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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취업시키라고?

등록일 2013-06-12 00:32 게재일 2013-06-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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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찬 경북도립대 교수·화가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업률해소와 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을 들고 나왔다. 좋은 정책이다. 졸업생 전원이 취업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요즘 대학마다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는 데 골몰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의 방침이기도 하고 대학이 각종 혜택을 받으려면 직장건강보험을 넣어주는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입시 때 마다 뻥 튀기던 광고용 취업률은 쑥 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정부가 너무 이를 강조하다보니 일부 학과는 높은 취업률에 쾌재를 부르고 특정학과는 아주 형편없는 결과 눈치 밥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음악, 미술, 체육, 연예 등의 학과는 아예 죽을 지경이다. 정부 시책대로라면 학과를 없애야 한다. 취업처가 영세하고 일인 취업자가 많고 예술 한답시고 홀로 뛰니 누가 직장으로 알아주지들 않는다. 체육 역시 각종시합에서 상을 받으면 무엇 하는가? 사대보험 들어 주는 곳이 없는데 말이다. 요즘 한류로 잘나가는 실용음악과는 입시 비율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취업률은 0에 가깝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왜? 예체능마저 그런 잣대로 취업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내년부터 공연이나 전시경력도 취업으로 인정한다고 한다. 그것 또한 말도 아니다. 공연이나 전시회를 자본금 없이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실력 있는 프로들도 돈이 없어 공연이나 전시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갓 졸업한 졸업생들이 무슨 재주로 할까? 기획실이나 전시행정가가 스카웃해서 당장 기회를 줄까?

굳이 다른 것을 떠나서 미술만 보자. 화가의 본질은 창작을 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자금이 많이 든다. 다른 일 꺼리를 해서 번 돈으로 물감사고 회비내서 그룹전을 한다. 그런데 그것도 하자고 하지 않으면 개인전을 해야 하는데 돈은 누가 보태나?

각종 통계를 떠나서 그림으로 먹고살거나 자신의 능력으로 작품을 전시하는 경우는 과연 몇 프로나 될까? 요즘 같은 현실로는 한두 명을 빼곤 전국에서 작품전을 해서 플러스 수익을 올리는 프로작가도 없다. 관을 짜 놓고 기다린다고 할 정도이다.

어떤 배우가 지방대학의 강의를 위해 다닌다고 해서 물어 보았다. 선생님은 연세나 경륜이나 인기도 있잖습니까? 하니 그 정도로는 힘 든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팔도를 뛴단다. 그러면서 배우, 탈랜트의 80%가 무소득자라고 하면서 국세청의 조사 결과라고 한다.

프랑스의 경우 미대를 졸업하면 1년 동안 국가가 예술 활동비를 지원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 평가를 하여 가능성 있는 신인 작가는 계속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는가? 예술을 전공한 사람은 실적을 보여줘도 예술품이고 머릿속에 들어 있는 혼도 예술의 설계도면이다. 그리고 대학까지 나오면서 하기 싫어서 예술 활동을 안 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여러 가지 여건이 따라오지 않을 따름이다. 늘 머릿속에서는 예술에 대한 원대한 설계와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국가적 장려분야인 체육이나 나라의 문화첨병인 예술이 교과서나 전공에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무조건 공장에 가라. 직장에 들어가라, 사대보험 되는데 가라. 그기에 다 전시회를 하라 공연을 하라 실적을 보여라 한다.

그것도 좋다. 그렇지만 정작 방송국이나 개인 사업소, 체육관, 학원, 가계, 프리랜스 등 직장 의료보험을 들어주지도 않고 필요도 없이 취업해야 허는 곳도 너무나 많다. 우선은 뭐라 뭐라 해도 이런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하든 정부차원에서 사업 처는 무조건 직장보험을 필수로 의무화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취업하라고만 하면 무엇 하나? 정작 의료보험을 들어주지 않는 분야의 직장이 수두룩하다. 밭을 만들어 놓고 씨를 뿌려야 하지 않는가? 앞뒤 없는 숫자놀음의 결과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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