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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진정한 예술인을 위한 복지법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한국 근대미술사에 있어 박수근과 함께 양대 거목으로 잘 알려진 이중섭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가족들과 함께 원산에서 부산을 거쳐 제주도로 피난을 내려갔다. 1년 남짓 제주에 머무는 동안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아내 마사코와 두 아들을 일본의 처가댁으로 보내고 이중섭은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펼쳤다. 1955년 미도파 화랑 개인전에 이어 대구 USIS에서도 개인전을 가졌지만 그림을 사주는 이는 그리 많지가 않아 늘 궁핍한 생활을 이어 가야했다. 예술가로서의 깊은 좌절과 자괴감으로 부두노동과 같은 허드렛일을 하며 목숨을 연명했지만 극도의 영양실조와 간염을 이겨내지 못하고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이중섭과 같은 비운의 화가를 한명 더 꼽으라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서양화가 나혜석을 떠올리게 된다. 수원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일본 유학을 통해 미술을 배우고, 개인전과 조선미술전람회에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긴 나혜석은 우리나라 신여성 1호이며 여권운동가로 유명했다.하지만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로 인해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외면 받고, 사회로부터는 비난과 조소를 들으며 심신이 병들어 갔다. 그리고 말년에는 불가에 귀의하지는 않았지만 수덕사에서 승려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약해진 심신을 지켜내지 못하고 어느 겨울날 거리에서 행려병자로 외로운 죽음을 맞는다.동·서양을 막론하고 화려한 예술작품 뒤에는 어둡고 힘든 창작환경과 어려운 예술가의 삶이 항상 숨겨져 있다. 마치 화려한 무대 뒤의 숨겨진 어수선한 대기실과 아름다운 그림의 뒷면과도 같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과거 예술가들은 이러한 삶을 운명처럼 여기고 마치 예술가들은 인간이 누려야 할 풍요로운 삶의 질과는 무관한 사람처럼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하지만 며칠 전 반가운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우리나라의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박근혜 정부 4대 국정기조의 하나인 `문화융성`이 본격적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설립과 함께 예술인들의 사회보장과 직업안정, 창작활동 지원 등 예술인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개발될 예정이란다.지난해 정부는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내에 인문정신문화과를 신설하고 인문·정신문화 진흥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저소득 예술인들에 대한 산재보험료 국고지원비율을 작년 30%에서 50%로 확대하고 표준계약서를 체결한 예술인과 사업주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및 고용보험료의 50%를 지원키로 했다.이러한 정책들이 한눈에 쉽게 들어오지는 않는다. 좀더 쉽게 말하면 지난해 예술인들에게도 실업수당에 준하는 창작지원금을 5개월간 월 60만원씩 1천831명에게 지원했으며 예술인 직업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3천768명에게 지원했다. 그리고 올해에도 이러한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올해 예술인 복지예산은 전년대비 38.5% 늘어난 약 200억원이 투입된다는 것이다.이제는 이중섭과 나혜석과 같이 `예술가의 삶`은 곧 `비운의 삶`이라는 말이 적어도 문화융성을 이끌어 나가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기대하며 문화가 있는 윤택한 삶을 꿈꿔본다.

2014-03-19

작은 학교 큰 교육, 밥과 법

▲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비가 참 많이도 오는 날이다. 필자는 역시 학생들과 학교 도서관에 있다. 지금은 수요일 밤 9시가 훌쩍 지난 시간. 이번 주부터 주제가 있는 반딧불 도서관이 시작된다. 첫 번째 주제는 시 한 편 이상 외우고, 외운 시에 대해 설명하기. 인문학이 죽은 스마트 시대에 시 외우기가 말이 되느냐고 하겠지만 자연을 닮은 학생들이 있는 산자연학교에서는 가능하다. 도서관은 항상 조용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지금 이곳의 모습을 보면 낯섦을 넘어 화가 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한 무리의 학생들이 도서관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자연학교 도서관은 침묵의 공간이 아니다. 학생들은 성실히 반딧불 도서관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또래 학생들이 학원이나 공부방에서 일방적으로 죽은 지식을 주입받고 있을 시간, 산자연학교 학생들은 비록 작은 도서관이지만 서가를 순례하며 스스로 지혜를 습득하고 있다. 자신이 외울 시를 찾고, 시의 의미를 생각하는 학생들은 이미 대문호(大文豪)들이다. 비록 시집이 많지 않아 필자의 차에 있는 책까지 가져와야했지만 학생들은 시인들이 직접 사인(sign)한 책을 신기해하며 빗소리가 묻힐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그 소리는 마치 누군가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듯했다. 그 누군가가 필자인 듯해서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잠시 도서관을 나오는 필자 뒤로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도대체 공부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말들이 계속 따라 왔다.학생들의 시 외우는 소리가 빗소리 같았다. 마른 대지를 적셔 주는 봄비, 그래서 수많은 생명을 깨우는 봄비. 지금 읽고, 외우는 시들이 우리 학생들의 메말라 버린 마음을 적셔 주어, 잠자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과 꿈을 깨워주길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도 줄탁동시(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됨을 의미함)와 같은 교육이 꼭 이뤄지길 기원했다.필자의 이런 생각에 추임새를 넣어주기라도 하듯 어디선가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 아직 겨울옷을 벗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개구리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절기가 무엇인지를 떠올리려고 할 때 다시 들리는 개구리 소리. 소리를 찾아 두리번거릴 때 청개구리 한 마리가 도서관을 향해 느림보 점프로 가고 있었다. 늦은 밤 아이들의 시 외우는 소리를 빛 삼아 도서관을 찾은 개구리! 아이들과 같이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잘 알지만, 혹 아이들에게 방해될까봐 어둠 속으로 놓아주었다. 마음에 드는 시 한 줄을 물고 가는 개구리를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필자는 깨달았다. 아이들의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한 시간도 안 돼 현우가 시 한편을 외웠다.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낭송 했다. (대구에서 전학 온 정현우 학생은 산자연학교 학생회장이다) 봄비가 세차게 장단을 맞춰 주었고, 아이들은 저마다 희망의 나이테를 마음 깊이 새겼다.`밥이 있다 / 법이 있다 // 밥 속에 법이 있고 / 법 속에 밥이 있다 // 밥이 법을 먹으면 콩밥이 되고 / 법이 밥을 먹으면 합법이 된다 // 밥이 법이다 / 법이 밥이다`(김용화 `밥과 법`)현우가 묻는다. “선생님, 중학교는 의무교육 아닌가요?”, “맞다”, “그런데 왜 우리는 많은 돈을 내고 학교에 다녀야 해요?”, “…”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얼마 전 교육청에서 온 컨설팅 결과 공문을 그대로 말해줄까 생각하다 차마 말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필자를 위로하듯 아이들은 더 소리 높여 시를 외웠다. 언제 다시 왔는지 개구리도 아이들에게 힘을 보태 줬다. 교육 복지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길!

2014-03-18

6·4 지방선거 기초단체장의 요건과 선택기준

▲ 이동수 대구한의대 교수지금 전국은 오는 6월4일 있을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몰입되고 있다. 광역단체장, 광역의회의원, 기초자치단체장, 기초의회의원을 모두 동시에 선출하는 4대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많은 후보들이 출마하고 각자의 공약을 제시하며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하고 발전시키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벌써 일부지역에서는 과열 양상까지 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에는 매우 열기가 뜨겁게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러한 기초자치단체장의 선거로 인해 지역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인구가 적고, 이주민 보다 오랜 기간 동안 거주해온 즉, 전통 있는 지역일수록 선거로 인하 갈등은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선거가 끝난 뒤 고소, 고발 등 법정다툼과 함께 지인들 사이에도 누구의 편이였나는 등 민심이 흉흉해지는 경우가 있다.간혹 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하는 사람들 중에 자치단체장이 목표인 사람들이 있다. 자치단체장은 지역을 발전시킬 능력과 비전이 있는 사람이 지역을 위해서 노력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산물이어야 한다. 그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바람직한 기초자치단체장이 갖춰야할 요건은 6가지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요건은 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헌신성이 필요하다. 때문에가 아니라 불구하고도 하여야만 하는 헌신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둘째 요건은 지역 내부 또는 외부와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력적 의사결정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소통능력이라 할 수 있다.셋째 요건으로는 지역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략성이 필요하다. 또한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넷째 요건인 과업지향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과업지향성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과 자원동원 등 목표달성을 위한 열정과 전략이 해당된다.다섯째 요건으로는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정치적 이슈 및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지역의 발전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있는 미래지향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자치단체장은 선장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방향성을 제시가 필요하다. 이러한 미래지향성은 순발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마지막 요건으로는 지역을 책임지는 자치단체장으로서 각종 제약과 공공 및 관련 기관의 복합적인 제한을 넘어 설수 있는 업무능력이 필요하고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경영능력이 필요하다.이러한 여섯 가지의 요건에 대하여 후보자들은 누구나 본인이 적임자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모두를 갖춘 후보자를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그렇다면 유권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여섯 요건 중에서 가중을 두어 판단하면 후보자를 선택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지역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유권자들은 전략성과 과업지향성에 가중을 두어서 판단하면 된다.지역의 화합과 사회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유권자들은 헌신성과 협력적 의사결정 능력에 가중을 둔다면 선택은 쉬워 질 것이다.지역의 장기적 변화를 기대하는 유권자라면 미래지향성과 경영능력에 초점을 둔다면 선택은 분명해질 것이다.이번 6월4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결국 판단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유권자들이 분명해져야 후보자들도 분명해진다. 유권자가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후보자에게 투표할 경우에 이렇게 당선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결국 시장·군수가 목표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지방자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장은 지역을 위한 봉사와 헌신하는 중에 더 많은 일을 위해 주어지는 산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2014-03-17

포항이 벤처기업의 요람이 되려면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시니어 이코노미스트최근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한동대학교와 다양한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통해 창조경제 실현을 지원하고 새로운 청년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이 단순한 씨앗(seeds) 상태의 아이디어가 연구개발을 거쳐 창업으로 이어지고 그 제품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나 `다윈의 바다`라는 큰 장벽을 넘어야만 한다. 또한 수많은 곤경을 헤쳐 살아남은 좋은 아이템을 지닌 벤처기업이라도 대부분 생존자체에 급급하기 십상이며 성공사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벤처기업들의 성공신화를 살펴보면 모두가 풍부한 자금만 있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자금부족문제가 실패요인의 하나로 언급될 수는 있겠지만 풍부한 자금이 성공의 절대적 충분조건은 아니다. 벤처기업의 성공여부는 최초의 씨앗상태에서 이미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실시했던 포항시 지역산업연관표를 이용한 가치사슬분석 결과에 따르면 포항경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문은 당연히 철강과 이와 관련되는 운수, 건설부문이 1~3위를 차지했지만 연구개발(RD) 부문이 4위로 나타난 것은 의외였다. 게다가 포항시 연구개발부문의 외부확산효과(spillover effect) 분석에서는 포항과 16개 광역자치단체를 합한 17개 지역중 포항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다른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플러스의 효과를 많이 주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더욱 주목해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포항에 이와 같은 우수한 연구개발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포항에서는 내놓을 만한 벤처기업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연구자의 입장에서 지적 호기심의 충족을 위해 씨앗을 개발하거나, 가치 있는 작물로 성장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씨앗이므로 무조건 키워보기 위해 충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한다. 포항의 대학, 연구소 등에는 수많은 씨앗들이 있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포항에 씨앗이 많다거나 많은 씨앗을 만들 능력이 있다고 자랑하는데 그쳐서는 아니 된다. 아예 처음부터 시장친화적인 씨앗을 개발해 나가거나 기존의 씨앗들을 시장수요에 맞게 개량해 나가야만 한다.다시 말해 포항의 연구개발기관에서 철저하게 시장의 수요를 파악한 후 이에 부응하는 종묘(시장맞춤형 씨앗)를 개발 또는 개량(연구개발)하고 이를 시험 재배할 비닐하우스를 포항에 설치(벤처기업 창업)한 다음 재배방법을 습득(인큐베이팅)해 나가면서 시장에 출하함으로써 자율적 성장메커니즘을 구축해야만 한다.그래야만 지역의 연구개발 성과인 씨앗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씨앗을 만든 우수인력이 지역에 자리 잡아 또 다른 젊은 인재들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포항에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클러스터가 만들어질 수 있는 최고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먼저 포항의 다양한 연구개발기관들은 홀로서기 보다는 지역 철강기업은 물론 서비스, 문화예술, 해양관광 등 다양한 분야와 긴밀한 연대 교류와 상호 협력을 해나가야만 한다. 또한 그 책임을 연구개발기관만 맡아서는 아니 된다. 지역의 기업, 소상공인, 전통시장, 정보통신 등 모든 산업이나 정부,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생활공간에는 시장의 수요가 반영된 수많은 제품들로 넘친다. 이러한 경제주체들의 다양한 활동에서는 수시로 비효율적이거나 개선이 필요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것들은 모두 창업아이템이 될 수 있다. 포항의 모든 경제주체들은 이러한 연구개발 과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내의 대학, 연구기관 등에 알려 씨앗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포항을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만드는 것은 특정 소수의 힘만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연구개발기관은 지역사회와 더욱 밀접한 협조관계를 이루면서 시장을 깊이 이해해 나가야할 것이며, 포항의 모든 경제주체들은 이들 연구개발기관의 문을 더욱 적극적으로 두드려야만 한다.

2014-03-13

예술가의 자존심과 관객의 소통

▲ 김태곤 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며칠전 서울에 출장을 간 김에 덕수궁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 근·현대미술 100선`을 관람했다. 주말이면 미술관이 매우 복잡하니 가급적 평일에 방문해 달라는 담당 큐레이터의 조언을 무시하듯 일요일 점심에 맞춰 찾은 미술관은 과히 그 명성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가족과 연인 등 다양한 부류의 관객들이 미술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필자는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는 버릇 중 별난 게 하나 있다. 그건 전시장에 걸려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만큼이나 감상자의 모습과 관람태도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 근·현대 명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행운과 함께 다양한 모습의 관객들을 만나는 재미는 대형 전시회의 또 다른 묘미다.한국인의 기상이 고스란히 표현되어져 있는 이중섭의 `흰 소`와 함께 달구지에 그의 가족들이 모두 올라 탄 모습을 표현한 `길 떠나는 가족`이라는 작품은 이중섭을 대표하는 그림인 만큼 관객들의 반응 또한 제 각각이었다.호탕했던 작가의 모습을 그의 작품과 관객의 얼굴에서 다시 한번 찾아 볼 수 있었다. 고흐나 고갱처럼 길지 않았던 이중섭의 삶은 세상과의 불화와 생활고가 주는 고통으로 순탄치 않은 생애로 마무리 됐지만, 그에게 `명작`이라는 불후의 자식을 낳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무엇보다 예술가로서의 자존심 즉 자아 존중감의 욕구가 강했기 때문에 이룩할 수 있었다고 본다.미국의 심리학자 아브라함 머슬로우는`인간의 욕구`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였으며 그 중 자아 존중감의 욕구(Self-Esteem Needs)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자아존중감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갖게 되는 자아존중감과 스스로 자기를 높게 생각하는 자아존중감이 있다. 다른 사람이 존중해 주기 때문에 갖게 되는 자아존중감에는 명성, 존중, 지위, 평판, 위신, 사회적인 성과 등에 기초를 두는데, 이는 쉽게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높게 생각하는 자아존중감을 지닌 사람은 내적으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므로 자신에 대한 안정감과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이러한 현상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과 예술 활동에 대한 만족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예술가들에게는 가장 우선시 되는 욕구 중 하나이다.다양한 경험과 예술적 가치가 담겨지지 못한 작품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지만, 자기만족에 의해 이뤄 낸 창의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 앞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자신감을 내세우는 것이 `예술가의 자존심`이다.가난과 궁핍함이 늘 따라 다녀도 자기 스스로의 작품세계에 대한 만족감과 자긍심 없다면 예술가로 존재하기란 힘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을 위대하게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는 위대한 예술가만큼이나 예술의 감상하고 이해하려는 관객들의 욕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감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현대미술은 예술가의 자존심과 예술가의 삶을 파고드는 관객과의 소통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그 가치 또한 큰 변화를 낳을 수 있다.이것이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예술의 새로운 욕구인 셈이다.

2014-03-12

작은 학교 큰 교육, 그리고 신인섭!

▲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학교를 옮긴지 한 주가 지났다. 지인의 말을 빌리면 산자연학교 선생으로 입학한지 정확하게 한 주가 지났다. 여러 번 학교를 옮기면서 처음은 언제나 낯설었지만, 설렘과 기대가 있기에 두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낯섦이 좀 두려웠다. 그러나 필자에겐 필자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권영주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지인들이 있기에 두려움과 망설임은 곧 도전과 희망이 됐다.산자연학교가 있는 이 곳엔 그 흔한 pc방 하나 없다. pc방은커녕 작은 슈퍼도 없다. 학생들은 일요일 기숙사에 들어오면 스마트 폰을 스스로 낸다. 마치 소도처럼 빠르고, 화려하고, 방부제에 절어진 것들은 모두 출입금지다. 시간이 정직한 이곳은 밤을 잠 못 들게 하는 네온사인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도시 별빛이 흐린 이유는 밤을 방해 받았기 때문이라는 걸 이곳에 와서야 알았다.이 글의 초고를 쓰고 있는 곳은 산자연학교 도서관, 시간은 밤 9시! `늦은 시간까지 도서관에서 뭐하지?`라고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겠다. 그리고 밀린 일 때문이라고 단정지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 시간, 산자연학교 전교생은 학교도서관에 모였다. 이 곳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수학 문제를 토의하고, 이번에 새끼를 낳은 학교 토끼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의견이 나뉜 수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 9시에 수학 선생님을 모시고 설명을 듣는다. 무슨 이상적인 교육 영화를 찍고 있냐고 하겠지만,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서울, 경기, 충북, 부산 등 전국에서 모인 산자연학교 학생들의 2014년 3월 6일 목요일 밤 9시의 실제 모습이다. 다른 아이들이 스마트 폰에 빠져 자신들의 영혼을 잃어가고 있을 때, 산자연학교 학생들은 자연의 품에서 자연을 닮은 영혼을 키우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과 무거운 책가방에 가위눌려 하늘 한 번 제대로 못 올려다 볼 때 산자연학교 학생들은 하늘을 그리며, 별과 이야기를 한다. 산자연학교의 아침은 언제나 스스로 시작된다. 아이들을 깨우는 어머니의 짜증섞인 소리는 없다.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먹는 아침은 더 말이 안 된다. 감사할 줄 아는 산자연학교 학생들은 자신이 먹은 그릇은 자신이 씻는다.학교의 세대를 구분지울 때 종소리가 하나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날로그 종소리와 디지털 종소리! 필자는 두 종소리를 다 경험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필자는 국민학교 저학년까지 선생님들이 직접 치시는 종소리를 들으며 공부를 시작하고 마쳤다. 현관 중간에 걸린 종은 고학년들에겐 제일 큰 장난감이었다. 종을 치는 선배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국민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현관의 종소리 대신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세련된 종소리를 들었어야 했다. 그 때의 서운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비록 단순했지만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아날로그 종소리를 필자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런데 그 종을 30년 만에 산자연학교에서 다시 만났다.이 글을 쓰는 내내 필자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인섭이가 뭐하냐고 묻는다. 그래서 너희들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하니까 그럼 마지막은 자신이 쓰겠다고 한다. 그래서 기꺼이 그러라고 했다. 신인섭은 대전에서 온 학생으로 중학교 2학년이다.“우리들은 남들 다하는 공부도 못하고, 남들이 유치하다고 하고, 보잘 것 없다고 하는 거에 웃고 떠들고 화내고 싸우며 하루를, 그리고 일주일을 보냅니다. 남들이 보기엔 시간 낭비, 돈 낭비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적어도 커서 쓸 데 없는 어려운 교과목을 배우는 시간에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며 추억을 쌓는 것이 정말 큰 인생의 변환점이 될 거라는 것을 잘 압니다”비록 일주일밖에 안 지났지만, 필자는 산자연학교 교사로 입학 것이 너무 행복하다. 이제야 교육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2014-03-11

메달보다 소중한 땀과 눈물의 진정한 가치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일반인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경기를 관람하며 즐기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정당당한 승부에서 얻게 되는 결과와 함께 그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드라마틱한 재미를 생생하게 맛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와 대결해야 하는 경우 실력과 함께 경기운영방식의 경험이 주는 노련함이 얼마나 뛰어 나느냐에 따라 승패가 뒤집히기도 하고, 기록경쟁에서는 잠재돼 있는 자기의 능력을 얼마큼 발휘 하느냐에 따라 예상치 못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건 스포츠 경기의 또 다른 묘미와 재미이다.지난달 7일부터 러시아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은 어느 대회보다 스포츠가 주는 재미와 교훈을 우리들에게 한 아름 안겨줬던 대회였다.매 대회 때마다 메달을 도맡아 놓은 듯 당연시 했던 쇼트트랙 선수들의 부진과 그동안 화려한 메달 뒤에 숨겨져 있던 연맹과 지도층의 부조리들이 하나둘씩 들춰지면서 쇼트트랙의 진정한 재미를 반감시켜 버리기도 했다. 과거 우리의 메달밭이던 쇼트트랙이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나질 못하면서 급기야 지난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 선수의 화려한 부활을 물끄러미 바라만 봐야 했던 우리들에겐 씁쓸함과 함께 삶의 또 다른 이치와 삶의 소중한 교훈을 깨닫게 해 줬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수많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의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얻기도 하지만 때로는 실패가 주는 뼈아픈 좌절감을 맛보기도 한다. 어렵게 이룩한 목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그 성공을 지키며 보다 높은 목표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스포츠 정신은 목표를 위한 도전과 그 과정에서 흘리는 땀방울의 소중함을 진정한 가치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을 통해 얻어지는 승리의 기쁨도 중요하지만, 승리의 영광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관심 또한 더욱 소중한 가치인 것이다. 과연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하는 노력에 비해, 어렵게 얻은 승리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은 과연 얼마나 지속해 오고 있는지 반문 해 봐야 할 것이다.금메달과 1등만이 인정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닌 은메달과 동메달 그리고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금메달을 향해 도전정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스포츠맨들의 삶과 정신을 이해하고 존경할 줄 아는 국가적 공감대가 진정으로 형성될 수 있다면, 안현수 처럼 성공을 위해 조국에 등을 돌리는 선수는 더 이상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 성적 13위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과 메달을 안겨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스포츠의 메달가치 만큼이나 우리국민들에게 소중한 교훈을 전해 주고 있다. 그것은 심판판정 논란으로 바뀌어 버린 김연아 선수의 은메달과 상대선수의 실수로 넘어졌지만 실수도 실력이라며 동메달 수상소감을 밝힌 박승희 선수의 억울함이 아니라 비인기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소치의 밤하늘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기에 이번 올림픽의 감동은 더욱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화려한 금메달도 물론 아름답고 좋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정정당당하게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로써 격려해주고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이 함께 모아진다면 4년 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또 한번 각본 없는 드라마의 진한 감동을 만끽해 볼 수 있을 것이다.소치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여러분 그동안 수고 참 많이 하셨습니다. 대한민국은 국가대표 선수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2014-03-05

물오름달

▲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3월 들자 학교마다 만국기마냥 현수막이 내걸렸다. “진심으로 입학을 축하합니다.” 길게는 12년에서 8년을, 짧게는 3년을 기다린 입학. 마음속에 설렘 가득한 희망 풍선을 품고 교문을 들어서는 걸음걸음마다 봄꽃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두 모두 아름다운 결실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결실들이 풍선을 타고 이 사회 어두운 곳으로 날아가 환한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3월을 물오름달이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물 + 오름 = 달(月)`이다. 지금 산과 들에 나가보면 이 말의 의미가 눈으로, 마음으로 확 와 닿을 것이다. 여기서 `물`이란 바로 생명이고, 희망이고, 꿈이다. 산수유는 가지마다 노란 희망을 밀어 올렸고, 경쟁하듯 매화는 만개할 준비를 마쳤다. 산과 들엔 겨울을 이겨낸 봄나물들이 푸른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위로 곧 산수유와 매화, 목련, 개나리가 화려한 봄 수채화를 그릴 것이다. 봄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과 아이들은 분명 하나다.필자가 있는 학교는 입학식을 3월 2일 일요일에 했다. 학생 모집 단위가 전국이라 서울, 경기도, 부산 등 원거리에 있는 학부모님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입학식 내내 가슴 한 편이 아렸다. 그리고 이 사회가 너무 축하의 기분에 빠져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잊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과거에 빠져 현재를 놓치고 미래까지 망치는 일이 허다하니까. 그런데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쉽게 잊는 것에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것 같다. 과거를 망각함으로써 미쳐가고 있는 이웃 나라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에 빠져 살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대한민국 언론을 흔히 냄비에 비유 하곤 한다. 쉽게 끓었다가 더 쉽게 식어버리는 냄비의 특성을 아는 독자들은 분명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최근 들어 냄비의 쓰임이 참 많아졌다. 냄비 언론, 냄비 정치 등. 냄비와 교육이 결합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냄비의 수식력은 교육이라고, 또 대한민국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냄비 교육, 냄비 대한민국!식생활문화가 변하면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이들은 아직도 가마솥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모두들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비록 힘든 시절이었지만, 오히려 그때가 더 살기 좋았다`고 한다. 이런 역설이 가능한 이유는 뭘까. 아마도 그건 가마솥에는 가족이 있고, 사랑이 있고, 정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가마솥이 사라지면서 가족도, 사랑도, 정도 모두 냄비에게 빼앗겨 버렸다.지난주까지만 해도 모든 언론의 일면은 신입생 환영회에서 뜻하지 않은 참사를 당한 부산외대 학생들 이야기로 도배됐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일면에는 그런 기사가 없다. 언론도 언론이지만 학교 또한 마찬가지다. 입학식에서 경주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학교가 과연 몇 곳이나 될까? 우리는 꽃 한 번 제대로 피워보지 못하고 저버린 희생자들과 이제 한 평생 입학과 졸업 시즌만 되면 마음에 묻은 자녀 생각에 통곡할 유가족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또 입학생들과 재학생들은 “내가 무의미하게 보낸 오늘이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라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 분 일 초도 절대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참 스승에게 참 교육을 받을 준비, 감사와 나눔을 배울 준비, 꿈과 희망을 찾을 준비!”가 다 된 듯하다. 과연 학교는, 교사 아니 쌤들은 준비가 됐는지 묻고 싶다. 그냥 형식적으로 현수막만 내 걸고 모든 준비가 됐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어떻게 되었던 시간만 가면 월급이 나오니까 좀 더 수월한 업무를 맡기를, 아주 말 잘 듣는 학생을 만나기를 바라고만 있는 건 아닌가. 아마도 그럴 것 같다.죄스러운 마음으로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부산외대 학생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4-03-04

도로명 주소가 불편하다는데

▲ 박창원 청하중 교장올 1월1일부터 주소 체계가 바뀌어 이른바 `도로명 주소` 시대가 열렸다. 1월초에 필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어떤 단체의 회원 200여명에게 신년 인사장을 보내면서 기존의 지번 주소를 일일이 도로명 주소로 바꾸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인터넷 새주소 검색창에 옛 주소를 넣어 일일이 새 주소를 검색해 적어야 했다. 1월 중순에는 또 다른 행사를 기획하면서 약 300명에게 초청장을 보낼 일이 있었는데 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다행히 검색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쉽게 바꿀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필자만 한 게 아닐 것이다. 도로명 주소 시대가 열리자 기존의 지번 주소에 길들여져 있던 많은 사람들은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잘 쓰고 있는 멀쩡한 주소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바꾸고는 국민들을 불편하게 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어떤 사람은 정부의 홍보가 부족했다는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가면 도로명 주소 없이도 가능한데, 뭣 때문에 주소 체계를 바꿔 혼란스럽게 하느냐고 불평을 하는 이도 있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가 속한 필지에 중심점을 찍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편리한 도구임에 틀림 없지만 정확한 출입구를 찾아주진 못한다. 큰 건물은 예외지만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정확하게 찾기 어렵다. 내비게이션은 복잡한 지번 주소를 쉽게 찾아주는 IT 기술일 뿐이지 결코 국가의 기본 시스템이 아니지 않는가. 또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아직 반을 넘는다는 문제점도 있다.기존의 지번 주소는 100년 전, 일제가 우리의 토지를 빼앗고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구획한 토지에 번호를 붙인 지번 주소는 나중에 토지분할로 1번지 옆에 50번지가 있는 등 불합리한 점이 많다. 우리는 이 지번 주소를 지난 한 세기 동안 사용해 왔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데, 그 동안 우리만 지번 주소를 사용해 왔다.이번에 새롭게 도입되는 도로명 주소는 `○○대로`, `○○로`, `○○길`로 표시되는 도로의 기점에서부터 20m마다 차례대로 왼쪽에는 홀수, 오른쪽에는 짝수로 건물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도로명 주소는 지번 주소에 비해 처음 찾아가는 곳에서도 자연스럽게 거리 예측이 가능하고 위치 찾기가 수월한 방식이다.당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12년 1월부터 기존의 지번 주소가 폐지되고 도로명 주소가 전면적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번 주소에 익숙해져 있고 도로명 주소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2년간 유예해 이번에 시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홍보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 동안 우리가 무관심했을 뿐이다. 필자의 경우 2012년에 집과 직장의 새 주소를 알아내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머리에 박히는 데는 1년 이상 걸렸다. 휴대전화기 메모장에 적어놓고 필요할 때만 찾아서 적다 보니 자꾸 잊어버려 시간이 많이 걸렸다.도로명 주소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를 운전할 때 줄곧 우측통행을 하다 일본처럼 좌측통행을 하라 하면 얼마나 불편할까. 땅의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인 `평(坪)`을 `제곱미터(㎡)`로 고쳐 쓰기 시작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평`을 못 버리는 것과 같다. 습관 때문이다. 변화는 언제나 불편을 유발한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아주 편리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주소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과 각종 건축물 등이 있는 곳에 대한 위치정보이다. 따라서 누구나 편리하고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새 도로명 주소는 그런 조건을 갖추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이번에 정부가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의욕적으로 도입한 선진국형 도로명 주소가 생활화돼 빠른 시기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협조해야 한다.

2014-03-03

르완다로 간 젊은 의사

▲ 이성홍김천대 교수 지난 1월 중순 대구에 있는 대봉교회에서 아프리카 르완다로 젊은 부부의사를 선교사로 파송했다. 한국에서도 여유롭고 풍족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젊은 의사부부는 왜 르완다로 자원하여 의료 선교사로 떠났을까?아프리카는 아직도 우리에게 미지의 땅이다. 그러나 최근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사건들, 즉 이집트 한국성지순례단의 테러사고 등으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르완다는 20년 전 1994년 4월6일부터 시작된 분쟁인 제노사이드(Genocide)로 잘 알려진 나라다.르완다는 1인당 GNP가 약 300달러인 최빈국 중 하나이다. 르완다 대학살은 1994년에 발생한 투치족과 후투족 간의 종족 분쟁이다. 후투족은 800만에 이르는 르완다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다수 부족이면서 오랜 세월 소수 부족인 투치족(15%)의 지배를 받아 왔다. 특히 1916년 르완다를 식민통치하던 벨기에가 투치족을 우대하고 후투족을 홀대하는 종족 차별정책을 펴면서 골이 더욱 깊어졌다.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1973년 후투족 출신 쥐베날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면서 뒤집혔다. 차별에 시달렸던 후투족이 르완다의 실권을 장악했는데, 1994년 대통령 탑승 비행기 격추 사건으로 후투족은 투치족을 `바퀴벌레를 잡자`며 보이는 대로 살해하기 시작하여 100만명 이상이 살해된 대학살로 이어졌다.이때 의사를 위시한 지도층들은 해외로 탈주했고 국경지역의 미국 선교 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그나마 있는 실정이다.2012년 8월 르완다 의료봉사단을 이끌고 25시간을 날아 르완다에 도착하여 시골에서 3일간 의료 봉사를 할 때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소문을 듣고 수십 리 떨어진 곳에서 새벽부터 걸어와 진료를 받으려는 수백 명의 주민을 다 진료하지 못하고 돌려보낼 때의 그들의 슬픈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다. 하루에 15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하고 나면 의사들은 기진맥진하게 된다. 그리고 한 사람을 진찰하는데 이중 통역을 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이 젊은 의사부부는 이때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멀리서 조금 도와주거나 일시적 의료봉사로는 근본적인 도움을 줄 수가 없어 이들의 진정한 이웃이 되려면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직접 이들 속으로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130여 년 전 조선의 첫 의료선교사로 1884년 9월 이 땅에 온 알렌은 암울하던 시기에 의술과 선교 그리고 교육을 통해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한국 최초의 병원 광혜원(세브란스병원 전신)을 세워 서양의학의 효시가 됐다. 대구 경북에서도 1899년 미국 북장로교에서 파송된 존슨 선교사이 제중원(동산병원 전신)을 설립해 서양의술의 시작이 됐다.조선 개화에 지대한 역할을 한 이들 의료선교사의 노력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된 한 요인이 됐음을 상기한다면 르완다로 떠난 박준범, 백지연 두 부부의사의 결단은 아무리 칭찬한다 한들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월급이나 사례비도 받지 않고 순수한 봉사와 선교만을 목적으로 떠난 것이다. 언어문제, 아이들 교육문제, 재정문제 등 부딪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신앙적인 큰 결단을 통해 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아프리카의 오지 르완다 시골로 떠난 것이다.그곳 시골 병원에서 주민 진료는 물론 의사 재교육과 의대교육을 통해 선진 한국의 의료 기술을 전수하고 교육한다면 그것이 밑거름이 되어 척박한 르완다의 땅에 희망을 싹 틔울 것이다. 이 작은 싹이 자라나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는 그날이 오면 르완다는 평화롭고 발전된 선진국가가 될 것이다.오늘날 돈과 명예와 권력을 탐하는 약삭빠른 기회주의자가 아니라 20세기의 성자 슈바이처나 이태석 신부 같은 분들처럼 진정으로 불쌍한 이웃을 위해 헌신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은 사회가 평화롭고 정의로운 지구촌이 될 것이다.이 글을 쓰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대들이 아름다운 사역이 끝나는 날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나는 기도한다.

2014-02-27

농촌마을 개발은 지역사회에 돌려주자

▲ 이동수 대구한의대 양백지간사업단 실장정부는 WTO, FTA 등 대외개방경제가 확대되면서 농업부문의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존의 농산물 증산을 위한 보조금 중심의 정책에서 농촌중심으로 정책적 변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최근부터는 농림수산식품부의 관제순위에서 농정정책국이 아닌 농촌정책국이 선임국으로 변화했다.정부는 2004년 법률 제7679호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를 근거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대표로하는 수많은 농촌개발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년째 관련 사업에 대해 자문하고 있는 필자 역시도 그 내용이 너무 많아 모두 알지 못하는 정도의 분량이다.권역단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경우 아직까지 MB정부의 포괄보조금제도의 시행에 따라 조금의 변화는 있으나 아직까지도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침, 농촌공사의 대행 등 많은 통제를 받고 있지만 농촌마을 개발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업이다. 특히 시군에서는 권역단위로 이뤄지는 농촌마을개발사업이 시·군별로 작게는 5개 권역에서 많게는 10개 권역이 넘는 수준이다. 소요예산측면에서도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서 3년간 수십억원이 권역당 투입되고 있다.문제는 농촌마을개발사업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권역단위의 사업을 분석해 보면 이러한 사업들이 매뉴얼에 따라 대동소이하게 진행되고 있어 오히려 마을단위의 특성을 획일화 시키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결과는 평온했던 농촌마을에 사업이 시작되면서 추진 주체들간의 갈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추진위원간의 갈등, 권역내 마을간의 주도권 갈등, 시군 담당부서와 대행기관인 농촌공사와의 갈등 등 생각하지 않았던 갈등이 나타나면서 농촌공동체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시설조정 중심의 사업으로 인해 운영단계에서 운영비확보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운영주체와 운영비를 둘러싼 마을주민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나타는 실정이 안타까움을 더한다.앞에서 한 언급의 문제는 결국 공동체 중심의 지역사회성을 무시한채 매뉴얼 중심의 행정적 접근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행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돼서는 안된다. 하지만 지역의 특성과 준비를 기반으로 자율적 추진이 담보된 행정적 접근이 돼야 할 것이다.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문제점 중 첫 번째는 권역단위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결국 농촌의 특성이 공동체와 자연자원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매뉴얼에 의해 소프트웨어사업 얼마, 시설사업 얼마 이렇게 정해진다. 결국 이는 농촌마을의 획일화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농촌마을과 관련된 소프웨어사업 지원기관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두 번째 문제인 갈등의 문제는 농촌지역사회 공동체에 초점을 둔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사업기간을 5년 이상으로 연장하고 2년간의 소프웨어사업 기간을 줘 추진위원 및 마을리더와 주민들에게 사전에 갈등을 예방하고 교육과 합의를 이룰 수 있는 공동학습의 장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마지막 문제인 운영과 관련된 문제는 결국 눈에 보이는 시설을 만들어야만 성과가 나는 것으로 인식하는 우리나라의 개발연대식 인식에서 기인한다. 농촌지역사업의 운영에 우리나라는 새마을운동, 향약 등 역사적으로 공동체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 많이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체제나 지역사회비즈니로 대표되는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협동조합 등 제도적으로는 이미 많은 길이 열려있다. 선정시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결국 농촌마을의 개발에는 농촌공동체의 복원과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제 제도적으로 모두 완비돼 있다. 이제 어떻게 우리 스스로 이것을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이제 지역사회비즈니스로 한 단계 진화해야 할 것이다.

2014-02-26

귤이 탱자가 되고 마는(橘化爲枳) 학교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학교에서 2월은 마중물 달이다. 학년을 마치고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2월. 어떻게 마중물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분명 신학기의 결과도 달라진다. 상수도 시대에 지하수를 끌어 올리는 펌프 이야기를 한다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소통이 부재한 시대에 마중물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소통의 부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또 어느 특정 집단만의 일도 아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정치와 교육계다. 일방통행뿐인 정치권은 유치한 편 가르기 싸움에 빠져 우리 땅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를 얼마나 얕잡아 보았으면 일본은 조금의 미안함도 없이 연일 광(狂)적인 이야기를 쏟아낼까. 하지만 국회에선 큰소리를 잘만 치던 국회의원 중 그 어느 누구도 일본을 향해 제대로 된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막말과 막가파식 행동에 맞서 싸우는 건 초등학생을 포함한 시민들이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마중물은 역시 국민이다. 어떻게 국회만 들어가면 사람들이 돌변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국회가 사람을 바꾸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국회를 바꾸는 것인지를 생각하다 떠오른 것이 바로 “귤화위지(橘化爲枳)”다.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초나라 임금이 제나라 명재상 안영을 놀려주려고 그의 앞에서 한 죄인을 불러 놓고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는 모양이군요” 그러자 안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강의 남쪽에 있던 귤을 강의 북쪽으로 옮기면 탱자가 되고 마는 것은 토질 때문입니다. 저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도둑질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초나라로 와서 도둑질을 한 것을 보면 초나라의 풍토가 좋지 않은가 하옵니다”-`안자춘추(晏子春秋)`귤이 탱자가 되는 곳이 국회 말고 또 있다. 바로 학교다. 학부모들은 귤을 넘어 한라봉, 천혜향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니면 굳이 천혜향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향을 지닌 귤로 자라길 바라면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다. 그런데 교육 현실은 어떤가. 분명 집에서는 귀한 귤과 같은 학생들이었는데, 학교에만 가면 대부분이 탱자가 되고 만다. 아니 탱자조차 못 되는 학생들이 더 많다. 그들 중 일부는 탱자나무의 가시가 돼 잔인하고 무서운 방법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왜 학교에만 가면 귤이 탱자로, 또 무서운 탱자나무 가시로 변할까. 사회가 발전하고, 그 발전에 탄력을 줄 많은 시스템들이 각 분야에서 개발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할 성공을 거두었으며 성공 신화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 나라 교육은 사회 발전 정도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교육은 더 황폐화 되고 있으니 문제는 문제다. 인성교육, 자유학기제 등 최근 쏟아지고 있는 수많은 교육 제도들만 봐도 우리 교육이 지닌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이라 불리는 일명 “선행학습 금지법”이라는 것까지 나왔으니 할 말 다했다. 자생력을 잃은 교육은 이제 법이 아니면 안 되는 살벌한 곳이 돼 버렸다.분명 새로운 교육을 위한 마중물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녹이 가득한 구정물만 나오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마약보다 더 중독이 강한 `성적`때문이다. 대한민국 교육은 `성적의, 성적에 의한, 성적을 위한` 교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나라 교육에서 학생들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다만 성적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쌤들에게 주눅이 든 탱자들만 있다.다음 주면 신학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예전과 비슷한 교육 시스템에, 학생들을 탱자로 만들어 놓고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는 뻔뻔한 쌤들이 그대로 있는 한 올 해 교육도 참 그렇고 그럴 것 같다. 언제 우리 교육계엔 귤을 천혜향으로 길러낼 신선한 대통물이 콸콸 넘칠까. 성적의 노예가 된 이 나라 국민들을 구원할 교육의 메시아가 속히 강림하시길 바랄 뿐이다.

2014-02-25

포항철강업의 새로운 도전과제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시니어 이코노미스트경제이론상 가격은 시장에 나온 상품의 공급과 이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현실경제에서는 이론대로 적용되는 경우란 거의 없다. 이는 다양한 규제나 법적 제한, 조세, 독과점 등이 정상적인 가격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기술과 기술, 산업과 산업간 융·복합을 통한 혁신의 결과물이라면 공급자가 가격결정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또는 산업이 생존하거나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데 있어 반드시 시장지배력 또는 가격결정력이 높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포항지역의 경우를 살펴보자. 과거 우리나라가 개발도상 단계에 있을 때는 포항철강업계가 국내 철강시장에서 독점적 공급자로서 지위를 누리기도 했다. 이 시기의 철강시장은 항상 공급부족 상태였고 다양한 방식의 규제를 통해 철저하게 보호됐다. 결국 가격결정도 시장의 수급상황이 아니라 정책적 차원에서 결정됐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시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개방된 상태이고, 고도성장기의 국산품애용과 같은 호소는 통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품질의 고하를 불문하고 만드는 족족 팔렸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철강산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자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이제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려야만 생존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세계경기의 변동에 따라 포항경제는 흔들리고 있다.그렇다면 우리 포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루빨리 과거의 영광은 잊어야 한다. 독점적 지위에 있을 때의 사고방식과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철강제품의 수요처인 자동차, 조선, 건설 등의 기업들을 귀한 고객으로 받들고 그들의 요구를 존중해야 한다. 맨 처음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바이어를 찾아다닐 때와 같은 자세와 심정으로 국내 시장이나 수요처에 접근해야만 하는 것이다.일본의 철강업계에서도 이미 오래전 철강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가 뒤바뀐 바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위기를 자동차회사나 조선회사와 같은 수요자와의 밀접한 협업관계로 탈출했다. 이들의 협업은 상상 이상으로 끈끈하다. 예를 들어 닛산이나 토요다와 같은 자동차회사가 고출력엔진이나 고강도 차체의 개발 입안 단계부터 적합한 특수 강재의 개발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에 대해 신일본제철은 프로젝트팀을 구성하고 자동차회사가 필요로 하는 철강소재의 개발 필요기간, 타당성, 예상원가 등을 산정한 후 적정한 공급가격라인을 산정하고 협의한다. 당연히 수급 양측의 요구조건(완성시기, 필요수량, 단가)이 단번에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새로운 차종이 개발된 이후 출시되기까지는 성능실험과 테스트만으로도 수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개별 프로젝트의 소요기간은 가볍게 10년을 넘길 수도 있다. 신일본제철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철강재의 개발노력과 향후 신차 출시 이후 지속적인 공급이 확보되더라도 해당 강재개발에 소요된 총 소요기간 이후에나 제대로 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회사는 신차개발프로젝트의 진행기간 중 신일본제철이 절대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아야한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양자의 관계는 단순한 공급자와 구매자의 관계를 넘어 공동운명체로서의 협업 관계와 신뢰가 구축돼 있어야만 가능하다.포항의 철강업계가 앞으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의 모색을 외치기에 앞서 철강산업 활력회복의 실마리도 이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성장패턴, 대 고객 자세, 시장 인식 등에서 기다리는 공급자가 아닌 먼저 수요자에 다가서고 수요자에 앞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오히려 제시하는 적극적인 전략으로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14-02-24

2013 지역문화지표분석을 통해 본 대구·경북은?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올해로 취임 2주년을 맞은 박근혜 정부가 가지는 문화에 대한 관심과 지원정책은 과거 정부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택했던 `문화융성 정책`이 이제 본 궤도에 오르면서 여러 가지 궁정적인 정책과 사업들을 쏟아져 나오고 있다.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 시대`에 진입하고 2012년에는 인구가 5천만명을 돌파하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20-50클럽`에 가입하는 업적을 이뤘다. 그리고 교역 규모 1조 달러를 2년 연속 달성한 탄탄한 경제력은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 시대라는 선진화된 국정을 펼치는데 기초적인 역할을 충분 했다고 보인다. 진정으로 문화가 융성해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문화를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부터 선행 돼야 하기 때문이다.36년이라는 일제강점기와 8·15광복 그리고 6·25전쟁으로 이어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국민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1950년대를 지나 경제개발중심의 국가 정책이 지배적이었던 1960~70년대를 거치는 동안 `문화`라는 단어는 늘 경제성장이라는 그늘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이 이뤄진 1980년대에도 이러한 사정은 별반 나아지질 않았으며, 문화는 여전히 경제의 뒷전에 밀려 그 존재와 가치에 대한 개념이 빛을 바라고 있었다. 다행히도 1990년대 접어들면서 기존의 문화공보부로부터 독립해 문화관련 정부부처로 문화부가 신설되었고, 2000년도에 처음으로 문화에 대한 예산이 정부 전체예산의 1%를 넘어서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부와 국민들의 문화 인식전환이 이제는 문화를 통한 다양한 체험과 고부가 가치산업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3 지역문화지표 지수화를 통한 비교분석` 연구결과에서는 대구·경북도민들의 삶의 질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이번 연구에서는 2012년에 실시한 `지역문화 지표개발 및 시범적용`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 및 검토를 통해 문화정책, 문화자원, 문화 활동, 문화향유 등 4개의 대분류 이하 총 37개의 지역문화지표를 선정했다. 시, 군, 구 통합 전체 지역문화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경기도 수원시였으며, 군 지역에서는 전라남도 강진군, 구 지역에서는 서울특별시 송파구가 지역문화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이처럼 다양한 지표 가운데 대구·경북의 주요 자료들을 먼저 살펴보면 기초 자치단체 전체예산 대비 문화정책예산 비율이 가장 높은 기초자치단체로 울산시 중구에(9.931%)에 이어 경주시(7.729%)가 기록되었다. 그리고 인구 1천명당 문화정책예산 규모가 가장 큰 지역으로는 경북 울릉군이 5억2천417만9천144원을 전남 강진군이 4억4천172만8천933원, 경북 고령군이 3억7천712만52원을 각각 집행한 것으로 조사되어졌다. 인구 10만명 당 문화기반시설수가 가장 많은 곳은 강원 영월군과 함께 경북 영양군이 각각 조사 되었는데 경북 영양군은 지역민들의 인구대비 공연, 전시, 문화 보급과 전수 등 문화예술 활동에 지속적으로 이용되는 문화기반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것이다.그리고 대구시 중구는 인구 1천 명당 0.517개의 서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도서관에서 연간 도서 대여수가 가장 많은 기초자치단체로도 서울 종로구(10.0권)에 이어 대구시 중구(8.8권)라는 것으로 분석됐다.이러한 다양한 지역문화지표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지역문화 관련 사업을 실행하는데 있어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이루는 잣대가 된다. 각 지역의 강·약점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강점은 특화하고, 약점은 점진 보완하는 체계적인 지역문화 지원정책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2014-02-19

아빠의 기도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초등학교 입학을 학수고대하는 아이가 있다. 예비 초등학생 나경이. 왕따, 학교폭력, 성적지상주의 등 참 만만치 않은 교육 현실이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보다 필자가 더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필자와는 반대로 나경이는 “아빠, 나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싶어”라며 날마다 학교 예찬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그런 아이가 혹시나 상처 받지 않을지, 그래서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아름다운 꿈을 접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그래서 아이를 위한 기원문을 써 본다.나보다 힘든 친구가 있으면 꼭 도와주는 학생이 되길! 내 것을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 학생이 되길! 점수에 주눅 들지 않는 학생이 되길! 성적보다 더 소중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아는 학생이 되길! 하루에 엉뚱한 생각을 꼭 하나 이상은 하는 학생이 되길! 친구들과 즐겁게 책을 읽고 마음껏 뛰어노는 학생이 되길! 학교에 있는 모든 나무와 꽃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학생이 되길! 새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학생이 되길! 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학생이 되길!글을 쓰다가 다시 읽어보니 필자가 뭔가에 씐 모양이다. 생각과 글이 잘 못 나왔다. 그래서 다시 쓴다.선생님 말씀에 절대 복종하기! 선생님 지적질에 절대 말대꾸하지 말기! 수업 시간에 교과서 밖 이야기는 절대 질문하지 말기! 선생님의 눈치를 최대한 빨리 알아차리기! 내 일 아닌 일에는 절대 신경 쓰지 말기! 최대한 착한 척, 최대한 없는 척 하기! 친구를 밟아야 내가 이긴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세상 모든 것은 성적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기! 착한 학생과 불량 학생의 기준은 성적이라는 걸 꼭 명심하기! 성적 경쟁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말기!안타깝게도 학교생활이라는 것이 아이 자신만 잘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저학년 때에는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가에 따라 학교생활, 나아가 아이의 인생이 결정된다. 그래서 나경이가 꼭 만났으면 하는 선생님을 생각해 본다.모든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 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수업 시작 전에 수업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먼저 솔선수범하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학생들보다 먼저 반갑게 학생들에게 인사하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배려와 사랑의 의미를 실천으로 보여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아이들의 교과서 밖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벌점보다 상점의 효용성을 믿는 선생님을 만나길! 최소한 자신의 감정을 한 번 정도는 참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길!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아이들의 눈을 보며 칭찬해 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기를!그런데 과연 이런 선생님들이 몇 분이나 계실까. 그래서 다시 쓴다.시험과 점수를 맹신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자신의 감정에 빠져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복종의 맛에 빠져 아이들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최선보다 최고를 고집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아이의 상상력을 죽이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비교 정신이 투철한 쌤을 제발 만나지 않기를! 학교 밖에서 인간이 되어오기를 바라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벌을 주면서 모든 것이 학생 탓이라고 생각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자기 말밖에 모르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자기 말이 곧 절대 진리라고 생각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융통성이 없는, 여유를 모르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선도보다 처벌을 우선시 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월급날만 기다리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아!! 아프다. 사람들이 왜 이 나라를 떠나는지 알겠다. 필자 옆에서 해맑게 웃으며 “아빠, 나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라고 하는 나경이를 차마 볼 수 없다. “대한민국 학생 여러분, 정말 미안합니다!”

2014-02-18

장관의 말과 웃음

▲ 서상문 포항 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인간만이 지닌 말과 웃음은 동물과 구분 짓는 주요 종차다. 말은 호모 로퀜스(Homo loquens)적 존재인 인간에게 의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주요 수단이다. 웃음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이 웃음의 기능과 긍정적 효용에 대해선 재언이 필요 없다. 하지만 말도 웃음도 다수가 공감해야 하고 시의에 맞아야 한다. 조선후기 강박(姜樸) 선생은 심사숙고해서 적절한 말을 생각해냈다고 하더라도 때가 아닌 상황에서 말해버리면 망언이 된다고 했다.(思而雖得, 言之有時, 匪時則妄). 적시성 없는 말들의 횡행은 사회를 혼돈에 휩싸이게 한다. 하물며 생각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불쑥 내뱉는 말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말은 하기에 따라 순기능적 소통수단이 되거나 긍정의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듣는 이에게 독화살로 꽂힐 수 있어 씻지 못할 상처가 되고 평지풍파를 일으키기도 한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지만, 원수가 되기도 하지 않는가? 웃음도 웃어야 할 때 웃어야 한다. 웃는 자신은 엔돌핀이 돌고 정신건강에 좋을진 모르지만 재난을 당한 가족에게 연방 뜻 모를 웃음을 헤실헤실 웃으면 그것은 상처에 뿌리는 소금이 된다.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결국 해임됐다. 상식이하의 말과 웃음으로 여러 차례 국민여론의 지탄을 받아오던 터였다. “국민의 질타가 많다”는 지적에 “말한 게 별로 없는데…”라고 하더니 구설수에 자주 오르는 것에 대해선 자신의 “인기 덕분”이라고 했다. 거의 개그맨 수준이다. 긴장해야 할 국회 답변에서도 연신 웃음을 보였던 그의 처신은 시도 때도 없이 웃는 실성한 사람에게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지 인재(人災)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주무장관이 보일 자세는 아니었다.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발언을 경고한 대통령의 주의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이고 2차 피해자는 지역어민들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했다. GS칼텍스가 일차적 피해자고 가해자는 없다면 책임은 누가 지란 말인가? 사고를 당한 자도 피해자고 사고를 낸 자도 피해자라는 그의 궤변대로라면 세상에는 가해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을 분노하게 하는 무신경한 말을 생각 없이 내뱉는 이런 언사는 물리적 폭력이상의 언어폭력이다. 대통령의 경고가 있은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다시 일을 냈다는 건 장관에게 요구되는 정무적 판단은 물론 상식까지 의심케 만든다. 이는 개인의 설화(舌禍)문제로 끝나지 않고 정치적으로 일파만파의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행정부처의 장이 문제해결은커녕 오히려 문제를 만들면 통수권자에게 정치적 부담만 가중시킨다.논란이 많았던 장관 인사청문회 때부터 그의 어법에서 장관직 수행자질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늦게라도 더 이상의 정부 신뢰 저하를 막고, 국민의 또 다른 울화를 미연에 막게 된 점에서 다행이다. 하지만 일국의 장관 언행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아파트 부녀회장도 말에 믿음이 없으면 주민들이 따르지 않는다. 하물며 고위 공직자인 장관 정도라면 전문성은 물론, 말에 신뢰감과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발언이 이해당사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또 정치적으로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직각적으로 판단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국민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고객을 대할 때와 같이 진지하고 친절해야 한다. 그의 태도가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말과 웃음에 품위가 없고 눈, 귀, 마음에 신경계가 작동되지 않는 이는 고위 공직자로 기용돼선 안된다. 후속 인사에선 상식적 판단과 진중한 언어를 구사하는 균형 잡힌 장관을 보고 싶다.

2014-02-13

의무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세계의 이목은 지금 러시아로 집중 되어 있다. 제22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얼마 전 한 프로그램에서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발을 본 적이 있다. 발레리나 강수진씨의 발이 오버랩 됐다. 동계 스포츠라는 것이 거의가 설빙(雪氷) 위에서 하는 경기이어서인지 선수들의 발은 마치 희귀병을 앓고 있는 듯 했다. 그들의 피나는 연습량과 의지를 볼 수 있어 가슴이 뭉클했다. 발 모양을 잃을 정도로 피나는 연습을 한 모든 선수들에게 금빛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세계가 동계올림픽으로 들썩인다면 대한민국 2월은 졸업식으로 떠들썩하다. 그런데 감사와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졸업식이 언제부터인가 비난과 감시의 장이 돼버렸다. 사회 모든 것들이 형식뿐인 요즘, 졸업식은 더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해버렸다. 형식적인 졸업식은 그 동안 억눌려 지낸 학생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아마 학생들은 보상 차원에서 자신들만의 거창한(?) 졸업식을 하는지도 모른다. 경찰의 감시를 받으면서까지 형식적인 졸업식을 할 필요가 있을까.공교육 무용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일반 학교, 대안 학교, 위탁 학교, 홈 스쿨 등 다양한 학교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획일적인 일반 학교 교육에 상처 받은 교육 수요자들은 교육 유목민이 되어 새 교육을 찾아 나섰다. 그 중 한 곳이 대안 학교다. 대안 교육은 1997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도권 교육으로 편입 됐다. 그리고 2007년 6월28일에서야 `대안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이 제정 됐으니, 우리나라 대안 교육의 역사는 매우 짧다.하지만 대안 교육은 더 이상 실험적인 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교육의 큰 줄기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정체성을 상실한 일반 학교 교육에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인성교육`, `자유학기제`, `체험 중심 교육`등 일반 학교들은 대안 교육이 이룩한 교육성과를 벤치마킹하기 바쁘다.그런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창출을 통해 교육의 희망을 열어가고 있는 대안 교육이 교육 당국으로부터 너무 홀대를 받고 있다. 일반 학교들은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안 학교들은 재정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심지어 무상·의무교육과정에 해당하는 대안 학교들조차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오로지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다.일반 학교에는 학생들의 복지 향상과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위해 교육 복지사, 방과후 코디, 전문 상담사 등 많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이런 정책들만 보면 우리 교육은 분명 희망적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일반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는 교육 문제들은 그 심각성이 날로 더 해가고 있다. 오히려 재정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대안 학교들이 일반 학교들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는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교육 재정의 재분배는 꼭 이뤄져야 한다.우리 사회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 바로 교육계이다. 일반 학교 학생들은 친절한 교육 복지사 선생님 덕분에 문화 예술 공연 관람에서부터 의료 지원까지 받으며 갑의 자세로 럭셔리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 학교 학생들은 수백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면서 학교를 다닌다. 이게 바로 교육 불평등이지 뭔가. 대안 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엄연히 현 교육 제도의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이미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교육적 약자들이다. 이 사회가 성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적 약자들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이뤄져야 한다.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2월 “교육에서 소외된 학생들이 누구인지, 진정으로 교육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교육적 약자들은 누구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하루빨리 학력인정 대안학교에도 교육 재정 지원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2014-02-11

내연산 보경사, 언제까지 군립공원으로 둬야 하나

▲ 박창원 청하중 교장내연산 보경사는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많은 문화재를 간직한 천년 고찰 보경사가 있고, 내연산과 천령산이 이루는 계곡을 따라 발달한 12폭포의 빼어난 경승지가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내연산 보경사를 찾아가다 보면 `보경사군립공원`이란 안내판이 있다. 사람들은 이 안내판을 보고 포항시가 군(郡)이 아닌데, 웬 군립공원이냐고 의아해 한다.보경사가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31년 전이다. 당시 연간 30만명 이상이 찾을 만큼 경북 동해안 최대의 관광지였던 내연산보경사는 1983년 10월1일 영일군에 의해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문제는 1994년 포항시·영일군이 통합된 후에도 여전히 군립공원이란 명칭을 고수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시·군이 통합되었으면 당연히 시립공원으로 고쳐야 하지, 통합된 지 20년이 된 지금도 왜 군립공원으로 놔두고 있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 포항시에 물어 보면 법에 군립공원은 있어도 시립공원은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한다.자연공원법 2조에는 “자연공원이란 국립공원·도립공원·군립공원 및 지질공원을 말한다”고 해 놓고, 이 중 군립공원은 시·군 및 자치구의 자연생태계나 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서 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하 `군수`라 한다)이 지정·관리하는 공원이라고 정의해 놓고 있다. 군립공원은 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 광역자치단체에 보고하면 타당성 검토와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하게끔 돼 있다. 그러니 법적으로는 군립공원이 맞다.군립공원은 현재 1981년 최초로 지정된 전북 순창군의 강천산 군립공원을 비롯해 전국에 27곳이 있다. 시 지역에 있는 군립공원은 보경사 말고도 강원 삼척시의 대이리 군립공원, 경남 진주시의 방어산 군립공원 등이 있다.시에서는 자연공원법상 국립·도립·군립공원만 있지 시립공원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지만, 대다수 포항시민과 관광객들은 관련 규정을 바꿔서라도 합당한 이름을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법령 탓만 할 게 아니라 포항시에서 자연공원법 개정 건의를 해서라도 포항시에 걸맞는 이름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보경사는 사실 도립공원 급이다. 과거 역사가 그렇고 현재의 자연경관과 문화적 요소가 그렇다. 내연산 보경사를 전국에 알린 것은 조선시대 명사들의 글과 그림이었다. 청하현감 옹몽진은 내연산을 보고 경주부윤 이정에게 알렸고 1562년 이정이 내연산을 찾는 계기가 됐다. 1587년 황여일은 울진에서 숙부 황응청을 모시고 와 내연산을 돌아보고서는 `유내영산록(遊內迎山錄)`이란 유명한 기행문을 썼다. 성리학자인 우담 정시한(1625~1707)이 전국의 산천을 유람해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산중일기`에서 삼용추(三龍湫) 일대의 모습을 그리면서 “금강산에도 없는 것”이라며 극찬했다.구체적인 그림으로써 내연산 폭포의 진수를 세상에 전한 사람은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이다. 정선은 1733년 이른 봄부터 1735년 5월까지 2년 남짓 청하현감을 지냈다. 재임 기간 동안 그는 `내연삼용추도`, `내연산폭포도`, `고사의송관란도`등 내연산 폭포를 소재로 몇 점의 그림을 그렸다. 전국의 명승을 찾아 화폭에 담았던 정선이 내연산 폭포를 직접 답사하고, 그림으로 남김으로써 내연산 보경사는 비로소 전국적 명승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내연산 보경사는 1933년에 경북8경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연산구름다리 밑 관음폭포 암벽에 `慶北八景`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1933년에 내연산 보경사를 진남교반(문경), 문경새재(문경), 주왕산(청송), 금오산(구미), 청량산(봉화), 희방폭포(영주), 빙계계곡(의성) 등과 함께 경북팔경으로 선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12폭포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명소와 산재한 문화재, 관광객 수 면에서도 보경사는 도립공원 급이다. 차제에 내연산 보경사를 도립공원으로 격상시키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

2014-02-10

순천을 배우자

▲ 한영광포항대 명예교수포항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대한민국 생태 수도 순천시 순천만은 흑두루미를 비롯한 220여종의 조류와 1천200여종의 식물, 25종의 멸종위기 생물 등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이다. 국제적 조직인 람사르협약이 지정한 세계5대 연안습지로 국제적으로 보호 받고 있는 순천만이다. 이곳은 지구에 가장 온전하게 보전된 갯벌 26.5km와 갈대 군락지 5.6m에 120종이 넘는 염생식물이 살고 있다. 순천은 1960년대 혜성과 같이 문단에 등단해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킨 천재작가 김승옥의 고향이며 그의 대표적 작품 `무진기행`의 무대이기도 하다.그는 `무진기행`에서 급격하게 산업화 돼가는 우리사회에서 사회적 지위를 성취한 인물이 도시와 시골을 두고 선택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소설에서는 서울과 무진을 햇볕과 안개, 도시와 시골, 도시의 세련됨 시골의 서투름으로 이분법적인 대립을 벗어나 입체적으로 중흥적인 현대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무진은 현실에 존재 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작가는 순천만의 대대포 앞바다와 갯벌이 이 무대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순천은 산업화의 물결을 선택 하지 않고 몽환적이고 탈속적인 자연의 순수함과 위대성을 부각시키는 이상적인 도시 발전을 선택해 타 도시와 차별화 했다.순천의 도심 하천인 동천과 순천만을 가꾸고 보전하는 정성은 남다르다. 새들의 천국을 만들기 위해 순천시는 자연과 생태 보전을 위해 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먹이를 먹이는데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280개의 전봇대를 제거했다. 순천만을 찾는 새들이 날갯짓을 하다가 전봇대로 인해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있어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최근에는 풍부한 자연과 생태의 도시 인프라로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해 국내외에 생태도시 순천을 알리고 순천의 위상은 물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관광객은 목표치를 뛰어넘어 440만3천890명이었으며 외국인은 17만6천여명에 달해 성공적 행사였다. 행사를 치르는 184일 동안 무사고였고 교통체증, 바가지요금, 식중독 등 눈살을 찌푸리는 사고가 거의 없어 국제 행사를 치른다는 자부심으로 시민의식이 한층 성숙함을 보였다.포항은 산업화의 물결을 가장 먼저 선택, 산업도시로 전환한 철강도시이다. 다른 도시가 부러워할 정도로 물질적 풍요로움과 급격한 도시화로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장했다. 급격한 발전으로 인구증가는 주택난 물가상승 범죄증가 등의 사회적 병리현상을 낳았으며 원도심의 공동화로 도시의 슬럼화가 가속되고 있다. 공업도시의 특징인 난개발로 자연파괴, 공기오염, 생활오수 등으로 자연환경의 변화가 일어났다.그런데 포항은 개발논리에 밀려 40여년간 막혔던 물길을 튼 포항운하를 개발했다. 포항운하 개통은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포항에서 자연의 포항으로 돌아가는 신호탄이다. 포항운하는 산업화에 따른 각종 오염물을 물길에 흘러 보내는 친환경적 재생적 측면에서 새로운 도시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포항운하가 성공하기 위한 마케팅전략과 이벤트전략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동빈 내항과 형산강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과학적인 조치가 급선무이다. 40년전과 같이 꼬시래기가 놀 수 있는 수질로 복원하면 관광객은 몰려온다. 포항운하의 성공 덕목은 `가장 자연적인 것이 경쟁력`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순천은 자연과 생태의 경쟁력으로 수도권도시, 공업도시를 제외한 완만하게 인구가 증가하는 가고 싶고 살고 싶은 유일한 도시이다.

2014-02-06

어려운 현대미술 빨리 이해하는 법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현대사회가 발전하면서 일반인들도 미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며 이제 미술장르는 특정인들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로 새로운 미술문화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어렵고 난해한 현대미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마냥 어려워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그중 가까운 지인들을 미술에서 만나게 되면 자주 듣는 말이 “김 선생은 미술 전문가이니 이 작품들을 쉽게 이해하실 것 같군요. 이 작품 설명 좀 부탁합니다”, “아니 요즘 현대미술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재주도 없지만 미술을 감상하는 능력도 정말 없는 것 같아요” 등 이다. 사실 필자가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있지만 점점 다양한 아이콘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그림 속에 숨겨놓은 조형적, 철학적 의미들을 100% 이해하기란 사실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일반인이 느끼는 현대미술의 난해함 만큼 필자 역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이러한 현대미술은 점점 수수께끼처럼 현대인들 주변을 맴돌고 있는 지도 모른다.이처럼 현대미술의 난해함을 단적으로 표현해 본다면 아직까지 현대인들 90%이상은 인골에 다이아몬드 수백 개를 붙여 만든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작품이나 미국 팝아트의 창시자인 앤디워홀의 작품이 왜 수천억원에 거래되는지, 그 작품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니 좀 쉽게 풀어 말한다면 이러한 것들이 모두 미친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잘못된 지적은 아니라고 본다.지난해 대구미술관에서 마련되었던 일본의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 전시에서는 30만명의 관객이 몰려 국내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쿠사마 야요이는 본인이 오래전부터 앓고 있던 강박증과 정신분열증을 작품의 주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이러한 대구시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며 또 한 번 현대미술의 묘한 매력을 느껴 보게 된다. 작가의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 보다도 조형적인 시각의 아름다움과 대가의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가 체험해보는 접근방법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다.휴일을 이용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미술을 즐겁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관람 요령만 익히게 된다면 이제 미술관과 갤러리가 좀 더 친숙해 질수 있을 것이다. 제일 먼저 작품의 점, 선, 면, 색, 구도 등 조형요소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 속 배경이나 사건·현상을 연관 지어 작품을 이해해 보는 것이다. 작품 속에 담겨있는 스토리텔링을 읽어 보는 것도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다면,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찾아볼 수 도 있고 아니면 관련 도록이나 도슨트(전시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 기억해 두는 것이다.이러한 감상활동들이 반복되어진다면 어느새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이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마냥 어렵게만 느꼈던 미술이 생활 속에서 좀 더 친숙해지면, 점점 삭막해져 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정신적 여유로움과 예술가들의 강한 열정이 주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2014-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