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떠난 초·중학교 학생이 3만6974명(2012년 통계)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이 중 아마도 중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리라. 학교 이탈의 원인이야 학생마다 다르고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15세 이전에 학업을 포기하고 방황한다는 건 사회적으로 문제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성인이 되었을 때 대다수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거리를 배회하면서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으니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학교에 다니고는 있지만 가방 메고 등하교하는 흉내만 낼 뿐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은 부지기수다. 이들은 학교 수업에 흥미가 없기에 수업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한다. 학업에 관심이 없다 보니 학교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힘이 센 학생은 가해자, 힘이 약산 학생은 피해자가 되기 쉽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폭력은 주로 고등학교의 문제였지만 요즘 학교폭력은 중학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학교폭력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지난봄에 북한이 남한에 대해 연일 전쟁 위협을 쏘아댈 때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북한이 협박을 하면서도 실제로 남침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남한의`중2`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학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을 어찌할 것인가. 예전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체벌이라는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가르치려 했지만, 그런 수단이 사라진 지금, 공부를 강제할 수 없고, 수업 시간에 잠을 자거나 수업을 방해해도 제재할 방법도 마땅찮다.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더러 있지만 학생 본인이 대안학교에 다니는 걸, 또 학부모가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위한 공립 대안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런 대안학교는 마치 범죄 집단 같은 인식을 줄 염려가 있어 이 또한 현실성이 없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지 않은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 많은 학생들을 그대로 두면 학생 개인은 물론 학교도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학생들이 성인이 될 때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사회나 국가로 돌아온다.
오늘날 대한민국 학생들의 불행은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오직 대학진학을 위해서. 그러기에 공부 못하는 학생이 당당하게 설 곳은 많지 않다. 성적 앞에서 주눅이 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존감도 낮다. 이런 아이들의 탈출구를 마련해 주지 않은 상태에서 인성교육이니 학교폭력예방교육이니 하는 것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이 서남수 교육부장관에게 전문계 중학교 설립을 건의했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문제이다. 일반 중학교와는 다른 극소수 학생들이 진학하는 국제중이나 체육중, 예술중 같은 중학교가 있기는 하다. 이런 중학교가 아닌 기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전문계 중학교도 있어야 한다. 중학교 단계부터 자신의 진로를 찾고 전문성을 계발하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중학교 체제를 좀더 다양화해야 한다.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설 곳 없는` 아이들을 배려한 중학교의 다양성은 확보되어야 한다. 비록 수요가 많지 않더라도 제도적으로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또 전문계중 졸업생에게는 특성화고 입학의 혜택을 주는 등 상급학교와의 연계도 검토해야 한다. 학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을 하면서 전문성도 키우고,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간다면 사회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면서 자존감이 길러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늘날 중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가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