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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등록일 2013-06-18 00:42 게재일 2013-06-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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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찬 화가·경북도립대 교수

오늘의 사회는 다양한 능력의 소유자를 원하고 있다. 하나의 전문인 보다는 여러 가지의 전문성이나 자격증을 소지하는 시대이다. 이것저것이 잘 조화가 되어 자신의 전공이 더욱 심화되고 돋보이는 결과를 나타 낼 수도 있다.

미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림 하나도 제대로 적응 못하고 방황하고 어려운 인생을 산 작가들도 허다하다. 하지만 모나리자로 유명한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드로 다빈치는 유화를 발명하고 대기원근법 등 회화의 구도와 기법을 창시한 화가로서의 명성뿐만 아니라 조각, 건축, 철학, 시, 작곡, 육상, 물리학, 수학, 해부학, 악기, 연출, 토목 등 많은 분야에 대가였으며 특히 인류 최초로 비행기와 잠수함을 만들려는 시도를 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참 많은 재주꾼이었고 고기를 멀리한 채식주의자로서 철저한 자기 관리자이도 하였다. 이러한 다방면의 출중한 능력은 그의 그림 하나하나에 구도나 재료, 구조, 해부 등에 이르기 까지 완벽함을 보여 주었다. 사물의 사진 한 장에 달랑 매달려 작품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의 작가들은 한번쯤 눈여겨 볼 부분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대구에도 근대 서화단을 주름잡던 석재 서병오 선생도 팔능거사로 불리우며 놀라운 재능을 보여 주었다. 시와 서예는 물론 매난국죽 등 사군자를 비롯한 그림에도 빼어난 솜씨를 보여 주었으며 문장과 거문고에도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고 한다. 또한 장기, 바둑과 의약에도 조예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칭송을 했다. 기초적인 수련과 화법의 전개는 전래돼 내려온 화본과 스승의 역할도 무시 못하였으리라 생각되지만 그의 시와 문장력은 글씨와 그림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 근대 서화단에 독보적인 문인화가로서의 위치를 굳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장기, 바둑, 의학은 회화의 조형성과 식물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된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사물을 직접 접하거나 간접적으로 참고하여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 넣기에는 너무나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주변은 그렇지 많은 아닐듯 싶다. 중국화집이나 스승의 화본에 매달려 모양 흉내 내기에만 급급한 작가들을 보면 느낄 수가 있다.

앞에서 언급해 보았듯이 인간이 보여주는 다양한 재능은 서로 연관이 있다. 요즘 대학에서도 사회에서도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따느라고 바쁜 사람들이 많다. 어떤 이는 자격증이 수십 여종에 이르기도 한다.

물론 한 우물을 파는 경우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뭐든지 끝까지 추구하고 파고들어 하나를 크게 성취한 사람이 존경을 받고 사회적 명성을 얻고 있는 분들이 많다.

여기서는 그러한 것과 같이 논하는 것이 아니라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추거나 전문적인 자격증을 두루 갖고 자신만의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동양화니 서양화니 학교 때부터 구분하고 서로의 벽을 지키며 배움에 몰두한 기억이 난다. 채색을 하면 일본화로, 사실을 그리면 상상화로, 산수화를 그리면 장내기 그림으로 치부하던 시절이다. 그리고 서양화를 하는 사람이 동양화를 그리면 우습고 동양화를 하다가 서양화를 하면 그것 역시 하찮게 본다. 스승 따라 선배 따라 모두 자신 것은 잊고 추종하니 개성이 없든 시절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동양화도 아니고 서양화도 아니고 자유분방하게 작업에 임하는 것을 보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스스로들 하나 둘 연구하고 터득을 하는 것일까하는 데는 의문이 많이 든다. 어디서 본 듯하고 어디 누구 것을 많이 닮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왜들 서두를까? 멀리 보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견문을 익히며 색다르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아주 독특한, 그러면서도 완벽한 작품을 만들지는 못하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면 결국 부족함이 많은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데 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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