걷고 있는 초로의 그 남자가 소위 말하는 영화의 주인공이며, 사람들이 그토록 찾고 싶어 하던 슈가맨, 로드리게스다.1970년대, 까페에서 노래를 부르던 로드리게스는 프로듀서의 극찬을 받으며 발탁되어 2번의 앨범을 발매한다. 기대 속에 제작되었건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앨범은 단 6장만 판매됐고 대중의 관심을 채 받아보지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그의 노래가 인종차별, 독재정치 등으로 심각한 사회갈등을 일으키고 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알려지게 됐고 저항의 메시지가 가득 담긴 가사와 멜로디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그의 음악은 일상이었어요. 모두가 그의 앨범을 샀죠. 반체제적 메시지가 담긴 음악이었죠. 사회 내 저항운동의 시작이었고 많은 이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죠”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앨비스 프레슬리보다 더 유명한 스타였지만 무수한 소문만 떠돌 뿐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로드리게스를 두 사람의 열성팬이 찾아 나서며 영화가 시작된다. 자살했다는 말도 있었고, 무대 위에서 분신으로 극적인 생을 마감했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찾은 그는 소문과는 달리 멀쩡히 살아 있었고, 심지어 디트로이트를 떠나지도 않은 채 그곳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퍼즐을 맞춰가듯 사라진 무명가수를 찾아가는 여정이 이쯤에서 끝났다면 기구한 그의 인생을 잠시 안타까워하다 잊혀졌을 거다. 하지만 영화는 그를 찾아 수십년 간 대중의 사랑을 받은 슈퍼스타였다는 것을 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로드리게스의 음악에 영향을 받고 저항운동을 이끌었던 젊은 음악가들은 느닷없는 그의 생존 소식에 궁금해 한다. 그가 정말 전설의 스타, 로드리게스가 맞을까? 이런 의구심은 그의 연주가 시작되자 말자 눈 녹듯 사라진다.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남은 투박한 손으로 연주한 그 노래는 분명 그들이 몇 번이고 들었던 로드리게스의 곡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전에 존경해 마지않던 그를 만나 함께 공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해 한다. 단 6장의 앨범만을 판매하고 사라져야 했던 무명의 젊은이는 이제 한 세월을 넘긴 초로의 모습으로 그를 환호하는 수천 명의 팬들 앞에 음악가로서 다시 서게 된다. 살아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만일 그가 음악을 수단으로 성공의 헛된 열망을 꿈꾸던 젊은이였다면 혹은 음악을 사랑했지만 실패 앞에 좌절하는 나약한 사람이었다면 그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기도, 또 세월을 뛰어넘은 감동을 주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생계를 위해 음악활동을 접고 수리공으로서 살아갈 지언정, 음악에 대한 열정과 꿈을 놓지 않았던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이전과 같이 수리공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앨범 수익은 가족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욕심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세속적인 성공에도 대중의 관심에도 아랑곳없이 초연히 음악을 즐기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구도자 같다. 나도 그처럼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일에 묻혀 한 해를 보내며 문득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떠올려 보기도 하지만, 이제는 가물가물한 꿈의 흔적. 낙심도 되지만 새롭게 시작해 보자고 마음먹어 본다. 슈가맨, 그도 있지 않은가? 서칭 포 슈가맨은 어떤 상황에서건 꿈을 잊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한 편의 위로같은 영화다. 올해가 가기 전에 즐겁게 감상하시고 당신만의 꿈도 이뤄보기를….

2013-11-14

`2013 대구아트스퀘어`를 통한 현대미술의 부활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11월초 90여 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대구미술관의 `쿠사마 야요이` 전시는 미술관 전시기획과 운영이라는 면에서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다. 2년 전 개관 당시만 하더라도 수성구 삼덕동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대구미술관의 위치를 두고 설왕설래 말들이 참 많았었다. 일반인들에게 미술이라는 장르가 주는 부담감과 도심에서 벗어난 외딴곳이라는 접근성으로 인해 앞으로 대구미술관의 위상과 한계점은 지속적으로 구설수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지난해 새롭게 부임한 김선희 관장의 용맹술은 그녀와 15년 전부터 친분이 깊었던 일본 현대미술 여류작가 쿠사마 야요이라는 카드를 통해 한방에 잠재워 버렸다. 전시 기간 96일 동안 관람객 32만9천여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과 총 입장료 10여억원이라는 수입은 지방 미술관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기 때문이다. 대구를 비롯해 국내외 미술애호가들이 하루 평균 3천400여명이 대구미술관을 다녀간 셈이다.그런가 하면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이 개최되어 개관 6일 만에 1만6천424명이 찾았다. 하루 평균 2천730명이 미술관을 찾은 셈이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스타 작가인 이중섭과 박수근, 김환기 등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이러한 기록들을 만들어 낸 것 같다.이처럼 모든 미술관에서는 그들이 기획하는 모든 전시가 대박이 나길 기대하며 오래전부터 준비를 한다. 일명 `블록버스터 쇼(blockbuster show)`가 되길 열망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시회에 담아 넣는다. `블록버스터 쇼`라는 개념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지 않는 사람들도 전시를 보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초대형 전시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최소 25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동원돼야 그 명성을 얻을 수 있다. 관람객들은 이러한 전시회 관람을 통해 기본적으로는 즐거움을 추구하며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이완을 통해 일상생활의 새로운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기회를 제공 받게 된다. 사회적 교류와 가치 있는 것에 대한 추구, 새로운 경험에 대한 도전, 학습기회와 같은 간접체험은 미술전시회만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인 셈이다.13일부터 대구 엑스코에서는 또 하나의 대규모 미술축제가 마련된다. 국내·외 100여개 갤러리와 국내·외 미술계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년작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련하는 `2013 대구아트스퀘어`는 말 그대로 예술의 광장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중 올해 6회째를 맞이하는 `대구아트페어`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일본, 중국, 스페인 등 7개국 1백여개 화랑이 참여하며 이우환, 이배, 이재효, 이왈종 등 국내 인기 작가들과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로버트 인디애나, 데이비드 걸스타인, 줄리안 오피 등 세계 주요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인다.그리고 세계 청년작가들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들로 구성된 `청년미술프로젝트`는 이번 미술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과 홍콩, 필리핀, 호주, 네덜란드, 중국, 인도네시아 등 10개국 48명의 청년작가들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세계 근대화 이후 세계 각국 미술계에 유행처럼 퍼져나간 모던과 포스트 모던적인 형식들을 버리고 오직 자신만의 예술언어를 통해 감성과 직관을 표현하려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선보이게 된다. 세계 만국의 공통어라고 할 수 있는 언어예술로 표현되어지는 이번 전시는 자신의 존재성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다채로운 전시행사들로 구성된 이번 `대구아트스퀘어`를 통해 다시 한번 대구미술의 힘과 저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2013-11-13

입시 FA 시즌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시즌을 끝낸 스포츠계는 이제 FA로 또 달아오르고 있다. `FA(free agent·자유계약선수)제도`는 드래프트(Draft)로 어느 팀에 입단한 선수가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다른 팀과 계약을 맺어 자유로이 이적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FA선수가 되면 모든 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이 때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에 따라 대박이 나기도 하고 쪽박을 차기도 한다. 선수들은 이 시간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또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올해 최고 대박 선수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추신수 선수를 꼽는다. 미국의 한 스포츠 신문은 추신수 선수가 앞으로 6년간 1억2천만 달러(약 1천275억원)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땀의 값이기에 많다 적다를 논할 수야 없지만 그래도 고생한 보람은 얻지 않았나 싶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추신수 선수의 성공을 보면서 희망을 이야기 할 것이다. 경쟁의 세계에서 대박인가 아니면 쪽박인가는 모두 자기하기 나름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운도 필요하지만 그래도 전적으로 자기 탓이다. 쪽박을 차고 싶은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대박을 위해 최선을 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만족할만한 노력의 결실을 얻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성공이 더 값진 것인지도 모르겠다.만약 보장된 성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동안의 노력이 없어지지 않고 쌓이고 쌓여 탑을 이루고 그 탑 위에 번쩍이는 성공이 걸린다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말할지 모른다. 그럼 성취의 재미가 없지 않느냐고. 우리 아이들이 제발 이것만은 몰랐으면 좋겠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물론 안된다는 그 일도 언젠가는 되겠지만 말이다.11월, 학교도 본격적인 FA 시즌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 등 분명 노력한 대로 부름을 받을 것이다. 아프지만 실패의 고배를 마시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부름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부름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올해부터 제발 해마다 들리는 입시에 의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옥을 일찍 경험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 올 입시 FA에서는 모두 대박 나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수학능력 시험이,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아니 학교 시험이 우리의 꿈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요?”라고 학생들이 물어 온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점수 덫에 빠진 이 사회는 과연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까. 언제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학교에 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이들 답은 쉬웠다. “그냥요!” 아마 우리도 같은 답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생각할 시간에 그냥 닥치고 공부나 하라고. 아마 이 말에 대해 또 무언가 말을 하면 분명 나를 포함해 점수 덫에 빠진 이들은 말할 거다. “반항하니!”라고.모든 것들은 빛의 속도로 진화 하는데 왜 점수 유전자만은 계속 퇴화만 하는지. 점수 유전자가 퇴화하고 퇴화해서 점수라는 세포가 세상에서 아예 자취를 감춘다면 정말 좋지 않느냐고 말 할 수도 있지만 점수 유전자는 자신은 진화를 하면서 사람의 인지 유전자만 골라 퇴화시키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다. 지금 인간의 유전자엔 분명 0과 1밖에 없을 것이다. 대대손손 점수 유전자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 나라 사람들에게 다윈은 아마 큰 상을 내릴지도 모르겠다. 너무 자랑스럽다.공해 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우리 학생들의 노력을 최대한 알아주는 입시 FA가 열렸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내내 행복하게 연금 이야기를 하는 정식 교사들 옆에서 “찬바람 부니 마음이 더 추워요”라고 말하시는 어느 강사 선생님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대한민국 모든 이에게 추신수 선수의 FA기(氣)가 팍팍 전해지길 바란다.

2013-11-12

내연산 삼동석(三動石)을 찾았다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며칠 전 포항의 향토사를 연구하는 몇 명이서 경상북도수목원에서부터 보경사까지 약 12㎞에 달하는 내연산 계곡을 답사했다. 고문헌에 기록된 내연산의 명소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금까지 의문에 휩싸여 있었던 삼동석(三動石)을 확인하는 데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경북 동해안 최고의 명산인 내연산에는 명소가 많다. 지금도 내연산 12폭포와 보경사, 주변의 승경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조선시대에도 많은 나그네들이 탐승한 명승지였다. 연산폭포 주변 바위에 새겨진 인물들을 조사해 보면 순사(巡使)로 왔다가 이곳에 오른 추사 김정희의 부친인 김노경, 좌의정을 지낸 이은, 청하에 귀양살이를 한 부제학 유숙 등 거물급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이 뿐만 아니라 경상도관찰사를 비롯한 지방의 관리들도 출장 왔다가 혹은 유람삼아 이곳을 다녀갔다. 청하현감을 지낸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도 이곳에 자신의 이름 두 자를 새기고 폭포 주변의 아름다움을 4점의 그림으로 그려 남겼다.조선 중엽에 편찬된 문헌을 보면 내연산의 랜드마크는 삼동석(三動石)이었던 것 같다. 1530년에 편찬된`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내연산을 소개하는 글이 있는데 “크고 작은 세 개의 바위가 솥발(鼎足)처럼 벌려 있는데, 사람들이 삼동석이라 한다.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조금 움직이지만 양손으로 밀면 꿈쩍도 않는다”고 하였다. 이 기록에 의하면 내연산의 명물은 지금과 같은 폭포가 아니라 삼동석임을 짐작할 수 있다. 1861년에 만든 김정호의`대동여지도`에도 내연산에 삼동석이 표시돼 있다. 하지만 이후의 문헌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희미해져 구체적 위치를 비정하지 못한 채 그냥 삼동석이 있다는 정도만 제시했다. 이 지역의 향토사 연구자들조차 그 실체를 의심케 하는 의문의 바위였다. 최근에 향토사학자인 김희준 교사가 `내연산 명소와 보경사 암자의 연혁`(동대해문화연구 13집)이란 논문을 통해 삼동석의 위치를 정확하게 비정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삼동석의 위치를 찾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 문헌은 황여일의 `해월선생문집(海月先生文集)`(1587)과 유숙의 `취흘집(醉吃集)`(1623~1636)이다. 황여일은 “삼동석은 용추 상류 20리 지점에 있는 깊은 못인 주연(舟淵)에서 다시 10리 상류에 있으며 그 아래에 승암(僧庵) 두 곳이 있다”고 하는 보경사 승려들의 말을 전하고 있다.삼동석 현장을 실제로 답사하고 이를 자세히 기록한 사람은 유숙이었다. 유숙은 1625년 10월경에 이곳을 답사했다. 삼동석은 상하로 솥발처럼 생겼다고 했다. 그는 보경사로 들어가는 길 대신 청하의 호학산(呼鶴山)을 넘어서 삼동석에 접근하는 길을 택했다. 유숙은 삼동석 아래에 두 절이 있고, 주변에 두 벼랑이 높이 솟아 있다고 했다. 암자는 단풍숲가에 있다고 하고 암자 앞 지척에 봉우리가 있다 하는 등 이 바위의 형태와 입지를 상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동석암(動石庵)이라는 암자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는 1636년 3월에 청하현감 심동구와 다시 이곳을 찾을 정도로 삼동석에 대해 애착이 많았다.황여일과 유숙이 남긴 기록에 의하면 삼동석은 삼용추(三龍湫) 위쪽 약 30리 지점에 있고, 상하로 솥의 발처럼 생겼고, 근처에 동석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현재의 선바위(立巖)를 삼동석으로 비정할 수 있었다. 현재 선바위 맞은편 언덕에는 암자터가 있다. 이번 답사를 통해 향토사 연구자들은 김희준 교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낸 선바위가 삼동석임을 확인하는 한편 주연(舟淵)도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포항시에서는 내년부터 내연산 진경산수 발현지 조성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탐방로 정비와 함께 안내판 설치, 스토리텔링 등의 사업을 벌일텐데, 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명소들에 대한 이러한 고증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201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