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생들의 겨울 방학도 이제 중반을 지나고 있다. 과연 우리 학생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그런데 보나 마나다. 방학 전보다 훨씬 더 바쁘게 지내고 있을 것이다. 참된 봉사활동, 자기 계발 여행, 독서 등 좋은 의미의 바쁨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학교와 학원의 좁은 책상에 갇혀 국·영·수 문제집 넘기기에 바쁘니 안타까울 뿐이다. 종종걸음으로 이른 아침 1월의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언제 대한민국은 국영수 망령들로부터 해방 될 수 있을지. 위령제라도 지내야 하나, 아니면 퇴마사들을 각 학교에 배치해야 하나? 누군가가 국영수 망령들을 물리칠 부적(符籍)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면 대박을 떠나 이 나라 교육을 바로 세운 위인으로 길이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정부는 끼와 소질을 살리는 교육,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갑오년 교육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가 교육의 참 방향을 제시하면 뭐하나, 구태한 학교현장에는 들리지도 않는데. “창의형 인재 육성”이란 말은 대통령 신년 연설이나, 2014 대한민국 교육계 신년 교례회와 같은 행사장에서나 어울릴 법한 말이다.
2014년 벽두부터 대한민국 교육계는 역사 교과서에 발목이 잡혔다. 물론 역사 교과서 선정,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선택한 교과서를 어떻게 가르치느냐이다. 아무리 좋은 교과서를 선택하면 뭐하나 가르치는 것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는데. 물론 토론식 수업이다 뭐다 해서 변화의 조짐이 일고는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주입식 수업 문화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국영수 중심의 학교 문화에서 과연 우리 학생들은 또 교사들은 역사 과목을 어느 정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교육 행정가들은 이 중요한 방학을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혹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국영수 문제집 넘기기에 바쁜 우리 학생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알면서도 “창의형 인재 육성”을 말했다면 그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우롱하는 것밖에 안된다. 그런데 그들도 이 나라 사람들이기에 우리의 교육 현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설마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 “창의형 인재 육성”이 가능하다고 믿는 건가? 아니면 자신의 출세를 위한 실적주의 멘트인가?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가 양극화다. 그런데 그 양극화가 가장 심한 곳이 바로 교육계다. 있는 집 아이들은 지금 국내에 없다. 그리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분들의 자녀치고 고액 사교육을 안 받은(는) 아이가 없다. 아이러니 하지만 그건 교사들의 자녀도 마찬가지다. 과연 자녀들을 영수 학원에 안 보내는 교사들이 몇 명이나 될까. 심지어 사교육 방지 대책을 연구하는 사람조차 자신의 자녀는 국영수 학원을 보내고 있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은 없다.
혹 `창의(創意)`가 국영수 문제집을 열심히 넘기기만 하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기계적으로 시를 외우고, 의미도 없는 영어문장을 해석하고 로봇처럼 수학 문제를 풀면 정말 창의력이 길러질까. 혹 국영수 점수와 창의력 지수가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아이들이 국영수 때문에 얼마나 더 힘들어 하고 아파해야 국영수 중심의 교육 문화가 사라질까.
차라리 “창의형 인재 육성”, “자유 학기제”, “인성교육”, “토론식 수업”, “사교육 금지”, “학생 복지”, “학생 중심 교육”, “학생 인권 신장” 등의 달콤한 말들로 우리 학생들을 괜히 혼란에 빠뜨리지 말고, 그냥 예전처럼 국영수나 열심히 외워서 명문 대학교 가서 철밥통 정규직 일자리 얻어서 잘 먹고 잘 살라고 솔직히 말하면 어떨까.
대한민국 학생들에겐 국영수만 있고, 역사도 방학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