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여전히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의 온도차도 달라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세계적인 호경기의 도래보다는 각국의 사정이나 여건의 변화에 따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전통적인 제조 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달리 단일 품목만으로도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산업이 있다. 2009년 `해운대`, 2012년 `도둑들`과 `왕이 된 남자 광해`, 2013년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 등으로 대표되는 영화산업이 주인공이다. 이 영화들은 모두 국내에서만 천만 명 이상이 관람하여 우리나라 국민의 1/4이 본 셈이니 그야말로 대박 흥행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다. 지금도 기억에 새로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더욱 엄청났다. 2012년 싱글뮤직비디오를 발표한 이후 전 세계 30여 나라의 공식 음악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지난 5월말에는 유튜브 사상 최대의 조회히트수인 20억뷰를 넘기는 등 전무후무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것은 단순하게 관람객수나 앨범 판매량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형의 경제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제품에 `강남`이라는 단어를 넣는 것만으로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전통적인 하드웨어산업이 아닌 영화와 음악과 같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공하게 된 핵심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다양한 분석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콘텐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제작기술이나 착상의 기발함, 연기자의 출중한 연기력도 제몫을 하였겠지만 성공요인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문화적 콘텐츠`가 담겨 있었기에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많은 해외영화나 음악의 홍수 속에서도 국산 작품이 국내외에서 통용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첨단과학기술의 집합체로 평가받고 있는 우주탐사용 로봇이나 인공위성이 기초 과학의 기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문화예술콘텐츠의 원천은 기초 예술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기초 예술이라는 것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마치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량의 수분이 선인장의 생명의 원천인 것처럼. 그뿐인가? 식물이 자라기 힘든 사막에서도 끈질기게 견디어 낸 선인장이 가뜩이나 부족한 수분과 에너지를 쥐어짜서 꽃을 피운다. 게다가 그 꽃은 끈질긴 생명력만큼이나 풍부한 토양 속에서 충분한 물을 머금으면서 자라는 꽃들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포항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사실 필자의 포항생활이 5년째 접어들고 있는데도 아직까지는 도시 전체에서 느끼는 외형적인 분위기는 문화예술의 사막지대와도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어디선가에는 기초예술의 싹이 움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포항에서 기초 예술이 활성화된다면 자라나는 지역의 청소년들은 풍부한 감성과 심미안을 갖추게 될 것이며, 이들이 향후 문학도, 화가, 음악가, 연극인 등 지역 문화예술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큰 밑거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된다면 사막의 선인장이 꽃을 피우듯이 포항에서도 충분히 문화예술의 꽃이 피어나 포항의 도시 이미지를 풍요롭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포항시내에 신축될 건축물들은 굳이 포항시가 상하이와 같은 건축정책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최대한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개선할 수 있는 형태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풍부한 감성을 갖춘 인격체로 자랄 수 있도록 단순한 철강금속재의 조형물로 도배된 도시가 아니라 여러 장르의 미술품,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고 다양한 길거리 공연들이 넘치는 도시로 변화하였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이러한 기초예술이 꽃을 피워 포항에도 서울의 대학로처럼 청년 중심의 문화예술의 거리가 탄생하여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 오히려 청년들이 유입되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더욱 좋겠다. 최대한 욕심을 부려 이와 같은 문화예술의 기반 산업이 포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라나 하드웨어산업이 어려울 때 이를 커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