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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를 지향하는 지방

등록일 2014-01-13 02:01 게재일 2014-01-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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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원 청하중 교장

올 6월에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인 만큼 선거 때가 가까워 오면 어김없이 `지방분권`이 선거의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시·도 단체장 후보들은 중앙정부에 대해 권한이양을 요구할 것이고 이와 관련한 공약도 여럿 내세울 전망이다.

지방은 수도와 상대 되는 용어이고, 수도는 중앙 정부가 있는 도시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이고, 서울을 제외한 곳은 다 지방이다. 조선 건국 이후 서울은 정치·행정의 중심지가 되었고 광복 이후엔 산업과 경제, 교육, 문화, 교통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러다 보니 인구의 중앙 집중현상을 초래했고 20세기 후반에 우리의 수도 서울은 과밀 도시가 됐다. 수도 서울의 인구가 인접한 지역인 경기도로 흘러넘치면서 가까운 외곽도시들도 서울과 다름없는 곳이 되고 말았고, 서울·경기지역을 두루뭉술하게 수도권이라 부르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의 안보 문제를 비롯하여 교통, 주택, 환경,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엄청난 문제를 낳고 있다. 최근에 행정중심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를 만들어 중앙의 행정부처를 옮겨 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수도 서울은 도시 그 차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방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 분권이란 국가의 통치 권력을 중앙 정부에만 집중시키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나누어주는 일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방 분권을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단 시일 내에 `중앙 집권`시스템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앙 또는 수도 서울에 기반을 둔 사람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지방 분권을 주장하는 지방 사람의 의식 속에 `중앙 집중`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발전의 비전으로 `수도`를 지향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시·도나 시·군의 경계지점에 해당 자치단체의 브랜드 슬로건이 걸려 있는데, 여기에 `수도`에 대한 갈망이 잘 나타나 있다.

안동 사람들은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 한다. 정신문화에 관한 한 한국의 수도가 되고 싶은 것이다. 울산 사람들은 울산을 `산업 수도`라 칭한다. 역시 수도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부산엔 `동남권의 수도`라 써 놓았다. 영남 지방의 수도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환경 수도`를 지향하는 곳은 여러 군데다. 강원도와 제주도, 창원시와 수원시 등이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 있고, 지난해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전남 순천은 `생태 수도`이다. 이러다 보면 몇 년 후에 전국의 모든 도시가 다 수도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여기서의 `수도`는 특색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지자체의 뜻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건 수도라는 말은`중심`이요 또 다른 `집중`을 상징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가 어떤 형태로든 수도가 되기를 원한다는 건 그 분야에 관한 한 대한민국의 역량이 집중된 중심도시로서의 역할을 꿈꾼다는 것인데 이런 생각은 어떤 면에서 지방분권 욕구와는 다분히 이율배반적이다.

그러기에 한국사회에 지방 분권이 뿌리 내리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지방 분권이 발달한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는 좁은 국토, 단일 민족이라는 지리적·인문적 환경에다 통일신라시대부터 1천3백여 년 동안 `중앙 집권`이라는 틀 속에 살아온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 `지방 분권`은 낯선 시스템으로 비칠 게 분명하다. 수도를 지향하는 지방의 도시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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