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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 주소가 불편하다는데

등록일 2014-03-03 02:01 게재일 2014-03-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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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원 청하중 교장

올 1월1일부터 주소 체계가 바뀌어 이른바 `도로명 주소` 시대가 열렸다. 1월초에 필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어떤 단체의 회원 200여명에게 신년 인사장을 보내면서 기존의 지번 주소를 일일이 도로명 주소로 바꾸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인터넷 새주소 검색창에 옛 주소를 넣어 일일이 새 주소를 검색해 적어야 했다. 1월 중순에는 또 다른 행사를 기획하면서 약 300명에게 초청장을 보낼 일이 있었는데 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다행히 검색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쉽게 바꿀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필자만 한 게 아닐 것이다. 도로명 주소 시대가 열리자 기존의 지번 주소에 길들여져 있던 많은 사람들은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잘 쓰고 있는 멀쩡한 주소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바꾸고는 국민들을 불편하게 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어떤 사람은 정부의 홍보가 부족했다는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가면 도로명 주소 없이도 가능한데, 뭣 때문에 주소 체계를 바꿔 혼란스럽게 하느냐고 불평을 하는 이도 있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가 속한 필지에 중심점을 찍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편리한 도구임에 틀림 없지만 정확한 출입구를 찾아주진 못한다. 큰 건물은 예외지만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정확하게 찾기 어렵다. 내비게이션은 복잡한 지번 주소를 쉽게 찾아주는 IT 기술일 뿐이지 결코 국가의 기본 시스템이 아니지 않는가. 또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아직 반을 넘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기존의 지번 주소는 100년 전, 일제가 우리의 토지를 빼앗고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구획한 토지에 번호를 붙인 지번 주소는 나중에 토지분할로 1번지 옆에 50번지가 있는 등 불합리한 점이 많다. 우리는 이 지번 주소를 지난 한 세기 동안 사용해 왔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데, 그 동안 우리만 지번 주소를 사용해 왔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되는 도로명 주소는 `○○대로`, `○○로`, `○○길`로 표시되는 도로의 기점에서부터 20m마다 차례대로 왼쪽에는 홀수, 오른쪽에는 짝수로 건물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도로명 주소는 지번 주소에 비해 처음 찾아가는 곳에서도 자연스럽게 거리 예측이 가능하고 위치 찾기가 수월한 방식이다.

당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12년 1월부터 기존의 지번 주소가 폐지되고 도로명 주소가 전면적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번 주소에 익숙해져 있고 도로명 주소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2년간 유예해 이번에 시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홍보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 동안 우리가 무관심했을 뿐이다. 필자의 경우 2012년에 집과 직장의 새 주소를 알아내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머리에 박히는 데는 1년 이상 걸렸다. 휴대전화기 메모장에 적어놓고 필요할 때만 찾아서 적다 보니 자꾸 잊어버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도로명 주소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를 운전할 때 줄곧 우측통행을 하다 일본처럼 좌측통행을 하라 하면 얼마나 불편할까. 땅의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인 `평(坪)`을 `제곱미터(㎡)`로 고쳐 쓰기 시작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평`을 못 버리는 것과 같다. 습관 때문이다. 변화는 언제나 불편을 유발한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아주 편리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주소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과 각종 건축물 등이 있는 곳에 대한 위치정보이다. 따라서 누구나 편리하고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새 도로명 주소는 그런 조건을 갖추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이번에 정부가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의욕적으로 도입한 선진국형 도로명 주소가 생활화돼 빠른 시기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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