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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만추가을에 즐기는 인문학의 기쁨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지난주 수업을 위해 찾은 학교 교정에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숫길을 지나면서 묘한 기분을 느껴 보았다. 2주전이 때 마침,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라 보름 만에 찾은 탓 인지, 그동안 은행나무들은 그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짙은 향수를 자아내는 색감으로 탈바꿈 해 있었다. 눈부신 햇빛에 반사돼 찬란한 황금빛으로 장관을 이룬 나무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스무 살 청년시절에 바라보았던 은행나무는 크고 화려하게만 보였고, 서른에 본 노란 은행나무숲에서는 금방이라도 아름다운 여인이 걸어 나와 함께 손을 잡고 거닐 것만 같은 설레임으로 가득 했었다. 하지만 마흔이 한참이나 지난 오늘 바라보는 은행나무는 그저 바라만 봐도 마냥 좋은 존재가 되었다. 노랗게 물든 커다란 은행나무가 그곳에 있어 좋고 난 그 은행나무 숲은 거닐면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옛 추억을 떠 올릴 수 있어 좋은 것,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기에 더없이 좋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로맨틱한 가을을 뒤로 하며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었나? 괜히 스잘때 없는 곳에 기분을 빠뜨리는 것 같아…”혼자 말을 중얼거린다.지난달 29일부터 대구의 비평가들이 주축이 된 모임에서 `퇴근길 인문학`이라는 강의를 시작했다. `대구 근대와 현대의 만남`이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이번 무료강좌에는 대구근대기의 인물과 장소 그리고 사건들에 대한 의미와 역사를 이야기 나누듯 풀어낸다. 그리고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과거를 현대와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도 화려한 치장이나 가식 없이 소박하게 진행된다. 퇴근길이 막히면 늦게 와도 좋고, 강의를 듣는 이들이 적으면 편안한 기분으로, 때론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찾는 이가 많으면 서서도 듣고, 끼어 앉아서도 들으며 넉넉하고 풍요로운 시간을 만드는 시간이다. 국가의 중요한 국정을 논하는 엄중한 자리도 아니며, 자기주장이나 누구를 비방하는 목소리로 강의실이 시끌벅적한 장소도 더더욱 아니다. 그저 우리 동네의 옛 이야기와 우리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들이 살았던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조용조용 담아내고 있다. 인문학을 함께하는 공간 역시 딱딱한 책상이 놓인 강의실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 2층 건물에서 진행함으로써 편안함을 더해준다. 불과 6~70여년전만 하더라도 대구에서 가장 화려한 가게들이 즐비했던 번화가가, 이제 오후 6시만 되면 불 꺼진 할렘가로 변해버리는 `북성로`에 대한 과거와 오늘의 이야기들을 한다.과거에는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여겨졌던 노오란 은행나무가 어느 순간 매년 피어나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 주듯하다. 세상을 모두 다 안 것처럼 살아왔던 세월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하나하나 느껴 보는 것이 진정한 인문학의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과거 학문은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지식을 습득해 이를 산업발전의 에너지로 사용했다면 이제는 풍부해진 지식을 응용해 창의적이고 도전적 미래를 바꿔 나가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입식에서 벗어나 세상사는 이치를 이해하고 인간의 삶속에서 진정한 행복과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연구하는 인문학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진다.이제 가을이 점점 깊어 가고 있다. 그동안 책장 속에 꽂혀있던 시집을 펼쳐 이 세상의 사람 냄새를 한번 쯤 맡아 보는 것도 만추 가을을 즐기는 또 다른 기쁨이 될 것이다.

2013-11-06

제조 수업 vs 소비 수업

▲ 이주형시인·오천중 교사 `베이징 실험실의 원숭이`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제조 시대에서 소비 시대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 시대에는 가급적 비싸게 파는 기업이 이긴다. 그러기에 브랜드가 중요하고, 품질 관리가 필요하고, 또 마케팅이 요구된다” 중국의 변화 못지않게 학교의 변화 바람도 거세다. 변화과정에서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갈 정말 많은 정책들이 시도 되었고 또 시도 되고 있다. 그 시도 중 하나가 자율학기제다. 하지만 지금껏 시도된 정말 많은 시도들은 변화의 방향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억지에는 분명 부작용이 따르듯 교육 현장에는 더 많은 부작용이 생겼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교 폭력, 자살 등이다. 학교 폭력은 사회 4대악이 돼버렸다. 변화는 자연스러운게 제일이다. 자연스러움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물이다. 물은 차면 넘치고, 모자라면 찰 때까지 기다린다. 교육도 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학교 수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그 바람의 방향은 제조 수업에서 소비 수업으로다. 제조 수업 시대란 수업 자료 및 수업 방법들이 부족할 때를 말한다. ICT자료들이 전무하던 시절 선생님들은 차트와 슬라이드를 손수 만드셨다. 정보가 제한적이던 시절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보여주시는 자료들을 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며 꿈을 키웠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학생들은 죽을 힘을 다 했다.하지만 지금은 자료가 넘치는 시대다. 수업 관련 자료는 검색창에 널렸다. 또 수업 이외의 정보는 오히려 학생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자신의 정보만이 최고라고 우기는 것은 시대 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미 교육 수요자들은 다 알고 있는 데도 말이다.제조 시대 수업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업은 더 이상 학생들에게 신비감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 아이들은 수업에, 아니 정확히 말해 학교 수업에 흥미를 못 느낀다. 교육계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뭔가를 계속 만들어내지만 교육 소비자들의 마음이 떠난 지는 오래다. 학교가 아니어도 더 재미있고, 더 알찬, 더 새롭고 신비로운 것을 가르쳐 주는 곳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소비 시대에 모든 것이 공짜가 돼가는 교육 시장에는 더 이상 교육 소비자들이 구매할 상품이 없다. 무료 제조 수업으로는 수업으로부터 마음이 떠난 교육 소비자들을 잡을 수가 없다. 교육 소비자들은 학원 수업에 빠지지 않기 위해 조퇴나 외출을 해서는 병원에 간다. 그들도 분명 아까운 것을 안다. 학원은 비싼 돈을 냈으니까 꼭 가야하고, 학교는 그럭저럭이어도 되는 듯….소비 시대의 키워드는 `비쌈`, `브랜드`,`품질관리`, `마케팅`이다. 이걸 학교 수업에 적용해보자. `비쌈`은 최근 복지 열풍으로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 모든 것이 무상이 되어가는 지금 `비쌈`을 이야기하면 대역 죄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설사 대역 죄인이 되더라도 말하고 싶다. 복지도 좋지만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비쌈`이 안 되면 `브랜드`라도 만들어야 한다. 자기 수업을 상품화시킬 학교 선생님은 과연 몇 분이나 계실까. 그럴 가능성이 있는 선생님들은 이미 학생들보다 먼저 학교를 빠져 나갔다. 왜 교육도 돈이 되니까. 사교육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은 자신들의 수업을 상품화시켰다. 그래서 `품질관리`도 아주 철저히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살아남기 때문에, 품질관리는 그들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하지만 학교 선생님의 수업과 생존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글쎄다”라는 답을 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마케팅`을 살펴보면 기업의 생명은 마케팅이라지만 제조 수업에 마케팅이 있을 리 만무하다. 수업 마케팅, 느낌은 알지만 참 너무 먼 나라 이야기이다.

2013-11-05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 지켜야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학교장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이 뜨겁다. 얼마 전 전국 기초단체장들이 강원 평창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총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대선공약에 대한 입법화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당 공천 때문에 주민선택권 왜곡,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 공천에 따른 비리와 잡음 등 역기능이 발생해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공천제 폐지에 대한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기초단체장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해 온 일인데도 이번에 다시 입법화를 촉구하게 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여야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약속했던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가 최근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공천 폐지에 대한 당론 채택을 미루고 있는 새누리당에선 은근히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공천 폐지를 이미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 역시 내부의 반발 기류가 커지면서 진행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국회 정치쇄신특위마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지난달 활동을 종료해 버렸다 하니 딱한 노릇이다.공천 폐지를 반대하는 의원들은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하면 최소한의 검증 장치마저 사라지고, 이름과 경력만 보고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눈엔 이런 이유가 구차해 보인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내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다시 말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고 본다.이 문제는 작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통 대선공약이었다. 여당과 야당을 아우르는 공약이었던 만큼 대선이 끝나면 바로 폐지될 듯한 분위기였고, 국민들의 기대도 컸다. 실행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 4월 24일 기초단체장 2명과 기초의원 3명을 다시 뽑는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은 공천을 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에도 무공천을 제안했다. 이 때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권의 긍정적 변화로 인식했다. 민주당은 7월에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새누리당보다 한 발 앞선 매우 잘한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지방선거가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우리 주변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의 정당공천제 폐단을 자주 본다. 2010년 3월말경, 지방선거를 두어 달 앞두고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서 면민체육대회가 열렸다. 면민체육대회에는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시장, 해당 선거구 출신 지방의원이 참석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날은 포항시의원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처음엔 면민체육대회에 웬 시의원들이 이렇게 많이 참석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국회의원이 행사장에 들어서고, 시의원들이 국회의원 앞에 눈도장을 찍고 한 마디라도 얘기를 나누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국회의원이 지역구 행사에 참석한다는데, 나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작년 가을, 인근의 모 초등학교에서 열린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에 국회의원을 비롯한 많은 내빈이 참석했다. 거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이래서는 안 된다.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에 예속된 지금의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를 버려야 한다. 이미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고 있고, 여당도 야당도 필요성을 인정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른 척하고 시간만 끌다가 내년 지방선거를 이 상태로 치르면서 공천권을 휘두르겠다는 속셈이 들여다보인다. 지금처럼 기득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쉬쉬하며 덮어두려고 한다면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시민단체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촛불은 이럴 때 켜는 게 아닐는지….

2013-11-04

데미언 허스트의 `죽음`이 주는 미학적 의미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지난달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과정에서 또 다시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은 다름 아닌 고가의 미술품들이다. 검찰의 압류 특별 환수팀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장남 재국이 보유하고 있던 미술품 500여점을 압류하자 급기야 전두환 전대통령 일가는 지난 9월10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미납 추징금 1천672억원을 모두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현 CJ회장의 비자금사건에서도 고가의 미술품이 문제가 되었던지라 국내 미술계 안팎에서는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전재국의 어마어마한 미술품 컬렉션 리스트가 알려진 이 사건으로 또 다시 미술품이 `비자금 은닉대상`으로 지목받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연이은 사건들로 인해 미술품이 비자금 조성의 원흉처럼 비춰지고 있으나 이는 지극히 일부에 해당된다고 본다. 대다수의 콜렉터들은 전문화랑이나 아트페어 등을 통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미술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들로 인해 진정으로 미술을 사랑하고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미술애호가들이나 후견인들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압류된 미술품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작품 중 하나가 영국 현대미술가 데미언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실크스크린 판화 작품이다. 해골그림에 다이아몬드를 붙여 만든 이 작품은 원작만큼의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일반인들이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2천만원대이다.세계 현대미술계의 악동으로 잘 알려진 데미언이 만든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원작은 1720년에서 1810년 사이에 살았던 35세의 유럽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을 모델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백금으로 주형을 뜬 실물 크기 두개골에 52.5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다이아몬드 8601개를 촘촘하게 박아 만들어졌다. 제작에 사용된 다이아몬드를 전부 합치면 자그마치 1106.18캐럿에 이르고 작품가격은 무려 5천만파운드(918억5천600만원)이다. 그러한 원작에 비해 전재국이 소장했던 작품은 보급용 판화작품에 지나지 않는다.그의 작품 주제는 죽음이다. 그 죽음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도 직접적이고 충격적이어서 그는 `악마의 자식`으로, `엽기의 예술가`로 항상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그러나 무관심과 냉소로 끔찍한 살육을 보여주는 작품 이면에는 어떤 숭고함과 비장함이 어려 있어 죽음에 대한 경고와 성찰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데미언의 작품처럼 현대미술은 한때 인간에게 그의 적절한 위치를 부여해 주었던 전통적인 가치 질서가 붕괴함으로써 비롯됐다는 주장이 있다. 자신의 위치를 앎으로써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안다고 한다. 그러나 신의 죽음과 더불어 그러한 질서는 설립자자와 토대 모두를 잃게 됐다고 한다. 물론 그러한 질서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 그럴 듯한 은신처와 안전함을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러한 질서가 공허한 것이 됐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만 그러한 것이다. 이처럼 신의 죽음은 인간의 위치를 바꿔 놓았으며, 인간으로 하여금 아무런 방향감각도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신이 없는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또한 모든 것이 무의미한 것이 될 위험이 있기도 하다고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는 지적한 바 있다.그러나 심지어 허무주의자조차도 여전히 의미를 요구하며 이에 대한 이러한 요구로 인간은 결코 자신의 상황이 갖는 부조리성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인간은 부조리와 더불어 살 수 없으며 그것에 맞서 싸워야만 한다. 그리고 만약 부조리가 현대인의 상황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라면 인간은 부조리와의 투쟁을 통해 자기 자신까지 부정하게 된다.현대미술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미술을 통해 인간에게 잃어버린 직접성을 회복시키려는 시도와 절대적인 자유에의 추구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2013-10-29

10월 재선거, 공정하고 평등하게 여성을 의식하라

▲ 금박은주포항여성회 부회장 10월30일 포항 남울릉 재선거를 앞두고 포항이 다시 한번 선거 열기로 뜨겁다. 아침 출근길 마다 손을 흔들고 90도 각도로 인사하는 후보자들을 볼 때마다 만감이 교차하는 게 사실이다. 때 아닌 재선거 과정을 지켜보는 마음 또한 가볍진 않다. 물론 나는 이 지역구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한 표를 행사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왜 우리가 이런 재선거를 치러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여성을 의식한 정책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된 김형태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전의원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선거운동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결국 국회의원 금배지를 내놓았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김 전의원은 제수 성추행 의혹으로 도덕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진실 공방은 계속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사전선거운동으로 기소까지 되면서 지난한 과정을 지켜보는 지역 유권자의 피로감은 쌓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제대로 된 의정활동 한번 펼치지 못한 채 쓸쓸히 물러났다. 하지만 책임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1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한 사회적 비용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현재 까지는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는 어려워 보인다.재선거도 마찬가지다. 투표를 다시 해야 하는 유권자의 시간적 비용, 그리고 재선거에 소비되는 경제적 비용 역시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재선거를 하게 됐다면, 우선 원인을 제공한 측에서는 최소한의 책임의식을 가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치르는 선거는 가장 깨끗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재선거가 포항 남울릉에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재선거를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정책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후보자들마다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공약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유권자들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예전만 해도 선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여성층을 공략한 공약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여성을 의식한 정책이 주요 공약으로 부상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공약은 경제 발전, 개발이 거대담론을 차지하고 있고, 소외계층이나 여성을 위한 정책은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지역에 차별화된 여성 정책이라기 보다는 중앙 정당의 정책 방향과 유사한 공약이 대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지역 여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대목이다.이번 재선거는 지역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인 만큼 공약 역시 차별화된 지역 공약이 나와야 하고, 지역의 다양한 계층에 부합한 맞춤형 정책이 나와줘야 한다. 특히 포항은 철강산업도시로 남성중심 산업 구조 형태인 만큼 경제 개발이나 개발 중심 정책에서는 여성이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여성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공약이 중앙당의 여성정책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 아니라 포항과 울릉 지역의 여성들에게 어떤 정책이 필요한 지를 고민하고 공약을 개발해서 정책으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10월30일 포항 남울릉 재선거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지길 바라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데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여성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젠더 마인드를 가지고 정책을 다시 재검검하고, 지역 여성을 위한 양성평등한 정책을 개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2013-10-28

앉은줄다리기, 무형문화재로 등록할 만하다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지난 12일 오전 포항시 북구 송라면 구진마을에서는 독특한 민속놀이 재현행사가 있었다. 이 마을에 전해오는 앉은줄다리기를 면민 전체의 행사로 승격시켜 포항시민들에게 당당히 선보이는 행사였다.앉아서 줄을 당긴다고 해 `앉은줄다리기`라고 한다. 또 암줄과 수줄이 각각 네 가닥으로 돼 있는데 줄 모양이 기(`게`의 방언)를 닮았다고 하여 `기줄당기기`라고도 한다.원래 이 마을은 별신굿을 해 왔는데 어느 해에 굿을 하던 무당이 굿판에서 급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불길하게 여긴 마을 사람들이 점치는 사람에게 물어 보니 굿을 하지 말고 줄을 당기라고 하여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여자들만 당기고 앉아서 당겨야 한다고 해서 여자들만 참가한 가운데 앉아서 당기게 됐다 한다.정월 대보름날 줄다리기를 하는데 줄을 당기는 것은 여성들의 일이지만 행사를 하도록 준비해 주는 건 순전히 남성들의 몫이다. 줄이 준비되면 동네 아낙네들이 줄다리기 장소로 모인다. 줄꾼들이 자리를 잡아 앉으면 이장의 신호에 따라 줄을 당긴다. 줄다리기에 참가한 여성들은 있는 힘을 다해 줄을 당기고 남자들은 풍물을 울리며 응원을 한다.승부가 결정되면 이긴 쪽에서는 줄다리기에 참가한 아낙네들이 암줄과 수줄을 연결하는 비녀목을 빼서 어깨에 메고 춤을 추며 제당까지 행진한다. 제당 앞에 비녀목을 내려놓고는 그 앞에 상을 차리고 마을의 수호신께 줄다리기가 무사히 끝났음을 고한다. 이 의식이 끝나면 한 바탕 풍물을 크게 울리며 신나게 춤을 춘다.구진마을의 줄다리기는 몇 가지 면에서 주목된다.첫째, 줄의 형태가 게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안 지역 주민들에게 있어 게의 붉은 색과 날카로운 발은 각각 악귀를 쫓는 의미로, 무수한 알은 다산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결국 게의 형태를 모방해 줄을 당기는 것은 액운을 막고 풍요다산을 기원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남녀의 성적 교합을 상징하는 암줄과 수줄의 연결 절차 또한 풍요다산을 기원하는 행위로 이해된다.둘째, 구진마을 줄다리기는 여성들만 참가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남자들은 줄을 준비하거나 흥을 돋우는 부수적인 역할만 담당할 뿐 줄을 당기는 행위는 순전히 여자들의 몫이어서 구진 마을의 줄다리기는 철저하게 여성 중심임을 알 수 있다.셋째, 줄을 앉아서 당긴다는 점이 이채롭다. 앉아서 줄을 당기는 방식은 전국적으로 그 예를 찾기 어려운 아주 독특한 형태이다. 하지만 여성의 엉덩이 부분을 땅에 밀착시킨 채 다리를 벌리고 줄을 당기는 모습은 흡사 출산하는 여성을 연상케 하는데 이러한 행위의 바탕에는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넷째, 줄다리기를 통해 평소 억눌려 왔던 여성들의 성적 감정이 적극적으로 표출된다는 점이다. 이 마을 줄다리기에서 암줄과 수줄을 연결하는 비녀목이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볼 때 승부가 가려진 후 이긴 편 여성들이 비녀목을 빼서 어깨에 멘 채 마을을 돌며 춤을 추는 행위는 전통 사회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여성에 의한 `성적 반란`으로 볼 수 있다.이 마을의 앉은줄다리기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줄다리가 시작된 이래 한 번도 중단되지 않았고 요즘도 매년 정월보름날 행해지고 있다. 2011년에 처음 수협중앙회의 지원을 받아 송라면 해안 5개 마을 합동으로 시연행사를 시작한 이래 3년 만에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지원을 받는 송라면민들의 축제로 발전했다. 아직도 마을 현장에 살아있는 구진마을 앉은줄다리기는 보존 전승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이 마을만의 매우 독특한 민속놀이다. 민속문화적 가치와 함께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할 경우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니 연구와 함께 보존 전승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참에 포항시에서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등록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2013-10-22

이 가을에

▲ 서임중 포항중앙교회 담임목사10월, 가을이다. 지난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살인적인 폭염의 기억이 아직 몸에 남아있는데 언젠가 싶게 강원도 산간에 첫 서리가 내렸다는 일기뉴스를 들으면서 일상에서 여름의 흔적이 하나둘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가을인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몇 날을 보내는데 벌써 아침, 저녁은 몸에 한기를 느끼면서 가을 정취를 맛보기도 전에 겨울로 건너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우리나라가 좋다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뚜렷한 사계절 때문이기도 하다. 하기야 요즈음은 봄과 가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여름과 겨울로 곧장 접어들어 옛날 사계절의 정취를 경험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창조 섭리 속에서 사계절의 축복을 누리는 복 받은 나라라는 사실이다.인생도 그렇다. 봄 같은 유년기를 지나 여름 같은 왕성한 청년기를 지나 가을 같은 성숙한 장년기를 넘어 겨울 같은 인생의 황혼기, 노년기를 맞으면서 일생을 보낸다. 그래서 씨 뿌림의 유년기나, 가꿈의 청년기나, 거둠의 장년기나, 누림의 노년기는 인생의 사계절이. 그 어느 계절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다. 씨 뿌림이 없으면 인생 말년의 누림은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씨를 잘 뿌려도 가꿈이 없으면 가을의 거둠이 없다. 거둠이 없는 노년이 어찌 누림의 은총이 있겠는가? 그래서 시편 92편 14절에서는 인생의 멋진 노년을“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니”라고 표현했다. 이 축복을 누리기 위하여 시편 기자는 씨 뿌림과 가꿈의 계절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13절에서 “이는 여호와의 집에 심겼음이여 우리 하나님의 뜰 안에서 번성하리로다”라고 고백을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 여정의 노래다.지난달 25일 소설가 최인호씨가 암과 싸우다 인생의 겨울을 맞았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68세의 나이로 주님 품에 안겼다. 풍랑이 일어나는 인생바다를 항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소설을 통해 전했던 최인호씨는 삶을 통찰하는 혜안과 사람을 향한 애정을 글로 표현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세상에 드러낸 분이었다. 비록 68세의 일기로 생을 마쳤지만 그의 봄의 씨 뿌림과 여름의 가꿈은 비록 짧지만 그 누구도 우러러보는 거둠의 가을을 누리고 겨울을 맞이했다. 그의 가을은 짧았지만 암과 싸우면서 손톱이 빠진 손가락에 골무를 끼워가면서 글을 쓰기까지 자기 인생의 가을을 아름답고 붉게 물들였다.그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교복 차림으로 신춘문예 시상식에 나타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고, 최초로 책 표지에 얼굴 사진을 실은 소설가였으며,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된 최초의 작가였다. 가장 많은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모든 이력은 그가 온몸으로 생을 살아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엘리는 두 아들의 씨 뿌림의 계절을 그냥 훌쩍 뛰어넘게 하여 가꿈의 계절도 못 넘기고 차가운 생의 겨울을 맞이하게 했고 사울왕은 씨 뿌림의 계절을 잘 보내었지만 가꿈의 계절을 허망하게 보내고 거둠의 계절에 아무것도 거두지 못하고 훌쩍 뛰어넘어 매서운 인생의 겨울을 맞이했다. 그러나 사무엘과 다윗은 씨 뿌림의 계절을 잘 보내고, 가꿈과 거둠의 계절을 지나 인생의 겨울을 멋지게 누리고 하나님께로 갔다.이 가을에….나는, 우리는 무엇을 물들이고 있는가?자연은 온 산천을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이면서 거둠의 계절을 뽐내는데 나의 가을은 어떤가? 이 가을에 영혼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묵상과 경건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가을과 함께 영글어가는 축복을 연주하기를 소망한다.

2013-10-21

`청년작가` 최인호가 남기고 간 어록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지난달 25일 예순여덟의 `청년작가`최인호가 세상을 떠났다. 19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40~50대 라면 대부분이 최인호의 소설과 영화에 매료되어 젊음을 불태웠을 것이다. 그중 필자가 고3 때 봤던 영화 `고래사냥`은 퍽이나 감동과 재미를 안겨주었던 불후의 명작이었다.`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 뿐 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송창식이 부른 주제곡도 유명했지만, 안성기와 이미숙의 명연기와 가수 김수철의 어리버리하고 우스꽝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였다. 당시 사창가라는 특별한 공간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그 곳에서 창녀 춘자(이미숙)를 탈출시켜 자유를 찾아 떠나는 민우(안성기)의 호탕한 행동과 자유로운 영혼에서 솟아나는 맑은 울림의 소리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나에게 안겨줬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는 두려움과 현실에 대한 절망을 극복하며 희망을 찾아 무작정 바다로 떠나는 주인공들의 용감한 행동과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들은 호쾌함마저 전해 주었다. 잡지도 못할 줄 알면서도 고래사냥을 떠나는 1970~80년대 젊은이들의 모험담을 그린 영화 `고래사냥`은 청년지식인들에겐 진취적 의식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결국 입가에서 흥얼거리던 노래는 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즐겨 불렀던 주제곡이 되어 버렸다. 그 외에도`바보들의 행진`과 `별들의 고향`, `겨울 나그네` 역시 시대를 대표하던 소설들로 대중들에게 한결 같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이다.2008년부터 침샘부근에 발병한 암으로 투병 중이던 고인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고 왕성한 집필활동을 해왔다. 암 투병을 하는 가운데도 평소 “나는 환자가 아닌 작가로 죽겠다”는 말을 해왔던 그는 진정 1970~80년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병리현상과 사회변화 속에서 왜곡되고 소외되는 개인의 삶에 주목했으며 그 와중에도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힘을 주는 글들을 남기기 위해 무척 노력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빈자리가 아쉽고 그리워지는지 모른다.고인이 작가로서 걸어온 여정을 짧은 격언으로 응축해놓은 수상록 `문장`을 보면 불교, 유교, 기독교의 가르침이 융화된 `무욕의 진실한 삶`에 대한 철학을 읽을 수 있다. 그중`느리게 살자`라는 표현은 “느림의 미학은 자기 포기,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 몇 십분이라도 삶을 깊게 성찰하며 살자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일상에서 우리들이 늘 들어왔던 느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다. 이는 자기 성찰을 통해 가꿔진 자신의 본 모습을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자아를 실현해 나가는 노력을 가져 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더불어 자신을 `조용한 노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조용한 노인,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내 모습이다. 바위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용함을 간직하고 있다. 나는 바로 그러한 조용한 바위가 되고 싶다”라는 표현을 통해 나직하면서도 무게가 넘치는 조용한 바위로 살아가고 싶은 속내를 보여줬다. 대중성과 문화성 사이에서 고뇌하며 실존문학에 앞장섰던 고인 이었지만 자기 성찰을 통해 느리지만 조용한 노인의 모습으로 말년을 정리하고픈 생각이 간절하였음을 읽을 수 있었다. 마음에서 풍겨져 나오는 삶의 여유와 무욕이 주는 진정한 소유의 의미가 이 시대의 거장 최인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이다.

2013-10-15

엔도르핀 요리, 독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 강명수 포항대학 교수·관광호텔항공과한국트렌드연구소는 2014년도 한국을 지배할 핵심 트렌드로 `엔도르핀 요리`를 꼽았다. 뇌의 모르핀 수용체에서 모르핀작용을 나타내는 내인성 펩티드의 일종인 엔도르핀은 모르핀처럼 진통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요리 앞에다가 엔도르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이 용어를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연구소의 주장에 따르면, 이 시대에 요리는 더 이상 신체적 허기를 달래는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심리적 허기를 달래주는 치유의 수단이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은 위험성과 복잡성이 증대된 조직에서 경쟁에 의한 스트레스, 불안, 두려움과 강박 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음식에다 큰 가치를 부여한다. 언제부턴가 낮은 수준의 쾌락으로 치부되던 식욕이 어느새 인간의 정신적·감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지난 8월 런던의 푸드아트 비영리단체 미스케이크헤드는 `우울한 케이크상점`이란 홍보용 매장을 열었다. 이곳에서 파는 케이크는 모두 사람들의 정신질환 문제를 표현하고 있다. 한 케이크에는 `나와 대화해 달라(talk to me)`는 문구가 쓰여 있다.필자에게도 요리가 심리적 허기를 달래주는 치유의 수단이 되곤 했다. 러시아에서 유학하는 동안 내 사유를 충분히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통이 줄곧 따라 다녔다. 고통이 극도에 달할 경우에는 고추장을 잔뜩 넣은 비빔밥을 먹고서 네바 강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운하 주변에 쭉 늘어선 헌책방에 들어가 레핀이나 `이동전람파` 화가들의 화집을 구경하기도 하고, 체호프와 관련된 책을 읽기도 했다.지내고 보니, 비빔밥을 먹고 나서 운하 주변의 헌책방들을 순례하고 다니며 책을 읽은 게 참 잘한 것 같다. 매운 요리가 엔도르핀을 생성한다고 한들 그게 일시적 위안을 주는 거지, 삶의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게 해서 근본적 처방으로 나아가게 하는 방도는 아니지 않은가? 정신의 근육, 영혼의 근력을 키워주고, 회복탄력성을 높여주는 `엔도르핀 요리`로는 독서가 제일이 아닐까? 이 가을에 처세서, 자기계발서, 자기치유서적을 잠시 내려놓고, 좀 묵직한 고전을 들어보면 어떨까? 아니면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의 체호프`라는 앨리스 먼로의 단편들을 읽어보면 어떨지?체호프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보통의 인간들을 주로 묘사한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통해 삶의 모순과 결핍, 근원적 슬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거기엔 인생에 대한 깊이와 관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성찰이 녹아 있다. 앨리스 먼로를 `캐나다의 체호프`라고 명명하면서 `체호프의 후예`의 계보에 넣었다면, 아마도 이 작가의 작품들에서도 그와 같은 특성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체호프의 후예들은 그녀 외에도 더 있다. `소비에트의 체호프`라는 세르게이 도블라토프가 있고, `미국 중산층의 체호프`라는 레이먼드 카버도 있다. 한국근대 단편소설의 완성자인 이태준은 `한국의 체호프`라고 부를 수 있다.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내용의 `산케이신문(인터넷 판)`의 오보는 그냥 애교로 봐주자. 하루키를 통해 노벨문학상 특수를 누리고자 기획했던 출판사들의 의도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자. 그리고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또 좌절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워하지 말자. 시인은 해마다 치르는 해프닝에도 흔들림 없이 치열하게 시월(詩月)을 살터이니.이 가을, 차 한 잔 앞에 두고 전설적 지휘자 예브게니 므라빈스키가 레닌그라드 필하모닉과 남긴 차이코프스키 `비창`의 묵직하고 둔탁한 사운드를 들으며 체호프와 도블라토프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면 러시아 태생의 지휘자 키릴 콘드라신이 남긴 차이코프스키 `비창`의 감성적 사운드를 들으며 앨리스 먼로, 레이먼드 카버, 이태준을 느껴보라고 요청하고 싶다.이제 포항시민으로서 희망·요구 사항을 말하련다. 포항 운하가 완공되면 그 주변으로 간이도서관과 `엔도르핀 요리`를 파는 노천카페를 만들어보자. 이동전람회와 노천영화관도 운영해보자.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서도 우리의 심리적 허기를 달래주는`실속 있는 것들`이 자꾸 생겨났으면 좋겠다.

2013-10-14

동도서기의 회화

▲ 권정찬 화가·경북도립대 교수가을의 전시회를 앞두고 방학을 붓과 함께 하였다. 올 여름 작업의 주된 소재는 누드였다. 15년 전에 브라질 공화국박물관 초대로 개인전을 열며 다섯 점 가량의 누드를 그린 적이 있다. 다양한 포즈와 다양한 누드의 색채를 보여 주려 했다. 이번에 그린 누드 역시 그러한 맥락이다. 다만 좀 더 현실적 여성이 등장한다고 할까. 그리고 말도 등장시키고 여러 동물들도 같이 넣었다. 다만 당시에는 종이를 바탕으로 수묵으로 그렸는데 이번에는 켄버스에 서양화재료를 가미한 작품들이다. 뒤 돌아 보면 재료의 변화가 많았다는 것을 느낀다. 한 때 학창시절에는 갱지를 화판위에 바르고 밑그림을 철저히 완성하고 먹으로 선을 가늘게 긋고 그 위에 화선지를 팽팽하게 붙여 수묵담채를 그리는 작업을 했다. 당시 작가들은 국전 등 공모전의 작품들을 대부분 이러한 방법으로 그려 작품을 탄생시키던 시기였다. 졸업을 하자 화단의 상황은 수묵운동으로 인하여 전국이 수묵열풍으로 휩싸였다. 당시 공모전을 위한 작품의 방향은 전통의 수묵채색 인물화에서 벗어나 두꺼운 종이를 구기거나 주름을 만들고 과감하게 수묵으로 단숨에 그려나가는 속필화법에 의존하였다. 물론 천에도 그려보고 화선지에도 그려 보았다. 첫 개인전을 가지자 어느 미술 기자는 위험한 실험이라고 미술잡지에 기고를 했고 정점식선생님께서는 마네리즘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수년 후 정말 탈출구가 없는 한 자리의 작업에 머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 맥향화랑 사장님의 소개로 김태신 선생님을 만나 채색화를 본격적으로 사사 했다. “낳은 자식이야 어디가나 자식이지만 가르치는 자식은 정말 잘 보살펴야 한다” 그래서 제자로 거두기를 사양하신 선생님 곁에서 하나부터 열 가지를 배웠다. 당시 지역의 대학은 너나나나 모두 그러한 부분을 냉철히 비판했다. 그 배움은 결국 기존의 수묵기법과 재료에 채색을 가미하는 나만의 채색(?)양식을 만든 셈이었다. 그 후 그러한 방법은 민속 나무오브제나 돌맹이 등을 만나면서 바탕을 다양하게 소화하게 이르렀고 도판에 그리는 작업이나 항아리에 그리는 도자회화에도 매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작업은 대학시절 도자기 수업을 받았던 경험과 옛것을 좋아하는데서 얻은 것들이다.2000년 중반 평론가 오세권씨와 캔버스 바탕에 채색과 아크릴 등을 사용하고 군더더기를 없애는 작업이 어떨까 하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리고 포천아시아 비엔날레의 메인전시에 당대 한국, 중국, 일본작가 14인과 함께 대작을 선보였다. 물론 이제는 누가 봐도 서양화다. 하지만 한국화도 재료의 혁명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평소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던 방송국의 작가가 “형님의 그림은 `동도서기`입니다”라고 했다. 즉 정신은 동양 것이요, 기술은 서양 것이라는 얘기다.요즘 많은 작가들이 한국화를 두고 고민이 많다. 철저한 외면을 떠나서 대중마저 주거에 맞지 않다며 한국화를 멀리한다. 물론 거기에는 화랑이나 경매회사들의 경영상 계산에 의해 외면을 당하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민화, 소위 베끼는 민화의 대중교육, 상업화가들의 난무 등도 한국화의 격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한국화를 하는 화가들의 열정적 자세와 함께 다양한 재료와 기법, 기술을 연마하여 새로운 모습의 한국화를 정착시켜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정말 어느 장르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한국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기본기를 철저히 연마하고 수묵과 채색에 대한 의문이 없는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대중이 봐도 프로다운 기질과 달관의 솜씨는 필수가 아닐까.

2013-10-08

도로표지판 한자 병기 문제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현재 우리나라 도로표지판을 보면 대부분 국문 표기와 영문 표기가 병기돼 있다. `구미 Gumi` 하는 식이다. 그런데 상당수 표지판은 `구미 龜尾 Gumi` 하는 식으로 국문과 영문 외에 한자를 병기해 놓고 있다. 미국의 도로표지판은 영문만 적혀 있고, 중국의 도로표지판은 중국어 표기문자인 한자[簡字]와 영문으로 돼 있으며, 일본의 도로표지판은 한자가 혼용된 가나와 영문으로 돼 있다. 영어가 사실상 전 세계의 공용어가 돼 있으니 지구촌 어디를 가도 도로표지판은 공통적으로 현지어 표기 문자와 함께 영문이 병기돼 있다.일본의 도로표지판이 마치 우리나라와 같이 3가지 문자를 병기하고 있는 듯하지만, 가나만으로 표기할 수 없는 문자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한자를 혼용하고 있다. 한자 병기가 아닌 혼용인 셈이다. 그런데 그 어떤 음도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을 쓰는 우리나라 도로표지판에 왜 한자를 쓰는가? 아마 우리나라의 지명이 거의 한자어로 돼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서울은 예외지만 부산(釜山), 대구(大邱), 인천(仁川), 대전(大田), 광주(光州) 등에서 보듯 우리나라 지명들은 거의 한자어다. 고유 지명의 한자어화는 신라 경덕왕 때 시작됐고, 1914년 일제가 행정구역 통폐합을 하면서 지금의 지명으로 확정했다. 오랜 역사 속에서 한자를 공식 문자로 사용해 온 민족의 숙명일까?.하지만 한자어이니 한자로 적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부산을 `釜山`으로 적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솥뫼`로 이해하지는 않는다. 한자가 가진 뜻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지명으로 인식한다. 외래어인 `라디오`가 영어에서 왔다고 꼭 `Radio`를 병기할 필요는 없고, `담배`가 포르투갈어에서 왔다고 `Tabaco`를 붙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그러니 도로표지판에 영문 외에 한자까지 병기하는 문제는 심사숙고해 볼 문제다. 한글전용정책이 시행된 지 반 세기가 훌쩍 지났고 이미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상황인데, 아직도 길을 안내하는 도로표지판에 별 효용성이 없는 한자를 써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부산역 같으면 한글과 영문을 병기한 `부산역 Busan Stn`으로만 적어 놓으면 된다. 그런데도 `부산역 釜山驛 Busan Stn`으로 적고 있다. 한글 사용이 보편화되지 못했고, 한자가 폭넓게 사용된 1950년대나 1960년대라면 모를까, 모든 서적이 한글로 출판되고 있고, 신문과 잡지가 한글전용으로 발간되는 문맹률 0%대의 대한민국에서 `부산역`을 못 읽는 사람이 있을까봐 한자를 병기한다? `부산역`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釜山驛`은 해독할 것인가?혹 한자 교육용으로 적어 놓았을까? 교육부도 아닌 국토교통부에서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병기해 놓고 운전자더러 한자 익히라는 소리를 할 리도 없다. 사람들은 부산역을 `솥뫼 역참`이라는 뜻글자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부산 중심부에 있는 철도역`으로 이해한다.영문 표기가 영어권 국가에서 온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이듯 한자 표기는 한자문화권에서 온 손님을 위한 장치일까? 그렇지도 않다. `釜山驛`이라고 적어 놓으면 중국인들이 잘 이해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중국에서는 `역`을 `驛`(역참 역)으로 쓰는 게 아니라 `站`(역참 참)으로 쓴다.최근에 G2로 부상하였고, 머지않아 세계 최강국이 될 중국에서 온 손님을 위한 배려라면 마땅히 `釜山站`으로 적어야 한다. 그러니 `釜山驛`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중국 사람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표기이다.사람은 누구나 타성에 빠지기 쉽다. 행정도 관행에 젖기 쉽다. 도로표지판에 한글, 영문과 함께 한자를 병기해 오고 있는 정책은 수십 년 동안 써 오던 행정의 관행일 뿐 현재의 효용성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20년 이내 영어 못지않게 중국어의 위상이 커진다고 보면 도로표지판에 중문(간자)을 병기해야 할 때가 곧 올 것이다. 이참에 한자 대신 중문을 병기하면 어떨까?

2013-10-07

문화융성을 위한 인사동 재개발

▲ 김태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최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35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인사동을 새롭게 정비하기 위해 `공평 도시환경정비구역 변경 지정(안)`을 가결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사동 161번지 일대 3만3천72㎡를 69개 소단위로 잘게 쪼개 골목길과 승동교회 등 지역 명물은 그대로 둔 채 필지 별로 재개발을 허가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재개발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의 거리인 인사동에 어울리지 않는 화장품 가게·커피전문점·노래방·마사지 업소 등은 내보내고 정취를 살릴 수 있는 전통 상점들을 입점시킨다는 방침이다.이 지역은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문화지구`로 지정됐는데 그동안 철거재개발구역으로 묶여 대규모 개발 이외에는 개별 건축행위를 할 수 없었다. 건물 소유자라 하더라도 개별적으로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도심재개발사업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이 같은 소단위 맞춤형 정비는 첫 사례로 꼽히고 있다.이러한 인사동 재개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한국의 `문화관광 1번지`가 바로 인사동이기 때문이다.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1천114만여명의 26%가 인사동을 방문했으며 그 수치는 290여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관광객들이 인사동의 도시환경재개발사업 추진으로 변화된 모습 속에서 과연 우리의 진정한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와 낙후된 건축물이나 화재로 소실된 건물을 그동안 재건축하거나 변경할 수 없었던 규정에서 약간은 자유로워져 그나마 다행이라는 환영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미술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가 인사동을 찾기 시작한 건 30여년전 부터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외국관광객 보다는 화랑가에서 이루어지는 전시회 관람과 작가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 곳에는 적어도 예술이라는 문화가 창의적이고 발전적으로 요소로 넘쳐 났었다.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미술전시회를 개최하는 화랑들 앞으로 기념품과 관광상품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인도까지 점령해 성업을 하기 시작했다. 외국 관광객들은 예술과 낭만이 넘쳐나는 인사동의 진면목은 찾아보지도 못한 채 싸구려 기념품 가게만을 기웃거리다 떠나가는 것이 허다하다. 명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화장품 가게, 커피전문점 등 인사동 만의 차별화 되지 않은 거리조성은 당장은 넘쳐나는 관광객들에 의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문화와 예술을 가장 쉽게 만나볼 수있는 문화 홍보대사격인 인사동을 빠른 쇠퇴의 길로 이끌게 할 요소들인 셈이다.우리나라의 전통미가 느껴지는 한옥주택과 단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한옥을 시대적 변화에 맞춰 개조한 상가들에서 배어 나오는 한국적 아름다움은 우리문화를 접해 보지 못했던 외국 관광객들에게 새로움과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전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소비와 향유의 수단으로 삼아 골동품점과 표구점, 필방, 화랑, 전통찻집과 전통음식점 등을 유치한다면 분명 과거로의 즐거운 시간여행 속에서 우리나라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추억을 담아갈 것이다.필자는 이것이 21세기의 진정한 힐링관광이며, 문화강국의 전통을 이어가는 새로운 변화로 여겨진다.이번 인사동 재개발사업이 무분별한 개발만의 사업이 아니라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지향하는`문화융성`을 통해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 토양을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

2013-10-02

쿠사마 야요이 전시가 주는 교훈

▲ 김태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노란색 바탕에 검정색 땡땡이 무늬로 장식된 대형호박과 어두운 암실을 이용해 화려한 조명, 거울로 꾸며진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연신 환호성을 질러댄다. 그리고 노랑과 빨강 등 화려한 원색의 조형물들을 배경으로 찍어대는 사진 속에는 아름다운 미술관의 추억들이 하나 가득 담겨진다. 화가가 무엇을 그리려고 했는지는 철학적 배경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아름다운 그림들이 전해주는 따스한 느낌들이 좋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만들어 내는 묘한 매력을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기에 미술관 체험이 점점 재미있어 진다” 요즘 대구미술관에는 그동안 다른 미술전시회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색다른 체험을 위해 연일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룬다.이 전시회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일본에서 활동 중인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이다.쿠사마 야요이(1929~)는 일본에서 태어난 여성작가로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엄격한 어머니, 아버지의 방탕, 가정의 파산 등을 겪으며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강박증이라는 정신질환을 제대로 치유 받지 못한 채 성장했다. 자칫 정신병 환자로 전락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미술을 통해 자신의 병을 치유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본인을 위대한 예술가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렸다. 그녀는 일본, 미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러한 시간을 통해 다양한 상념과 예술적 매체를 수용해 나갈 수 있었으며 자신의 영역을 구분 짓지 않는 끊임없는 증식을 자기 스스로 감행해 나감으로써 독창적인 예술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다. 광기를 창조로 발전시켜 무한의 자아를 찾아낸 그녀의 예술세계는 회화뿐만 아니라 설치와 환경작업 그리고 퍼포먼스에도 영역을 넓혔고 소설과 시집 그리고 영화에도 자신의 이름을 새길 수 있었다. 그녀의 예술은 사회나 환경이 철저하게 세분화 혹은 제도화 되어 버린 현대에 있어서 절제로 분할될 수 없는 사랑과 생명, 우주라고 하는 것을 통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이처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철학적 배경과 달리 그녀의 작품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트와 유머, 공간을 삼켜 버릴 것 같은 강렬한 색채와 대범한 시각적 풍요로움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이러한 그녀의 예술적 경지와 신생 미술관의 기획이 적절히 맞아 떨어진 셈이다. 개막 7주 만에 유료관람객 16만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은 사전에 철저한 전시기획과 홍보마케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대구미술관을 처음 찾은 관람객들에게 미술관 공간이 주는 규모와 전문성으로 특별함과 함께 고급스러운 인상을 우선적으로 제공했다. 그리고 미술은 쉽게 근접하기 힘들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 만져보게 하고 조각품속으로 들어가서 사진도 찍어 보게 하였으며 심지어는 작가처럼 땡땡이 스티커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 보는 체험프로그램들도 함께 마련함으로써 미술에 대한 재미를 더해 주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국 경험과 기록을 중요시 하는 현대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이런 결과를 낳고 있다고 본다.하지만 모든 예술이 이처럼 흥미와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소재들로 구성되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전시는 무거운 색상이 주는 무게감으로 진지함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추상미가 요구하는 형상에서 이해하기 힘든 해답을 요구하는 전시회로 따분함이 절로 생겨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는 현대에서 만들어진 시각예술의 한 장르이며 작가들이 일반인들에게 던지는 질문하며 메시지들이다. 이러한 어려운 미술을 어떻게 관람객들에게 쉽게 전해주느냐가 미술관 본연의 목적이며 의무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왕이면 쿠사마 야요이 전시 처럼 많은 관람객을 동원할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해 낼 수 있다면 더 말할 여지도 없겠지만 말이다.

2013-09-24

笑笑함이 가져 온 小小하지 않은 행복

▲ 이상호포스코건설 총무그룹 부장 탤런트 류수영씨. 최근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에서 `긍정`의 아이콘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긍정마인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의 인상이다. 입 꼬리가 살짝 들려져 있어 늘 웃는 얼굴이다. 어떤 근심도 없어 보인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힘들었을 촬영장면에서도, 앙다문 그의 입 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다. 그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어느 아침 샤워를 하고 머리를 털다 거울 속의 나와 마주했다. 워낙 안 생긴 얼굴인지라 평소 거울보기를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거울 속의 내가 목을 길게 빼고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고 있었다. 통통한 볼과 쳐진 입 꼬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40대 중반의 연륜과 넉넉함을 느끼게 하는 눈가의 주름도 없었다. 약간은 냉정한, 조금은 무뚝뚝한, 다소 까칠한 그런 인상이었다. 문득 `40대 얼굴 책임론`이 떠올랐다. `태어난 얼굴은 부모 책임이지만 40대 이후 얼굴은 본인의 책임이다` 미국 링컨 대통령의 말이다.`내가 정말 건조하고 각박하게 살아온 걸까? 그럼 이제부터 웃어보지 뭐.` 거울을 보고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웃음이 거의 없던 나에게 이 동작은, 이 작은 움직임은 엄청난 곤욕이었다. 안 쓰던 얼굴근육을 움직이자니 그런 고통이 없었다. 양 볼에 경련이 일어 5초를 버티기 어려웠다. 장미란 선수는 여인의 몸으로 326킬로그램의 바벨을 들어 올렸는데, 사내가 되어 자기 입 꼬리 조차 힘겨워 하다니…. 게다가 웃는 낯은 왜 이리도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지.웃음과의 전쟁이 매일매일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근육세포가 웃음에 적응해 가고 있을 즈음, 소소(小小)하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부정적인 생각이 멀어지고 절로 입 꼬리가 올라갈 만한 행복했던 기억들이 하나, 둘 추억이 되어 살아났다. 회사에서는 한결 친절하고 부드러워진 나를 발견하게 됐다. 그동안 효율, 실적, 속도, 이성(理性)만을 우선시하던 나였다. 그런데 웃음(아직은 억지웃음이지만)을 머금다 보니 말씨도 자연 상냥해져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면서 윈-윈의 업무효율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아! 나의 일터 포스코건설이 감성경영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런 때문이구나.`한편, 가정에서는 웃지 않는 아빠를 어려워하던 아들이 아빠가 재워야 잠드는 아이가 됐다.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었다. 그저 딱딱하지 않은 인상을 위해 입술모양만 바꿨을 뿐이었다. 행복해서 웃은 게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와 주위가 행복해져 있었다. 내 행복과 긍정은 그렇게 찾아왔다.옛 속담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했다. `웃는 문에는 만 가지 복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우리가 웃게 되면 이 세상의 모든 복이 다 온다고 한다.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一怒一)`(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는다)는 한자 성어까지 웃음은 우리 인생에 있어 활력소가 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는 “인간은 웃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생물”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조물주의 선물상자를 너무 늦게 열었다. 하지만 늦은 만큼 더 많이 웃으면 될 일이다. 웃자. 웃을 일이 생기리라. 입 꼬리를 올리려는 그 순간, 행복과 행운은 이미 내 앞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2013-09-16

한국전쟁 정전 60년과 납북화가 임군홍

▲ 김태곤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올해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불러 왔던 6·25전쟁이 발발한지도 벌써 63주년이 되는 해다.남북을 가로막고 서 있는 휴전선으로 인해 부모형제간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못했던 지난 역사는 이제 남북간 경제협력을 통해 상호 호혜적 관계로 발전해가고 있으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남북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 조성은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의 하나로 시행된 사업이었다. 개성공단이 조성되기 이전인 1998년에는 한국전쟁 이후 50년만에 남한의 민간인이 자유롭게 북한 땅을 밟았던 금강산관광이 새롭게 시작되어 전 세계로부터 또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이러한 남북관계는 6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시련과 아픔을 이겨내며 변해왔던 것 같다.필자가 근무하는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는 지난 한국전쟁 당시 이데올로기의 혼돈과 갈등 속에서 북쪽을 선택해야 했던 서양화가 임군홍의 유작전을 진행하고 있다.비록 박수근과 이중섭 처럼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930~1950년대 국내 화단에서 그 누구보다 활발한 작품활동과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던 화가였다.박수근과 이중섭이 한국전쟁을 전후해 월남했다면 임군홍과 이쾌대, 김용준 등은 정치적인 갈등이 심화되었던 남한을 거부하고 북한을 선택함으로써 1980년 후반까지 우리미술사에서 금기시 되었던 예술가가 되었다.서양화가 도입된 이후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시작한 임군홍은 예술가라는 외로운 길을 걸으며 다양한 작품세계와 실험적인 화풍을 펼친 전업화가였다. 디자인과 광고를 취급하던 광고사를 운영하며, 미술의 대중화를 이끌어 가기도 하며 때로는 대규모 작품전을 통해 꽤 많은 작품들을 거래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그의 주 활동무대는 협전과 조선미전이었으며 국내화단이었다. 하지만 한정된 전시여건과 열악한 미술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39년 중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게 되며 그곳에서 다양한 작품활동과 여행을 통해 다량의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북경의 고궁과 다채로운 이국적 풍경을 통해 서양미술의 다양한 화풍들을 익혀 나갔으며 서양의 인상주의와 표현주의 작가들에 대한 연구와 그들의 작품들을 통해 임군홍 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하기 위해 끝임 없이 노력을 경주했다.해방과 함께 중국에서 귀국한 그는 조국의 아름다운 산천을 화폭에 담으며 작품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쳤지만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여름, 작품 `가족`을 제작하던 와중에 인민군에 의해 북한으로 끌려가고 말았다.현재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에 전시된 `가족`을 보게 되면 당시 긴박했던 상황들이 눈앞에 어렴풋이 그려진다. 엄마의 품에 안기여 편안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어린아이와 작가의 시선을 피해 어느 곳을 응시하며 깊은 사색에 잠긴 여인과 소녀의 표정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해 준다.임군홍이 미완의 작품 `가족`을 남겨두고 북으로 간지도 이제 60년이 지났다.그동안 경색됐던 남북의 관계도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남북이산가족 상봉이라는 화해모드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이제 한국근대화단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지만 이데올로기에 의해 북쪽을 선택해야 했던 수많은 예술가들에 대한 새로운 조명작업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유족들도 이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기억들을 잊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3-09-11

돌직구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올해 유행한 단어 중의 하나가 `돌직구`이다. 이 말은 원래 야구에서 나왔다. `돌처럼 무거운 직구`란 뜻이지만 정식 야구 용어는 아니다. 비슷한 말로 강속구가 있다. 강속구가 `강하고 빠른 공`이란 뜻인데 비해 돌직구는 타자가 선호하는 직구이긴 하되, 돌처럼 무거워 방망이에 맞히기도 어렵고 맞아도 멀리 가지 않는다는 뜻이 가미돼 있다. 이 말이 쓰이기 시작한 건 2, 3년밖에 안 된다. 삼성라이온즈의 오승환 선수가 몇 점 차 이기고 있는 경기를 마무리할 때 던지는 직구가 워낙 빠르고 무거워 타자들이 헛스윙을 하거나 범타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오승환 선수의 이 공을 돌직구라고 부르면서 생겨났다. 오승환과 비슷한 구속을 가진 투수의 공과 비교해 보면 오승환의 공은 돌처럼 무거워 타자들의 눈에는 더 빠르게 느껴지고 방망이 중심에 맞히기 힘들다는 거다. 오승환 투수는 155km/h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진다. 보통 145km만 넘어도 강속구라 하는데 오승환은 150km가 넘는 공을 뿌려댄다. 그는 팀이 3점차 이내로 이기고 있는 9회말에 나와서 상대팀 선수 3명을 상대한다. 상대편은 마지막 공격이고, 한두 점만 내면 따라잡을 수 있기에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공을 맞히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때 오승환이 155km/h에 가까운 직구를 던지게 되면, 타자의 방망이가 허공을 휘두르며 차례차례 아웃이 된다. 오승환은 기교를 부리거나, 속여서 잡지 않는다. 피하지도 않는다. “칠 테면 쳐라”다.대체로 야구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타자들이 안타를 치거나 홈런을 쏘아 올릴 때 즐거워하고 환호한다. 9회말에 오승환이 나오면 관중들은 희한하게도 오승환의 투구에 환호한다. 불과 공 5개 이내로 타자를 돌려세우는 역동적인 투구를 보면서 탄성을 지른다. 그가 나오면 그 경기는 역전 없이 그대로 끝난다. 그러기에 그는 독보적인 `끝판대장`이다. 오승환의 돌직구는 관중들이나 야구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을 시원시원하게 하는 힘이 있다.야구에서 유래된 돌직구가 최근에 화법 용어로 많이 쓰인다. 이 때 돌직구는 `직설적 표현`을 비유하는 말이다. 에둘러서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누가 누구에게 돌직구를 날렸다고 한다. 요즘 방송에 토크 쇼 프로그램이 많은데 출연자가 스스럼없이 뱉는 톡 쏘는 말이 돌직구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대화할 때 혹여 상대가 상처 받을까봐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말을 쓰려고 노력했다. 이게 예의였다.하지만 요즘 방송에 출연자들의 돌직구가 범람하면서 돌직구가 마치 `개념 있는` 사람들의 대화법인 양 치부되고 있어 안타깝다. 야구팬을 즐겁게 하는 오승환의 투구에서 유래된 긍정적 이미지 탓인지, 토크쇼나 인터뷰에서도 누가 누구에게 돌직구를 날렸다며 연일 화제가 된다. 그러다보니 돌직구를 잘 날리는 사람이 인기를 얻고, 때로는 이 시대의 영웅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의 시사돌직구`란 방송 프로그램이 생겼을까.이 돌직구가 도를 넘으면 위험해진다. 작년 가을 어느 대통령 후보는 후보자 토론회에 나와서는 왜 출마했느냐고 묻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당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해서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돌직구가 도를 넘으면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줄 뿐 아니라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짜증을 안겨 준다. 이렇게 되면 그 돌직구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친다. 몇몇 방송인은 자신이 던진 돌직구에 맞아 방송을 떠나기도 했다.얼마 전 모 국회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이기에 한 동안은 합리적 절차 대신 상대를 향한 돌직구가 난무할 것이다. 대립이 격화되면 돌직구의 수준을 넘어 험한 막말과 독설, 궤변과 폭언이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도배할 것이다.언어는 사회의 품격을 나타낸다. 거친 언어는 거친 사회를 만든다. 더 이상 돌직구를 미화하지 말자.

2013-09-10

성평등의 길을 찾아 나서다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성별영향평가센터장1995년 유엔 4차 북경세계여성대회 이후 성주류화 전략이 채택되면서 양성평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양성평등을 위해 법률의 재정비와 정책의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 2011년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제정되고, 같은 해 성인지예산제도가 도입되면서 성평등을 위해 시민단체, 연구기관, 언론 등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성평등 순위를 매긴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135개국 중 107위(2011년)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에서 성격차를 측정하는 도구로 경제참여기회, 교육성취, 정치적 힘, 건강 등이 사용되는데 한국의 경우는 건강과 같은 항목에서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여성의 정치, 경제 참여 특히 고위직 진출에 있어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성격차가 발생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한국 사회의 특성에 기인한 것인데, 유교적인 문화와 관습에 의한 사회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성별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연의 섭리에 의해 결정되어진 것이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 간에는 어떠한 차이도 존재하지 않아야 옳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며, 이러한 차이는 성이라는 본원적이고 생리적인 차이로부터 야기되는 자녀출산이나 육체적 한계와 같은 생물학적 차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도덕적 규범을 통해 자녀양육이나 경제활동 과정에서의 사회적 역할을 구분하는 것까지 확대·적용되어 차별화되어 왔다. 사회적 차별성을 극복코자 할 때 우선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은 생물학적 차이인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본질적 차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남성과 여성간의 차이를 무시하고 성 중립적인 평등주의를 채택할 것인가(절대적 평등), 아니면 여성과 남성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평등주의를 택할 것인가(상대적 평등) 하는 점이다. 여기서 두 평등의 개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 실질적인 의미의 성평등 실현은 불가능하다.우리는 절대적 평등에 기초하는 법적평등을 통해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부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실질적 평등 수준까지 달성되지 못하였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양성 간의 차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동일한 가치를 부여하고 그들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을 편견 없이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성평등은 단지 양성간의 똑같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수도 있는 권리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성평등은 남녀간 권력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구조를 바꾸며, 여성과 남성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가치들 간의 균형을 이루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함께 모색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권리가 시혜적이거나 특혜가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권리라는 인식이 동반되어야 한다.다시 말해 성차별의 문제는 남녀의 문제가 아니다.`다수와 소수`의 문제며 `강자와 약자`의 문제요, `지배와 착취`의 문제다. 남성이 다수자, 강자, 지배자, 착취자인 우리 사회에서 간혹 스스로를 `소수, 약자, 피해자`로 느끼는 남성들이 있다. 이들에게 `강자, 지배자`의 정체성을 찾으라고 요구하기보다 `같은 약자` `오랜 기간 약자였던` 다른 성의 경험과 느낌을 나누며 대화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따라서 무엇보다도 성역할 및 고정관념을 개선하는 노력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성평등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홍보의 필요성을 여러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성별이나 성적 취향 등 `성 정체성`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위해.

2013-09-04

전문계 중학교 검토해 볼만하다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학교를 떠난 초·중학교 학생이 3만6974명(2012년 통계)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이 중 아마도 중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리라. 학교 이탈의 원인이야 학생마다 다르고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15세 이전에 학업을 포기하고 방황한다는 건 사회적으로 문제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성인이 되었을 때 대다수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거리를 배회하면서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으니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학교에 다니고는 있지만 가방 메고 등하교하는 흉내만 낼 뿐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은 부지기수다. 이들은 학교 수업에 흥미가 없기에 수업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한다. 학업에 관심이 없다 보니 학교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힘이 센 학생은 가해자, 힘이 약산 학생은 피해자가 되기 쉽다.199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폭력은 주로 고등학교의 문제였지만 요즘 학교폭력은 중학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학교폭력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지난봄에 북한이 남한에 대해 연일 전쟁 위협을 쏘아댈 때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북한이 협박을 하면서도 실제로 남침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남한의`중2`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학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을 어찌할 것인가. 예전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체벌이라는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가르치려 했지만, 그런 수단이 사라진 지금, 공부를 강제할 수 없고, 수업 시간에 잠을 자거나 수업을 방해해도 제재할 방법도 마땅찮다.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더러 있지만 학생 본인이 대안학교에 다니는 걸, 또 학부모가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위한 공립 대안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런 대안학교는 마치 범죄 집단 같은 인식을 줄 염려가 있어 이 또한 현실성이 없다.그렇다고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지 않은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 많은 학생들을 그대로 두면 학생 개인은 물론 학교도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학생들이 성인이 될 때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사회나 국가로 돌아온다.오늘날 대한민국 학생들의 불행은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오직 대학진학을 위해서. 그러기에 공부 못하는 학생이 당당하게 설 곳은 많지 않다. 성적 앞에서 주눅이 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존감도 낮다. 이런 아이들의 탈출구를 마련해 주지 않은 상태에서 인성교육이니 학교폭력예방교육이니 하는 것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최근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이 서남수 교육부장관에게 전문계 중학교 설립을 건의했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문제이다. 일반 중학교와는 다른 극소수 학생들이 진학하는 국제중이나 체육중, 예술중 같은 중학교가 있기는 하다. 이런 중학교가 아닌 기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전문계 중학교도 있어야 한다. 중학교 단계부터 자신의 진로를 찾고 전문성을 계발하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궁극적으로는 중학교 체제를 좀더 다양화해야 한다.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설 곳 없는` 아이들을 배려한 중학교의 다양성은 확보되어야 한다. 비록 수요가 많지 않더라도 제도적으로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또 전문계중 졸업생에게는 특성화고 입학의 혜택을 주는 등 상급학교와의 연계도 검토해야 한다. 학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을 하면서 전문성도 키우고,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간다면 사회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면서 자존감이 길러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늘날 중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가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지 않을까.

2013-09-03

천장(天葬)에 담긴 메시지

▲ 홍인자 시인 히말라야 산맥에 단 하나뿐인 사막이 있다. 지상보다는 하늘과 가까운 그곳은 히말라야 설산 너머에 있는 네팔의 무스탕이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은둔의 왕국이라 불리는 그곳은 인도와 티베트를 연결하던 가장 오래된 문명의 길이기도 하다. 평균 고도 3천500m, 연간 강수량이 50mm도 못되는 황량한 땅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순수한 영혼과 깊은 믿음으로 어느 민족보다 정신적으로 풍부한 삶을 일구어가고 있다. 또한 그곳은 마지막 남은 불국토라고 불릴 만큼 티베트 불교가 살아 있는 곳으로 성지 순례로도 유명한 곳이다.지구에서도 보기 드문 오지 중 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풍광과 순례의 나라로 유명해진 그곳엔 그들만의 독특한 장례의식이 있다. 바로 천장(天葬)이라는 장례의식이다. 천장이란 망자의 육신을 독수리에게 내어주는 장례의식으로 조장이라고도 한다. 티베트 민족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몸을 떠나고 육신은 빈껍데기가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망자의 시신을 독수리에게 내어놓는 것이 현생에서 마지막으로 공덕을 쌓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시신을 먹고 날아간 독수리가 망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고 믿는 그들은 독수리가 망자의 육신을 깨끗이 먹어 치울수록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로 환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승에서 드리는 마지막 공양을 하는 것이다. 죽음은 새로운 사후세계의 시작이라고 믿는 그들은 그렇게 자연에게 베풀면서 공덕을 쌓고 있다.이러한 천장은 티베트 민족에게는 천년을 이어온 고유한 풍습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어쩌면 잔혹해 보이는 의식인 것 같지만 그것은 그들의 삶과 정신세계에서는 숭고한 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들은 매일 아침을 물과 향을 차려 자연과 신에게 감사의 예를 다하고, 이웃과는 어려움을 함께 하며 베푸는 삶을 실천하면서 살고 있다. 무엇보다 공덕을 쌓는 삶을 강조하며 선한 마음으로 남을 위해 늘 보시하려는 마음 씀씀이로 살아간다. 그러한 믿음이 있는 그들은 부유하지 않아도 결코 가난하거나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우울한 사람들도, 힘들어서 죽는 사람들도 그들 세상에서는 보기 힘들다. 세상을 수행의 한 과정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그들이기에 오직 기도하고 베풀면서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에 마지막까지 한오라기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주고 가려는 천장이라는 장례의식은 그들의 그러한 정신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천장은 단지 육신을 내어놓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는 경건한 베풂인 것이다.`베푼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행위이다. 본성이 이기적인 인간이 베풂을 실천하면서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자신과 가족의 몫 챙기기에만 급급한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한 전직 대통령의 사례를 보자.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천문학적인 재산을 은닉하여 자신과 가족들의 몫으로 숨겨놓고 수사망을 요리조리 피하며 호화롭게 사는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 광경은 한푼 두푼 모아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자신은 가진 게 많지 않아도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례도 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마음이 절로 따듯해진다. 그것이야말로 공덕을 쌓는 삶이 아닐까. 선행을 베풀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 때 세상은 빛나고, 더욱 살 만할 것이다. 척박한 땅에서 물질적으로는 결핍된 삶을 살지만 베푸는 삶을 살려고 하는 무스탕 사람들에게서 깊은 울림을 받는 것은 그 까닭에서이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말한다. `죽음을 배워라. 그러면 삶이 보일 것이다`라고.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2013-08-27

한국화여 깨어나라!

▲ 권정찬 경북도립대 교수·화가지나온 한국화의 여정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확실한 것은 천년이 넘는 전통회화가 요즘은 더위에 지친 모습처럼 활기를 잃었다. 솔거의 신화에서부터 근자에는 문인화와 산수화의 묵향이 짙은 회화가 근대를 수놓았다. 그리고 70년대 대학 강단을 통해 초중반에 도입된 현대적 화풍이 공모전을 통하여 새로운 모습처럼 대구화단에 자리매김을 하려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을 이어 받은 30대 청년작가들이 주축이 된 80~90년대는 대구의 한국화가 활기를 띤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당시에는 1년에 20~30여회의 그룹초대전과 개인전이 활기를 띄었다. 유명 평론가가 대구까지 와서 작가들과 미팅을 갖고 서울의 유명 교수가 주도한`수묵운동``채색도입`에도 대구작가가 중심이 되었다. 또한 각종 중요화집에 대구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등재되어 대구의 한국화가 힘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 대만과의 교류를 통한 국제적 진출 모색도 활기를 띄었었다.하지만 지금은 서양화의 강한 자리 매김과 애호가들의 서구지향의 추상회화에 현혹되어 있는 상황으로 변하자 한국화의 존재는 빛을 잃은 상태가 되었다. 물론 컬러시대 미디어의 역할과 서양문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일부 사대사상도 문제이다. 그리고 작품의 설치 공간이 아파트나 현대건물 중심이다 보니 전통회화는 맞지 않다고 하는 변명도 한 몫 한다.옥션에서도 서양화 중심이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그림, 그것은 인기작가를 양산한다. 한국화는 그런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 산수화나 화조화, 인물화 모두 사실적 볼륨감, 질감, 명암 등에서 서양화와는 품질이 다르다. 그리고 추상화, 소위 현대미술은 너나나나 모르는 품목이다. 작가의 눌변이 참 중요한 장르이다. 그 설명과 어려운 이해를 소장가들은 돈으로 바꾸려 한다. 또한 해외서 활동하거나 유학파라면 한 수 더 뜬다. 서양의 자국에서도 큰 인기 없는 현대작가들의 작품은 한국에서 큰 대접을 받는다.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토종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한국화야 어디 발을 디딜 수가 있을까?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등 당대의 대표작가들의 인기를 보면 한심하다. 서양화 유명 생존 작가의 1호에 해당하는 값이면 청전이나 운보 등의 작품은 통째로 한 점을, 그것도 때로는 대작을 구입할 수가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전통문화를 아주 천대시하는 나라이다. 하기야 역사도 도덕도 미술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니 할 말이 없다. 서양 것이라면 퍽 엎어지는 민족성이다. 명품족들이 그래서 생긴 것일까?한국화 작가로서 변명을 한번 해볼까 한다. 앞으로 두고 보면 알겠지만 한국화야 말로 민족 회화이고 외국과의 경쟁에서 그나마 토종회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일본이나 중국을 보아도 알 수가 있고 천년이 넘게 배신을 하지 않은 분야다.요즘 현대미술이라고 상표를 붙인 회화를 보면 동양화나 서예의 획에 단순히 의존하거나 그 기운을 흉내 내는 경우, 우리 한국화가들은 잘 알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전통산수로 생계를 이어가는 작가 군의 주도적 활동과 민간교육기관을 통한 민화나 기초회화의 모방을 통한 작가활동을 부르짖는 아마추어들의 난립도 한국화 위기에 득 보다 실을 던져주는 요인들이라 볼 수가 있다. 한편 다른 장르 작가들의 한국화 접목, 쉽게 느껴지게 하는 타 직업인의 수묵 활동 등 한국화를 무시하게 되는 동기들은 무수히 많다.정말 이 시점에서 우리 전통회화는 세계에 내놓아도 통하는 튼튼한 뿌리, 능숙한 필력과 조형성, 독특한 색채와 구도, 새로운 시각만이 살길이다. 대가와 서구 사조를 모방만 하지 말고 누가 보아도 우리 것, 내 것을 위해 선배와 후배들은 합심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화여 이제 깨어나라!

201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