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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소고(小考)

이수원대구대 교수·유아교육학과시카고대학 마사 누스바움 교수는 똑똑한 인재 양성에만 초점을 둔 교육체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과학과 기술은 중요하며, 국가가 나라의 번영을 가져올 과학과 기술에 초점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똑똑하나 비판적 사고가 부족하고 공감능력이 결여된 기술자를 양산하며 시민교육(liberal education)을 외면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다”이 경고는 신자유주의 교육체제 속에서 입시 경쟁, 선행학습, 사교육으로 특징 지워지는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이며 우리 교육 사업이 이를 잘 준비하고 있는가? 개인의 안녕과 복지에 교육은 어떤 이바지를 할 수 있어야 하는가? 교육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다양한 대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 교육과제는 `비판적 사고를 가진 시민 양성`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학업성취도 향상에 힘써왔으며 창의성이 곧 미래 자산이라는 인식 하에 똑똑한 개인 만들기에 주력해왔다. 반면 인류애, 공정성, 정의 등 사회가치를 토대로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이를 실천할 시민 양성에는 소홀했다.비판적 사고란 학자들마다 그 정의가 다양하지만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사물의 옳고 그름을 검토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건전한 비판이 가능하기 위해 옳고 그름을 가리는 논리력이 기본이 돼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비판 성향도 중요하다. 비판 성향에는 나의 지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 겸손, 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개방적 태도, 타인의 처지나 입장이 되어보는 공감능력, 내가 속한 이해관계나 이데올로기 체제를 제 3의 관점에서 조망해볼 수 있는 태도, 인종이나 국가,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공정심 등이 포함된다. 한 개인이 우수한 논리력을 갖추어도 비판성향이 부족하다면, 사회 가치를 실천에 옮기는 원동력으로서의 비판적 사고는 불가능하며 개인의 이해관계와 이득을 위한 논리로 변질되기 쉽다.비판적 사고 교육을 위해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 내에서 어떤 다양한 생각들이 있으며 이들 관점간의 갈등과 해결방법을 다뤄볼 필요가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영국과 프랑스 고등학교에서는 `시민 교육`을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독일 고등학교에서는 `정치교육`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교과내용은 단순한 도덕 교육에서 벗어나 평등, 인권, 사회통합, 노동조합의 당위성, 이해관계와 갈등 등 정치, 경제, 사회 주요사건을 포괄한다. 그리고 이 내용들은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보고 들으며, 어쩌면 현재 학생 가족이 당면한 문제이거나 미래 학생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이다. 학생의 삶과 상관없는 지식들을 목록화 해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체제 속에서는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우리도 이제 학생들의 삶과 밀접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 상황에 맞는 비판적 사고 함양의 기회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난해 말 특정 출판사 역사책에서 기술(記述)의 편향성과 왜곡이 발견돼 사회 논란이 된 적 있다. 논란이 된 교재는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기술했으며 이것이 왜 문제인가, 왜곡된 기술을 통해 그 교과서를 편찬하고 옹호하는 그룹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비판적 사고를 위한 교육 기회가 될 수 있다.비판적 사고 교육 분야에서 대학자인 리차드 폴에 의하면,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비합리성이나 한계를 자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어떤 생각이나 지식도 완전한 것이 없으므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기성세대들의 가치와 생각을 절대적인 것처럼 가르치는 도덕교육이나 체제 순응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 학생들이 편견에서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판단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은 사회정의를 적극 구현할 민주시민이 되는 초석이며 개인의 행복과도 관련 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학생들이 수학 문제나 영어 문제를 하나 더 풀어내는 일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고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비판적 사고의 교육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14-07-21

역사속의 여성 지도자

▲ 황연화중원대학 교수·화가 정부 수립 이후 지난 60년간 한국 여성의 삶에서 일어난 변화는 가시적 객관적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들은 뚜렷하게 포착되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다. 분명한 것은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이 많아지고 상승됐음은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그 대표적 예로 우리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사실이다. 여성이 최고 권력을 쟁취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사건`이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국에 여성 지도자들이 많이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중국의 서태후, 그녀는 비록 황제는 아니지만, 그와 버금가는 지위로 청나라 말기의 최고의 권력자이며 `역사상 최고의 악녀`로 불리는 유명한 여인이 아닌가? 그녀는 큰 야망과 사치가 무척 심해 청나라가 망한 게 그녀의 사치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예를 들면 옷이 2만 여벌이나 되고 비취와 진주 등 보석에 대한 애착도 대단해서 머리장식은 물론이고 손톱까지 보석으로 장식했으며, 한 끼 식사는 주식이 60가지, 점심이 30가지, 각종 산해진미가 128가지였는데 하루 식사비만도 백은으로 3kg 들었는데 당시 이 돈으로 5천kg의 쌀을 살 수 있었으며 1만명의 농민이 하루를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또한 아주 거짓 투성이었는데 그녀의 사치 극치는 이화원을 만든 것이 아닌가. 물론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말이다. 궁녀와 내시, 대신들은 그녀를 무척 무서워했으며 그녀의 사치와 잔인함은 극에 달한다. 하지만 사치와 권력에 집착했던 서태후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한말이 “다시는 여자가 정치를 하지 못하게 하라” 했다니 참 아이러니 하다 하겠다.서태후가 청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시기에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영국에서도 빅토리아라는 여왕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여성 통치자라도 빅토리아 여왕과 서태후가 걸어간 길은 극과 극이었다. 서태후가 나라를 개인 욕심의 과다로 망치는 동안 빅토리아 여왕은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재국으로 만들었다. 19세기는 `영국의 시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역사상 화려한 시기였다. 빅토리아 여왕의 성장기를 보면 하늘의 계시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가 왕으로 즉위하게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그래서 처음 왕위에 올라 대신들의 도움을 받으며 국정을 운영해 나갔는데 이때 남편 앨버트공의 도움이 매우 컸으며 사려 깊고 학식이 높았던 남편은 그녀가 편협한 사고를 갖지 않도록 끊임 없이 일깨워 줬고 외교 재정 등 모든 부문에서 항상 논의 하며 도움을 줬다. 그녀는 그런 남편을 매우 사랑했고 남편이 죽자 평생 검은 옷만 입으며 검소하고 청렴하게 살았으며 긴 40년 동안 미망인의 자세를 흐트리지 않았다. 그녀의 타고난 온화함과 지도자로서의 능력도 뛰어나겠지만 즉 인복이 참 좋은 여왕으로 평가된다.이제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1년 넘은 기간의 시간을 집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에게는 그를 도와줄 남편도, 대신들도 없어 보이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려운 시국에 비난의 목소리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가 아닌가 싶다.위 동서 여성통치자들을 보면서 우리가 뽑은 첫 여성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생각 해 볼 문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산하나 국회의원, 공무원, 기업인, 교육자 모두 스스로 부정부패의 고리와 단절하고 나라와 이웃에 진심으로 배려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의 부흥`을 위해 여성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나로 단결, 후대 역사가들이 훌륭한 대통령과 정치인, 백성들에 의해 부강한국, 통일한국이 이뤄졌었다고 당당히 기록할 수 있도록 말이다.

2014-07-18

김광석 거리와 방천시장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주말 오후 늦은 점심을 챙겨먹고 회사 인근에 있는 방천시장 쪽으로 향하다보면 `김광석 거리`라고 불리는 좁은 골목에서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가 하면, 신천둑길 담벼락에 그려진 김광석 벽화를 따라 거니는 젊은 연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가로등에 매달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노래는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1970~80년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허름한 주택들과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도심의 뒷골목 낡은 풍경은 화려한 조명과 네온으로 장식된 도심 한복판에서 쉽게 벗어나 가벼운 시간 여행을 떠나기에 충분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곳에서만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로는 젊은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공예품 가게들과 관광객들에게 재미있는 초상화를 직접 그려주는 거리 화실, 추억의 먹거리 등이 함께 어우러져 여느 관광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주고 있다. 이곳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텅 빈 재래시장과 함께 대구시민들 조차도 거의 찾지 않는 소외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2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이곳은 대구를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재탄생 했다.해가 지고나면 김광석 거리와 함께 문전성시를 이루는 또 다른 곳이 있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육질로 소문난 한우구이와 족발, 통닭 등 다채로운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야시장 골목은 낮 시간대의 한산했던 재래시장 모습과는 달리 이곳 방천시장의 새로운 먹거리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도심 속 벽화거리와 야시장의 모습은 언뜻 보기에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며 쇠퇴기의 길을 걷고 있던 재래시장을 주말이면 1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대구의 명소로 변모시킨 재래시장 재생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009년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지금은 이렇게 변해가는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는 필자로서는 기쁜 마음보다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2009년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의 시작은 급변하는 주변 환경과 경제 유통구조 현상으로 쇠퇴한 방천시장에 예술을 접목시켜 재래시장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별의별 별시장`이라는 주제로 지역에서 활동 중이었던 예술인들이 시장 곳곳의 빈 점포를 임대해 작품창작과 전시 공간 및 교육장소로 활용하여 지역민들과 시장 손님들을 모아보자는 야심찬 계획은 당시 지역 예술인과 관계자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캔버스 대신 빈 점포의 철문과 담장에 벽화를 그려 넣는 작업에 예술인들은 스스럼없이 참여했으며, 시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작업실을 공개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이러한 예술인들의 협업은 현대화 돼가는 유통환경 속에서 재래시장과 예술이 상생함으로써 재래시장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상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노력들이었다.하지만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예술프로젝트 사업들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투자와 관심은 멀어져만 갔다. 신천둑길 담벼락에 그려진 김광석의 벽화 역시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어진 사업이었다.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김광석 벽화사업은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고 한다면 정작 재래시장의 활성화 사업은 관광명소라는 새로운 관심 뒤편으로 점점 쇠락의 길을 걷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방천시장을 이끌어가야 할 시장상인들은 엄청나게 올라 버린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가게 문을 닫아 가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과 카페, 주점들이 새롭게 문을 연다. 오로지 김광석 벽화만을 쳐다보며….

2014-07-11

1 : 29 : 300

▲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산업재해 예방 이론 중에 `하인리히(Heinrich) 법칙`이란 것이 있다. 이 법칙은 1920년대 미국의 한 보험회사에서 관리감독관으로 일하던 하인리히가 발견한 법칙이다. 그는 각종 사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패턴을 발견했다. 노동 재해가 발생하는 과정에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명의 경상자가 먼저 발생했고, 경상자가 발생하기 전에는 비록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숫자를 조합해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했다. 이 법칙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다양한 사전 징후가 먼저 나타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즉 어떤 일이라도 느닷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의 큰 병도 처음부터 큰 병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분명 큰 병에 대비하라고 다양한 신호를 보내지만 우리는 그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쳤기에 작은 병이 큰 병이 됐다는 것이다. 지진, 화산폭발, 지진해일 등 대재앙과도 같은 자연 재해도 마찬가지다. 예고 없이 바로 폭발하는 화산은 없다. 지진과 지진 해일도 분명 다양한 조짐을 먼저 보낸다.그런데 자연 재해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지만 동물들은 아니다. 왜일까? 동물들은 자연이 보내는 아주 작은 징후도 무시하거나 그냥 지나침이 없다. 자연을 섬기고 사는 동물들은 자연이 보내는 사전 징후에 대한 행동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되면 모든 것을 놓고 철저히 그 행동 매뉴얼대로 움직인다. 그러기에 동물들은 인간들과는 달리 대재앙 속에서도 살아남는다.하지만 인간들은 어떤가. 감각이 무뎌질 대로 무뎌진 인간들은 자연과 사회가 보내는 사전 징후 따위엔 관심이 없다. 자기 본위의 모순에 빠진 인간들에겐 모든 판단의 기준은 자신이다. 그러기에 자연과 사회가 보내는 징후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냉철하게 판단해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길 객관적인 눈이 없다. 그러기에 인간들은 항상 뒷북 울리기에 바쁘다.지금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사전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 그래서 징후(徵候)를 컴퓨터에서 검색해 보았다. 재난 징후, 자살 징후, 폭발 징후, 이별 징후, 산사태 징후, 전쟁 징후, 학교 폭력 징후, 암 징후, 이상 징후 등 정말 많은 징후들이 검색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많은 징후들이 지금 우리 사회와 너무나도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필자는 지난주 칼럼 `원칙과 청마, 그리고 학생들`에서 경주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 고양 종합 터미널 화재 등 올 상반기에 발생한 다양한 사건 사고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 사건 사고들을 하인리히 법칙에 대입시켜 보면 `1:29:300` 중 어디에 해당할까. 이들이 `1`에 해당한다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29` 나 `300`에 해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는 아직 더 엄청난 사건이 남아 있다는 결론밖에 없다. 그럼 이 다음은 뭘까. 세월호가 `1`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 나라에는 무슨 일이 남아 있다는 말인가.절대로 사회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다. 준비하자는 것이다. 대비하자는 것이다. 한 번 더 살피자는 것이다. 자연과 사회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들에 귀를 기울이자는 것이다. 그래서 세월호와 같은 아픔을 두 번 다시는 겪지 말자는 것이다.냄비 코리아답게 지금 코리아 냄비는 차갑게 식었다. 세월호는 영혼 없는 포털사이트 검색 창 아래에 `세월호 수색 작업 현황`이라는 뜬금없는 문구만 남기고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월드컵 역시 엄청난 예산만 쏟아 부은 채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젠 어떤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뭔가가 불안하기까지 하다. 더 이상 냄비 코리아가 달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지금까지의 사건 사고들이 `1`이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소 부품 비리 사건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는 뭘까.

2014-07-08

원칙과 청마, 그리고 학생들!

▲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시작은 언제나 그렇듯이 그 어느 해보다 큰 기대로 시작한 청마의 해! 그 청마의 해가 이제 반을 넘어서고 있다. 과연 2014년 상반기를 평가한다면 우리는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반환점을 도는 청마의 모습이 너무나도 지쳐 보인다. 상처투성이인 청마에게 과연 우리는 남은 2014년을 기대할 수 있을까?참으로 큰 사건 사고가 많았던 2014년 상반기! 모두가 너무나도 마음 아픈 사건 사고이기에 필자는 뉴스 기피 증후군까지 생겼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모든 언론을 끊었다.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분 단위로 손 안에서 뉴스를 보고 듣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어떨지. 그래서 무작정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다 필자만 다른 별에서 왔다는 강한 소외감을 느꼈다. 그 소외감에 한 동안 필자는 사람들을 쳐다 볼 수 없었다. 이 나라의 정서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은 것이 `정(情)`인데, 어쩌다 이토록 메마른 나라가 됐는지,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화가 났다. 그리고 큰 사건 사고들에 너무 무감각해져버린 이 나라가 걱정 됐다.희망의 불모지가 되어 버린 이 나라에 희망이 싹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4년 상반기 큰 사건들을 정리 해 보았다. (1월) 조류 인플루엔자,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여수앞바다 기름 유출 (2월) 경주 리조트 붕괴 (3월) 송파 버스 추돌 , 제주도 어선 침몰 (4월) 세월호 침몰 (5월) 지하철 2호선 충돌, 고양 종합 터미널 화재, 전남 장성 요양 병원 화재 (6월) GOP 총기 난사! 참 많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니 정말 안타깝다.이 사건 사고들의 보도 내용을 보면 공통되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안전규정`이라는 말이다. 안전규정만 제대로 지켰어도 절대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내용이 기사 끝에는 늘 마침표처럼 붙어 있다. 그만큼 이 나라가 규정, 특히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말이기에 많이 답답했다. 왜 사람들은 규정을 지키지 않는 걸까. 그건 바로 규정을 지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 나라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기에 이미 사람들에겐 부정적 학습 효과가 깊이 축적돼 있다. 부정적 학습 전이는 원칙과 규정에 대한 불신을 불러 일으켰을 테고, 이익만을 좇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손해는 곧 도태와도 같기에 사람들은 조금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원칙과 규정 따윈 버렸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수십 년 지속되다 보니 “기본, 원칙, 규칙, 규정” 따위의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돼 버렸다.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그건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무시해왔던 원칙과 신뢰를 다시 지켜내는 것이다.`원칙과 신뢰가 바로 서는 나라`라는 말이 참 웃기는 사회가 되어버린 이 나라에 과연 희망은 있을까?조심스럽지만 답은 그래도 있다는 것이다. 희망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 학생들이다. 지난주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14년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가 있었다. 논란이 많은 시험이라 이 시험 자체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학생들에 대해서다. 지금 중학교 학생들에게 내신에도 안 들어가는 대외 시험은 큰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필자의 학교는 이 시험에서 조차 제외된 학교라 더더욱 학생들은 이 시험에 흥미가 없을 듯 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실시한 이 시험에서 정말 꼴통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단 한명의 조는 학생 없이 모두가 마침 종 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필자는 청마가 비상할 길을 찾았다. 원칙이 바로 선 대한민국, 얼~쑤~!

2014-07-01

산지여정과 우리 밀

▲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대한민국의 유행 주기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아프고 아프지만 이백명이 넘는 고귀하고 순고한 세월호 희생자들은 두 달도 안 돼 과거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세월호 추모 열기를 잠재웠던 6·4 지방선거는 지금은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낯선 단어가 됐다. 세월호, 지방선거의 뒤를 이은 `유병언 로또`또한 현상금 사냥꾼들의 눈만 번득이게 했지 역시 대한민국의 주류에서 밀려나 있다. 6월, 대한민국은 브라질 월드컵이라는 새 유행에 빠져 있다. 거리 응원전이다 뭐다 해서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 월드컵 열기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세월호 희생자를 생각하면 차분한 월드컵 분위기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에 지금의 이 분위기는 세월호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시들한 월드컵도 한 달 안에 유행이 끝날 것이다.최근 일련의 일들을 보면 이 나라에서는 아무리 큰 사건도 그 유효기간이 두 달을 넘지 못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너무 빠르다. 우리 민족의 정서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예로 드는 것이 은근과 끈기다. 하지만 `은근과 끈기`는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너무도 맞지 않는 말이 돼버렸다. 현대 대한민국의 정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을 들라고 하면 필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냄비근성을 말한다. 은근과 끈기 VS 냄비 근성! 국가 개조에 앞서 민족성 개조가 먼저 됐으니, 이 나라의 미래는 과연 어떨지?하지만 이 나라의 미래가 꼭 어둡지만은 않은 것은 고집스럽게 은근과 끈기를 지키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분이 `구례 우리 밀 가공 공장`을 통해 우리 밀 살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최성호 대표! 식량주권(食糧主權)이라는 말이 있다. 식량주권이란 `생태계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건강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식량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이며, 민중들이 자신의 고유한 식량과 농업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위키백과사전) 쉽게 말해 우리 먹거리를 우리가 지키자는 것이다.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양정자료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3%로 사상 최저치라고 한다. 특히 식용과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3.6%에 불과하고, 그 중 밀 자급률은 0.9%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우리는 외국 공룡기업들에게 곡물 주권을 빼앗겼으며, 밀을 통해 곡물 식민지로서의 아픔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것을 포기한 대가로 아무리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수입 밀을 사지 않을 수 없게 됐다.밀은 우리에게 우리 먹거리를 지켜내지 못하면 분명 가까운 시일 내에 식량 안보에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국방 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식량 안보인데 유행에 길들여진 이 나라 국민들은 그걸 모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어렵고 힘들지만, 유행에 물들지 않고 꿋꿋하게 우리 먹거리를 지켜나가고 있는 최성호 대표야 말로 진정한 나라 지킴이이다.지난주 토요일에 필자는 구례 우리 밀 가공공장에 가서 직접 최성호 대표를 만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각 학교에서는 체험행사 전에 두 번에 걸쳐 사전답사를 실시하고 있다. 본교에는 학생들이 우리가 먹는 음식의 생산지를 찾아 바른 먹거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산지여정`이라는 경상북도교육청으로부터 정식으로 교과목 승인을 받은 특성화 교과가 있다. 올해 산지여정의 주제는 `밀과 소금`이어서 장소를 구례로 정했다. 그리고 지난 주 두 번째 사전답사로 필자는 구례를 찾아 밀 강연을 부탁하기 위해 최성호 대표를 만났고, 기분 좋은 승낙을 받았다.자급율이 0.9%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단일 농산물 품목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체험장을 만들었다는 최성호 대표! 우리 학생들이 이번 산지여정 수업을 통해 유행에 물들지 않고 우리 것을 지켜나고 있는 최성호 대표의 가치관을 배우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2014-06-24

내 아이에게 놀이가 중요한 이유

이수원대구대 유아교육학과 조교수취학전 아동을 자녀로 둔 학부모님은 한글이나 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의 경쟁 중심 교육체제 속에서 나의 자녀가 남보다 앞서기 위해 선행학습이 필수가 됐고, 중학교는 고등학교를, 초등학교는 중학교를, 마침내는 유치원이 초등학교를 준비하는 곳으로 여기는 기이한 현상이 생겼다. 유아교육기관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이 학부모님들로부터 당황스러운 요구를 받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놀이`를 멈추고 `학습지를 풀면서 공부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취학 전 아동기에게 놀이가 주는 유익은 무엇일까? 놀이는 자기-주도적인 활동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 냇가에서 혹은 골목길에서 놀이에 흠뻑 몰입해봤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몰입이 가능했던 이유는, 놀이가 성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놀이를 계획하고 참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랬듯이, 아이들도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 자기-주도적인 활동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 경험한 `자기-주도성`은이후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준다. 2002년에 발표된레베카 말콘(Rebecca A. Marcon)의 연구에 의하면, 학습 위주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유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됐을 때 놀이 중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유아들보다 학업성취도가 낮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주도적인 학습 태도가 중요한데 이는 어린 시절 자기 주도적인 활동 경험을 통해서만 길러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어린 시절 놀이는 이후의 학습과 무관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놀이가 주는 유익이 크다고 볼 수 있다.놀이는 자기-주도성을 개발하고 몰입의 기회가 될뿐만 아니라, 또래와 대화하고 갈등을 해결해 보는 과정에서 사회성이나 대인기술, 언어표현능력 등을 발달 시킬 좋은 기회가 된다. 특히, 병원놀이나 소꿉놀이처럼 아이들이 어른의 세계를 관찰해본 것을 시연해볼 수 있으므로 놀이는 학습을 위한 생생한 현장(a living context)인 셈이다. 미국에서 만 3~4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1967년부터 2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주입식 교육을 받은 유아들이 훗날 10대 비행이나 사회 중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았으며, 정서 장애 발병률도 높았다. 반면, 놀이 중심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유아들은 성장 후높은 대학 진학율과 사회 봉사 참여율을 보이며 사회에 적응하고 있었다.취학 전 아동기는 실물 자료나 직접 체험을 통해 세상을 배워나가는 시기이므로, 가만히 앉아서 성인 지시에 의해 학습하기 보다는, 자신의 호기심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놀이가 취학 전 아동에게 적합하다.쟝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 1712~1778)가 아동의 타고난 자연성을 거스르는 교육에 대해 반대하며, 자연성에 부합하는 활동으로 노작(勞作)을 제안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학습을 놀이에 앞세우는 것이 진실로 자녀를 위한 것인지, 부모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인지 솔직해져야 한다.흔히 우리의 삶을 긴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마라톤을 완성하는 것처럼, 하루 하루가 모여 삶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하루는,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다. 아동의 오늘 하루를 내일을 위해 희생하기 보다는, 오늘 이 순간을 의미있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학창 시절 1등이 인생의 1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삶을 긴 마라톤으로 보고, 하루 하루를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겠다.

2014-06-23

지역사회에 기반한 지역발전 정책

▲ 이동수 대구한의대 교수낙후지역과 관련된 정책들이 주로 기초자치단체 규모의 사업과 마을단위 또는 지역·지구단위로 추진되고 있어 지역사회 정주체계의 기초단위인 읍·면단위의 생활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읍·면을 단위로 추진되는 사업들은 소도읍사업, 거점면 소재지 정비사업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는 기초수요접근법에 근거하여 기초적인 주거환경 개선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특히 낙후지역의 경우에는 넓은 자치단체의 행정구역에 과소인구가 거주하는 관계로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정책은 주민들에게 체감도가 떨어지고, 마을단위 사업은 규모의 한계성을 보여 적정규모의 생활환경 조성이 필요한 상태이다.읍면단위의 면적은 작게는 몇 십㎢에서 몇 백㎢가 넘는 수준인데 반해 인구는 1천명 미만의 지역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주민들의 생활환경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이러한 읍·면 중 생활환경이 전국단위 기준보다 현저히 미흡한 지역을 대상으로 전국단위 기초생활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중심지로 육성하여 지역발전의 기초단위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사업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최소 읍면단위 생활환경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준에 미흡한 읍?면 지역을 기초생활환경 보장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전국 단위 국민 최저 생활환경기준은 읍·면단위로 교육, 의료, 보건, 도로 등 전분야에 걸쳐 제시되어야 하고, 미흡한 읍·면을 대상으로 기초생활환경 보장지역 지정 후 5년간 집중 지원해서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이러한 지원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별로 읍·면을 대상으로한 기초생활환경 보장계획을 수립하여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승인을 얻은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기초생활환경 보장지역에 해당하는 읍면은 지역사회 안정화 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하여 연차별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외부로부터 지원에 따른 자구노력의 차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국가 또는 자치단체의 지원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모럴헤저드를 제기하고 있어 자체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만 성공적인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기초생활환경 보장지역의 추진을 위해서는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하드웨어 사업과 함께 지역주민의 지역사회성 강화와 역량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사업이 동시에 추진되야 한다.기초생활환경 보장지역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률 제정 또는 관련 법률의 개정을 통해 법적 지원 근거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또한 현재 지역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역행복생활권 사업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자치단체 중심으로 읍면단위 지역사회 안정화와 발전을 위한 시책 발굴과 기준 충족을 위한 개발사업의 시행과 함께 지역의 자립발전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앙 정부의 기준제시와 지역지정 후 적극적 지원책 마련 및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한 중장기적 평가 관리 체계가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지금까지 많은 지역발전 지원정책들이 있었으나 유명무실화된 정책이 다수 있었다. 이러한 정책의 특징은 분명한 재원확보에 실패해 선언적 사업으로 그치게 되었다. 읍·면단위 기초생활환경 보장지역 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는 첫째,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계획 수립을 위한 별도의 예산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도읍 또는 거점면소재지사업과 관련된 사업비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에서 지역에 배분하는 포괄보조금 중 정주환경개선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명기된 낙후지역발전특별회계가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조성되어야하고, 낙후지역개발기금 역시 확보되어야하며 이러한 재원들을 기초생활환경 보장지역 사업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2014-06-18

틴스타(Teen STAR)

▲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산자연(중)학교에는 여덟 개의 특성화 교과가 있다. 특성화 교과란 기초 교과와 상호 보완 관계에 있는 교과로 기초 교과에서 배운 지식들을 융합하는 교과다. 틴스타는 그 중 한 과목이다. 2학기부터 수업이 시작되기에 지난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틴스타 지도자 과정`연수를 다녀왔다.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려면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수업을 들어야 한다. 수업 시간은 아침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정말 쉼 없이 계속 됐다. 최근 들어 교사 연수 시간이 학교 평가의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학교마다 교사들의 연수 시간 확보를 위한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로 뜨겁다. 정말 바람직한 모습이고 이런 뜨거운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는 밝다 못해 눈부시다 하겠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의 교육만족지수와 행복지수가 수직으로 상승해 더 이상 성적 비관 자살, 학교 폭력과 같은 입에도 담고 싶지 않은 학교 괴담들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 무엇이 문제일까. 교사들은 끊임없이 자기연찬을 하는데 해마다 공교육을 포기하는 학생들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학교 괴담의 심각성과 교사들의 연수 시간이 비례한다고 하면 너무 억지일까. 분명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연수들이 시간을 채우기 위한 연수로 진행되고 있다. 또 대부분이 사이버 상에서 클릭 몇 번으로 시간이 채워진다. 편법을 없애기 위해 타임 스크롤바 기능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보완장치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본질이 망각된 연수의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틴스타(Teen STAR)! 학교 특성화 교과이지만 `틴스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필자는 많이 낯설었다. 안내 책자에 “틴스타는 `(Sexuality Teaching in the context of Adult Responsibility) 성인의 책임감이라는 맥락에서 본 성교육`을 의미하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신체적인 면뿐 아니라 정서적·사회적·이성적·영적인 면에서 총체적으로 성을 이해하고 성 정체성을 정립하도록 도움을 받게 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솔직히 국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이지만 이 말만으로는 틴스타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막연하게 성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연수를 들었다. 많은 성교육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내용은 너무도 유사하기 때문에 솔직히 처음에는 기대보다 의무감으로 연수에 참가했다. 하지만 그 의무감은 첫 강의에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1교시에는 `몸의 신학(TOP)`이라는 주제로 산자연(중)학교 이영동 교장 신부님의 강의가 있었다. 강의 제목만 보면 종교적인 내용이 아닐까 싶지만 아니었다. 몸과 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들을 수 있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감각만 발달되어 있고, 감정이 없는 시대에 `무엇이 가치 있는가?`, `그리고 왜 가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받았다. 그리고 성교육을 가치로 접근하는 방식이 참 신선했다.지금 우리는 가치 부재, 가치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정치, 종교, 교육, 기업, 가정 등 이 사회 모든 요소들은 이미 고유의 가치를 상실한 지 오래다. 가치 부재는 곧바로 사회 혼돈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라는 큰 아픔을 통해 우리가 가치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 의미에서 `몸의 신학`은 필자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인간의 몸은 혼인적인 몸과 관계적인 몸으로 나뉘며, 우리는 건전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살고 있다는 강의 내용은 필자에겐 분명 큰 화두였다.그리고 강의 끝 부분에서 새로운 화두를 받을 수 있었다. `로고테라피(의미 요법)!` 모든 것이 일방적으로 강요되어지는 시대, 특히 주입식 교육이 전부인 학교에 로고테라피는 학교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겠다는 확신을 가졌다.의무감에서 참가한 연수에서 필자는 잃어버린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을 바다에 나가게 하려면 바다를 간절히 그리워하게 하라!”는 큰 가치를 마음 깊이 새겨 본다.

2014-06-17

미술에 있어 표절과 창조의 논쟁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지난달 27일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는 서울옥션의 `제13회 홍콩 경매`가 열렸다. 총 81점이 출품된 가운데 59점을 팔아 73%의 낙찰률을 기록했으며 이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이우환의 1975년작 주홍색 안료를 사용한 `선으로부터`다. 낙찰가는 약 18억885만원에 전화와 서면, 현장의 뜨거운 경합 끝에 현장 응찰자에게 판매됐으며 이 작품은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날 하루 동안 판매된 낙찰총액이 약 73억4천만원(구매 수수료 포함)이고 보면 현대미술의 예술적 가치를 금전적으로 쉽게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날 낙찰된 작품 가운데 미국 팝아트의 대표 작가인 앤디 워홀의 작품과 너무나 흡사한 작품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전유예술의 개척자로 일컬어지는 리차드 페티본의 작품 `Andy Warhol Flower`(1965)가 홍콩달러로 49만5천달러(원화 약 6천633만원)에 낙찰됐다. 15.8x15.8cm의 자그마한 작품 2점은 앤디 워홀의 원본처럼 캔버스 천에 판화로 제작된 작품이다.1980년대 전유예술(Appropriation Art)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불리어지는 페티본은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복제하며 `차용과 복제`에서 더 나아간 `재차용과 재복제`라는 담론과 함께 현대미술이 가지고 있는 복제성에 대한 진지한 문제점을 끝임 없이 제기하고 있다. 페티본은 “나는 위대한 화가가 되고 싶었다. 위대한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라는 말을 통해 그의 작품을 `인용과 표절`로 부터 정당화 시키려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창조성에 대한 비평을 극대화해 절대권위를 가진 창조자로서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에 그의 이러한 행동은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이처럼 표절과 모방에 관한 문제는 현대미술만의 것은 아니다.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베네치아에서 서양미술사 최초의 표절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라는 판화가는 당시 르네상스의 대가였던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을 그대로 베껴 판매하다 고소를 당하게 된다. 하지만 지적재산권과 같은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라이몬디의 표절은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작가 고유의 문양과 사인만 뺀다면 계속 제작해 판매해도 괜찮은 것으로 판결이 내려졌다. 이 사건과 함께 라이몬디가 복제했던 또 다른 유명작가의 작품인 라파엘로 산치오의 작품 `파리스의 심판`은 뒤러 작품 이상의 미술사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리스의 신화이야기를 정교한 필치로 묘사한 `파리스의 심판`은 아이러니컬하게 원작은 사라지고 라이몬디의 복제 작품만이 현재 남아있다. 라이몬드가 죽고 350여년이 지난 후 19세기 인상주의 대표화가인 에두아르 마네는 그의 대표작인 `풀밭 위의 점심`에 라이몬드의 작품 `파리스의 심판`에 나오는 인물들의 포즈를 그대로 모방해 그려 넣게 된다. 그리고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은 20세기에 피카소와 론 잉글리쉬 등에 의해 또 다시 표절과 모방으로 차용되어지는 운명을 겪게 된다.예술작품의 창작을 위해서 과거와 동시대의 작품들로부터 수많은 `전용(Appropriation)` 이 이뤄져 오고 있다. 특히 현대미술의 다양한 예술행위들이 창작과 표절, 인용, 패러디라는 개념에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현재 대구미술관에서는 이러한 `창조와 표절`이라는 법률적 논리에서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진정한 창조적 가치를 극복하지 못하고 힘겨워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존재가 인간의 삶속에서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가치관을 갖기 위해서는 예술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률적 해석보다는 예술 그 자체가 주는 창조적 행위를 우선적으로 하는 평가가 이뤄져야 할 같다.

2014-06-11

나는 교레기다!

▲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분명 4월과 5월은 아우성이었다. 그것도 소리 없는 아우성. 더 큰 아픔을 건너는 이들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제발 꼭 돌아오라고. 오로지 그 마음뿐이었다. 아우성은 전 국민의 가슴에 노란 리본으로 피어났다. 노란 리본이 고리가 돼 저 어둡고 깊은 진도 맹골수도의 거친 물살을 잠재우고 우리 아이들에게 구원의 밧줄이 돼 주길 간절히 기원했다. 그 모습에 전 세계가 우리를 위해 함께 아파해줬다.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아우성은 썩은 동아줄에 지나지 않았다. 제발 무사히 돌아오라는 하나 된 마음도 4월도 못 넘기고 흔들렸다. 정치인들은 그 흔들리는 아우성을 자기 멋대로 이용했다. 양심 썩는 냄새가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대한민국은 온통 쓰레기 천국이 됐다. 그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많은 신조어들이 생겼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레기(기자 + 쓰레기)!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에 `-레기`라는 접미사가 어울리는 것이 어디 기자뿐이겠는가. 정치, 교육, 기업 등 이 나라 모든 곳에 `-레기`만 붙이면 정말 신기하게도 모두 말이 된다. 정레기, 교레기, 기레기, 심지어 대레기까지. 유행어는 그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지난주에 학생들과 공부했다. `-레기`라는 말이 넘쳐나는 것처럼 지금 이 나라에는 역한 냄새만 가득하다.필자 또한 마찬가지다. 구태(舊態)한 교육과정에 얽매여 학생들의 희망을 꺾어 놓는 필자는 분명 교레기(교사 + 쓰레기)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전혀 없는 교과서와 수업 내용, 그리고 교수 방법. 10년 전에도 그랬다. “얘들아, 너희들은 이 나라의 희망이다. 희망찬 이 나라를 위해 너희들의 큰 꿈을 펼쳐라!” 앵무새의 유전자가 이식됐는지 필자는 지금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이 말을 말하고 있다. 단 하나 다른 것은 예전만큼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설레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가 설레지 않는데 학생들이야 오죽할까.필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곳 학생들은 분명 어떤 형태로든지 공교육에서 상처를 받은 학생들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공교육으로부터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보상은커녕 의무 교육 대상자들이면서도 많은 수업료는 물론 급식비, 심지어 교과서 대금까지 자신들이 직접 내고 있다.“선생님, 중학교는 의무교육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는 왜 많은 돈을 내야해요?” 학기 초에 받은 이 질문에 대해 필자는 아직도 답을 못하고 있다. 그러니 필자는 분명 교레기가 맞다.그런데 묻고 싶다. 과연 이 나라에, 이 나라 교육에, 이 나라 정치에, 이 나라 기업에 양심은, 희망은 있는가? 최근 국어사전을 찾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왜냐하면 단어의 뜻을 잘 몰라서다. 모른다기보다는 예전에 알던 것과는 너무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들이 많아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말이 희망이라는 단어다. `희망(希望):앞일에 대하여 어떤 기대를 가지고 바람.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가능성` 분명 필자가 알고 있는 희망이라는 단어의 뜻이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긍정적 기대를 할 수 있을까, 또 잘 될 가능성은 있을까. 분명한 건 대한민국의 양심과 희망의 등대가 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지금 이 시간에도 양심과 희망을 찾기 위한 아우성들이 간간이 들리지만, 그 마지막 아우성조차 선거와 월드컵 함성에 묻혀 버렸다는 것이다. 큰 네거리마다 내걸렸던 미안하다는 현수막이 치워지고, 그 자리에 감사하다는 문구가 내걸렸다. 정말 세월호가 이대로 지나가도 되는가. 텔레비전 화면 상단에는 이제 안타까운 실종자 숫자 대신 월드컵 D-day 카운트 다운을 알리는 숫자가 떴다. 세월호에 대해 그렇게 호들갑을 떨 때는 언제고 언레기(언론 + 쓰레기)들은 월드컵 띄우기에 혈안이 돼있다. 왜 돈이 되니까.6월의 환호성과 함성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가슴에 묻은 수백 명의 어린 목숨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4월의 아우성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이 나라는 국호를 바꿔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레기`로!

2014-06-10

동양화 교육의 문제

▲ 권정찬 화가·경북도립대 교수요즘 대학의 동양화 교육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왜 동양화가 침체의 길로 걷고 있는지 대학의 교육에서부터 찾아보아야 할듯하다. 우선 대구에는 계명대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경북대 등 4년제 대학에서는 거의 다 동양화 교육을 실시했다. 70년대부터 동양화 교육이 대학 내로 들어오므로 인하여 평생을 갈고 닦은 동양화의 대가가 교수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명문대 출신 교수들이 터를 잡은 것이다. 물론 국전에서 큰상을 받은 교수들이 있지만 화단에서 알려진 교수들은 많지 않았다. 교육 또한 특정스타일에 집착하다 보니 전통산수나 인물, 화조, 동물, 서예, 문인화 등 동양화의 생명인 기초는 뒷전일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모교 후배들을 챙기고 실력보다는 인맥으로 교수진을 꾸리다 보니 다양한 장르가 없는 교수인원만 불리는 셈이 됐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스타일이 아니면 인정 안하는 교수도 있다는 점은 한술 더 뜨는 것이다. 요즘은 한국화의 명칭을 사용한 지 50년도 안된 시점에서 각 대학에서는 동양화과가 문을 닫고 있다. 이유는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들의 교육열이 없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대학에서 배운 것이 스승의 그림인데 다른 것은 알 리가 없다. 그리고 관심이나 어디 가서 연수받아서라도 동양화의 정석을 가리켜야지 하는 열정이 사라진 듯하다. 또한 대중은 전통과 동양화의 운필, 서정과 실용적 동양화를 찾고 있는데 대학은 학생들의 서양화흉내를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다음은 실력 있는 강사진을 운영해서라도 교육의 질을 높여야 했다. 대부분 본교 출신 제자들에게 강의를 맡긴다. 당연하고 그렇게 해서라도 제자들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원만 나오면 동양화의 본질을 무시하고 아무나 강의를 주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학원은 동양화 실력으로 석, 박사학위를 주지 않는다. 논문 한편 잘 쓰면 통과 되는 것이다. 붓 잡는 것 하고는 별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이론 수업을 맡겨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동양화 실기 수업을 맡기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누가 보아도 실력이 없다고들 하는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대학마다 강의만 맡으면 교수들에게 충성이다. 졸업생들만 와글와글한데 문제는 실력이다. 정말 최고의 대학 교육기관에서 동양화를 가르치려면 최고의 작가들로 구성 돼야 한다. 화단의 최고실력자들에게 부탁해서라도 학생들의 실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실기에 박사가 있나? 그런데도 박사라서 강의를 맡겼다니 우습지 않은가?바깥을 보라. 전통회화, 아주 오래된 기법과 양식의 동양화가 급부상해 화단에서 세가 커지고 있다. 개인전이나 그룹전, 특히 공모전에서의 활동이 얼마나 눈에 띄는가? 그러니 대학교육이 인기가 없고 고객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대학에서는 그 모든 전통을 무시하고 서양화를 그리든, 만화를 그리든, 마음대로 그리라 하면 그게 무슨 동양화과인가? 화선지가 무엇인지, 배접은 어떻게 하는지, 먹은 어떻게 갈고 사용하는지, 채색은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학생들이 생소하게 느낀다면 문제가 심각하다.중국은 국가원수가 방문해도 동양화나 서예의 시연도 하고 영부인들이 같이 붓을 쥐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신년초면 곳곳에서 휘호도 하고 동양화가 호황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들은 늘 먹과 종이를 사랑하고 전통의 기법과 정신을 사랑한다. 필자가 당신 스승이 누구냐고 물으면 학교와 스승을 당당하게 답한다. 어느 대학과 스승은 누구라고…. 80세가 넘은 고령의 중국 최고 대가들이다. 그래서 느낀 점은 대가 밑에 대가가 나는구나, 라는 것이다. 그들의 교육은 철저하다. 기초를 바탕으로 하는 동양화의 전수를 사명감을 갖고 한다. 중국을 다녀 온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한국의 동양화 교육 현실과 크게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2014-06-09

사막에도 꽃을 피우는 선인장이 있다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프린시펄 이코노미스트세계 경제는 여전히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의 온도차도 달라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세계적인 호경기의 도래보다는 각국의 사정이나 여건의 변화에 따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전통적인 제조 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달리 단일 품목만으로도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산업이 있다. 2009년 `해운대`, 2012년 `도둑들`과 `왕이 된 남자 광해`, 2013년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 등으로 대표되는 영화산업이 주인공이다. 이 영화들은 모두 국내에서만 천만 명 이상이 관람하여 우리나라 국민의 1/4이 본 셈이니 그야말로 대박 흥행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다. 지금도 기억에 새로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더욱 엄청났다. 2012년 싱글뮤직비디오를 발표한 이후 전 세계 30여 나라의 공식 음악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지난 5월말에는 유튜브 사상 최대의 조회히트수인 20억뷰를 넘기는 등 전무후무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것은 단순하게 관람객수나 앨범 판매량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형의 경제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제품에 `강남`이라는 단어를 넣는 것만으로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이와 같이 전통적인 하드웨어산업이 아닌 영화와 음악과 같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공하게 된 핵심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다양한 분석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콘텐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제작기술이나 착상의 기발함, 연기자의 출중한 연기력도 제몫을 하였겠지만 성공요인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문화적 콘텐츠`가 담겨 있었기에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많은 해외영화나 음악의 홍수 속에서도 국산 작품이 국내외에서 통용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첨단과학기술의 집합체로 평가받고 있는 우주탐사용 로봇이나 인공위성이 기초 과학의 기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문화예술콘텐츠의 원천은 기초 예술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기초 예술이라는 것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마치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량의 수분이 선인장의 생명의 원천인 것처럼. 그뿐인가? 식물이 자라기 힘든 사막에서도 끈질기게 견디어 낸 선인장이 가뜩이나 부족한 수분과 에너지를 쥐어짜서 꽃을 피운다. 게다가 그 꽃은 끈질긴 생명력만큼이나 풍부한 토양 속에서 충분한 물을 머금으면서 자라는 꽃들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그렇다면 포항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사실 필자의 포항생활이 5년째 접어들고 있는데도 아직까지는 도시 전체에서 느끼는 외형적인 분위기는 문화예술의 사막지대와도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어디선가에는 기초예술의 싹이 움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포항에서 기초 예술이 활성화된다면 자라나는 지역의 청소년들은 풍부한 감성과 심미안을 갖추게 될 것이며, 이들이 향후 문학도, 화가, 음악가, 연극인 등 지역 문화예술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큰 밑거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된다면 사막의 선인장이 꽃을 피우듯이 포항에서도 충분히 문화예술의 꽃이 피어나 포항의 도시 이미지를 풍요롭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이를 위해 앞으로 포항시내에 신축될 건축물들은 굳이 포항시가 상하이와 같은 건축정책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최대한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개선할 수 있는 형태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풍부한 감성을 갖춘 인격체로 자랄 수 있도록 단순한 철강금속재의 조형물로 도배된 도시가 아니라 여러 장르의 미술품,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고 다양한 길거리 공연들이 넘치는 도시로 변화하였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이러한 기초예술이 꽃을 피워 포항에도 서울의 대학로처럼 청년 중심의 문화예술의 거리가 탄생하여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 오히려 청년들이 유입되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더욱 좋겠다. 최대한 욕심을 부려 이와 같은 문화예술의 기반 산업이 포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라나 하드웨어산업이 어려울 때 이를 커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4-06-06

지역의 일꾼을 위해 사전투표를 하고…

▲ 정석수 구미종합사회복지관장·신부아침저녁으로 이곳저곳에 저마다 옷을 입고 자신을 뽑아달라는 호소를 바라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공약은 무엇인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 제도에 따라 주권을 행사하며 이 땅에 민주주의가 더 뿌리 깊이 내리고 꽃 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에서 엮은 가톨릭 사회 교리는 교회의 사회 교리 원리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 가운데 보조성의 원리가 적용되는 부분으로 참여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참여는 모든 사람이 책임을 가지고 공동선을 위해 의식적으로 이행해야 할 의무”라고 밝히고 있다. “공동체 생활에 대한 참여는, 타인과 함께 타인을 위해 국민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자유로이 책임 있게 수행하도록 부름 받은 국민들의 가장 커다란 열망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모든 질서를 이루는 주축 가운데 하나이고 민주주의 체제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특히 참여가 진정으로 실현될 수 있는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이 시대적 상황에서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너무나 안타까운 세월호사건을 보면서 안전을 우선에 둘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따라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이라는 것과 만약의 상황을 가정해 끊임없이 반복 훈련하는 길 및 전반적인 시스템의 확보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민주주의 체제를 이루는 사전투표에 참여한 분들이 많고 그 가운데 젊은이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누구에게 어느 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함을 떠나 투표자들의 열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권리에 따른 책임을 다할 때 이 땅의 민주주의는 한층 더 성숙해 질 수 있을 것이다.가톨릭 사회 교리 가운데 공동선의 원리도 있다. 이것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 일치, 평등에 근거를 하며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자기완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라고 했다. 여기서 자기완성은 절대 자기 자신 `안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다른 이와 `더불어` 다른 이를 `위하여`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도 자신이 가진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이웃을 향할 때 완성된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보다 더 큰 조직이나 공동체에 개방하고 연대함으로써 공동선이 가능하게 된다.시편의 한 구절을 가슴에 담고 있다.“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 하느님을 알아가기 위하여 멈춤이 필요하듯이 이 시대를 알아가기 위하여 멈춤이 필요할 것이다. 존 맥스웰은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에서 잠시 멈춤의 힘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잠깐 멈추는 법을 배우면 성장이 따라올 여유가 생긴다”고 했다. 즉 되돌아보기의 법칙인데, 학이편(學而篇)에서 증자는 하루에 세 가지 기준을 두고 자신을 반성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할 것이다. 그 기준에 다른 사람을 위할 때 충실한 정도를 살피고, 친구를 사귈 때 진실했는지를 살피며 배운 것을 익히고 있는지를 살폈다. 존 맥스웰은 단순히 경험이 최고의 스승으로 여기기보다 `평가를 거친 경험`을 최고로 여기고 있다. 잠깐 멈춰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도움이 되었는데 심지어 동기부여나 격려보다 더 유익했다고 한다. 그것은 걸음을 멈추면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를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헨리 나웬 신부는 “행동과 염려의 틈바구니에서 홀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라”고 했다.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나선 출마자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바쁜 일상의 유권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들의 외침은 선거활동 법정 기간 안에서 이뤄지겠지만 진정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거리에서만 멈춰 서서 인사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 평소에 참여를 통하여 보조성의 원리를 실천하고 유권자 앞에서 악수로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데 애쓰기보다 유권자를 향해 멈춰 서서 깊은 주름의 역사를 읽어주기를 바란다.

2014-06-04

한탕족과 I형

▲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길거리가 시끄럽다. 줏대를 잃은 촛불이 그 연약한 하늘거림으로 길거리에서 몸 애교를 부리고 있다. 그 투정에 현혹 된 사람들이 주문처럼 뭔가를 외친다. 진상규명(眞相糾明)! 다시는 사람들을 현혹시키지 말라고 했건만, 제 할 일을 잃은 촛불이 어둠은 아니 밝히고 사람만 유혹하고 있다. 본분을 잃은 촛불부터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 됐다.4월, 5월을 어떻게 참았을지 궁금할 정도로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도 시끄럽다, 뒷북 코리아, 아니 냄비 코리아를 증명이라도 하듯! 거리마다 넘치는 공해들을 누가 정화할지. 모두가 저마다 해결사라고 떠들어대지만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필자 눈에는 다 한 종족 같다. 한탕에 목숨 건 한탕족! 이제 우리를 한민족 대신 한탕족이라고 해야겠다. 국가 개조를 열심히 외쳤는데, 국가 개조 대신 민족 개조가 되고 말았으니.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는가.한탕족의 피는 오로지 하나 뿐이다. A형도, B형도 아닌 오직 I형. I형들 마음엔 `우리는 없고, 오직 나(I)만 있다. 그들의 귀는 이미 퇴화를 마친지 오래다. 그래서 I형들은 들을 수 없다. 그들의 머리엔 다름은 없고 틀림만 있다. I형들은 틀린 그림을 찾느라 늘 바쁘다. 찾기만 하면 다행인데 그들은 꼭 자신들의 뜻대로 고쳐야 직성이 풀린다. 간혹 그 과정을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고 방정맞은 촛불을 앞세우고 몰려간다.그래서 요즘 길엔 공해가 심하다. 공해도 이런 공해는 없다. 길마다 공해물질이 넘치는 대한민국. 세계 최고의 공해물질은 분명 사람이다. 얼마 전 학생들과 아침 시간에 부화뇌동(附和同)이라는 문구를 같이 썼다. 그리고 자신의 뚜렷한 소신 없이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해줬더니 처음에는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최근 우리나라와 관련 뉴스를 잘 생각해보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4월 진도 참사로 아마도 세상에 제일 부각된 말이 골든타임이 아닐까 싶다. 골든타임을 놓쳤기에 우리는 정말 수많은 어린 목숨들을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목숨과도 같은 시간, 골든타임! 골든타임은 결코 길지 않다. 놓치면 되돌릴 수 없기에 더 귀한 시간이다. 골든타임은 바로 제한시간이다.I형이 넘치는 우리 사회는 지금 골든타임, 즉 제한 시간에 걸려 있다. 하지만 I형들은 그것을 모른다. 그들은 귀가 없기에 이 나라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 나라에는 I형들에게 귀를 그려줄 진정한 용기를 가진 자는 없다. 길거리마다 넘치는 저 수많은 선거 유세들, 휘황찬란한 선거 전단지 어디에도 그런 공약은 없다. 모두가 `나(I)`뿐이다. 유세를 듣고, 전단지를 보면 이 사회는 분명 엄청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나라다. 그들은 명석하게도 그 문제의 원인을 분석했고, 자신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라고 한다.그런데 하나가 빠졌다. 분명 문제와 원인은 있는데, 그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 대해서는 그 어떤 내용도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자기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역시 I형다운 발상이다. 물론 필자도 I형 피를 가진 한탕족이 돼 가고 있다. 그런데 아직 귀가 덜 퇴화됐는지 이 사회의 마지막 숨넘어가는 소리가 너무도 잘 들린다. 귀를 지우려 할수록 귀가 더 크게 그려지는 것은 왜 일까.이 사회보다 더 빨리 필자의 숨이 넘어가려 할 때 필자는 교육청의 지시에 따라 지난주에 신안군으로 본교 특성화 교과의 하나인 산지여정 사전답사를 다녀왔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짱뚱어 다리` 위에서 필자는 이 사회의 숨을 틔울 답을 찾았다. 짱뚱어와 농게들이 공존하는 갯벌에는 분명 다르면서도, 같은 방식의 삶이 있었다. 다름으로써 같고, 같음으로써 다른 것이 건강한 갯벌의 원리임을 짱뚱어와 농게는 수 천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공존의 가치이며, 공존의 방법이라는 것도. 모르는 것은 오직 이 나라 국민뿐이다.

2014-06-03

경력단절女의 꿈! 재취업의 해답을 찾아서

▲ 박은미 경북새일지원본부장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한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법(2008)` 제정을 통한 정부의 지원과 함께 40대 이후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경북지역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을 연령별로 분석해 보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참가율이 급감하는 경력단절 현상을 보이며, 30대 중반 이후 다시 회복세로 들어가 40대 후반에서 다시 정점을 찍은 후 50대 초반부터 60대 후반까지 완만한 감소세를 나타나고 있다.한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대 후반부터 여성을 추월하는 점증세를 보이다가 50대 후반부터 감소세를 나타내는 역U자 분포를 보이는 것과 달리,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여전히 M자형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경력단절여성들의 재취업 제고를 위해 이들에게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아주고 노동시장에서 경력개발을 하도록 독려하고자 재취업 초기에 상담과 직업훈련의 연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무상보육 제도 등을 도입 및 확대해 왔으나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일과 가정양립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임신, 출산, 육아의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여성의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길며,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는다면 5년 이상의 기간의 경력단절 이후에나 재취업을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특히 경제활동인구분석에 의하면, 학력이 높을수록 심각한 경력단절이 나타나며 고졸 여성의 경우 25~35세 고용률이 다소 떨어졌다가 40대 이후에는 20대보다 높은 수준을 회복하는 반면, 대졸 여성의 경우 30세를 기점으로 고용률이 10%p이상 떨어진 후 회복되지 못해 M자가 아닌 L자 형태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물며 고학력 여성은 일단 경력단절을 경험하면, 재취업시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만한 일자리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퇴장함으로써 40~50대에도 고용률이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함으로써 경제 전체적으로 입게 되는 손실도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본다.이와 같은 어려움의 해답을 찾기 위해 먼저 유연근무제 도입을 통한 노동유연성 확보, 육아휴직제도 개선, 탄력 근무시간제 확대 등을 통해 여성 재직자들의 경력이 단절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경북지역 경력단절여성이 희망하는 일자리 유형은 시간선택제 근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므로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필요하다.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을 위한 전문직종의 단시간 근로모델을 개발 및 보급하여 전문인력 양성, 기업의 단시간 근로자 활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무엇보다도 단순히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아니라 임금과 복리후생이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간선택제 컨설팅을 실시하여 의식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며, 시간선택제가 가능한 직무분석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셋째, 취업역량 강화와 기업 요구에 적합한 여성인력을 발굴하기 위해 광역본부 및 새일센터를 통해 교육·상담·취업 등 맞춤형 직업훈련에서 안정된 취업지원까지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여성의 경력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력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며, 여성인력들이 고숙련, 고임금의 전문분야로 더 많이 진입하고 지속적인 경력 관리 및 개발을 할 수 있도록 경북 차원에서 경력관리 지원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아울러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환경을 만듦으로써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고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2014-05-30

세월호가 유행이 되는 나라

▲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교사라는 죄목으로 침묵을 지키며 산 지 한 달이 넘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교사와 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그저 열심히 학생들과 생활하며, 매 시간마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살았고, 또 살고 있다. 노란 리본의 뜻이 꼭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 가급적 모임도 줄였다. 그러다 얼마 전 어쩔 수 없이 참석한 모임에서 너무도 기막힌 소리를 들었다. 옆 테이블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에 들고 있던 컵을 놓쳤다. “세월호도 이제 유행이 지났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금세 머릿속은 온통 그 말로 가득 찼다. `세월호가 유행이 지났다`, `세월호가 유행이 지났다` 참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이 어디 있을까. 세월호가 유행이 되는 게 이 나라라는 생각에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국가개조라는 말이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그런데 세상은 정말 그랬다. 큰 네거리마다 내걸렸던 세월호 현수막은 선거 현수막에 자리를 내줬다. 사람들은 세월호의 안타까운 이야기 대신 선거 이야기에 바쁘다. 영원히 식을 것 같지 않던 세월호 추모 열기는 인정하고 쉽지 않지만 식어가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의 한 아버지께서 그토록 부탁하던 “우리 아이들을 제발 잊지 말아 주세요”라던 울부짖음은 선거 홍보 차량이 틀어 놓은 공해(公害) 같은 유세 잡음에 묻혀버렸다.과연 이러거도 국가개조가 가능할까. 대통령의 눈물 성분을 분석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다. 대통령 담화문을 해체하여 담화문에 사용된 단어의 빈도를 분석하여 진정성이 있네 없네를 따지는 게 대한민국이다. 과연 이 나라에 진정성이 존재하기나 할까. 도대체 뭔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학생들에게 이 나라에 대해 무엇을 가르쳐야 한단 말인가.“세월호는 복원력을 잃었지만, 대한민국은 복원력을 잃어서는 안된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고개가 몇 번이고 끄덕여졌지만 씁쓸함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뭔지. 복원력이라는 말이 하도 강하게 기억에 남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복원력(stability, Restoring force, 原力)이란 선박이 외부의 힘에 의하여 어떤 방향으로 기울어지려고 할 때, 그 외부의 힘에 대항해 기울어지지 않으려고 하거나 기울어지게 한 원인을 제거했을 경우에 원래의 위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선박항해용어사전, 한국해양대학교)`, `외부 힘에 대항`하는 힘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수많은 외침들 속에서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견디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견디고 견뎠기에 우리는 `원래의 위치 상태`로 돌아 올 수 있었다. IMF가 그랬고, 한국전쟁, 일제 강점기가 그랬다.그런데 궁금해졌다. 우리가 그토록 지켜내고자 했던, 또 지키고자 하는 그 `원래(原來)`가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원래(原來)?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봐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누군가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물어본다면 과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근데 분명한 건 지금의 대한민국은 오염 왕국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오염된 종교! 오염된 문화! 오염된 정신! 그렇지 않고서야 세월호를 유행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망각은 인간 존재의 필수 조건이라고 한다.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이라는 책을 보면 `필요하지 않은 정보와 원하지 않은 기억을 삭제하는 법을 위한 첫 번째 선물`로 망각을 들고 있다. 건강한 망각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아직 저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에는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언론은, 사람들은 벌써 선거로도 모자라 선거 다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바로 월드컵.필자가 학생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람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반성이라고. 반성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과 같은 선진 문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묻고 싶다. 우리는 충분히 반성을 했는지? 벌써 반성을 끝내도 되는지?

2014-05-27

아픔을 예술로 함께 나눠요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좀처럼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국내경기는 국제적인 환경변화와 점점 장기화 되어져 가고 있는 유람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내수부진과 소비심리 하락이 이어져 회복하기 힘든 상태로까지 빠져드는 것 같다. 경제계도 그렇지만 문화예술계는 이제 시장논리를 넘어서서 업종전환을 모색하는 예술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특히 미술계는 교수나 교사의 직업을 가진 소수의 인원을 빼고는 특정한 직업 없이 대학 강의나 창작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거의 모두이다. 이러한 예술인들은 일반인들과는 달리 풍부한 경험과 학문을 통해 시대의 상황에 맞는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 열정적인 고뇌와 작업을 이어가고, 이러한 고민의 흔적들이 작품으로 창작 될 때 스스로의 만족감과 함께 금전적 보상을 받고자 한다.지난 1950~60년대만 하더라도 화가라는 예술가는 퍽이나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직업으로 비춰졌다. 장발머리에 군복외투를 아무렇게나 걸쳐 입고, 하얀 담배연기를 연신 뿜어대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나 술에 취해 칸트와 헤겔의 미학을 논하며 보헤미안을 예찬하던 모습은 자유분방한 예술인 그 자체였다. 하지만 90년대로 접어들면서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찾아온 경기회복과 외국 여행 자유화로 예술인들도 그나마 한시적인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이는 사회 전반적인 경제적 윤택함이 예술계에까지 그 수혜를 줬기에 가능했던 혜택이었다. 그리고 90년대 중반의 IMF와 또 다시 찾아온 장기적인 경제위기는 예술가의 외형적 모습에서부터 사고의 전환까지 많은 변화와 혼동을 안겨다 줬다.예술가라고 칭하는 화가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던 시절부터 있어 왔던 직업이고 앞으로도 인간이 사고하고 살아가는 동안은 분명 존속 될 직업일 것이다. 경제논리에 따라 쉽게 부와 명예를 누리는 예술가들도 있겠지만, 여전히 여유롭지 못한 환경 속에서 원초적인 고민을 미학적으로 표현하고 살아가는 예술가들도 계속 될 것이다. 미술의 근본적인 학문 추구가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재현하는 부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시대적 예술정신을 표출하기 위한 고독한 노력은 그들만의 업보인 양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비록 해결되지 못한 국내의 여러 가지 어려운 사건과 사고들이 산재해 있지만 이제 정신적인 여유를 조금씩 우리들 스스로가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경제적인 윤택함의 추구보다는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 우리의 정신세계를 살찌우기 위해 고뇌하는 예술가들의 시대적 고민을 함께 대화로 나눠 보고,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아름다움의 개념을 한 점의 작품을 통해 나눠 볼 수 있는 시간에 마음의 여유를 투자했으면 한다. 트라우마가 주는 정신적 고통은 결국 인간이 만든 예술로 치유 받고 해결하는 것이 신체와 물리적 고통에서 가장 쉽게 벗어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늘 어렵고 힘든 작업 속에서 인간의 정신적 한계점에서 늘 고민하고 그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켜 내고 있다. 고통 받고 있는 마음을 이제 예술로 치유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예술가들이여, 이제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가슴속에만 묻어 놓지 말고, 예술가들 보다 더욱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에게 마음이 따스하게 녹는 예술로 그들을 안아주자. 이제는 예술가들이 만들어주는 치유의 예술이 아마도 그들의 아픈 가슴과 분노로 가득 찬 마음을 천천히 어루만져 줄 것이다.

2014-05-21

산자연학교 수업 매뉴얼

▲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이야~, 이야~!” 갑작스레 무슨 소리인가 하시는 분들이 많겠다. 혹 세월을 향해 시위하는 소리가 아닌가 하시는 분도 보이고, 종교 탄압을 하지 말라며 농성을 하는 어느 종교 단체를 떠올리는 분도 보이고, 정당 이기주의에 빠진 정치인들의 표 구걸하는 모습에 놀라는 분들의 모습도 보이고, 아무리 큰 것도 너무도 쉽고 빨리 잊어버리는 망각 대국 코리아를 보고 의아해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다시 한 번 들어 보시라. “이야~, 이야~!” 어떤 모습이 보이시는가? 혹 매뉴얼 공화국이 돼가는 뒷북 코리아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으시는지, 아니면 연일 쏟아지는 안전과 관련한 보고 공문에 허덕이는 교사들의 숨넘어가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으시는지, 또 아니면 `긴급`이라는 무서운 수식어를 단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공문에 종소리도 잊고 컴퓨터와 씨름하는 교사들의 맥 빠진 모습이 보이지는 않으시는지? 그런데 모두, 모두 아니다. “이야~, 이야~!”는 지리산에 울려 퍼진 산자연(중)학교 3학년 이창훈 학생의 탄성 소리다.언론이 민망한 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민망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우리 아이들이 뉴스를 볼까봐 마음을 졸이게 되는 요즘이다.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길게 줄을 선 조문객들의 모습과 발 디딜 틈 없는 놀이동산의 모습을 같이 보여주는 언론! 진도의 기상 상황을 제일 먼저 내보낼 때는 언제이고 이제는 진도 이야기를 빼버린 기상보도! 이러니 대한민국 방송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이 될 수밖에.필자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기 싫어 5월 둘째 주에 지리산에서 수업을 했다. 수업 주제는 `세월호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하자`와 `희망은 지지 않는다`.지리산을 아시는 분들은 모두 알 것이다. 힘든 거 싫어하는 요즘 학생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학생들과 몇 번의 지리산 종주 경험이 있는 필자지만, 해가 거듭 될수록 학생들의 참가율은 물론 학생들의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에 산행 결정을 내림에 있어 솔직히 조금은 망설여졌다. 그리고 1박을 해야 하기에 배낭 무게가 만만치 않아 더 걱정이 됐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우(杞憂)였다. 학생들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를, 또 서로를 챙겼다. 지리산은 학생들을 너른 품으로 품어 주었다. 학생들도 기꺼이 지리산과 하나가 됐다. 빠름도 없고, 느림도 없고, 강요도 없는 것이 산이다. 자신의 호흡을 산의 호흡에 맞추는 것이 산행의 기본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오히려 힘들어 하는 건 아이들보다 교사였다.중턱 즈음 올랐을 때 들리는 창훈이의 맑고 청량한 소리! “이야~, 이야~, 정말 좋다” 고개 한 번 못 들고 올라가던 필자는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창훈이가 중간 휴식 지점에서 걸어 온 길을 되돌아보며 환호를 하고 있었다. 황홀에 가까운 그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앞만 보고 뛰어가도 변화하는 세상과 보조를 맞추기 어려운 것이 요즘 세상이라고 늘 학생들에게 주입하던 필자의 모습이 눈물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불현 듯 떠올랐다. `수업 매뉴얼`이라는 말이. 생각해보니 안전과 관련된 매뉴얼은 범람하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수업 매뉴얼`은 없었다. 아마도 무너진 공교육의 수업 장면을 모두 잘 알 것이다. 영혼 없는, 의미 없는 수업에 등 돌린 학생들! 얼마나 더 많은 학생들의 영혼이 죽어야 수업 매뉴얼이 나올지. 그래서 뒷북 코리아에 제안한다. 학생들의 맑은 영혼을 살찌 울 수 있는 수업 매뉴얼을 만들자고.* 수업 매뉴얼 1:학생들을 교과서와 교사의 말에 감금시키지 말자.* 수업 매뉴얼 2:수업 시작하기 전에 왜 이 수업을 해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자.* 수업 매뉴얼 3:학생들이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자.

2014-05-20

지역개발지원법 가결에 바란다

▲ 이동수 대구한의대 교수세월호 침몰의 슬픔속에서 열린 지난 4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정부의 지역개발정책의 근간을 이끌어갈 `지역 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가결됐다. 이 법률은 정부발의인 지역 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901551호)과 의원발의인 낙후심화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의안번호 1904568호)를 제323회 국회(임시회) 제2차 국토교통위원회(4월17일)에서 통합하여 위원회 대안으로 제안해 본회의에서 가결됐다.대안으로 제안된 이유는 첫째, 종전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과 `신발전지역 육성을 위한 투자촉진 특별법`에 분산돼 있는 다양한 지역개발제도를 하나의 `지역개발계획` 및 `지역개발사업계획`으로 통합해 단일화하는 것이었다.둘째, 지역 개발사업의 추진체계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주도로 전환하고, 지역 개발 및 지원에 관한 지역 간, 기관 간 조정 장치를 마련하며, 각종 인·허가 의제, 원형지 개발방식 도입, 입주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국·공유재산 임대료 감면 등을 통해 개발사업 지원을 강화하고자 했다.셋째, 투자선도지구를 지정해 개발밀도 및 건축규제에 대한 특례 등 다양한 지원 조치를 통해 실질적인 지역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넷째, 낙후지역 중 개발수준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열악해 낙후도가 심한 지역을 지역활성화지역으로 지정·지원하고, 특별 회계를 설치하는 등 국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했다.주요 내용은 지역개발에 대한 주체가 시·도지사로 바뀌었다. 또한 기존의 계획권역제도가 폐지되고 지역개발계획을 수립 후 사업구역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가장 특징적인 내용은 기존의 낙후지역 중 개발수준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열악하여 낙후도가 심한 지역에 대해 도지사의 요청을 받아 지역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기반시설 설치·유지 및 보수를 하는 경우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며, 도지사 또는 시장·군수는 개발사업의 시행 또는 지역활성화지역의 투자 촉진을 위한 사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낙후지역발전 특별회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이 법률이 시행될 경우에 기존의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고시된 개발촉진지구, 특정지역, 지역종합개발지구 및 그 사업시행자는 각각 이 법에 따른 지역개발사업구역 및 시행자로 변경된다. 또한 신발전지역 육성을 위한 투자촉진 특별법에 따라 수립되거나 지정·고시된 신발전지역종합발전계획, 신발전지역발전촉진지구와 신발전지역투자촉진지구 및 그 사업시행자는 각각 이 법에 따른 지역개발계획, 지역개발사업구역 및 시행자로 함께 변경되게 됐다.그러므로 경상북도에 지정된 개발촉진지구, 특정지역, 신발전지역 등 경상북도 전체 면적의 30% 정도가 새로이 제정된 법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또한 이 법률은 지역개발사업구역의 지정 등 지역개발사업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시·도에 지역개발조정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또 지역개발사업구역과 투자선도지구에 관한 지역개발 업무를 지원하며, 지역개발조정위원회의 운영을 지원하기 위하여 해당 시·도에 지역개발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실천력을 높이려 했다.향후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많은 내용을 위임하고 있어 다양한 세부내용이 체워져야 하겠지만 일단 지역개발을 위한 법률적 기초는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지역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지원 재원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특히 낙후지역이 지역활성화지역의 경우에 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가 낙후지역특별회계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지원에 대한 조항도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로 표현되고 있어 낙후지역의 개발에 대한 정부의 책무를 피해가는 여지가 있다.최소한 중앙정부는 낙후지역을 발전시키지 위해서는 중앙정부 단위의 특별회계는 아니더라도 낙후지역발전기금을 만들어 지원과 저리융자를 해야 낙후지역에 투자가 촉진되고 지역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201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