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한동대학교와 다양한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통해 창조경제 실현을 지원하고 새로운 청년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이 단순한 씨앗(seeds) 상태의 아이디어가 연구개발을 거쳐 창업으로 이어지고 그 제품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나 `다윈의 바다`라는 큰 장벽을 넘어야만 한다. 또한 수많은 곤경을 헤쳐 살아남은 좋은 아이템을 지닌 벤처기업이라도 대부분 생존자체에 급급하기 십상이며 성공사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벤처기업들의 성공신화를 살펴보면 모두가 풍부한 자금만 있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자금부족문제가 실패요인의 하나로 언급될 수는 있겠지만 풍부한 자금이 성공의 절대적 충분조건은 아니다. 벤처기업의 성공여부는 최초의 씨앗상태에서 이미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실시했던 포항시 지역산업연관표를 이용한 가치사슬분석 결과에 따르면 포항경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문은 당연히 철강과 이와 관련되는 운수, 건설부문이 1~3위를 차지했지만 연구개발(R&D) 부문이 4위로 나타난 것은 의외였다. 게다가 포항시 연구개발부문의 외부확산효과(spillover effect) 분석에서는 포항과 16개 광역자치단체를 합한 17개 지역중 포항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다른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플러스의 효과를 많이 주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더욱 주목해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포항에 이와 같은 우수한 연구개발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포항에서는 내놓을 만한 벤처기업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연구자의 입장에서 지적 호기심의 충족을 위해 씨앗을 개발하거나, 가치 있는 작물로 성장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씨앗이므로 무조건 키워보기 위해 충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한다. 포항의 대학, 연구소 등에는 수많은 씨앗들이 있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포항에 씨앗이 많다거나 많은 씨앗을 만들 능력이 있다고 자랑하는데 그쳐서는 아니 된다. 아예 처음부터 시장친화적인 씨앗을 개발해 나가거나 기존의 씨앗들을 시장수요에 맞게 개량해 나가야만 한다.
다시 말해 포항의 연구개발기관에서 철저하게 시장의 수요를 파악한 후 이에 부응하는 종묘(시장맞춤형 씨앗)를 개발 또는 개량(연구개발)하고 이를 시험 재배할 비닐하우스를 포항에 설치(벤처기업 창업)한 다음 재배방법을 습득(인큐베이팅)해 나가면서 시장에 출하함으로써 자율적 성장메커니즘을 구축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지역의 연구개발 성과인 씨앗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씨앗을 만든 우수인력이 지역에 자리 잡아 또 다른 젊은 인재들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포항에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클러스터가 만들어질 수 있는 최고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먼저 포항의 다양한 연구개발기관들은 홀로서기 보다는 지역 철강기업은 물론 서비스, 문화예술, 해양관광 등 다양한 분야와 긴밀한 연대 교류와 상호 협력을 해나가야만 한다. 또한 그 책임을 연구개발기관만 맡아서는 아니 된다. 지역의 기업, 소상공인, 전통시장, 정보통신 등 모든 산업이나 정부,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생활공간에는 시장의 수요가 반영된 수많은 제품들로 넘친다. 이러한 경제주체들의 다양한 활동에서는 수시로 비효율적이거나 개선이 필요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것들은 모두 창업아이템이 될 수 있다. 포항의 모든 경제주체들은 이러한 연구개발 과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내의 대학, 연구기관 등에 알려 씨앗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포항을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만드는 것은 특정 소수의 힘만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연구개발기관은 지역사회와 더욱 밀접한 협조관계를 이루면서 시장을 깊이 이해해 나가야할 것이며, 포항의 모든 경제주체들은 이들 연구개발기관의 문을 더욱 적극적으로 두드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