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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여 깨어나라!

등록일 2013-08-21 00:02 게재일 2013-08-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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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찬 경북도립대 교수·화가

지나온 한국화의 여정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확실한 것은 천년이 넘는 전통회화가 요즘은 더위에 지친 모습처럼 활기를 잃었다. 솔거의 신화에서부터 근자에는 문인화와 산수화의 묵향이 짙은 회화가 근대를 수놓았다. 그리고 70년대 대학 강단을 통해 초중반에 도입된 현대적 화풍이 공모전을 통하여 새로운 모습처럼 대구화단에 자리매김을 하려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을 이어 받은 30대 청년작가들이 주축이 된 80~90년대는 대구의 한국화가 활기를 띤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당시에는 1년에 20~30여회의 그룹초대전과 개인전이 활기를 띄었다. 유명 평론가가 대구까지 와서 작가들과 미팅을 갖고 서울의 유명 교수가 주도한`수묵운동``채색도입`에도 대구작가가 중심이 되었다. 또한 각종 중요화집에 대구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등재되어 대구의 한국화가 힘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 대만과의 교류를 통한 국제적 진출 모색도 활기를 띄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양화의 강한 자리 매김과 애호가들의 서구지향의 추상회화에 현혹되어 있는 상황으로 변하자 한국화의 존재는 빛을 잃은 상태가 되었다. 물론 컬러시대 미디어의 역할과 서양문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일부 사대사상도 문제이다. 그리고 작품의 설치 공간이 아파트나 현대건물 중심이다 보니 전통회화는 맞지 않다고 하는 변명도 한 몫 한다.

옥션에서도 서양화 중심이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그림, 그것은 인기작가를 양산한다. 한국화는 그런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 산수화나 화조화, 인물화 모두 사실적 볼륨감, 질감, 명암 등에서 서양화와는 품질이 다르다. 그리고 추상화, 소위 현대미술은 너나나나 모르는 품목이다. 작가의 눌변이 참 중요한 장르이다. 그 설명과 어려운 이해를 소장가들은 돈으로 바꾸려 한다. 또한 해외서 활동하거나 유학파라면 한 수 더 뜬다. 서양의 자국에서도 큰 인기 없는 현대작가들의 작품은 한국에서 큰 대접을 받는다.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토종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한국화야 어디 발을 디딜 수가 있을까?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등 당대의 대표작가들의 인기를 보면 한심하다. 서양화 유명 생존 작가의 1호에 해당하는 값이면 청전이나 운보 등의 작품은 통째로 한 점을, 그것도 때로는 대작을 구입할 수가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전통문화를 아주 천대시하는 나라이다. 하기야 역사도 도덕도 미술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니 할 말이 없다. 서양 것이라면 퍽 엎어지는 민족성이다. 명품족들이 그래서 생긴 것일까?

한국화 작가로서 변명을 한번 해볼까 한다. 앞으로 두고 보면 알겠지만 한국화야 말로 민족 회화이고 외국과의 경쟁에서 그나마 토종회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일본이나 중국을 보아도 알 수가 있고 천년이 넘게 배신을 하지 않은 분야다.

요즘 현대미술이라고 상표를 붙인 회화를 보면 동양화나 서예의 획에 단순히 의존하거나 그 기운을 흉내 내는 경우, 우리 한국화가들은 잘 알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전통산수로 생계를 이어가는 작가 군의 주도적 활동과 민간교육기관을 통한 민화나 기초회화의 모방을 통한 작가활동을 부르짖는 아마추어들의 난립도 한국화 위기에 득 보다 실을 던져주는 요인들이라 볼 수가 있다. 한편 다른 장르 작가들의 한국화 접목, 쉽게 느껴지게 하는 타 직업인의 수묵 활동 등 한국화를 무시하게 되는 동기들은 무수히 많다.

정말 이 시점에서 우리 전통회화는 세계에 내놓아도 통하는 튼튼한 뿌리, 능숙한 필력과 조형성, 독특한 색채와 구도, 새로운 시각만이 살길이다. 대가와 서구 사조를 모방만 하지 말고 누가 보아도 우리 것, 내 것을 위해 선배와 후배들은 합심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화여 이제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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