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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에서 인문학 중흥을

등록일 2013-12-17 02:01 게재일 2013-12-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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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

대부분의 학교에서 기말고사가 끝나는 시점이다. 우리 학생들 지난 1년 동안 참 많이 고생했다. 고생한 만큼의 좋은 결과가 꼭 있기를 바란다. 혹 기대한 만큼의,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런 일이 절대 없었으면 좋겠지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험생이 있기에 존재하는 시험나부랭이에 절대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생이 있고 시험이 있지, 시험이 있고 학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금 사회에서는 이 말이 오류가 된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모든 수험생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절대 주객이 전도 되지 않기를.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반성이다. 인류문화가 지금처럼 발전한 것도 다 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철저한 반성, 그것만이 발전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곧 날아 올 성적표를 두고 철저히 분석하고, 더 냉철히 반성한 다음 그것을 실천에 옮긴다면 분명 내년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겨울방학 동안 인문학으로 지금까지 고통 받고 상처받은 상상력을 치유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리이냐고, 또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미 학문의 요람이라고 하는 대학교들도 내다버린 인문학을 왜 갑자기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들이대느냐고 질책하는 소리도 곳곳에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연과학의 발전으로 발생한 많은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인문학에서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문학이란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自然科學)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반하여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인간의 가치 탐구이다. 비록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이지만, 그래도 인간이 비주류로 내몰린 이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를 말하는 인문학에 대해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경제계에서도 인문학이 블루오션의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미래 산업에 대한 상상력 고갈로 힘들어 하고 있다. 그 힘듦은 오롯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부정적인 경제지표들은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그래서 국가는 신 성장 동력 산업 찾기에 국운을 걸고 있고, CEO들은 미래 융합 상상력을 찾기 위해 수 천만 원 넘는 비싼 수강료를 내고 인문학 강좌를 듣는다. 인문학이 문(文)사(史)철(哲), 즉 문학, 역사, 철학, 종교 등 이 사회를 공시적 통시적으로 아우르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제 곧 겨울 방학이다. 아이들은 겉으로는 신이 나 있지만 속으로는 하나도 즐겁지 않다. 왜냐하면 돈 좀 있는 아이들은 해외에서, 돈 없는 아이들은 국내에서 저마다 또 무의미한 책 속에 갇혀 이 겨울을 보내야 하기에.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더 늘어나는 시기가 바로 방학이니까. 학교 보충 수업을 해야 하고, 부족한 과목은 학원을 몇 개씩이나 더 다녀야 하고. 걱정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뭔가를 더 해 주고 싶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에, 또 놀아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에 학교와 학원이라도 충실히 다녀라 한다. 그게 부모의 도리이니까 알바를 해서라도 학원은 보내준다고. 참 서글픈 현실이다.

여기서 제안 하나. 기왕 해야 할 방학 보충 수업이라면 국영수를 버리고 문(文)사(史)철(哲)을 수업 하자고. 한 주는 문화·문학·예술을, 또 한 주는 역사·역사토론·역사문화탐방을, 그리고 또 한 주는 철학을. 이렇게 하면 우리 아이들의 막혔던 상상력의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혹 그 속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엄청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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