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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놀이가 중요한 이유

등록일 2014-06-23 02:01 게재일 2014-06-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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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대구대 유아교육학과 조교수

취학전 아동을 자녀로 둔 학부모님은 한글이나 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의 경쟁 중심 교육체제 속에서 나의 자녀가 남보다 앞서기 위해 선행학습이 필수가 됐고, 중학교는 고등학교를, 초등학교는 중학교를, 마침내는 유치원이 초등학교를 준비하는 곳으로 여기는 기이한 현상이 생겼다. 유아교육기관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이 학부모님들로부터 당황스러운 요구를 받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놀이`를 멈추고 `학습지를 풀면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학 전 아동기에게 놀이가 주는 유익은 무엇일까? 놀이는 자기-주도적인 활동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 냇가에서 혹은 골목길에서 놀이에 흠뻑 몰입해봤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몰입이 가능했던 이유는, 놀이가 성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놀이를 계획하고 참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랬듯이, 아이들도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 자기-주도적인 활동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 경험한 `자기-주도성`은이후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준다. 2002년에 발표된레베카 말콘(Rebecca A. Marcon)의 연구에 의하면, 학습 위주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유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됐을 때 놀이 중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유아들보다 학업성취도가 낮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주도적인 학습 태도가 중요한데 이는 어린 시절 자기 주도적인 활동 경험을 통해서만 길러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어린 시절 놀이는 이후의 학습과 무관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놀이가 주는 유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놀이는 자기-주도성을 개발하고 몰입의 기회가 될뿐만 아니라, 또래와 대화하고 갈등을 해결해 보는 과정에서 사회성이나 대인기술, 언어표현능력 등을 발달 시킬 좋은 기회가 된다. 특히, 병원놀이나 소꿉놀이처럼 아이들이 어른의 세계를 관찰해본 것을 시연해볼 수 있으므로 놀이는 학습을 위한 생생한 현장(a living context)인 셈이다. 미국에서 만 3~4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1967년부터 2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주입식 교육을 받은 유아들이 훗날 10대 비행이나 사회 중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았으며, 정서 장애 발병률도 높았다. 반면, 놀이 중심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유아들은 성장 후높은 대학 진학율과 사회 봉사 참여율을 보이며 사회에 적응하고 있었다.취학 전 아동기는 실물 자료나 직접 체험을 통해 세상을 배워나가는 시기이므로, 가만히 앉아서 성인 지시에 의해 학습하기 보다는, 자신의 호기심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놀이가 취학 전 아동에게 적합하다.

쟝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 1712~1778)가 아동의 타고난 자연성을 거스르는 교육에 대해 반대하며, 자연성에 부합하는 활동으로 노작(勞作)을 제안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학습을 놀이에 앞세우는 것이 진실로 자녀를 위한 것인지, 부모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인지 솔직해져야 한다.

흔히 우리의 삶을 긴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마라톤을 완성하는 것처럼, 하루 하루가 모여 삶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하루는,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다. 아동의 오늘 하루를 내일을 위해 희생하기 보다는, 오늘 이 순간을 의미있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학창 시절 1등이 인생의 1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삶을 긴 마라톤으로 보고, 하루 하루를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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