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15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인형과 자기 옷을 만들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다. 세밀하게 관찰한 자연을 그리고 미니어처 어린이 책도 만들었다. 23세에 첫 그림책 을 출간하고 결혼했다. 시골에 집을 마련하고 싶었던 소망대로 뉴햄프셔 주에 있는 허름한 농가를 구입해서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자연을 좋아했던 그녀와 달리 그녀의 남편은 시골 생활이 맞지 않았고, 결국 이혼한 그녀는 홀로 시골에서 네 아이를 키우며 생활했다. 자급자족하는 시골 생활을 하며 삽화들과 남들의 초상화를 그리거나 인형극 공연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출간한 책들이 약간의 성공을 거두자 그녀는 버몬트 주의 버려진 농장 부지를 구입했다. 작은 집을 짓고 정원 곳곳에는 나무와 꽃을 심고, 동물들이 와서 살게 했다. 농장에는 예쁜 꽃들과 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한적했던 농장은 아담한 집과 예쁜 정원,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훌륭한 공간으로 변해갔다. 그녀가 예쁜 꽃들과 동물들을 보면서 그린 그림책들은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감동을 선사했다. 문명의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고 적막한 산속이었던 그곳에서 새로운 문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30만 평이나 되는 농장에는 튤립, 수선화, 장미, 작약 등 사시사철 꽃들이 피어나고 동물들의 천국으로 변모해가자 전 세계 곳곳에서는 그곳을 찾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그녀의 자연주의적 삶을 배우고자 하는 마니아들이 늘어갔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행복을 전달하는 전도사가 되었고, 그곳은 지상낙원이 되어갔다. 자연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던 그녀는 사람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고 2008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그녀를 추억하며 버몬트 주에 있는 그녀의 농장을 찾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삽화가이자 동화작가인 타샤 튜더(Tasha Tudor)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일관되게 자연주의적 삶을 살았던 그녀. 그녀가 죽을 때까지 보여주었던 것은 바로 동심이었다.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은 천진함이 그녀의 삶과 업적, 곳곳에 남아 있다. 지난 70여 년간 그녀가 남긴 100권이 넘는 그림책에는 맑은 동심이 그대로 녹아 있다.
요즘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아이들이 아이답지 않다`고. 아이들이 동심을 잃었다는 뜻이다. 자연과는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아이들은 기계와 경쟁의 세계 속에서만 맴돌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해질까. 이를 염려하는 일부 사람들은 시골에 있는 전원학교를 찾아 도시를 떠나고 있다.
나는 도서관을 찾을 때마다 동화책을 꼭 곁들여 빌려온다. 어른인 내가 동화책을 보는 이유는 마음이 순수해지고 평화로워지기 때문이다.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너무 맑고 아름답다. 재치와 유머도 넘쳐나고, 때론 지혜도 엿보인다. 그래서 마음이 순수해지고 즐거워진다.
어른도 어린아이였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마음을 가끔 떠올려보자. 순수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기도, 때론 그리워지기도 할 것이다. 잃어버렸던 동심은 메마른 마음속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 줄 것이다. 지나치게 속물화되어 갈 때 시야는 흐려지고, 세상은 혼탁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