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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소통의 시작이다

등록일 2014-01-28 02:01 게재일 2014-01-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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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오천중 교사

민족 최대 명절 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귀성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손 가득 마음 가득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는 그 마음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청마의 비상을 꿈꾸며 시작한 갑오년이지만, 청년 실업률 증가, 전세 값 폭등, 3월 의료계 총파업, 조류독감(AI),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등 시작부터 녹록하지 않다.

명절이지만 명절이 사치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병원에서 병마와 힘들게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최근 한 아이돌 그룹 멤버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부모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모두 잘 알 것이다. 병이란 이토록 무섭다.

필자에겐 교통사고를 당해 아직도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제자가 있다. 벌써 2년이 다 돼가지만 언제 학교로 돌아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학생의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다. “다른 건 다 이겨낼 수 있는데 우리 기현이가 친구들로부터 잊혀지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그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동정과 같은 간헐적인 돈 몇 푼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말 한 마디다. 잠시라도 병을 잊을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는 그 어떠한 약보다 효과가 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필자도 잘 안 된다. 이런 저런 핑계로 더 자주 가지 못한다.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러던 중 정말 따뜻한 전화를 받았다.“기현이를 돕고 싶습니다” 한 명의 마음이라도 아쉬운 터라 반가웠다. 그래서 무조건 만나기로 했다. 처음에 무슨 단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솔직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혹 생색내기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주변에는 로터리 클럽, 한국청년회의소, 향토 청년회 등 많은 사회단체들이 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밑이나 세초에 세과시용으로 복지시설에 우르르 몰려가 위문품을 전달하는 보도용 단체 사진을 보면서 이들 단체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 또한 그랬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포항청년연합(회장 최창현, 이하 `포청연`)은 달랐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처럼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만이 남의 어려움도 잘 안다. 남아서 주는 것은 동정밖에 안된다. 정직하게 얻어서 더 값지게 쓰는 것이 바로 진정한 나눔이다. 기부(寄附)의 사전적 의미는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음”이다. 기부의 조건은 바로 대가 없음이다.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회에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뭔가를 내놓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어떤 단체들처럼 화려한 스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피땀으로 얻은 자신들의 몫을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뜻 내놓는 `포청연`이야말로 진정한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부는 소통의 시작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청연`은 교육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 고성능 CCTV를 설치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장학금 주고 생색내기에 바쁜 여타 단체들과는 분명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말에 필자는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멘토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고, 포청연은 흔쾌히 수락하였다.

“많은 복지시설에도 가봤지만 거기에는 너무 많은 사회단체들이 이미 돕고 있었고 또 괜히 사진이나 찍으러 온 듯한 오해를 받기 싫고…. 비록 적지만 저희들의 마음이 꼭 필요한 곳이 있다면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포항청년엽합 이강진 부장)

요즘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이보다 더 좋은 덕담이 어디 있겠는가. 작은 물방들이 모여 큰 바다가 되듯, 나누고자 하는 진정한 마음들이 모이고 모이면 우리나라도 희망으로 넘칠 것이다. 또 기현이도 더 빨리 학교로 돌아 올 것이다. 청마의 해가 나눔의 해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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