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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수업 vs 소비 수업

등록일 2013-11-05 02:01 게재일 2013-1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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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시인·오천중 교사
`베이징 실험실의 원숭이`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제조 시대에서 소비 시대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 시대에는 가급적 비싸게 파는 기업이 이긴다. 그러기에 브랜드가 중요하고, 품질 관리가 필요하고, 또 마케팅이 요구된다”

중국의 변화 못지않게 학교의 변화 바람도 거세다. 변화과정에서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갈 정말 많은 정책들이 시도 되었고 또 시도 되고 있다. 그 시도 중 하나가 자율학기제다. 하지만 지금껏 시도된 정말 많은 시도들은 변화의 방향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억지에는 분명 부작용이 따르듯 교육 현장에는 더 많은 부작용이 생겼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교 폭력, 자살 등이다. 학교 폭력은 사회 4대악이 돼버렸다. 변화는 자연스러운게 제일이다. 자연스러움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물이다. 물은 차면 넘치고, 모자라면 찰 때까지 기다린다. 교육도 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 수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그 바람의 방향은 제조 수업에서 소비 수업으로다. 제조 수업 시대란 수업 자료 및 수업 방법들이 부족할 때를 말한다. ICT자료들이 전무하던 시절 선생님들은 차트와 슬라이드를 손수 만드셨다. 정보가 제한적이던 시절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보여주시는 자료들을 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며 꿈을 키웠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학생들은 죽을 힘을 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료가 넘치는 시대다. 수업 관련 자료는 검색창에 널렸다. 또 수업 이외의 정보는 오히려 학생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자신의 정보만이 최고라고 우기는 것은 시대 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미 교육 수요자들은 다 알고 있는 데도 말이다.

제조 시대 수업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업은 더 이상 학생들에게 신비감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 아이들은 수업에, 아니 정확히 말해 학교 수업에 흥미를 못 느낀다. 교육계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뭔가를 계속 만들어내지만 교육 소비자들의 마음이 떠난 지는 오래다. 학교가 아니어도 더 재미있고, 더 알찬, 더 새롭고 신비로운 것을 가르쳐 주는 곳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소비 시대에 모든 것이 공짜가 돼가는 교육 시장에는 더 이상 교육 소비자들이 구매할 상품이 없다. 무료 제조 수업으로는 수업으로부터 마음이 떠난 교육 소비자들을 잡을 수가 없다. 교육 소비자들은 학원 수업에 빠지지 않기 위해 조퇴나 외출을 해서는 병원에 간다. 그들도 분명 아까운 것을 안다. 학원은 비싼 돈을 냈으니까 꼭 가야하고, 학교는 그럭저럭이어도 되는 듯….

소비 시대의 키워드는 `비쌈`, `브랜드`,`품질관리`, `마케팅`이다. 이걸 학교 수업에 적용해보자. `비쌈`은 최근 복지 열풍으로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 모든 것이 무상이 되어가는 지금 `비쌈`을 이야기하면 대역 죄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설사 대역 죄인이 되더라도 말하고 싶다. 복지도 좋지만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비쌈`이 안 되면 `브랜드`라도 만들어야 한다. 자기 수업을 상품화시킬 학교 선생님은 과연 몇 분이나 계실까. 그럴 가능성이 있는 선생님들은 이미 학생들보다 먼저 학교를 빠져 나갔다. 왜 교육도 돈이 되니까. 사교육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은 자신들의 수업을 상품화시켰다. 그래서 `품질관리`도 아주 철저히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살아남기 때문에, 품질관리는 그들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하지만 학교 선생님의 수업과 생존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글쎄다”라는 답을 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마케팅`을 살펴보면 기업의 생명은 마케팅이라지만 제조 수업에 마케팅이 있을 리 만무하다. 수업 마케팅, 느낌은 알지만 참 너무 먼 나라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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