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의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누렸던 대안정(Great Moderation)이 초래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최근 수년간 우리가 겪고 있는 대불황은 아직 진행형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 FRB가 양적완화(QE3)의 축소를 결정할 정도로 미국경제가 개선되는 등 세계경제는 매우 느리지만 회복되고 있다. 올해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경기개선이 연말로 갈수록 확대되면서 세계경기는 더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달부터 FRB가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하더라도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들의 통화정책기조가 2015년 하반기까지는 긴축으로 전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이 반영됐고,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이 진행되더라도 과거에 비해 신흥국들의 내성이 강화돼 있는데다 외환보유액도 축적돼 있는 상황이어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안정에서 대불황으로 이어지는 동안 세계경제가 보였던 동시 호황, 동시 불황과 같은 모습은 앞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대안정 이후 대불황의 극복과정에서 축적된 경기순환적인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나라별로 다르게 나타나 앞으로의 경기흐름에도 각기 다르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구조적 요인으로는 주요 신흥국에게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하며 대량 노동력 중심의 산업체제가 저출산의 고착화로 지속되기 어려우며, 선진국들이 과거처럼 신흥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마구 확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순환적인 요인으로는 양적완화가 축소됨에 따라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이 이뤄지고, 중국 등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반사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흐름들은 향후 세계경기의 회복 형태와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올해에 우리가 유의해야 할 발생 가능한 리스크 시나리오를 예상한다면 세가지로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미국 경제의 예상외 호전으로 양적완화 축소가 가속화됨으로써 특정 신흥국에서는 통화위기 사태가 발생할 리스크를 예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탈이 취약하여 통화위기의 가능성이 큰 국가로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5개 취약국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금년에 총선 또는 대선이 치뤄질 예정이어서 개혁정책이 지연될 정치적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둘째, 중국 리커창 총리의 3대 정책(성장 지지를 위한 대규모 경기자극책의 억제, 팽창된 신용의 축소, 구조개혁의 추진)인 이른바 `리코노믹스`가 실패하고, 부동산시장 과열에 따른 급격한 금융긴축으로 버블붕괴와 금융시스템 불안정으로 성장률이 5~6%에 그치는 하드랜딩의 리스크를 예상할 수 있다. 셋째, 이란이 지난해 11월 핵문제로 잠정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이스라엘이 핵시설을 공격하고, 이란은 보복조치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우려, 무슬림동포단 산하 과격세력의 테러발생으로 인한 이집트정세의 혼란으로 수에즈운하의 통과에 지장이 발생함으로써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들 수 있다.
한편, 금년 중 우리 지역경제의 경우 아직 공급과잉 상태인 철강업의 회복세는 여전히 더디겠지만 포항운하 주변의 후속사업, 포항-울산 고속도로, 포항KTX신역사 건설 등이 지역 경기의 지지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은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향후 다가올 대감속의 시대에 대비하여 경기 진폭의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유연한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지역 각계가 합심하여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