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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예산으로 죽고 사는 미술축제의 단면

등록일 2013-12-12 02:01 게재일 2013-12-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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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지자체 운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는 가히 `축제의 나라`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 됐다. 넓지도 않은 나라에 비슷한 문화행사들이 꽤나 많이 생겨났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을 알리고 이를 통해 적극적인 관광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로 마련되는 이벤트성 행사에서부터 단체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문화행사와 나아가 국제적인 문화행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행사까지 정말 다양하다. 미술부분에 있어서도 전국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행사들이 개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많아질 예정이란다. 이들 행사 중 우리들의 귀에 익은 행사들이나 한번 쯤 관람했던 행사들이 있는가 하면, 생소한 행사들인데도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개최된 경우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신설된 행사들은 새로운 문화축제로 자리 잡기 위해 활발한 홍보활동을 펼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국내의 수많은 미술축제 중 대표적인 미술행사를 뽑으라고 하면 아마도 부산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부산비엔날레`와 20여년에 가까운 역사와 함께 꾸준한 성장으로 세계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광주비엔날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주문화엑스포`는 미술 분야를 포함해 문화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행사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 끝난 `대구아트스퀘어`는 비엔날레가 가지는 전시성 행사를 극복하고 예술이 생활 속에서 좀더 자유롭게 스며들어 일반 관객들과 친숙해 지는 전시회로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행사이다. 미술관의 박제된 작품들을 관람만 하는 한계점에서 벗어나 새롭게 창조된 미술품을 관람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소유하고 즐길 수 있는 기쁨을 주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이다. 관객과 새로운 미술 인구를 증대시키자는 취지로 마련된 대구아트스퀘어는 이제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타 지방의 축제와 비교 해 보면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내재된 행사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미술행사를 논할 때 예산은 그 행사의 생명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예산의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그 예산의 확대와 필요성 역시 대규모 행사에 참여하거나 진행해 본 관계자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1995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는 `광주비엔날레`는 총 예산 135억원(2년간)의 지원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오고 있으며, `부산 국제영화제`와 함께 부산을 알리는 국제문화행사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는 `부산비엔날레`역시 40억원에 달하는 국고와 지방예산의 도움으로 행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대구의 대구아트스퀘어는 국비와 지자체 예산 4억원으로 진행되는 행사이다. 참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며칠전 다급하게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시의회에서 내년 예산안 심의를 하는데 대구아트스퀘어 예산이 일부 삭감되었다는 것이다. 급한 마음에 조직위원들과 의논해 예산 증액에 대한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 하고, 예산 삭감은 막을 수 있었다. 증액 돼도 시원찮은 형편에 삭감되는 위기는 겨우 모면한 셈이다.

광주시는 140만명의 인구에 예산 규모가 3조6천여억원이다. 그리고 대구시의 경우 250만명이 넘는 인구에 예산 규모가 6조원에 이르고 있다. 아무리 섬유산업 발전과 육성,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일컫는 메디컬산업 등에 투자가 이어진다 하지만 최소한 타 지역의 문화지원과 걸 맞는 투자는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구시는 대구를 소개할 때면 항상 `영남의 중심이며 문화·예술의 중심도시`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정작 대구를 알리는 미술문화 축제를 만드는 데는 지나치게 인색한 면을 보이고 있다. 대구를 대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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