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을 학수고대하는 아이가 있다. 예비 초등학생 나경이. 왕따, 학교폭력, 성적지상주의 등 참 만만치 않은 교육 현실이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보다 필자가 더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필자와는 반대로 나경이는 “아빠, 나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싶어”라며 날마다 학교 예찬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그런 아이가 혹시나 상처 받지 않을지, 그래서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아름다운 꿈을 접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그래서 아이를 위한 기원문을 써 본다.
나보다 힘든 친구가 있으면 꼭 도와주는 학생이 되길! 내 것을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 학생이 되길! 점수에 주눅 들지 않는 학생이 되길! 성적보다 더 소중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아는 학생이 되길! 하루에 엉뚱한 생각을 꼭 하나 이상은 하는 학생이 되길! 친구들과 즐겁게 책을 읽고 마음껏 뛰어노는 학생이 되길! 학교에 있는 모든 나무와 꽃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학생이 되길! 새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학생이 되길! 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학생이 되길!
글을 쓰다가 다시 읽어보니 필자가 뭔가에 씐 모양이다. 생각과 글이 잘 못 나왔다. 그래서 다시 쓴다.
선생님 말씀에 절대 복종하기! 선생님 지적질에 절대 말대꾸하지 말기! 수업 시간에 교과서 밖 이야기는 절대 질문하지 말기! 선생님의 눈치를 최대한 빨리 알아차리기! 내 일 아닌 일에는 절대 신경 쓰지 말기! 최대한 착한 척, 최대한 없는 척 하기! 친구를 밟아야 내가 이긴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세상 모든 것은 성적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기! 착한 학생과 불량 학생의 기준은 성적이라는 걸 꼭 명심하기! 성적 경쟁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말기!
안타깝게도 학교생활이라는 것이 아이 자신만 잘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저학년 때에는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가에 따라 학교생활, 나아가 아이의 인생이 결정된다. 그래서 나경이가 꼭 만났으면 하는 선생님을 생각해 본다.
모든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 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수업 시작 전에 수업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먼저 솔선수범하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학생들보다 먼저 반갑게 학생들에게 인사하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배려와 사랑의 의미를 실천으로 보여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아이들의 교과서 밖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벌점보다 상점의 효용성을 믿는 선생님을 만나길! 최소한 자신의 감정을 한 번 정도는 참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길!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시는 선생님을 만나길!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아이들의 눈을 보며 칭찬해 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기를!
그런데 과연 이런 선생님들이 몇 분이나 계실까. 그래서 다시 쓴다.
시험과 점수를 맹신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자신의 감정에 빠져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복종의 맛에 빠져 아이들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최선보다 최고를 고집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아이의 상상력을 죽이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비교 정신이 투철한 쌤을 제발 만나지 않기를! 학교 밖에서 인간이 되어오기를 바라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벌을 주면서 모든 것이 학생 탓이라고 생각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자기 말밖에 모르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자기 말이 곧 절대 진리라고 생각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융통성이 없는, 여유를 모르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선도보다 처벌을 우선시 하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월급날만 기다리는 쌤을 만나지 않기를!
아!! 아프다. 사람들이 왜 이 나라를 떠나는지 알겠다. 필자 옆에서 해맑게 웃으며 “아빠, 나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라고 하는 나경이를 차마 볼 수 없다. “대한민국 학생 여러분, 정말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