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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보경사, 언제까지 군립공원으로 둬야 하나

등록일 2014-02-10 02:01 게재일 2014-02-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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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원 청하중 교장

내연산 보경사는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많은 문화재를 간직한 천년 고찰 보경사가 있고, 내연산과 천령산이 이루는 계곡을 따라 발달한 12폭포의 빼어난 경승지가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내연산 보경사를 찾아가다 보면 `보경사군립공원`이란 안내판이 있다. 사람들은 이 안내판을 보고 포항시가 군(郡)이 아닌데, 웬 군립공원이냐고 의아해 한다.

보경사가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31년 전이다. 당시 연간 30만명 이상이 찾을 만큼 경북 동해안 최대의 관광지였던 내연산보경사는 1983년 10월1일 영일군에 의해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문제는 1994년 포항시·영일군이 통합된 후에도 여전히 군립공원이란 명칭을 고수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시·군이 통합되었으면 당연히 시립공원으로 고쳐야 하지, 통합된 지 20년이 된 지금도 왜 군립공원으로 놔두고 있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 포항시에 물어 보면 법에 군립공원은 있어도 시립공원은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한다.

자연공원법 2조에는 “자연공원이란 국립공원·도립공원·군립공원 및 지질공원을 말한다”고 해 놓고, 이 중 군립공원은 시·군 및 자치구의 자연생태계나 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서 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하 `군수`라 한다)이 지정·관리하는 공원이라고 정의해 놓고 있다. 군립공원은 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 광역자치단체에 보고하면 타당성 검토와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하게끔 돼 있다. 그러니 법적으로는 군립공원이 맞다.

군립공원은 현재 1981년 최초로 지정된 전북 순창군의 강천산 군립공원을 비롯해 전국에 27곳이 있다. 시 지역에 있는 군립공원은 보경사 말고도 강원 삼척시의 대이리 군립공원, 경남 진주시의 방어산 군립공원 등이 있다.

시에서는 자연공원법상 국립·도립·군립공원만 있지 시립공원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지만, 대다수 포항시민과 관광객들은 관련 규정을 바꿔서라도 합당한 이름을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법령 탓만 할 게 아니라 포항시에서 자연공원법 개정 건의를 해서라도 포항시에 걸맞는 이름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보경사는 사실 도립공원 급이다. 과거 역사가 그렇고 현재의 자연경관과 문화적 요소가 그렇다. 내연산 보경사를 전국에 알린 것은 조선시대 명사들의 글과 그림이었다. 청하현감 옹몽진은 내연산을 보고 경주부윤 이정에게 알렸고 1562년 이정이 내연산을 찾는 계기가 됐다. 1587년 황여일은 울진에서 숙부 황응청을 모시고 와 내연산을 돌아보고서는 `유내영산록(遊內迎山錄)`이란 유명한 기행문을 썼다. 성리학자인 우담 정시한(1625~1707)이 전국의 산천을 유람해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산중일기`에서 삼용추(三龍湫) 일대의 모습을 그리면서 “금강산에도 없는 것”이라며 극찬했다.

구체적인 그림으로써 내연산 폭포의 진수를 세상에 전한 사람은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이다. 정선은 1733년 이른 봄부터 1735년 5월까지 2년 남짓 청하현감을 지냈다. 재임 기간 동안 그는 `내연삼용추도`, `내연산폭포도`, `고사의송관란도`등 내연산 폭포를 소재로 몇 점의 그림을 그렸다. 전국의 명승을 찾아 화폭에 담았던 정선이 내연산 폭포를 직접 답사하고, 그림으로 남김으로써 내연산 보경사는 비로소 전국적 명승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내연산 보경사는 1933년에 경북8경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연산구름다리 밑 관음폭포 암벽에 `慶北八景`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1933년에 내연산 보경사를 진남교반(문경), 문경새재(문경), 주왕산(청송), 금오산(구미), 청량산(봉화), 희방폭포(영주), 빙계계곡(의성) 등과 함께 경북팔경으로 선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12폭포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명소와 산재한 문화재, 관광객 수 면에서도 보경사는 도립공원 급이다. 차제에 내연산 보경사를 도립공원으로 격상시키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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