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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무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청마가 고난의 1월을 넘어, 2월로 진입했다. `아직`과 `벌써` 중에서 어떤 감정일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아마 학생들은 `벌써`라는 반응이 더 클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의무교육 기관들과 고등학교들이 이 번 주에 개학을 하니까. 잠시 숨을 고르던 학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다시 생동감으로 넘칠 것이다. 가지들마다 겨울을 이겨낸 꽃봉오리로 가득하다. 풍성한 봄 잔치가 기대된다. 학교에서 2월은 이어달리기에서 바통 터치와 같은 달이다. 졸업과 입학, 그리고 진급! 계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통 터치다. 아무리 앞 주자가 잘 뛰었다 하더라도 바통 터치에서 실수를 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물론 다시 바통을 주워서 열심히 뛰면 된다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학생들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 모두 바통 터치를 잘해 더 신명나게 2월을 질주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니 이건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무가 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겨울이라는 준비기가 있기 때문이다. 혹독한 추위는 치유의 기능은 물론 나무를 성장 성숙시키고, 나무의 내면의 힘을 키워준다. 그 힘으로 나무는 가지마다 희망을 밀어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겨울이면 더 지친다. 국영수 보충수업과 학원, 그리고 과외까지. 지난 학년을 반성하고, 신학기를 스스로 준비할 성찰과 치유의 시간을 가져야하는데…. 치유는 커녕 오히려 학생들에게 더 큰 상처만 주고, 의미 없는 문제를 푸는데 진을 다 빼놓았으니 우리 학생들에겐 봄의 움(맹아·萌芽)이 있을 리 없다. 진정한 학교의 봄은 언제 올지 답답한 마음뿐이다.사실 학교 현장에는 시들어 죽어가는 나무들처럼 꽃 봉우리조차 맺어보지도 못한 채 뿌리부터 죽어가는 학생들이 많다. 경상북도에서 학교폭력,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의 수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6천232명이며, 매년 2천200명 이상 학업을 중단(2009년 11월25일, 연합뉴스)하고 있다고 하니 지금이야 그 숫자가 더 많았으면 많았지 절대 적지는 않을 것이다.물론 교육당국에서는 이들 학생들을 위해 `Wee 클래스`, `Wee 센터`, `Wee 스쿨` 등에서 나름 체계적인 상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학업 중단 학생들이 계속해서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를 위해서는 현상에 대한 근원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 교육계는 사고를 수습하는 데에만도 정신이 없다. 또 새 정부에 맞는 새로운 교육 공적을 남겨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낯선 교육 정책 개발에만 올인하고 있다. 신학기에도 `자유학기제`라는 새로운 교육 정책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미 사어(死語)가 `집중 이수제`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과연 `자유학기제`가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는 이미 이 나라에서 죽은 말이 된 이상 필자의 답은 강한 부정이다. 그리고 어차피 한번은 불어야할 바람이라면, 그냥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아니면 정말 위기에 빠진 공교육을 구하고, 더 나아가 시들어가는 우리 학생들을 구하는 구원의 교육 정책이 됐으면 좋겠다.다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초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교육기본법 제8조 2항에서도 “모든 국민은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31조 3항을 통해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혹 의무교육에서 소외된 초·중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있는가. 여기서 문제. 무상교육 대상자이지만 대학생보다 더 비싼 수업료를 내고 학교(국제중학교는 제외)를 다녀야만 하는 초·중학생들이 이 나라에는 있다? 없다?

2014-02-04

신문 기사의 거친 표현들

▲ 박창원 청하중 교장지난해 12월초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2013 골드스핀 오브 자그레브 피겨 스케이팅 대회를 앞두고 국내의 한 스포츠 신문은 “`피겨 끝판왕` 김연아 출격, 이제 일주일 앞으로”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를 보니 신문에서 왜 이런 거친 표현을 쓸까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끝판왕은 작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에서 마무리 전문 투수로 활약했던 오승환 선수에게서 유래한 용어다.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9회에 등판하여 공 몇 개로 승리를 지켜내는 그에게 사람들이 붙인 별명이다. 같은 스포츠 스타라 해도 `피겨 여왕`인 김연아에겐 가당찮은 단어다.`끝판왕`보다 더 큰 문제는 `출격`이라는 어휘다. 출격은 전쟁 용어로 자기 진지나 기지에서 적을 치러 나간다는 뜻이다. 김연아 선수가 국외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두고 전투기가 적기를 향해 날아간다는 의미를 가진 `출격`이란 용어로 표현해야 할까? 피겨 스케이팅은 상대 선수와 1:1로 맞대결을 벌이는 경기가 아니다. 선수가 자기 순서에 나와 스케이팅 기술을 선보이는 경기다. 출격이란 단어를 써야 할 만큼 과격하지도 않다. 음악에 맞춰 우아한 연기를 펼쳐 보이고, 그 능력을 평가 받는 경기다. 여기에 `출격`이라는 용어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거친 용어를 쓴 것은 결국 자극적 제목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올 초 연예계에는 `이승기와 윤아의 열애`소식이 사람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어느 연예인이 이성 교제를 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뉴스엔 으레 `열애`라는 단어가 따라 다닌다. 열애는 열렬히 사랑한다는 뜻이다. 연예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한 달만 사귀어도 `열애`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 보면 연예인들에게 평범한 연애는 있을 수 없다. 오직 `열애`만 존재한다. `연애`는 두 사람이 상대방을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여 사귄다는 뜻으로 `열애`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사랑의 강도 면에서 연애보다 열애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하여 연애 대신 열애로 적는 모양이다. `연애`보다 `열애`로 써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테니까.며칠 전 어느 인터넷 매체에 “김한길, `박근혜 대통령, 최악의 정치` 직격탄”이란 제목이 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공약을 지키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악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는 기사의 제목을 그렇게 뽑은 것이다. 직격탄은 곧바로 날아와 목표물에 명중한 폭탄을 뜻한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다반사요, 거친 수사가 난무하는 정치권의 특성상 이 정도 수위의 비난은 놀라울 것도 없다. 그런데도 `직격탄`이라는 살벌한 용어를 사용하여 독자를 긴장하게 만든다.지난 주 인터넷에는 “백화점, 갑오년 첫 세일 돌입”이란 기사도 보였다. `돌입`은 세찬 기세로 갑자기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백화점에서 하는 마케팅 행사에서 `돌입`이란 용어를 쓰려면 비상 상황에서 전에는 없던,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특별한 이벤트를 할 때라야 가능하다. 백화점에서 연례행사로 하는 판촉 행사임에도 `돌입`이란 거친 표현을 쓰고 있다.신문이든 방송이든 언론사에서 내보내는 뉴스를 보면 이러한 사례 외에도 거칠고 자극적인 표현들은 넘쳐난다. 쓰레기대란, 물폭탄, 세금폭탄, 돌파, 격돌, 폭격, 전쟁터, 습격, 쓰레기…. 이를 보면 요즘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겐 이런 거친 표현이 습관화되어 있는 듯하다. 다소 과장되고 자극적인 표현을 써야 독자나 시청자의 관심을 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언어는 그 사회의 품격을 나타낸다. 신문 기사나 뉴스에 실려 나가는 언어가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면, 언론에서 순화된 언어를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친 언어는 거친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2014-02-03

나눔은 소통의 시작이다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민족 최대 명절 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귀성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손 가득 마음 가득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는 그 마음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청마의 비상을 꿈꾸며 시작한 갑오년이지만, 청년 실업률 증가, 전세 값 폭등, 3월 의료계 총파업, 조류독감(AI),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등 시작부터 녹록하지 않다. 명절이지만 명절이 사치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병원에서 병마와 힘들게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최근 한 아이돌 그룹 멤버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부모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모두 잘 알 것이다. 병이란 이토록 무섭다.필자에겐 교통사고를 당해 아직도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제자가 있다. 벌써 2년이 다 돼가지만 언제 학교로 돌아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학생의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다. “다른 건 다 이겨낼 수 있는데 우리 기현이가 친구들로부터 잊혀지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그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동정과 같은 간헐적인 돈 몇 푼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말 한 마디다. 잠시라도 병을 잊을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는 그 어떠한 약보다 효과가 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필자도 잘 안 된다. 이런 저런 핑계로 더 자주 가지 못한다.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그러던 중 정말 따뜻한 전화를 받았다.“기현이를 돕고 싶습니다” 한 명의 마음이라도 아쉬운 터라 반가웠다. 그래서 무조건 만나기로 했다. 처음에 무슨 단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솔직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혹 생색내기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주변에는 로터리 클럽, 한국청년회의소, 향토 청년회 등 많은 사회단체들이 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밑이나 세초에 세과시용으로 복지시설에 우르르 몰려가 위문품을 전달하는 보도용 단체 사진을 보면서 이들 단체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 또한 그랬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포항청년연합(회장 최창현, 이하 `포청연`)은 달랐다.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처럼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만이 남의 어려움도 잘 안다. 남아서 주는 것은 동정밖에 안된다. 정직하게 얻어서 더 값지게 쓰는 것이 바로 진정한 나눔이다. 기부(寄附)의 사전적 의미는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음”이다. 기부의 조건은 바로 대가 없음이다.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회에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뭔가를 내놓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어떤 단체들처럼 화려한 스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피땀으로 얻은 자신들의 몫을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뜻 내놓는 `포청연`이야말로 진정한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다.기부는 소통의 시작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청연`은 교육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 고성능 CCTV를 설치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장학금 주고 생색내기에 바쁜 여타 단체들과는 분명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말에 필자는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멘토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고, 포청연은 흔쾌히 수락하였다.“많은 복지시설에도 가봤지만 거기에는 너무 많은 사회단체들이 이미 돕고 있었고 또 괜히 사진이나 찍으러 온 듯한 오해를 받기 싫고…. 비록 적지만 저희들의 마음이 꼭 필요한 곳이 있다면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포항청년엽합 이강진 부장)요즘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이보다 더 좋은 덕담이 어디 있겠는가. 작은 물방들이 모여 큰 바다가 되듯, 나누고자 하는 진정한 마음들이 모이고 모이면 우리나라도 희망으로 넘칠 것이다. 또 기현이도 더 빨리 학교로 돌아 올 것이다. 청마의 해가 나눔의 해가 바란다.

2014-01-28

향후 세계경제의 흐름과 리스크 요인 점검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시니어 이코노미스트2000년 이후의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누렸던 대안정(Great Moderation)이 초래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최근 수년간 우리가 겪고 있는 대불황은 아직 진행형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 FRB가 양적완화(QE3)의 축소를 결정할 정도로 미국경제가 개선되는 등 세계경제는 매우 느리지만 회복되고 있다. 올해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경기개선이 연말로 갈수록 확대되면서 세계경기는 더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달부터 FRB가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하더라도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들의 통화정책기조가 2015년 하반기까지는 긴축으로 전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이 반영됐고,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이 진행되더라도 과거에 비해 신흥국들의 내성이 강화돼 있는데다 외환보유액도 축적돼 있는 상황이어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대안정에서 대불황으로 이어지는 동안 세계경제가 보였던 동시 호황, 동시 불황과 같은 모습은 앞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대안정 이후 대불황의 극복과정에서 축적된 경기순환적인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나라별로 다르게 나타나 앞으로의 경기흐름에도 각기 다르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구조적 요인으로는 주요 신흥국에게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하며 대량 노동력 중심의 산업체제가 저출산의 고착화로 지속되기 어려우며, 선진국들이 과거처럼 신흥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마구 확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순환적인 요인으로는 양적완화가 축소됨에 따라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이 이뤄지고, 중국 등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반사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이러한 흐름들은 향후 세계경기의 회복 형태와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올해에 우리가 유의해야 할 발생 가능한 리스크 시나리오를 예상한다면 세가지로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미국 경제의 예상외 호전으로 양적완화 축소가 가속화됨으로써 특정 신흥국에서는 통화위기 사태가 발생할 리스크를 예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탈이 취약하여 통화위기의 가능성이 큰 국가로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5개 취약국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금년에 총선 또는 대선이 치뤄질 예정이어서 개혁정책이 지연될 정치적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둘째, 중국 리커창 총리의 3대 정책(성장 지지를 위한 대규모 경기자극책의 억제, 팽창된 신용의 축소, 구조개혁의 추진)인 이른바 `리코노믹스`가 실패하고, 부동산시장 과열에 따른 급격한 금융긴축으로 버블붕괴와 금융시스템 불안정으로 성장률이 5~6%에 그치는 하드랜딩의 리스크를 예상할 수 있다. 셋째, 이란이 지난해 11월 핵문제로 잠정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이스라엘이 핵시설을 공격하고, 이란은 보복조치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우려, 무슬림동포단 산하 과격세력의 테러발생으로 인한 이집트정세의 혼란으로 수에즈운하의 통과에 지장이 발생함으로써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들 수 있다.한편, 금년 중 우리 지역경제의 경우 아직 공급과잉 상태인 철강업의 회복세는 여전히 더디겠지만 포항운하 주변의 후속사업, 포항-울산 고속도로, 포항KTX신역사 건설 등이 지역 경기의 지지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은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향후 다가올 대감속의 시대에 대비하여 경기 진폭의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유연한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지역 각계가 합심하여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2014-01-27

향후 세계경제의 흐름과 리스크 요인 점검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시니어 이코노미스트2000년 이후의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누렸던 대안정(Great Moderation)이 초래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최근 수년간 우리가 겪고 있는 대불황은 아직 진행형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 FRB가 양적완화(QE3)의 축소를 결정할 정도로 미국경제가 개선되는 등 세계경제는 매우 느리지만 회복되고 있다. 올해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경기개선이 연말로 갈수록 확대되면서 세계경기는 더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달부터 FRB가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하더라도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들의 통화정책기조가 2015년 하반기까지는 긴축으로 전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이 반영됐고,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이 진행되더라도 과거에 비해 신흥국들의 내성이 강화돼 있는데다 외환보유액도 축적돼 있는 상황이어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대안정에서 대불황으로 이어지는 동안 세계경제가 보였던 동시 호황, 동시 불황과 같은 모습은 앞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대안정 이후 대불황의 극복과정에서 축적된 경기순환적인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나라별로 다르게 나타나 앞으로의 경기흐름에도 각기 다르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구조적 요인으로는 주요 신흥국에게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하며 대량 노동력 중심의 산업체제가 저출산의 고착화로 지속되기 어려우며, 선진국들이 과거처럼 신흥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마구 확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순환적인 요인으로는 양적완화가 축소됨에 따라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이 이뤄지고, 중국 등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반사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이러한 흐름들은 향후 세계경기의 회복 형태와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금년에 우리가 유의해야 할 발생 가능한 리스크 시나리오를 예상한다면 세가지로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미국 경제의 예상외 호전으로 양적완화 축소가 가속화됨으로써 특정 신흥국에서는 통화위기 사태가 발생할 리스크를 예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탈이 취약해 통화위기의 가능성이 큰 국가로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5개 취약국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금년에 총선 또는 대선이 치뤄질 예정이어서 개혁정책이 지연될 정치적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둘째, 중국 리커창 총리의 3대 정책(성장 지지를 위한 대규모 경기자극책의 억제, 팽창된 신용의 축소, 구조개혁의 추진)인 이른바 `리코노믹스`가 실패하고, 부동산시장 과열에 따른 급격한 금융긴축으로 버블붕괴와 금융시스템 불안정으로 성장률이 5~6%에 그치는 하드랜딩의 리스크를 예상할 수 있다. 셋째, 이란이 지난해 11월 핵문제로 잠정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이스라엘이 핵시설을 공격하고, 이란은 보복조치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우려, 무슬림동포단 산하 과격세력의 테러발생으로 인한 이집트정세의 혼란으로 수에즈운하의 통과에 지장이 발생함으로써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들 수 있다. 한편, 금년 중 우리 지역경제의 경우 아직 공급과잉 상태인 철강업의 회복세는 여전히 더디겠지만, 포항운하 주변의 후속사업, 포항-울산 고속도로, 포항KTX신역사 건설 등이 지역 경기의 지지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은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향후 다가올 대감속의 시대에 대비해 경기 진폭의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유연한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지역 각계가 합심해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2014-01-23

영남미술의 중심 포항시립미술관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포항에서 개최되고 있는 몇 개의 전시회를 보기 위해 지난 주 포항을 다녀왔다. 이른 점심식사를 마치고, 지역 작가들과 함께 출발한 포항 길은 겨울여행이라 설렘도 있었지만 그동안 서로 시간내기가 힘들었던 작가들과의 짧은 만남이 이어 졌기에 기쁨은 배가 되었다.그 날은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영남의 구상미술`, `경계와 탈경계`라는 제목으로 개막식이 있어 함께 참석한 것이다. 사실 미술관 개막행사라는 것이 늘 그렇지만 격식에 맞춰진 진행과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어색한 인사와 연회는 계면쩍기도 하고, 때로는 피로감을 가중시켜 주기도 한다. 개막행사 시간에 맞춰 도착한 미술관에는 낯익은 유족들과 참여작가, 그리고 포항지역 예술인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어 당초 걱정과는 달리 편안함과 즐거움이 가미 되어 유쾌한 개막파티로 이어질 수 있었다. 미술관 개막행사는 서로 만나기 힘들었던 미술관계자들과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를 통해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며, 때로는 즉석에서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기도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재미와 유익함이 함께 공존하는 시간이기에 작가들과 미술관계자들은 개막행사의 피곤함을 무릅쓰고 기꺼이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이번 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서양미술 도입 1백주년에 즈음해 근대기 영남미술의 맥을 되짚어 보는 기획전시로 `영남의 구상미술`특별전을 마련했다. 서동진, 박명조, 배명학, 이인성, 김용조로 이어지는 대구·경북미술의 1세대 작가들은 바로 한국 서양미술의 1세대 화가들이기에 그들의 예술적 가치와 업적은 더욱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즈음해 처음 접하게 된 서양화는 한국적 사고와 가치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조형적 요소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구상미술`로 대변하는 서양화는 아카데믹한 표현적 요소의 한계 속에서 다양성보다는 사물의 반복된 표현과 재현을 추구는 양식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서양미술의 역사 속에서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 온 서구와는 달리 새로운 재료와 표현양식의 습득은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대상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내는 미술이 작가에게나 관람객들 모두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 했던 작가들과는 달리 김준식, 박봉수, 김만술(조각), 손수택은 경주를 비롯해 경북에서 작품 활동을 펼쳤던 작가들로 구상미술이라는 일관된 미술양식 속에서 서양화 도입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구·경북미술의 새로운 미술문화의 토양을 뿌리 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했던 화가들이다. 이러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마련된 이번 기획전은 이 같은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전시를 위한 작품 대여와 수집이라는 보편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관련 작가들의 유품과 중요자료들로 구성된 아카이브까지 마련된 이번 전시는 영남 근대미술의 깊이만큼이나 기획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행사로 여겨진다.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숭고한 예술을 지켜내기 위해 가족과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했던 영남출신 근대작가들의 삶과 예술세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번쯤은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이유를 던져주고 있다. 오늘날 구상미술은 진부하고 아카데믹한 미술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시대 유물이며 사조라는 극단적 평가보다는 한국미술이 도입되고 형성되어져 가는 과정 속에서 구상미술이 가졌던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작업들이 새롭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영남미술의 뿌리를 찾아가는 이러한 작업들은 포항시립미술관이 수행해야 하는 당연한 일들이며, 이를 통해 영남미술의 중심으로 더욱 굳건하게 그 위치를 다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14-01-22

학교와 인성, 되게 낯설다~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직업병인지도 모르지만 장소를 불문하고 교육 관련 말만 나오면 자연스레 귀가 열린다. 얼마 전 횡단보도를 건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필자 앞에 가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친구에게 인성교육 뭐라고 이야기를 했고, 듣고 있던 학생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를 보며 “개웃긴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인성교육이 어쩌다 개웃기는 이야기가 됐을까? 초·중·고 교과과정에 인성교육을 법으로 의무화 하는 `인성 교육 진흥법`이 곧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인성교육 법제화라는 신문 기사를 보면서 반가움보다 씁쓸함을 넘어 교육에 대한 측은함까지 들었던 적이 있다. 얼마나 인성교육이 안 되었으면, 그걸 법으로 다 만드나 하는 생각에서.`인성 교육 진흥법`(이하 `인성법`)을 발의한 정의화 의원은 “우리 청소년이 인(仁)과 예(禮)를 갖춘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인성 교육의 목표”라면서 “인성(人性)이 바로 서야 교육이 바로 선다”라고 했다. 정말 옳은 말씀이다. 여기에 보조를 맞추기라도 하듯 경상북도 교육청은 갑오년에 인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정말 인성법이 교육 현장에 잘 스며들어 갑오년엔 더 이상 학교폭력, 왕따, 자살과 같은 참담한 말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인성(人性, personality)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특수교육학 용어사전에서는 “자신만의 생활스타일로서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독특한 심리 및 행동 양식”으로, 국어사전에서는 “사람의 성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성의 정확한 뜻을 알고 나니 학생들의 “개웃긴다”라는 말이 조금은 공감되었다. 그리고 인성법은 인성의 의미 중 전자보다 후자에 더 초점을 맞춘 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취지의 법이지만, 왜 인성법이 규칙을 잘 지키는 순종적이며 어른 말 잘 듣고 착한 학생을 만드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까.학교가 사회 4대 악의 생산지가 된 지금 인성법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과연 지금과 같은 붕어빵 식 교육,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인성교육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그리고 인성이 과연 교실에서 교과서로 길러질까라는 강한 의문과 함께 몇 가지가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을 하지 않았는지? 앞으로 인성교육을 한다면 누가, 어디서, 무엇으로, 어떻게 하는지?“인성(人性)이 바로 서야 교육이 바로 선다“라고 한 정의화 의원의 말에는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바로 서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인성이 바로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의미가 내포 되어 있다. 그럼 인성이 바로 서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 책임을 전적으로 우리 학생들에게만 떠넘길 수 있을까. 인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장소는 가정과 학교다. 또 학생들의 인성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부모와 교사다. 어찌 보면 우리 학생들을 인성 밖으로 내몬 건 출세주의, 명문(名門)주의,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부모와 교사들인지도 모른다. 생뚱맞은 말 같지만 교사들 중에서 참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더 이상 교실에 갇혀 교과서로 하는 인성교육은 안 된다. 오히려 학생들의 수업 부담만 가중시키기는 인성교육은 절대 안 된다. 더더군다나 봉사 활동을 해 본적도 없는, 시험 숭배주의 교사들에 의한 인성교육은 결단코 안 된다. 그런데 이 불안한 기분은 뭘까?“인법지 (사람은 땅을 본받고), 지법천(땅은 하늘을 본받고), 천법도(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법자연(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도덕경 25장)라는 말이 있다. 방학 때만이라도 우리 아이들 자연을 배울 수 있도록 제발 자유롭게 놔두면 안 될까. 그러면 인성교육은 저절로 될 것이다.

2014-01-21

낙후지역도 대한민국이다

▲ 이동수대구한의대 양백지간사업단 실장 우리나라는 60년대 산업화 시작 이후부터 세계에서 유례 없는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급속한 발전은 늘 그늘을 만들게 되어 있고, 그 그늘에는 자원과 인력을 공급했으나 발전속도에서 떨어진 낙후지역이 나타나게 됐다.낙후지역은 지역 내부의 발전잠재력과 성장동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 간 발전 격차로서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러한 낙후지역을 실체적 개념으로 바라본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낙후지역이란 `지역발전이 부진하고 자력으로 재생하기 어려워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지역`으로 개념 규정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지역발전 부진`이란 의미는 `경제활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진하거나 급속한 산업적 쇠퇴를 겪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자력으로 재생이 어렵다`는 의미는 인적, 물적 역량 및 재정력 등 자생 역량이 취약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최근 많은 사람들이 도시권, 특히 수도권의 발전이 국가의 발전이라고 주장하면서 수도권에 더 많은 인력과 자본, 그리고 산업이 모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곧 중국 인접 경제권에 비해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뒤처지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 수도권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심지어 일부에서는 낙후지역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에 대한 국가의 투자로 인해 성장이 느려진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우리나라의 낙후지역에 대한 개발지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개발촉진지구사업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새마을운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새마을운동은 낙후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아니라 전국 단위의 지역사회운동의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낙후지역과 관련된 사업은 부처별로 다양하게 진행됐다. 너무 다양하게 진행돼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결국 재편되기도 했다.역대 정권에서 낙후지역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정책을 펼쳤던 시절은 노무현 정부 때였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시기에 `지역균형 및 지방중소기업육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광역권(대권역), 특정지역(중권역), 개발촉진지구(소권역)으로 개발사업을 체계화했다. 또 최초로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를 평가해 낙후가 심한 70개 시군을 신활력지역으로 고시하면서 3년 간 매년 시군에 30억원 정도의 재정을 특별지원 했는데 이는 낙후지역 정책이 하드웨어 중심의 기초수요접근법에서 소프트웨어사업으로 변화하면서 낙후지역의 문제를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 복지 등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경쟁력을 모토로 5+2 광역경제권의 개념을 도입하면서 낙후지역에 대한 규정과 배려가 점점 축소됐다. 이때 낙후지역은 성장촉진지역과 특수상황지역으로 규정되면서 수도권의 접경지역들이 낙후지역의 혜택을 받는 상황으로 변화했다.최근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국가경쟁력을 위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수도권 규제완화가 아닌가하는 우려의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규제완화 정책이 수도권 규제완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나 확실한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낙후지역에 대한 논의가 완전히 사라져가고 있음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낙후지역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러한 낙후지역에 대해서는 수도권이나 지방의 발전지역과는 다른 특별한 배려가 분명히 필요하다. 그리고 낙후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낙후지역이 자구 노력이 적다는 평가는 일단 보류해야 할 것이다. 낙후지역의 발전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먼저이다. 생색내기식 배려가 아니라 진정한 배려가 필요하다. 낙후지역도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당당한 일부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수도권 발전에 있어서 많은 낙후지역에서 인적·물적 자원들이 동원됐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낙후지역이 수도권처럼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낙후지역은 낙후지역에 적합한 발전방향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세심하고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2014-01-20

응답하라 1974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지난해 12월 대구예술발전소에서는 뜻 깊은 전시와 학술행사가 마련되어 지역미술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대구(大邱)`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 아이콘 중 미술이 주는 비중도는 그 어느 분야보다 월등하다. 우리나라에 `서양화`라는 서구문화가 유입되면서부터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한 대구의 지역적 특징이 해방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고, 나아가 1970년대 한국현대미술의 발상지로 재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는 아름다운 추억속의 기억만을 쫓아가는 회고전 성격에서 벗어나 신선한 충격과 자극제 역할을 했다. 서구의 조형적 사고와 표현방법이 이 땅에 새롭게 소개되며, 우리의 삶과 시각적 감각능력을 새롭게 변화시킨 수많은 작가들과 전시에 관한 새로운 해석과 재조명은 아마도 동시대 미술인들과 비평가들이 책임져야 하는 당연한 의무와 책임인지도 모른다. 1974년을 기점으로 5차례 펼쳐졌던 `대구현대미술제`는 70년대는 한국현대미술의 정체성이 싹트면서 다양한 시각에서 개인과 단체의 현대미술 활동이 태동한 시기로, 그 중심에 대구현대미술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서울을 비롯해 대구의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다함께 참여하고, 그 당시 유행처럼 표현되어진 다양한 추상미술들과 퍼포먼스(행위예술)는 불안했던 시대적 상황을 예술로 표현하기 위한 작가들의 또 다른 몸짓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예술의 변화를 주도했던 1974년을 전후해 일어났던 국내의 주요 사건들을 간략하게 회상 해 본다.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3선에 성공한 박정희 정권은 끊임없는 근대화와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주장하며 민주주의를 억압했던 정점이 바로 1970년대였다. 유신체제를 반대하는 민주화 세력에게 긴급조치권을 발동하고 인민혁명당 재건사건을 조작하는 등 탄압을 이어가 민주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던 때이기도 했다. 1972년 제8대 대통령에 취임한 박정희는 유신헌법 공포와 긴급조치 1, 2, 3호 발표를 통해 살벌한 정국을 이어 갔으며, 급기야 1974년 8월15일에는 재일 한국인 문세광에 의해 대통령 저격사건이 발생하고, 이 일로 인해 육영수 영부인이 현장에서 서거하는 어처구니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5년 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였던 김재규에 의해 박정희 대통령마저 총탄에 서거하자 국민들은 멘붕상태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70년대만큼 국내정세가 급변하고 불안정한 시기가 이어졌던 때도 드물 것이다. 1971년 1월에는 동해에 해일 일어나 22명이 사망하고 2천754명의 실종과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해 3월에는 포항에 5명의 무장간첩이 나타나 검거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인천 실미도 특수부대원 24명이 서울로 진입을 기도했던 사건도 그 해 8월에 발생했다. 정국 불안 속에서도 홍수환은 WBC밴텀급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쟁취해 국민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TV인터뷰를 통해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라는 홍수환의 외침은 신종 유행어로 한동안 인기몰이를 했다.“예술은 시대를 반영하고 시대는 또 다시 예술을 반영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예술의 시대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예술이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은 곧 세상이 던지는 수많은 충격과 자극이 고스란히 예술로 담겨진다는 뜻으로 재해석 되어 진다. 동서양의 오랜 역사 속에서 함께 해왔던 예술은 시대의 사상과 철학 현실의 반영을 통해 그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새롭게 상징되어진다.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라는 수많은 조형적 요소들은 이러한 시각에서 오늘날 우리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가?

2014-01-16

새로운 꿈이 현실이 되기를

▲ 정석수 신부·성요셉재활원장“새우잠을 자도 고래 꿈을 꿔라”고 한다. 현실적 상황이 어렵지만 그래도 큰 꿈을 포기할 수 없다. 새해 일출, 그처럼 밝은 큰 희망을 꿈꾼다. 꿈은 쳐다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하여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현실적 차원에서 갖는 어려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월트 디즈니는 “일찍부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가진 힘과 재능을 모두 쏟아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그보다 더 보람 찬 결과를 얻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결국 자기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고 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꿈의 영역이 있다면 함께 이뤄야 하는 꿈이요 평화 증진에 도움이 될 꿈 그것이 우리 앞에 숙제로 남아 있다. 랜디 포시는 말기 췌장암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이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일이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고 했다. 함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도움과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들이 도처에서 많아지고 가시적인 성과를 통하여 지금까지와 다른 전환의 2014년이기를 소망한다. 그렇지만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오고,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고 `2030 대담한 미래`에서 미래학자 최윤식씨는 언급했다. 그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향후 20년의 변화가 지난 한 세기의 변화 정도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리더의 중요성을 꼽았다. 통찰력이 없는 리더는 결국 기회는 흘려버리고 위기만 선택하게 되어 벼랑 끝 상황에로 몰고 갈 수 있다. 그래서 리더의 통찰력 있는 선택은 어느 시점보다 중요하다.베네딕도 16세는 그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서 호소하고 있다. “시장 경제에서 분배 정의와 사회 정의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할 뿐 아니라 `사회적 결속`이 더욱 공고히 해지기를 바랐다. 교황은 “내부적으로 연대와 상호 신뢰가 없으면, 시장은 그 고유의 경제적 기능을 완수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신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신뢰의 상실이야말로 심각한 손실”이라고 했다.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종잡을 수 없을 때, 모든 소리를 뒤로 하는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서처럼 숲 속 두 갈래 길에서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함으로써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하는 내면에서 통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위기 일수록 더 깊은 통찰을 필요로 한다. 희망의 별 빛을 보고 자신의 삶을 던져 길을 떠난 깊은 통찰력을 지녔던 동방박사들의 자세가 요구된다. 그들은 별 빛을 보고 길을 떠났고 길을 잃기도 하였지만 다시 별 빛의 안내로 인류의 대전환을 이루게 될 그 시작점에서 기쁨을 누렸다.흑암 속으로 내던져진 이들에게 어둠 속에서 큰 빛을 보게 되리라는 이사야서의 말씀이 동방박사들의 혜안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그처럼 통찰력을 가지고 온갖 위기의 포장지를 풀어헤쳐 새로운 희망의 디딤돌을 찾아보자. 성장의 절벽에서 뛰어넘을 디딤돌은 있는 법이고 새로운 길로 방향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말씀처럼 연대와 상호 신뢰하는 내적 결속의 사다리가 경제적 사회적 차원에서 확장됐으면 한다.괴테는 “현재의 상태대로 대하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능성과 당위성으로 대하면 그는 가능성과 당위성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통찰 뿐 아니라 함께 하는 이웃의 가능성을 살펴보자. 하느님께서는 이제 희미한 별 빛이 아니라 성령으로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도록 더 큰 인내를 발휘할 수 있도록 언제나 친절할 수 있도록 누구에게든 선을 베풀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2014-01-15

방학은 없다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초중고 학생들의 겨울 방학도 이제 중반을 지나고 있다. 과연 우리 학생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그런데 보나 마나다. 방학 전보다 훨씬 더 바쁘게 지내고 있을 것이다. 참된 봉사활동, 자기 계발 여행, 독서 등 좋은 의미의 바쁨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학교와 학원의 좁은 책상에 갇혀 국·영·수 문제집 넘기기에 바쁘니 안타까울 뿐이다. 종종걸음으로 이른 아침 1월의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언제 대한민국은 국영수 망령들로부터 해방 될 수 있을지. 위령제라도 지내야 하나, 아니면 퇴마사들을 각 학교에 배치해야 하나? 누군가가 국영수 망령들을 물리칠 부적(符籍)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면 대박을 떠나 이 나라 교육을 바로 세운 위인으로 길이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정부는 끼와 소질을 살리는 교육,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갑오년 교육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가 교육의 참 방향을 제시하면 뭐하나, 구태한 학교현장에는 들리지도 않는데. “창의형 인재 육성”이란 말은 대통령 신년 연설이나, 2014 대한민국 교육계 신년 교례회와 같은 행사장에서나 어울릴 법한 말이다.2014년 벽두부터 대한민국 교육계는 역사 교과서에 발목이 잡혔다. 물론 역사 교과서 선정,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선택한 교과서를 어떻게 가르치느냐이다. 아무리 좋은 교과서를 선택하면 뭐하나 가르치는 것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는데. 물론 토론식 수업이다 뭐다 해서 변화의 조짐이 일고는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주입식 수업 문화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국영수 중심의 학교 문화에서 과연 우리 학생들은 또 교사들은 역사 과목을 어느 정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교육 행정가들은 이 중요한 방학을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혹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국영수 문제집 넘기기에 바쁜 우리 학생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알면서도 “창의형 인재 육성”을 말했다면 그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우롱하는 것밖에 안된다. 그런데 그들도 이 나라 사람들이기에 우리의 교육 현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설마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 “창의형 인재 육성”이 가능하다고 믿는 건가? 아니면 자신의 출세를 위한 실적주의 멘트인가?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가 양극화다. 그런데 그 양극화가 가장 심한 곳이 바로 교육계다. 있는 집 아이들은 지금 국내에 없다. 그리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분들의 자녀치고 고액 사교육을 안 받은(는) 아이가 없다. 아이러니 하지만 그건 교사들의 자녀도 마찬가지다. 과연 자녀들을 영수 학원에 안 보내는 교사들이 몇 명이나 될까. 심지어 사교육 방지 대책을 연구하는 사람조차 자신의 자녀는 국영수 학원을 보내고 있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은 없다.혹 `창의(創意)`가 국영수 문제집을 열심히 넘기기만 하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기계적으로 시를 외우고, 의미도 없는 영어문장을 해석하고 로봇처럼 수학 문제를 풀면 정말 창의력이 길러질까. 혹 국영수 점수와 창의력 지수가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아이들이 국영수 때문에 얼마나 더 힘들어 하고 아파해야 국영수 중심의 교육 문화가 사라질까.차라리 “창의형 인재 육성”, “자유 학기제”, “인성교육”, “토론식 수업”, “사교육 금지”, “학생 복지”, “학생 중심 교육”, “학생 인권 신장” 등의 달콤한 말들로 우리 학생들을 괜히 혼란에 빠뜨리지 말고, 그냥 예전처럼 국영수나 열심히 외워서 명문 대학교 가서 철밥통 정규직 일자리 얻어서 잘 먹고 잘 살라고 솔직히 말하면 어떨까.대한민국 학생들에겐 국영수만 있고, 역사도 방학도 없다!

2014-01-14

수도를 지향하는 지방

▲ 박창원 청하중 교장올 6월에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인 만큼 선거 때가 가까워 오면 어김없이 `지방분권`이 선거의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시·도 단체장 후보들은 중앙정부에 대해 권한이양을 요구할 것이고 이와 관련한 공약도 여럿 내세울 전망이다. 지방은 수도와 상대 되는 용어이고, 수도는 중앙 정부가 있는 도시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이고, 서울을 제외한 곳은 다 지방이다. 조선 건국 이후 서울은 정치·행정의 중심지가 되었고 광복 이후엔 산업과 경제, 교육, 문화, 교통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러다 보니 인구의 중앙 집중현상을 초래했고 20세기 후반에 우리의 수도 서울은 과밀 도시가 됐다. 수도 서울의 인구가 인접한 지역인 경기도로 흘러넘치면서 가까운 외곽도시들도 서울과 다름없는 곳이 되고 말았고, 서울·경기지역을 두루뭉술하게 수도권이라 부르고 있다.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의 안보 문제를 비롯하여 교통, 주택, 환경,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엄청난 문제를 낳고 있다. 최근에 행정중심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를 만들어 중앙의 행정부처를 옮겨 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수도 서울은 도시 그 차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방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지방 분권이란 국가의 통치 권력을 중앙 정부에만 집중시키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나누어주는 일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방 분권을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단 시일 내에 `중앙 집권`시스템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중앙 또는 수도 서울에 기반을 둔 사람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지방 분권을 주장하는 지방 사람의 의식 속에 `중앙 집중`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발전의 비전으로 `수도`를 지향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시·도나 시·군의 경계지점에 해당 자치단체의 브랜드 슬로건이 걸려 있는데, 여기에 `수도`에 대한 갈망이 잘 나타나 있다.안동 사람들은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 한다. 정신문화에 관한 한 한국의 수도가 되고 싶은 것이다. 울산 사람들은 울산을 `산업 수도`라 칭한다. 역시 수도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부산엔 `동남권의 수도`라 써 놓았다. 영남 지방의 수도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환경 수도`를 지향하는 곳은 여러 군데다. 강원도와 제주도, 창원시와 수원시 등이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 있고, 지난해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전남 순천은 `생태 수도`이다. 이러다 보면 몇 년 후에 전국의 모든 도시가 다 수도가 될지도 모른다.물론 여기서의 `수도`는 특색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지자체의 뜻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건 수도라는 말은`중심`이요 또 다른 `집중`을 상징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가 어떤 형태로든 수도가 되기를 원한다는 건 그 분야에 관한 한 대한민국의 역량이 집중된 중심도시로서의 역할을 꿈꾼다는 것인데 이런 생각은 어떤 면에서 지방분권 욕구와는 다분히 이율배반적이다.그러기에 한국사회에 지방 분권이 뿌리 내리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지방 분권이 발달한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는 좁은 국토, 단일 민족이라는 지리적·인문적 환경에다 통일신라시대부터 1천3백여 년 동안 `중앙 집권`이라는 틀 속에 살아온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 `지방 분권`은 낯선 시스템으로 비칠 게 분명하다. 수도를 지향하는 지방의 도시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2014-01-13

지방 전문대학 육성은 국가 균형발전의 기반

▲ 김순심선린대 교수전국응급구조과 교수협의회장 교육부는 오는 2015년부터 전체대학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하여 대학을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등 5개 그룹으로 나누어 최우수 대학을 제외한 4개 등급대학에 대해서는 강제적 정원 감축 등의 구조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비록 평가의 방법이 종전의 충원율, 취업율 등의 비율을 낮추고 대학별 특성화 발전전략 등의 정성평가가 도입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가는 경우 수도권 4년제 대학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이에 따라 지방대와 전문대는 고사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며 이러한 결과는 국가의 균형발전에도 심대한 위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지방대, 특히 전문대에서는 피나는 자구노력을 통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며 정부에서도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방대 전문대 육성을 위한 보다 전향적인 대책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대학의 기능은 연구와 교육 그리고 사회봉사에 있다.대학원은 연구 중심, 대학은 교육중심, 그리고 전문대학은 산업현장에서의 전문기능인을 양성하는 실무중심의 교육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대는 4년제 대학과는 달리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능을 수련하는 교육장이 되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4년제 대학과는 달리 직능의 전문성에 부합한 유연한 학제를 도입하여 직종의 영역에 부합한 수학기간을 마련함으로써 4년제 대학과의 차별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현행법상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은 간호과 등 의료인을 양성하는 학과와 일부 전공심화과정을 제외 하고는 2년내지 3년이하로 묶여 있다.따라서 이러한 학제의 경직성은 급속한 산업기술 변화에 유연한 대응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창의적 지식기반사회의 수요에 적응하는 전문인력배출을 어렵게 하고 있어 학과의 특성에 부응하는 유연한 학제의 도입이 절실한 현실이다.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대학의 학제를 1년이상 4년이하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이에 전문대학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하겠다.이미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고등직업 교육기관에서는 수업연한이 다양화 돼 있고 학위 또한 준학사부터 학사 및 석사학위까지 수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대학은 전문학사 중심으로 되어 있어 고등직업교육의 글로벌 경쟁에도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따라서 현장 직무중심의 특성에 맞는 학제 도입은 전문인력의 발 빠른 배출에도 상당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어 산업현장에도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 확실하다.아울러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개발할 특성화된 학과에 진학함으로써 교육연한에서 오는 사회적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따라서 현행 전문대학 학제에 새로운 혁신의 방향을 제시 하고 있는 고등교육법의 빠른 개정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또한 국립과 사립,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4년제 대학과 전문대 등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이고 태생적인 한계와 차이에 대해 보다 근원적이고 따뜻한 정책적 배려를 통해 지역간 대학 간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지방전문대학은 지역사회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적 자원인 인력 인프라의 산실이다.정부에서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큰 그림의 틀 안에서 지방전문대학 육성의 청사진을 제시하여야 한다.건실한 지방대학이나 특화된 학과에 대한 재정 지원의 확대는 물론, 지방대 졸업자를 일정 비율 우선 채용하는 지역 인재채용우대 제도 등을 공공기관에까지 확대하는 등 지방대 육성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들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학령인구의 급감이 가져 오는 오늘의 대학생존이라는 화두는 대학이 주체가 되어 지역, 그리고 국가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 가야 할 숙제이다.그러하기에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오늘의 지방 전문대학 문제는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할 시대적 당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2014-01-09

정의는 낙하산에 죽는다!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가계부채 100조, 증시폭락, 끝나지 않은 파업 등 갑오년 벽두부터 마음이 답답하다. 갑자기 정의란 무엇인지, 이 사회와 학교에 정의가 살아 있기나 하는지 정말 궁금해졌다. 누구한테 물어야 정확한 답을 들을 수 있을지? 혹 교수나 교사들은 알지? 생각이 짧았다. 책밖에 모르는 그들이기에 분명 책에 있는 대로, 자신들은 실천도 못할 지식들을 되뇔 것이 분명하기에 그들에게 묻는 것은 보류해야겠다. 그럼 이 사회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켜 온, 또 이 사회가 혼란할 때마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이 사회를 어둠속에서 구한 정의 사제 구현단은 답을 줄 수 있을까? “신부님, 정의가 무엇입니까, 이 사회와 학교에 정의가 살아 있기나 합니까?” “…” 메아리조차 들을 수 없으니 답답함이 더하다. 그런데 정의는 없는 것 같다. 아니 정의는 없다. 만약 정의가 살아 있다면, 불합리한 일들이 이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기득권층의 힘에 의해 불합리가 합리로 둔갑되는 웃지 못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회에 정의란 없다. 정의가 부재한 사회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낙하산 인사`다.철도 파업이 끝나고 발표된 정부와 사측의 발표문을 두고 언론들은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왜 `낙하산 인사 방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느냐고. 그리고 코레일이든, 다른 공기업이든 그 단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낙하산 인사 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낙하산 인사를 검색해 보았다. 현 정부가 인수위 때부터 부패방지법과 함께 낙하산 인사 방지법을 강력하게 시행하겠다고 한 뉴스들이 검색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기대를 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라고 국민들뿐만 아니라 각 종교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새해 들면서 많은 곳에서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마도 정부도 개각을 할 것이다. 작년처럼 인사 때문에 국정 운영에 발목 잡히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인사 원칙을 검색해 보았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인사 관리를 위한 6가지 원칙이 검색되었다. ① 적재적소 배치의 원칙 ② 공정 보상의 원칙 ③ 공정 인사의 원칙 (직무배당, 승진, 상벌, 근무성적 평가 등을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④ 종업원 안정의 원칙 ⑤ 창의력 계발의 원칙 ⑥ 단결의 원칙 (직장 내에서 구성원이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고, 서로 유대감을 가지고 협동 단결하는 체제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각 각의 설명을 모두 인용할 수는 없지만, ③번과 ⑥번의 설명만 보아도 굳이 인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인사만사(人事萬事)라는 말이 있듯 나라든, 회사든, 학교든 합리적인이고 효율적인 인사가 이뤄져 모두 모두 큰 발전을 이뤘으면 좋겠다.인사(人事)는 소통이고, 창조는 소통에서 시작된다고 볼 때 창조한국의 시작은 바로 합리적인 인사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엔 꼭 인사에 대한 원칙이 지켜져 `낙하산 정부`라는 오명을 씻기를 기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60년 만에 찾아 온 푸른 기운이 감도는 갑오년에 인사부터 개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정부부터 인사에 대한 정의(正義)를 세우고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사회에 모범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또 인사 감시 센터 운영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합리한 인사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것은 어떨까. 인사가 바로 서지 않으면 절대 정의도 바로 설 수 없다. 정의가 없는 사회나 집단은 편법과 아부만이 만연한다. 아부(阿附) 잘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돼서야 어찌 그 사회를 바른 사회라 할 수 있을까.“이 시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기도하신다는 조 비오 신부님의 기도가 꼭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갑오년 청마(靑馬)여, 마음껏 비상하라!

2014-01-07

진정한 예술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평가하는 방식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지난 12월초 경남 거제에서 의미 있는 세미나가 있어 다녀왔다. 당일 출장으로 다녀오기에는 만만찮은 일정이었지만 평소 늘 관심을 가졌던 작가의 작품세계와 생애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으로 세미나가 진행된다고 하여 재미를 유발 시켰다. 경남 거제출신으로 한국 근대미술사에 있어 목가적 전원풍경으로 부산과 경남을 주요무대로 활동 한 서양화가 양달석에 관한 세미나였다.`양달석의 화업 인생과 작품 세계`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번 세미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전문 미술비평가나 미술사가에 의해 이루어진 세미나라고 말하기 보다는 미술을 좋아하고, 화가 양달석을 사랑하는 미술애호가가 만든 특강 형식이었기에 필자의 관심을 더욱 끌었다. 미술과 무관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가 보여준 세미나의 분위기는 진지함을 넘어서 작가에 대한 깊은 조사와 연구사에서 나오는 애정이 여과 없이 전해졌기 때문이다.서양화가 양달석의 호는 여산(黎山)으로 경상남도 거제도에서 한의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려서 양친을 여의고 인척 집에서 농사일을 거들며 불우한 소년기를 보냈다. 16세 때에 고학을 결심하고 통영의 사립청년학원을 거쳐 진주농업학교에 진학하여 그림에 뜻을 두게 되었다. 1932년에는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수채화로 입선을 수상한 후 일본 동경으로 건너가 제국미술학교에서 수학하며 어렵게 화가의 길을 개척했다. 그 사이 조선미술전 몇 차례 입선 수상과 일본의 여러 공모전에도 출품하기도 했다. 귀국 후 부산에 정착하여 작품생활에만 전념하며 전업화가의 길을 걸었다. 작풍은 자신의 외롭고 불우하였던 소년시절을 동심적으로 미화하려고 한 듯이 시골의 자연환경과 농촌생활의 서정을 동화처럼 정겹고 평화롭게 전개시키는 독특한 세계로 일관했다. `동심의 화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부산에서 기반을 다니며 활동을 이어갔지만 1984년 77세로 아쉬운 생을 마감했다.이번 세미나 발제자로 나선 김의균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현재 대기업 계열사의 화학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다. 그가 양달석에 관한 깊은 연구가 이루어진 건 그 역시 고향이 거제로서 어린 시절부터 작가 양달석을 알고 있었다기보다는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면서 동향의 작고화자 양달석을 알게 되며 작가를 연구하게 된 셈이다. 미술에 대한 관심과 수집을 좋아는 미술애호가들이나 콜렉터들은 작가론에 대한 강의를 듣거나 작품을 모으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그의 활동은 취미의 단계를 넘어서서 아마추어 비평가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퍽이나 고무적이었다. 유족을 만나 그동안 미술사에서 재평가 되지 못한 화가에 대한 진진한 연구와 분석은 미술사를 전공한 필자에게도 적잖은 교훈을 안겨 주었다. 이제 사회적으로 경제수준이 고르게 향상되면서 일반인들이 예술에 대한 자세가 관자의 모습에서 참여자의 모습으로 변화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자기가 좋아하는 예술가를 후원해주거나 작품이나 티켓을 구입해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활동들은 이제 보편화 되었다. 예술가에 관심과 일반인들의 예술 활동 참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비록 지역에서 활동하다 한국미술사에서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역출신 예술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높은 미술애호가의 이러한 활동들이 지역예술을 더욱 살찌우게 하는 것 같다. 진정한 예술은 대다수의 일반인들의 관심과 사랑도 중요하지만 소외되고 저평가된 예술가에 대한 새로운 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예술세계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진정한 예술의 아름다움이 새롭게 피어날 것이다.

2014-01-06

갑오년엔 무신불립(無信不立)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큰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했을 계사(癸巳)년을 역사 속으로 보내야할 날이다. 아쉬움보다 만족함이 더 크길 바라며 모두 연초에 계획한 바를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비상하는 말고삐를 바투 잡고 갑오(甲午)년 삶의 현장을 성공적으로 누비기를 기원한다. 마지막은 늘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누구나 삶의 끝자락에 서면 리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죽도록 미워했던 사람도 죽음 앞에선 용서와 화해를 한다. 용서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원, 또는 의지와 같은 말이다. 하지만 독할 대로 독해진 요즘 사회에서는 이 말도 빈 말인 듯하다. 남을 끝장내지 않으면 내가 끝장나는 시대다 보니 무조건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참 무서운 시대를 살고 있다. 타협이란 말은 이미 사전에서 없어진지 오래다. 그래서 “안녕들하십니까?”와 같은 말이 새삼 마음을 후벼 파는지도 모르겠다.대학 교수들은 연말이 되면 `올해의 한자성어`를 발표한다. 한자성어를 보면 그 해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어 사회를 읽는 좋은 잣대가 되기도 한다. 2013년 한자성어는 `도행역시`(倒行逆施·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이다.“미래 지향적 가치를 주문하는 국민 열망을 읽지 못하고 과거 회귀적인 정부의 현 모습”을 말하기 위해서 선정했단다. 지난해의 한자를 보자. 2012년은 擧世皆濁 (거세개탁 - 온 세상이 탁해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다:올해 많은 사람들의 한숨과 고뇌가 모두로 하여금 넉넉함을 잃게 했다), 2011년은 `엄이도종`(掩耳盜鍾·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비판이나 쓴 소리가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발표된 한자들만 보면 지난해 우리 사회는 참 그렇고 그런 사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데 좀 아쉬운 것은 대학 교수들의 시각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쳤다는 것이다. 물론 역사가 힘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쓰여 지고, 또 그걸 견제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나마 바른 방향을 찾는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한자성어들은 정부에 대한 너무 일방적인 비판인 듯해서 많이 아쉽다. 사회가 그렇게 되도록 사회의 지성이라고 하는 교수 집단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내년 한자성어에는 교수 사회와 관련된 것도 꼭 같이 발표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필자가 바라는 2014년 한자성어는 바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한자 그대로 직역하면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이다.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나오는 이 말은 공자와 자공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자공이 공자에게 국가 경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고 공자는 세 가지를 답했다. 첫째 족식(足食·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둘째 족병(足兵·군대를 충분히 하고), 셋째 민신(民信·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라고 답했다. 또 자공이 만약 어쩔 수 없이 이들을 순서대로 포기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물었다. 공자는 첫째로 군대를, 다음으로 식량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자고로 모든 것들은 다 죽는다. 백성들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라고 했다고 한다.국가 경영의 3대 조건은 식(食), 병(兵), 민(民)이고,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국민의 신뢰라고 한 공자의 말을 우리 모두가 귀담아 듣고 실천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는 자연 해결 될 것이다. 그런데 답은 알지만 실천이 안되니 참 답답하다. 과연 우리의 신뢰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정부와 국민의 신뢰도는? 여와 야의 신뢰도는? 국회와 국민의 신뢰도는? 국민과 국민의 신뢰도는? 참 답이 안 나오는 나라다. 아마도 2014년 올해의 한자는 `공도동망`(共倒同亡·넘어져도 같이 넘어지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이 되지 않을까. 그래도 국민 여러분, 새해엔 꼭 행복하세요!

2013-12-31

궁금해도 물어보지 말아야 할 것들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지난 크리스마스 저녁, 지인 부부를 어느 식당에 초대해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과거 20년 가까이 한 아파트, 같은 동에서 이웃사촌으로 지낸 친한 사이다. 양쪽 다 농촌 출신의 직장인이면서 나이도 비슷하고, 자녀도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어서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가족끼리 자주 어울렸고, 누구 집에 밥그릇이 몇 개이고,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5년 전에 필자가 직장 관계로 농촌으로 이사를 하고, 뒤이어 이 가족도 시내에 신축 아파트를 분양 받아 집을 옮기면서 자주 볼 수 없게 됐다. 사흘이 멀다고 만나던 사이가 일 년에 두어 번 보는 사이가 됐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이웃사촌이다.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에 소주잔을 앞에 놓고 `하하 호호`하면서 두어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다 좋았지만 아쉬운 게 한 가지 있었다. 우리 집 막내가 지금 대학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고, 2월에 졸업을 한다. 그 집 아들도 필시 대학 졸업반일 텐데, 어디 취업을 했는지 물어 보지 못했다. 그들도 우리 부부에게 아들 취업 얘긴 일절 꺼내지 않았다. 서로가 눈치를 보면서 말을 아끼고 말았다.얼마 전에 누구한테 들은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민생법안을 잘 돌보지 않는 우리 국회에서 모처럼 법안을 하나 통과시켰는데 이른바 `국민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법률`이란다. 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궁금해도 물어보지 말아야 할 것들과 이를 위반할 경우 부과하는 처벌 내용을 규정한 법률이란다.이 법의 제1조는 고3 수험생을 둔 부모에게 수능시험 직후 자녀가 시험을 잘 치렀는지 물어서는 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조는 대학에 들어가는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자식이 어느 대학에 합격했는지를 물으면 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3조는 대학 졸업반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자식이 어디에 취업했는지 물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4조는 결혼한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자식이 별 탈 없이 잘 사는지 물으면 안되며, 이를 위반 경우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단다.요즘 세태를 아주 예리하게 풍자한 유머다. 대학 입시와 관련된 1, 2조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가 차지하는 비중과 함께 대입 수험생을 둔 부모의 심적 부담을 단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3조는 어렵게 대학을 나와도 직장 구하기가 어려운 지금의 청년취업난과 그런 자녀를 둔 부모의 답답한 심정을 표현한 말이다. 4조는 최근 세계 3위까지 치고 올라온 한국 사회의 높은 이혼율과 자녀의 이혼으로 부모가 떠안게 되는 부담을 드러낸 표현이다. 이 법대로라면 그 날 누군가가“너거 아들 이번에 어디 취업했어?”하고 물었다가는 징역 10년형을 받을 수도 있었으니 모골이 송연해진다.친한 사이라는 게 뭘까? 자주 만나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좋은 일에 대해서는 축하해 주고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위로해 주며, 고민도 털어 놓고 서로 조언해 주는 사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진짜 궁금한 그 얘긴 한 마디도 못했다. 서로가 의식적으로 외면했다.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 혹시라도 아들의 취업에 실패했을지도 모를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프라이버시`가 손상될 수 있다. 졸업이 다가오는데….가까운 사람끼리는 묻고, 축하해 주고, 걱정해 주고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인간관계일 텐데, 모두가 소통을 외치는 21세기에 들어와 무슨 신앙처럼 금기가 돼 버린 일련의 사회 현상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필자뿐일까? 이렇게 된 데에는 얘기해 봤자 이 문제에 관한 한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2013-12-30

포항의 도시브랜드 가치와 국제화

▲ 김제간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21세기는 글로벌 시대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무한경쟁 체제가 확산되면서 지방정부가 시장의 능동적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도시간 치열한 경쟁에서 일류도시를 향한 새로운 비전과 지방의 자율성과 정체성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국제화는 도시브랜드 제고에 있어서 더욱 더 중요하다.우리 지역 포항시에서도 `세계로 열어가는 글로벌 도시 포항` 건설을 목표로 설정하고 미국,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 등 해외 여러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다양한 프로그램 교류와 네트워크 구축으로 미래 발전을 도모하고 또한 외국인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렇게 다양한 국제교류를 활성화 하는데 있어서는 지역민들의 공감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교류를 할때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이고 자치단체 상호간의 문화 이해를 통해 진정한 국제화를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21세기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이른바 세방화(Glocal)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조류는 세계화, 국제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이 중앙이 아닌 지방으로부터 창출된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저마다의 지방적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세계의 다른 지역 혹은 국가와 직접적인 관계 형성에 노력하고 하고 있다.최근 서울을 비롯해 부산, 인천, 울산, 대전 등 국내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도시의 국제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도시브랜드의 핵심적인 성공요인은 장기적인 비전과 조정력을 갖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단체장이 바뀌어도 지역의 정체성을 지속적, 제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도시브랜드 제고를 위한 성공의 첫째 조건이다. 최근 몇몇 자치단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요란한 캐치프레이즈, 선심성으로 이미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둘째는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함께 지역의 정체성을 통합하고 민간의 자발성과 장·단기적으로 도시브랜드 제고를 위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접근해 나가야 한다.도시브랜드는 도시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고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특성과 이미지를 나타내어야 한다.지역의 도시 브랜드 가치 제고는 지역의 브랜드가 단순한 이미지 개선 차원이 아니라 지역공동체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경제 회생을 가능케 하는 지역 에너지이다.포항의 경우에도 미국의 피츠버그나 영국의 맨체스터처럼 철강산업의 쇠퇴기에 대비하고 동해안의 해양산업자원과 관광벨트를 개발해 신해양 관광벨트로 추진될 예정이다. 미래는 해양의 시대다.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야말로 새로운 공간이요, 산업이요, 자원이다. 미래지향적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고 전략적 해양 패러다임으로 모색해야 한다.기존의 포항의 도시 브랜드는 딱딱하고 무거운 `철강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앞으로 포항의 산업구조, 도시구조가 크게 바꿜 것이 분명하다. 포항운하 개통으로 산업화 시대에 막힌 물길을 열어 아름다운 동빈내항의 본모습을 찾았고 내년이면 개통되는 KTX와 함께 차별화된 도시브랜드 전략으로 `철강·첨단과학도시`와 함께`해양문화관광도시`의 이미지로 전략적으로 변신해 나가야 한다.

2013-12-26

크리스마스 데이

▲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2012년 12월24일, S포항 병원 준중환자실에는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캐럴이 울려 퍼졌다. 기계에서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캐럴이 아닌 체온보다 더 따뜻한 목소리로 학생들이 부르는 캐럴은 장기 투병 중인 중증환자들은 물론 간병인들의 병원 피로감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천사의 소리가 있다면 그 소리는 분명 아이들이 부르는 캐럴 소리일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작년 5월11일 금요일.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김기현 학생이 등교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머리를 몹시 심하게 다쳐 큰 뇌수술만 수차례 받았다. 처음에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건 다름 아닌 학생들이었다. 요즘 학생들을 아우르는 말은 무개념이다. 사회는 학생들을 병자 취급한다. 전 지구상에서 이 나라밖에 없다는 중2병. 교실·학교 붕괴에 이어 이제 학교는 사회 4대악의 생산지가 됐고 그 악의 주체는 또 학생들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캐럴을 들었다면 이것은 부풀리기를 잘하는 어른들과 떠벌리기를 잘하는 언론이 만들어 놓은 허구라는 것을 분명히 알 것이다.중학교 3학년이라는 바쁜 시기에도 오천중 3학년 5반 학생들은 의식 불명의 친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아끼고 아껴 거의 매일 병문안을 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모두 어렵다고만 하던 김기현 학생은 친구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3개월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학생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완쾌를 위해 더 자주 병원을 찾아 공연을 열었다. 기적은 역시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다들 어렵다고만 했던 김기현 학생은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 더 빨리 회복 됐으며 2012년 12월24일 친구들과 희망의 캐롤을 같이 부를 수 있게 됐다. 이제 다시 그 희망의 날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김기현 학생은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지만 부산으로 병원을 옮겨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 기현이를 응원하기 위해 친구들은 옆 동네 오가듯 한 달에 한 번은 꼭 부산을 오가고 있다. 희망은 분명 희망을 부르는 힘이 있다. 그 희망은 오작교가 돼 부산과 포항을 이어줬다. 오작교 위에서 서로에게 희망을 나누던 아이들은 힘들어 하는 이 사회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적의 크리스마스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헐벗은 세상에, 특히 멈춰선 선로에 학생들이 노래하는 평화와 축복의 캐럴이 울려 퍼지길 간절히 기원한다.세계화 시대에 광의의 개념으로 본다면 크리스마스도 이제 우리의 명절이다. 종교를 떠나 이 날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여러 행사들이 범국가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성탄의 기쁨이 이 사회의 모든 음지에 골고루 나눠지길, 그래서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더 이상 없기를, 아픔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단 한 사람도 없기를, 더 나아가서 뉴스가 사건 사고가 아닌 훈훈한 미담들로만 채워지길 기원한다.국민을 아우르는 날이 된 크리스마스는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에겐 특히 연인들에겐 제일 큰 명절이 됐다.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묻다가 종교도 상업화의 바람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됐다. “케이크, 산타, 선물, 솔크(솔로 크리스마스),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DAY)!” 요즘 밸런타인데이, 화이트 데이, 빼빼로 데이와 함께 젊은이들의 4대 명절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마스 데이란다. 비록 일부이겠지만 사랑과 평화, 배려와 희생이라는 이 날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듯해서 또 이 날도 데이(DAY) 문화로 인식되는 듯해서 몹시 쓸쓸하다. 이해와 배려가 오해와 배타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가면 갈수록 종교시설은 초호화, 초대형화 되고 있는데 왜 세상은 더 살기 어려워만 지는지. 올 성탄절엔 화합과 사랑을 실천하는 뜻에서 종교인 스스로 출입구에 있는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바리케이드부터 철거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문제, 교회·사찰 매매 사이트는 있다? 없다?

2013-12-24

홍익대 미술 실기고사 폐지에 관한 소담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지난달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입시생들은 저마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신속한 선택을 하며, 합격의 기쁨을 기다리고 있다. 차가운 겨울이면 미술실기 시험을 위해 고생했던 과거의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르게 되는 것은 어린시절 경험했던 입시에 대한 두려움과 성취감이 서로 교차해서 나오는 감정일 것이다. 1980년대 고교시절은 검정색 교복과 빡빡머리로 대변되던 추억의 `교복문화시대`였다. 그리고 봄·가을이면 국내 시화 전시회와 학예발표회는 딱딱하게 생활하던 학교생활에 모처럼 자유와 개방을 허용하는 축제의 시간이었다. 예능특기생들도 이러한 시화 전시회를 통해 자기의 실력을 자랑하며, 고교생활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예능활동 중 미술반 학생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국 각 대학에서 실시하는 `미술실기 경시대회`였다. 전국에서 그림 그리기에 재주 있다는 남녀 고등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시하는 각 대학의 실기경시대회는 대회를 주최하는 대학 권위에 따라 참가 학생수가 큰 차이를 보였다.필자도 고교시절부터 미술부 활동을 해 왔었기에 서울, 광주, 대구, 경남 등 고교실기경시대회가 있는 곳이면 학교수업은 제쳐두고 곧잘 전국을 돌아다니곤 했다. 아마 그 당시 미술반에서 활동했던 미술특기생들이면 누구나 이러한 실기대회 출전을 고교시절 최대의 이벤트로 생각하며 미술수업을 하였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홍익대학교에서 개최하는 미술 실기경시대회는 대학의 권위만큼이나 전국의 미술특기생들에게는 고교시절 한번쯤은 꼭 출전해야 하는 대회로 소문이 나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술대학이라는 명성도 있지만 전국의 고교생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표현하며,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를 서로 검증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대회당일 아침이 되면 교정 여기저기 모여 비장한 각오를 결의하는 함성소리는 고교생들의 젊음을 대변해 주는 소리였으며 1980년대 교복문화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로 기억된다.지난 2009년부터 홍익대학교에서는 “점점 과열되어져 가는 사교육을 막기 위해 미술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미대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식적인 입시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13년까지 미대 입시에서 실기고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구체적인 입시개혁방법이 제시되면서 교육계 안팎에서는 적잖은 파장이 일어났다. 시대적 변화와 함께 미술교육 방법에 대한 변화는 입시검증 실기고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는 긍정적 반응이 있는가 하면 화가를 양성해야 하는 미술대학 입시고사에 실기검증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우열을 가릴 수 있는가에 대한 부정적 시각 또한 팽배해져 있다. 이런 엇갈린 시각 차이로 적잖은 혼동이 생기는 와중에 홍익대학은 2014년 정시모집 일반전형 요강을 며칠전에 발표했다. 미술계열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모집하며 수능(60%)과 서류(40%) 성적으로 선발하겠다는 내용이며, 실기고사는 이미 발표한대로 실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이러한 선발방법 변화는 엄격히 말해 계속되는 예능계 입시비리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시험점수 대신 입학 사정관을 통한 수험생의 인성과 미술에 대한 열정, 나아가 예술적 잠재력을 평가하고 선발해 낼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을 합리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홍익대학의 이러한 입시방안은 타 대학에서도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갈 충분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예술은 시대에 따라 늘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변화했기 때문에 홍익대학의 이러한 시도 또한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201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