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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거리와 방천시장

등록일 2014-07-11 02:01 게재일 2014-07-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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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주말 오후 늦은 점심을 챙겨먹고 회사 인근에 있는 방천시장 쪽으로 향하다보면 `김광석 거리`라고 불리는 좁은 골목에서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가 하면, 신천둑길 담벼락에 그려진 김광석 벽화를 따라 거니는 젊은 연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가로등에 매달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노래는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1970~80년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허름한 주택들과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도심의 뒷골목 낡은 풍경은 화려한 조명과 네온으로 장식된 도심 한복판에서 쉽게 벗어나 가벼운 시간 여행을 떠나기에 충분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곳에서만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로는 젊은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공예품 가게들과 관광객들에게 재미있는 초상화를 직접 그려주는 거리 화실, 추억의 먹거리 등이 함께 어우러져 여느 관광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주고 있다. 이곳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텅 빈 재래시장과 함께 대구시민들 조차도 거의 찾지 않는 소외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2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이곳은 대구를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재탄생 했다.

해가 지고나면 김광석 거리와 함께 문전성시를 이루는 또 다른 곳이 있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육질로 소문난 한우구이와 족발, 통닭 등 다채로운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야시장 골목은 낮 시간대의 한산했던 재래시장 모습과는 달리 이곳 방천시장의 새로운 먹거리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도심 속 벽화거리와 야시장의 모습은 언뜻 보기에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며 쇠퇴기의 길을 걷고 있던 재래시장을 주말이면 1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대구의 명소로 변모시킨 재래시장 재생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009년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지금은 이렇게 변해가는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는 필자로서는 기쁜 마음보다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2009년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의 시작은 급변하는 주변 환경과 경제 유통구조 현상으로 쇠퇴한 방천시장에 예술을 접목시켜 재래시장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별의별 별시장`이라는 주제로 지역에서 활동 중이었던 예술인들이 시장 곳곳의 빈 점포를 임대해 작품창작과 전시 공간 및 교육장소로 활용하여 지역민들과 시장 손님들을 모아보자는 야심찬 계획은 당시 지역 예술인과 관계자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캔버스 대신 빈 점포의 철문과 담장에 벽화를 그려 넣는 작업에 예술인들은 스스럼없이 참여했으며, 시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작업실을 공개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이러한 예술인들의 협업은 현대화 돼가는 유통환경 속에서 재래시장과 예술이 상생함으로써 재래시장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상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노력들이었다.

하지만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예술프로젝트 사업들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투자와 관심은 멀어져만 갔다. 신천둑길 담벼락에 그려진 김광석의 벽화 역시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어진 사업이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김광석 벽화사업은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고 한다면 정작 재래시장의 활성화 사업은 관광명소라는 새로운 관심 뒤편으로 점점 쇠락의 길을 걷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방천시장을 이끌어가야 할 시장상인들은 엄청나게 올라 버린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가게 문을 닫아 가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과 카페, 주점들이 새롭게 문을 연다. 오로지 김광석 벽화만을 쳐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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