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笑笑함이 가져 온 小小하지 않은 행복

등록일 2013-09-16 02:01 게재일 2013-09-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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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호포스코건설 총무그룹 부장
탤런트 류수영씨. 최근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에서 `긍정`의 아이콘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긍정마인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의 인상이다. 입 꼬리가 살짝 들려져 있어 늘 웃는 얼굴이다. 어떤 근심도 없어 보인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힘들었을 촬영장면에서도, 앙다문 그의 입 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다. 그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아침 샤워를 하고 머리를 털다 거울 속의 나와 마주했다. 워낙 안 생긴 얼굴인지라 평소 거울보기를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거울 속의 내가 목을 길게 빼고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고 있었다. 통통한 볼과 쳐진 입 꼬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40대 중반의 연륜과 넉넉함을 느끼게 하는 눈가의 주름도 없었다. 약간은 냉정한, 조금은 무뚝뚝한, 다소 까칠한 그런 인상이었다. 문득 `40대 얼굴 책임론`이 떠올랐다. `태어난 얼굴은 부모 책임이지만 40대 이후 얼굴은 본인의 책임이다` 미국 링컨 대통령의 말이다.

`내가 정말 건조하고 각박하게 살아온 걸까? 그럼 이제부터 웃어보지 뭐.` 거울을 보고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웃음이 거의 없던 나에게 이 동작은, 이 작은 움직임은 엄청난 곤욕이었다. 안 쓰던 얼굴근육을 움직이자니 그런 고통이 없었다. 양 볼에 경련이 일어 5초를 버티기 어려웠다. 장미란 선수는 여인의 몸으로 326킬로그램의 바벨을 들어 올렸는데, 사내가 되어 자기 입 꼬리 조차 힘겨워 하다니…. 게다가 웃는 낯은 왜 이리도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지.

웃음과의 전쟁이 매일매일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근육세포가 웃음에 적응해 가고 있을 즈음, 소소(小小)하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부정적인 생각이 멀어지고 절로 입 꼬리가 올라갈 만한 행복했던 기억들이 하나, 둘 추억이 되어 살아났다. 회사에서는 한결 친절하고 부드러워진 나를 발견하게 됐다. 그동안 효율, 실적, 속도, 이성(理性)만을 우선시하던 나였다. 그런데 웃음(아직은 억지웃음이지만)을 머금다 보니 말씨도 자연 상냥해져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면서 윈-윈의 업무효율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아! 나의 일터 포스코건설이 감성경영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런 때문이구나.`

한편, 가정에서는 웃지 않는 아빠를 어려워하던 아들이 아빠가 재워야 잠드는 아이가 됐다.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었다. 그저 딱딱하지 않은 인상을 위해 입술모양만 바꿨을 뿐이었다. 행복해서 웃은 게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와 주위가 행복해져 있었다. 내 행복과 긍정은 그렇게 찾아왔다.

옛 속담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했다. `웃는 문에는 만 가지 복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우리가 웃게 되면 이 세상의 모든 복이 다 온다고 한다.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一怒一)`(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는다)는 한자 성어까지 웃음은 우리 인생에 있어 활력소가 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는 “인간은 웃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생물”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조물주의 선물상자를 너무 늦게 열었다. 하지만 늦은 만큼 더 많이 웃으면 될 일이다. 웃자. 웃을 일이 생기리라. 입 꼬리를 올리려는 그 순간, 행복과 행운은 이미 내 앞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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