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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天葬)에 담긴 메시지

등록일 2013-08-27 00:13 게재일 2013-08-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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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인자 시인
히말라야 산맥에 단 하나뿐인 사막이 있다. 지상보다는 하늘과 가까운 그곳은 히말라야 설산 너머에 있는 네팔의 무스탕이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은둔의 왕국이라 불리는 그곳은 인도와 티베트를 연결하던 가장 오래된 문명의 길이기도 하다. 평균 고도 3천500m, 연간 강수량이 50mm도 못되는 황량한 땅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순수한 영혼과 깊은 믿음으로 어느 민족보다 정신적으로 풍부한 삶을 일구어가고 있다. 또한 그곳은 마지막 남은 불국토라고 불릴 만큼 티베트 불교가 살아 있는 곳으로 성지 순례로도 유명한 곳이다.

지구에서도 보기 드문 오지 중 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풍광과 순례의 나라로 유명해진 그곳엔 그들만의 독특한 장례의식이 있다. 바로 천장(天葬)이라는 장례의식이다. 천장이란 망자의 육신을 독수리에게 내어주는 장례의식으로 조장이라고도 한다. 티베트 민족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몸을 떠나고 육신은 빈껍데기가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망자의 시신을 독수리에게 내어놓는 것이 현생에서 마지막으로 공덕을 쌓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시신을 먹고 날아간 독수리가 망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고 믿는 그들은 독수리가 망자의 육신을 깨끗이 먹어 치울수록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로 환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승에서 드리는 마지막 공양을 하는 것이다. 죽음은 새로운 사후세계의 시작이라고 믿는 그들은 그렇게 자연에게 베풀면서 공덕을 쌓고 있다.

이러한 천장은 티베트 민족에게는 천년을 이어온 고유한 풍습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어쩌면 잔혹해 보이는 의식인 것 같지만 그것은 그들의 삶과 정신세계에서는 숭고한 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들은 매일 아침을 물과 향을 차려 자연과 신에게 감사의 예를 다하고, 이웃과는 어려움을 함께 하며 베푸는 삶을 실천하면서 살고 있다. 무엇보다 공덕을 쌓는 삶을 강조하며 선한 마음으로 남을 위해 늘 보시하려는 마음 씀씀이로 살아간다. 그러한 믿음이 있는 그들은 부유하지 않아도 결코 가난하거나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우울한 사람들도, 힘들어서 죽는 사람들도 그들 세상에서는 보기 힘들다. 세상을 수행의 한 과정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그들이기에 오직 기도하고 베풀면서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에 마지막까지 한오라기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주고 가려는 천장이라는 장례의식은 그들의 그러한 정신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천장은 단지 육신을 내어놓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는 경건한 베풂인 것이다.

`베푼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행위이다. 본성이 이기적인 인간이 베풂을 실천하면서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자신과 가족의 몫 챙기기에만 급급한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한 전직 대통령의 사례를 보자.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천문학적인 재산을 은닉하여 자신과 가족들의 몫으로 숨겨놓고 수사망을 요리조리 피하며 호화롭게 사는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 광경은 한푼 두푼 모아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가진 게 많지 않아도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례도 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마음이 절로 따듯해진다. 그것이야말로 공덕을 쌓는 삶이 아닐까. 선행을 베풀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 때 세상은 빛나고, 더욱 살 만할 것이다. 척박한 땅에서 물질적으로는 결핍된 삶을 살지만 베푸는 삶을 살려고 하는 무스탕 사람들에게서 깊은 울림을 받는 것은 그 까닭에서이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말한다. `죽음을 배워라. 그러면 삶이 보일 것이다`라고.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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