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입시 FA 시즌

등록일 2013-11-12 02:01 게재일 2013-11-12 18면
스크랩버튼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

시즌을 끝낸 스포츠계는 이제 FA로 또 달아오르고 있다. `FA(free agent·자유계약선수)제도`는 드래프트(Draft)로 어느 팀에 입단한 선수가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다른 팀과 계약을 맺어 자유로이 이적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FA선수가 되면 모든 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이 때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에 따라 대박이 나기도 하고 쪽박을 차기도 한다. 선수들은 이 시간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또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올해 최고 대박 선수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추신수 선수를 꼽는다. 미국의 한 스포츠 신문은 추신수 선수가 앞으로 6년간 1억2천만 달러(약 1천275억원)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땀의 값이기에 많다 적다를 논할 수야 없지만 그래도 고생한 보람은 얻지 않았나 싶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추신수 선수의 성공을 보면서 희망을 이야기 할 것이다.

경쟁의 세계에서 대박인가 아니면 쪽박인가는 모두 자기하기 나름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운도 필요하지만 그래도 전적으로 자기 탓이다. 쪽박을 차고 싶은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대박을 위해 최선을 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만족할만한 노력의 결실을 얻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성공이 더 값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보장된 성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동안의 노력이 없어지지 않고 쌓이고 쌓여 탑을 이루고 그 탑 위에 번쩍이는 성공이 걸린다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말할지 모른다. 그럼 성취의 재미가 없지 않느냐고. 우리 아이들이 제발 이것만은 몰랐으면 좋겠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물론 안된다는 그 일도 언젠가는 되겠지만 말이다.

11월, 학교도 본격적인 FA 시즌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 등 분명 노력한 대로 부름을 받을 것이다. 아프지만 실패의 고배를 마시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부름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부름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올해부터 제발 해마다 들리는 입시에 의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옥을 일찍 경험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 올 입시 FA에서는 모두 대박 나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수학능력 시험이,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아니 학교 시험이 우리의 꿈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요?”라고 학생들이 물어 온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점수 덫에 빠진 이 사회는 과연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까. 언제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학교에 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이들 답은 쉬웠다. “그냥요!” 아마 우리도 같은 답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생각할 시간에 그냥 닥치고 공부나 하라고. 아마 이 말에 대해 또 무언가 말을 하면 분명 나를 포함해 점수 덫에 빠진 이들은 말할 거다. “반항하니!”라고.

모든 것들은 빛의 속도로 진화 하는데 왜 점수 유전자만은 계속 퇴화만 하는지. 점수 유전자가 퇴화하고 퇴화해서 점수라는 세포가 세상에서 아예 자취를 감춘다면 정말 좋지 않느냐고 말 할 수도 있지만 점수 유전자는 자신은 진화를 하면서 사람의 인지 유전자만 골라 퇴화시키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다. 지금 인간의 유전자엔 분명 0과 1밖에 없을 것이다. 대대손손 점수 유전자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 나라 사람들에게 다윈은 아마 큰 상을 내릴지도 모르겠다. 너무 자랑스럽다.

공해 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우리 학생들의 노력을 최대한 알아주는 입시 FA가 열렸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내내 행복하게 연금 이야기를 하는 정식 교사들 옆에서 “찬바람 부니 마음이 더 추워요”라고 말하시는 어느 강사 선생님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대한민국 모든 이에게 추신수 선수의 FA기(氣)가 팍팍 전해지길 바란다.

아침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