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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의 길을 찾아 나서다

등록일 2013-09-04 00:11 게재일 2013-09-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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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성별영향평가센터장

1995년 유엔 4차 북경세계여성대회 이후 성주류화 전략이 채택되면서 양성평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양성평등을 위해 법률의 재정비와 정책의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 2011년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제정되고, 같은 해 성인지예산제도가 도입되면서 성평등을 위해 시민단체, 연구기관, 언론 등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성평등 순위를 매긴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135개국 중 107위(2011년)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에서 성격차를 측정하는 도구로 경제참여기회, 교육성취, 정치적 힘, 건강 등이 사용되는데 한국의 경우는 건강과 같은 항목에서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여성의 정치, 경제 참여 특히 고위직 진출에 있어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성격차가 발생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한국 사회의 특성에 기인한 것인데, 유교적인 문화와 관습에 의한 사회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성별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연의 섭리에 의해 결정되어진 것이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 간에는 어떠한 차이도 존재하지 않아야 옳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며, 이러한 차이는 성이라는 본원적이고 생리적인 차이로부터 야기되는 자녀출산이나 육체적 한계와 같은 생물학적 차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도덕적 규범을 통해 자녀양육이나 경제활동 과정에서의 사회적 역할을 구분하는 것까지 확대·적용되어 차별화되어 왔다. 사회적 차별성을 극복코자 할 때 우선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은 생물학적 차이인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본질적 차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남성과 여성간의 차이를 무시하고 성 중립적인 평등주의를 채택할 것인가(절대적 평등), 아니면 여성과 남성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평등주의를 택할 것인가(상대적 평등) 하는 점이다. 여기서 두 평등의 개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 실질적인 의미의 성평등 실현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절대적 평등에 기초하는 법적평등을 통해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부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실질적 평등 수준까지 달성되지 못하였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양성 간의 차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동일한 가치를 부여하고 그들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을 편견 없이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성평등은 단지 양성간의 똑같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수도 있는 권리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성평등은 남녀간 권력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구조를 바꾸며, 여성과 남성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가치들 간의 균형을 이루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함께 모색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권리가 시혜적이거나 특혜가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권리라는 인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성차별의 문제는 남녀의 문제가 아니다.`다수와 소수`의 문제며 `강자와 약자`의 문제요, `지배와 착취`의 문제다. 남성이 다수자, 강자, 지배자, 착취자인 우리 사회에서 간혹 스스로를 `소수, 약자, 피해자`로 느끼는 남성들이 있다. 이들에게 `강자, 지배자`의 정체성을 찾으라고 요구하기보다 `같은 약자` `오랜 기간 약자였던` 다른 성의 경험과 느낌을 나누며 대화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성역할 및 고정관념을 개선하는 노력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성평등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홍보의 필요성을 여러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성별이나 성적 취향 등 `성 정체성`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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