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가운데 체코 프라하는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해질 무렵 연인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가장 좋은 위치에서 프라하 성을 보기 위해서다. 흔히 세계적인 `연인의 도시`로 체코 프라하를 꼽기도 한다.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체코 프라하는 사랑, 자유, 방황, 애환 등 집시와 보헤미안의 낭만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게다가 `동유럽의 파리`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아름답고 황홀한 중세건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연인과 작은 돌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돌길을 걷다보면 오랜 보헤미안의 역사가 들려주는 신비한 얘기들을 접할 기회도 있다. 그래서 이곳을 연인의 도시라 불리는 모양이다. 최근 프라하 시당국은 지하철에 싱글전용 칸을 만들어 독신남녀의 사랑이 이뤄지도록 배려할 계획이라니, 과연 연인의 도시다운 발상이다.
이탈리아 피렌체도 마찬가지로 연인의 도시로 불린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우리들은 피렌체의 두오모 광장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로맨스를 경험하곤 한다. 그래서 누구나 피렌체의 두오모 광장을 서성일 때면 무슨 멋진 낭만이나 로맨스가 다가 올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연인의 도시답다.
이제 안동 얘기를 해야겠다. 안동에는 가슴 저미는 원이엄마의 실존적 사랑이야기가 있다. 퇴계선생과 두향의 지고지순한 정신적 사랑,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끝없는 사랑 등 실체적인 사랑이야기도 존재하는 도시가 안동이다. 이 같은 사랑이야기엔 무엇인가 유교적이면서도 동양적인 가치가 스며있어 언제 들어도 우리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특히 `원이 엄마`의 편지는 1998년 5월 고성 이씨 이응태(1556~1586)의 묘를 이장하던 중 관 속에서 발견됐다. 이씨 부인(원이 엄마)이 남편의 쾌유를 빌며 남편이 어린 아들(원이)을 남겨두고 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숨지자 안타까운 마음과 사모하는 정을 적어 관 속에 넣은 것이다. 지금까지 `원이 엄마`를 소재로 한 소설과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이 만들어질 정도로 고귀한 사랑이야기로 재평가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포럼인 스위스의 다보스포럼은 해마다 연초가 되면 세계적인 쟁쟁한 지도자나 경제인들이 모이는 곳이다. 최근 들어 다보스포럼에서 다뤄지는 테마들의 내용에 변화의 조짐들이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본주의의 성과가 뜨거운 이슈가 됐지만, 이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의 대안에 관한 것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 대안 중의 하나로 바로 동양적인 유교가치가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 지혜를 모으고 아이디어를 낸다면 안동의 사랑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의지가 있는냐에 따라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장차 안동이 세계적인 `사랑의 도시`, `사랑의 메카`로 자리 잡는 날, 안동의 문화와 향토자원이 알려지고, 특산품과 음식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질 때 상상을 초월할 경제적 효과도 분명하다. 공교롭게도 최근 신춘문예 `원이엄마`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이 안동에서 열렸다. 앞에서 열거한 안동의 사랑이야기는 우리의 노력에 따라 한국을 넘어 언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사랑의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이엄마`시나리오 공모전을 계기로`사랑의 도시 안동`이 세계적인 사랑의 메카로 발 돋음 하는데 한 톨의 밀알이 되기를, 나아가 주춧돌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