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WTO, FTA 등 대외개방경제가 확대되면서 농업부문의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존의 농산물 증산을 위한 보조금 중심의 정책에서 농촌중심으로 정책적 변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최근부터는 농림수산식품부의 관제순위에서 농정정책국이 아닌 농촌정책국이 선임국으로 변화했다.
정부는 2004년 법률 제7679호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를 근거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대표로하는 수많은 농촌개발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년째 관련 사업에 대해 자문하고 있는 필자 역시도 그 내용이 너무 많아 모두 알지 못하는 정도의 분량이다.
권역단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경우 아직까지 MB정부의 포괄보조금제도의 시행에 따라 조금의 변화는 있으나 아직까지도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침, 농촌공사의 대행 등 많은 통제를 받고 있지만 농촌마을 개발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업이다. 특히 시군에서는 권역단위로 이뤄지는 농촌마을개발사업이 시·군별로 작게는 5개 권역에서 많게는 10개 권역이 넘는 수준이다. 소요예산측면에서도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서 3년간 수십억원이 권역당 투입되고 있다.
문제는 농촌마을개발사업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권역단위의 사업을 분석해 보면 이러한 사업들이 매뉴얼에 따라 대동소이하게 진행되고 있어 오히려 마을단위의 특성을 획일화 시키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결과는 평온했던 농촌마을에 사업이 시작되면서 추진 주체들간의 갈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추진위원간의 갈등, 권역내 마을간의 주도권 갈등, 시군 담당부서와 대행기관인 농촌공사와의 갈등 등 생각하지 않았던 갈등이 나타나면서 농촌공동체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시설조정 중심의 사업으로 인해 운영단계에서 운영비확보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운영주체와 운영비를 둘러싼 마을주민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나타는 실정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앞에서 한 언급의 문제는 결국 공동체 중심의 지역사회성을 무시한채 매뉴얼 중심의 행정적 접근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행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돼서는 안된다. 하지만 지역의 특성과 준비를 기반으로 자율적 추진이 담보된 행정적 접근이 돼야 할 것이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문제점 중 첫 번째는 권역단위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결국 농촌의 특성이 공동체와 자연자원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매뉴얼에 의해 소프트웨어사업 얼마, 시설사업 얼마 이렇게 정해진다. 결국 이는 농촌마을의 획일화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농촌마을과 관련된 소프웨어사업 지원기관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문제인 갈등의 문제는 농촌지역사회 공동체에 초점을 둔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사업기간을 5년 이상으로 연장하고 2년간의 소프웨어사업 기간을 줘 추진위원 및 마을리더와 주민들에게 사전에 갈등을 예방하고 교육과 합의를 이룰 수 있는 공동학습의 장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 문제인 운영과 관련된 문제는 결국 눈에 보이는 시설을 만들어야만 성과가 나는 것으로 인식하는 우리나라의 개발연대식 인식에서 기인한다. 농촌지역사업의 운영에 우리나라는 새마을운동, 향약 등 역사적으로 공동체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 많이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체제나 지역사회비즈니로 대표되는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협동조합 등 제도적으로는 이미 많은 길이 열려있다. 선정시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결국 농촌마을의 개발에는 농촌공동체의 복원과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제 제도적으로 모두 완비돼 있다. 이제 어떻게 우리 스스로 이것을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이제 지역사회비즈니스로 한 단계 진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