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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에 대한 진실과 오해

등록일 2013-12-16 02:01 게재일 2013-12-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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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

며칠 전 어느 일간지에서 보도한 “학교 왕따 피해자 58% 직장서도 따돌림”이란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직장인 1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57.9%가 직장에서도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스스로 학창시절 따돌림 가해자였다고 응답한 이의 36.4%는 직장에서도 누군가를 따돌린 적이 있다고 답했고, 학교 따돌림 목격자는 직장에서도 따돌림을 목격할 확률(33.3%)이 높았다고 한다. 특히 학교 따돌림 피해자가 사회에 진출해 가해자가 되는 비율이 낮은 것과는 달리 학교 따돌림 가해자가 나중에 직장 따돌림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27.3%로 비교적 높았다. 이 보고서는 “학교에서 따돌림에 대한 적절한 치유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학생이 생활하는 학교에서는 따돌림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는 공간이고 보니 학생들의 따돌림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피해자가 당하는 고통을 생각해 보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따돌림의 피해 학생은 `안 놀아 줘요, 저 보고 욕해요, 자기들끼리 수군거려요. 제가 가면 피해요`라는 이야기를 한다. 상대방 학생들을 불러 조사해 보면 그 친구가 `짜증을 잘 내요, 성격이 이기적이에요, 욕을 잘 해요, 잘난 척해요`라는 이유로 함께 어울리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양쪽 얘기를 들어 보면 피해자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가해자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이 경우 학교에서는 대체로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여 사건을 처리한다. 피해자에게 맞는 상담 치료를 하고, 가해자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이러다 보면 가해측 학부모는 학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때가 있다. 고의로 왕따를 시킨 것도 아니고 피해 학생이 원인 제공을 했으며, 자신의 자녀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한다. 이로 인해 학교가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다.

어떤 조직에서나 따돌림은 소통의 부족에서 생긴다. 대개 성격상 소극적이고 소심하며,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은 따돌림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친구가 있다 해도 한두 명 자기와 맞는 학생하고만 어울린다. 학교라는 공동생활 공간에서 소통할 친구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적극적이나 거친 성격의 소유자,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아이는 따돌림의 가해자가 되기 쉽다. 이런 아이들은 소심한 친구들의 심정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 기준에서 다가가려 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되기 쉽다. 이렇게 보면 따돌림 현상은 가해자든 피해자든 대체로 타고난 성격이나 행동 특성에 기인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학교 왕따 피해자의 58%가 직장서도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원인이 학교에서 따돌림에 대한 적절한 치유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돌림 현상이 개인의 타고난 성격이나 행동 특성에 말미암은 경우가 많기에 학교에서 몇 시간 치료 상담을 한다고 해서 치유가 어렵기 때문이다. 원인 치료가 어렵기에 학교 왕따 피해자나 가해자는 직장에서 가서도 따돌림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같은 문제는 평생을 따라 다닐 수도 있다.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릴 때 가정에서 자기 자녀의 성격 유형을 객관적으로 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친구를 잘 사귀게 한다든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른다든지 하는 사회성 향상 교육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에 취학해서도 왕따 문제로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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