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는 서울옥션의 `제13회 홍콩 경매`가 열렸다. 총 81점이 출품된 가운데 59점을 팔아 73%의 낙찰률을 기록했으며 이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이우환의 1975년작 주홍색 안료를 사용한 `선으로부터`다. 낙찰가는 약 18억885만원에 전화와 서면, 현장의 뜨거운 경합 끝에 현장 응찰자에게 판매됐으며 이 작품은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날 하루 동안 판매된 낙찰총액이 약 73억4천만원(구매 수수료 포함)이고 보면 현대미술의 예술적 가치를 금전적으로 쉽게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날 낙찰된 작품 가운데 미국 팝아트의 대표 작가인 앤디 워홀의 작품과 너무나 흡사한 작품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전유예술의 개척자로 일컬어지는 리차드 페티본의 작품 `Andy Warhol Flower`(1965)가 홍콩달러로 49만5천달러(원화 약 6천633만원)에 낙찰됐다. 15.8x15.8cm의 자그마한 작품 2점은 앤디 워홀의 원본처럼 캔버스 천에 판화로 제작된 작품이다.
1980년대 전유예술(Appropriation Art)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불리어지는 페티본은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복제하며 `차용과 복제`에서 더 나아간 `재차용과 재복제`라는 담론과 함께 현대미술이 가지고 있는 복제성에 대한 진지한 문제점을 끝임 없이 제기하고 있다. 페티본은 “나는 위대한 화가가 되고 싶었다. 위대한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라는 말을 통해 그의 작품을 `인용과 표절`로 부터 정당화 시키려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창조성에 대한 비평을 극대화해 절대권위를 가진 창조자로서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에 그의 이러한 행동은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표절과 모방에 관한 문제는 현대미술만의 것은 아니다.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베네치아에서 서양미술사 최초의 표절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라는 판화가는 당시 르네상스의 대가였던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을 그대로 베껴 판매하다 고소를 당하게 된다. 하지만 지적재산권과 같은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라이몬디의 표절은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작가 고유의 문양과 사인만 뺀다면 계속 제작해 판매해도 괜찮은 것으로 판결이 내려졌다. 이 사건과 함께 라이몬디가 복제했던 또 다른 유명작가의 작품인 라파엘로 산치오의 작품 `파리스의 심판`은 뒤러 작품 이상의 미술사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리스의 신화이야기를 정교한 필치로 묘사한 `파리스의 심판`은 아이러니컬하게 원작은 사라지고 라이몬디의 복제 작품만이 현재 남아있다. 라이몬드가 죽고 350여년이 지난 후 19세기 인상주의 대표화가인 에두아르 마네는 그의 대표작인 `풀밭 위의 점심`에 라이몬드의 작품 `파리스의 심판`에 나오는 인물들의 포즈를 그대로 모방해 그려 넣게 된다. 그리고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은 20세기에 피카소와 론 잉글리쉬 등에 의해 또 다시 표절과 모방으로 차용되어지는 운명을 겪게 된다.
예술작품의 창작을 위해서 과거와 동시대의 작품들로부터 수많은 `전용(Appropriation)` 이 이뤄져 오고 있다. 특히 현대미술의 다양한 예술행위들이 창작과 표절, 인용, 패러디라는 개념에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현재 대구미술관에서는 이러한 `창조와 표절`이라는 법률적 논리에서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진정한 창조적 가치를 극복하지 못하고 힘겨워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존재가 인간의 삶속에서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가치관을 갖기 위해서는 예술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률적 해석보다는 예술 그 자체가 주는 창조적 행위를 우선적으로 하는 평가가 이뤄져야 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