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입시생들은 저마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신속한 선택을 하며, 합격의 기쁨을 기다리고 있다. 차가운 겨울이면 미술실기 시험을 위해 고생했던 과거의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르게 되는 것은 어린시절 경험했던 입시에 대한 두려움과 성취감이 서로 교차해서 나오는 감정일 것이다. 1980년대 고교시절은 검정색 교복과 빡빡머리로 대변되던 추억의 `교복문화시대`였다. 그리고 봄·가을이면 국내 시화 전시회와 학예발표회는 딱딱하게 생활하던 학교생활에 모처럼 자유와 개방을 허용하는 축제의 시간이었다. 예능특기생들도 이러한 시화 전시회를 통해 자기의 실력을 자랑하며, 고교생활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예능활동 중 미술반 학생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국 각 대학에서 실시하는 `미술실기 경시대회`였다. 전국에서 그림 그리기에 재주 있다는 남녀 고등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시하는 각 대학의 실기경시대회는 대회를 주최하는 대학 권위에 따라 참가 학생수가 큰 차이를 보였다.
필자도 고교시절부터 미술부 활동을 해 왔었기에 서울, 광주, 대구, 경남 등 고교실기경시대회가 있는 곳이면 학교수업은 제쳐두고 곧잘 전국을 돌아다니곤 했다. 아마 그 당시 미술반에서 활동했던 미술특기생들이면 누구나 이러한 실기대회 출전을 고교시절 최대의 이벤트로 생각하며 미술수업을 하였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홍익대학교에서 개최하는 미술 실기경시대회는 대학의 권위만큼이나 전국의 미술특기생들에게는 고교시절 한번쯤은 꼭 출전해야 하는 대회로 소문이 나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술대학이라는 명성도 있지만 전국의 고교생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표현하며,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를 서로 검증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대회당일 아침이 되면 교정 여기저기 모여 비장한 각오를 결의하는 함성소리는 고교생들의 젊음을 대변해 주는 소리였으며 1980년대 교복문화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로 기억된다.
지난 2009년부터 홍익대학교에서는 “점점 과열되어져 가는 사교육을 막기 위해 미술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미대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식적인 입시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13년까지 미대 입시에서 실기고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구체적인 입시개혁방법이 제시되면서 교육계 안팎에서는 적잖은 파장이 일어났다. 시대적 변화와 함께 미술교육 방법에 대한 변화는 입시검증 실기고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는 긍정적 반응이 있는가 하면 화가를 양성해야 하는 미술대학 입시고사에 실기검증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우열을 가릴 수 있는가에 대한 부정적 시각 또한 팽배해져 있다. 이런 엇갈린 시각 차이로 적잖은 혼동이 생기는 와중에 홍익대학은 2014년 정시모집 일반전형 요강을 며칠전에 발표했다. 미술계열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모집하며 수능(60%)과 서류(40%) 성적으로 선발하겠다는 내용이며, 실기고사는 이미 발표한대로 실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발방법 변화는 엄격히 말해 계속되는 예능계 입시비리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시험점수 대신 입학 사정관을 통한 수험생의 인성과 미술에 대한 열정, 나아가 예술적 잠재력을 평가하고 선발해 낼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을 합리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홍익대학의 이러한 입시방안은 타 대학에서도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갈 충분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예술은 시대에 따라 늘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변화했기 때문에 홍익대학의 이러한 시도 또한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